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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향목 님의 서재입니다.

여우 전당포의 신비한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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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향목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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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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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 커피 스콘(2)

DUMMY

루왁 커피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콩 씨앗을 골라내 세척하고 말려서 볶아내는 커피인데, 독특한 맛과 향으로 유명하다.


사향고양이는 원래 가장 질 좋고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먹는 능력이 있는데, 커피 열매가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맛과 향을 얻게 된다고 한다.

생산량이 적고 가격도 높은데, 고양이 똥 커피라고 기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맛이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있다.


시현도 기회만 된다면 먹어보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사향고양이 사육농장 실태를 다룬 기사를 보고 마음을 접었었다.

우리에 가둔 채 다른 먹이는 주지 않고 커피 열매만 먹이는 사향고양이 농장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린 시현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보고 금손이 얼른 앞발을 내저었다.


“아니야. 이건 농장 고양이가 아니고 깊은 산속에 사는 야생 사향고양이가 전해준 거라네. 먹고 배설한 것도 아니야. 그 친구는 산속의 희귀 커피 열매를 좋아하는데 이건 그 열매로 볶은 커피야. 먹고 난 게 아니라 먹기 전 거라고.”


금손이 '먹기 전' 열매라고 강조하는 걸 보고 시현이 웃었다.


“아하. 네.”

“루왁 커피보다 더 구하기 힘들고, 시중에 나오는 커피가 아니라서 이름이 따로 없는데, 우린 그냥 사향커피라고 부르고 있네.”


시현은 세나가 건네준 커피 봉지에서 커피를 조금 떠서 그라인더에 갈았다.

짙고 풍부한 커피향이 퍼져 나가면서 마치 공기까지 커피색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사향고양이가 없는데 금손 씨는 어디서 사향고양이를 만났을까?

시현은 커피를 갈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금방 갈아낸 커피로 커피 한 잔을 내린 시현이 한 모금 맛을 보았다.


“오오!”


과연, 탄성을 부르는 맛이었다. 일반적인 커피보다 질감이 묵직하다. 코코아처럼 짙고 농밀한 느낌인데 산미가 좋았다.

커피의 쓴맛도 뚜렷한 편이지만 과일향이 은은히 감돌아서 균형감이 좋다. 그런데 무슨 과일인지 모르겠네.


시현은 다시 한번 맛을 보았다. 무슨 과일이지? 마치 딸기와 초콜릿을 섞은 듯한 향인데 이게 그 희귀 커피 열매의 맛인가.


“형 그 커피 요리에 쓴다더니?”


은롱이 시현을 쳐다보았고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계속 마시고 있던 시현은 얼른 변명했다.


“맛을 봐야지 얼마나 사용할지 어떻게 쓸지 알 수 있잖아.”

"거의 다 마셔 버린 거 아니야?"


은롱의 말에 금손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끼어들었다.


“더 마셔도 된다. 우리 식구들 마시고 인연 닿는 손님 대접도 하려고 얻어온 건데 뭐.”


향과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커피를 마신 시현이 조리를 시작했다.


그릇에 크림치즈와 슈가파우더를 넣고 주걱으로 척척 섞어 준다. 반죽이 부드러워지면 초코칩을 넣고 또 섞어 준다.


“쿠키야? 아님 케익?”

“스콘 만들 거야.”

“스콘?”


은롱이 왠지 못마땅한 얼굴이어서 시현이 물었다.


“왜, 빵 싫어?”

“아니, 빵은 좋아하는데.”


잠시 말꼬리를 흐리던 은롱이 말을 이었다.


“빵은 좋아하는데 스콘은 몇 번 먹어봤는데 다 맛이 없었어. 퍽퍽하고 부슬부슬하고.”

“아 그랬구나. 하긴 그런 스콘이 많긴 하지.”


크림치즈 반죽을 섞던 시현이 부드럽게 잘 섞인 반죽을 떼어 손으로 뭉치면서 말했다.


“이건 괜찮을 거야. 날 믿어 봐.”


적당한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뭉친 크림치즈 반죽을 냉동실에 넣는 시현에게 은롱이 물었다.


“커피는 언제 써?”

“좀 이따가.”


크림치즈 반죽을 냉동실에 넣은 시현이 커피를 새로 한 잔 내렸다.

커피를 식히는 동안 아몬드를 구워 놓고, 박력분에 베이킹파우더와 버터를 넣고 섞는다.

아까 내려서 식혀둔 커피를 넣고 다시 섞어 준 뒤 시현이 반죽에서 은롱의 몫을 따로 떼었다.


“자, 여기다 몽로를 넣자.”


시현이 눈짓하자 은롱이 몽로 구슬을 가져왔다.


“이거 맛이 좀 쓸 거 같은데 스콘에 괜찮을까?”


은롱이 구슬 냄새를 맡으며 물었고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먹어봐. 아마 어울릴 거야.”


은롱이 반죽 위에 몽로를 톡 터뜨려 넣었다.

시현이 반죽을 다시 잘 저은 후 우유와 소금을 넣고 휘저었다. 거기다 구워둔 아몬드와 초코칩을 넣고 보슬보슬하게 섞었다.


“아까 냉동실에 넣은 크림치즈 좀 가져올래?”

“응, 응!”


시현은 스콘 반죽을 손으로 뭉쳐서 동그란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은롱이 냉동실에서 가져온 크림치즈 반죽을 스콘 반죽 안에 넣고 감쌌다.

손으로 꼭꼭 눌러 모양을 잡아 준 뒤 냉장고에 넣어 휴지시킨다.


“얼마나 기다려야 돼?”

“삼십 분쯤?”


은롱은 스콘이 궁금한지 냉장고 주변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도 궁금하구나. 사향커피를 넣은 스콘 맛이 어떨지.”


슬그머니 주방에 들어와 본 금손의 말에 시현이 오븐을 예열하면서 대답했다.


“커피 향이나 맛이 정말 인상적이라 스콘도 잘 나올 거 같아요. 저도 기대 중입니다.”


시간이 다 되어 냉동실에 넣어 뒀던 반죽을 꺼냈다.


“음, 이 정도면 괜찮아.”


휴지가 끝난 스콘 반죽에 달걀물을 바르고 오븐에 넣었다.

스콘이 구워지는 따끈하고 달콤한 냄새가 금방 주방 안에 가득 떠돌았다.


“아, 냄새 정말 좋다.”


은롱이 오븐 앞에서 뱅글뱅글 맴돌며 코를 킁킁거렸다.


“조금만 기다려.”


이십 분쯤 뒤 시현이 갈색으로 노릇노릇 잘 익은 스콘을 꺼내자 은롱이 바짝 달라붙었다.


“이제 먹으면 돼?”

“아니 조금만 기다려, 조금 식혀서 먹어야 더 맛있고 잘 안 부서져.”


빨리 먹어보고 싶어서 달라붙는 은롱을 저지하면서 스콘을 한 김 식혀 준 시현이 스콘을 쟁반에 담고 커피와 우유를 준비해서 거실로 나갔다.


“모양이 조금 덜 잡혀서 못난이처럼 나오긴 했는데, 드셔 보세요.”

“호, 고소한 스콘 냄새 속에 은은한 커피향이 나는 게 먹기도 전에 벌써 좋구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림치즈가 들어 쫀득쫀득하면서 폭신한 스콘.

금손이 한 입 먹어보더니 고르릉 소리를 크게 울렸다.


“생각보다 커피 맛이 강한데 풍미가 정말 좋군. 아몬드와 초코칩 씹히는 맛이 아주 좋은데.”

“은롱이는 어때? 쓰지 않아?”


시현이 묻자 은롱이 볼을 부풀린 다람쥐처럼 입에 스콘을 가득 문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스콘을 냠냠 씹어 꼴깍 삼킨 은롱이 활짝 웃었다.


“맛있어. 퍽퍽하지 않고 쫀득한 게 좋아. 커피가 진하니까 약간 쓴맛이 있는데 고소한 치즈랑 달콤한 초코칩이랑 아주 잘 어울려서 진짜 맛있어. 커피도 쓴데 몽로까지 들어가니까 쓸 줄 알았는데!”


시현도 은롱 몫의 스콘 한 조각을 집어 살짝 맛보았다. 몽로가 들어 있지만 한두 입은 괜찮다고 했지.

몽로가 든 쪽이 안 든 스콘보다 확실히 조금 더 쌉싸름하고 깊이가 있는 맛이었다.


사랑 이야기란 아무리 쓰고 아프더라도 어딘가 달콤한 부분 또한 있는 법이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커피 스콘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 대로였다.


“어딘가 민수정 씨를 연상하게 하는 맛이네요.”


세나가 스콘의 맛을 음미하며 말했다.


“겉은 부드러워서 쉽게 부서질 듯하지만 속은 쫀쫀하고, 따뜻하고 다정한데 쌉싸름한 속 맛이 있는 게 무르기만 하지 않은, 그런 맛이에요.”

“음, 민수정 씨도 그렇지. 예전의 민수정 씨 말고 죽림에 다녀간 후 지금의 민수정 씨.”

“좋은 맛이야, 형, 고마워.”


은롱이 입가에 묻은 스콘 부스러기를 날름 핥으며 시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몽로는 쓴 것도 있고 단 것, 신 것 등 여러 가지 맛이 있지만, 어떤 맛이든 난 먹고 힘을 길러야 하니까 그냥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많은데 형 덕분에 몽로를 먹는 게 즐거워질 것 같아.”


시현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다양한 맛을 연구할 수 있어서 좋아. 공부가 많이 되는걸.”


은롱이 손등으로 입을 쓱 문지르더니 시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스콘은 맛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시현 형 손을 거치니까 스콘도 맛있어지네.”


은롱이 애교 있게 시현의 손에 볼을 비비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아, 손이 뜨겁네?”

“응? 왜? 아무렇지도 않은데.”


시현은 손을 들어서 제 얼굴에 대 보았다.


“그냥 따뜻한데?”


은롱은 시현의 양손을 잡아 번갈아 제 이마에 가져다 댔다.


“아니야. 오른손이 더 뜨거워.”

“그런가?”


시현은 잘 모르겠지만 은롱의 말을 듣고 보니 왼손보다 오른손이 좀 뜨거운 것도 같았다.


“스콘 만져서 그런가?”

“아니, 그거 불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세나가 끼어들었다.


“두두리 씨에게 받은 선물, 도깨비불 말이에요.”

“아······.”


이틀 전 두두리가 떠나면서 시현에게 도깨비불을 남겼을 때, 시현은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불덩이를 막으려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었다.

그때 불덩이가 펼쳐진 오른손에 부딪치면서 꺼진 느낌이었고 그 이후로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두두리 아저씨가 형한테 남겼다고 했으니까 도깨비불은 이 안에 있어.”


은롱이 시현의 손을 잡아 흔들었고 금손이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오늘부터 훈련 시작하려고 했네. 자, 이쪽으로 와 보게.”


금손이 시현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은롱도 졸랑졸랑 따라 들어갔다.


“은롱이는 만약을 위해서 저쪽에 있고, 시현이는 이쪽으로.”


시현을 식탁 앞에 세운 금손이 식탁 위로 폴짝 올라가 시현과 마주 보고 앉았다.


“예전에 다른 도깨비에게 배워둔 건데 시현이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군.”


금손은 앞발을 척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른손 이리 내게.”


시현이 오른손을 내밀자 금손은 엄숙하게 말했다.


“정신을 여기다 집중하는 거야. 그리고 두두리의 도깨비불을 생각하게. 불을 꺼낸다는 마음으로.”


시현은 순순히 오른손을 펴들고 한껏 정신을 집중하면서 손바닥에서 도깨비불이 나온다고 생각하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집중도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쯤 금손이 갑자기 발톱을 뾰족하게 세우더니 시현의 손바닥을 콕 찍었다.


“아얏!”


날카롭고 따끔한 아픔이 손바닥 가운데에 느껴지면서 핏방울이 퐁 솟아 나왔다.

솟아 나온 핏방울이 팍 터지면서 조그마한 불꽃이 호르륵 피어올랐다.


“미안, 미안, 하지만 도깨비불을 쓰려면 자네 피를 한 방울 먹여야 했어. 자, 이제 손을 뒤집어 보게.”


시현이 손바닥을 위로 뒤집자 밤알만 한 크기의 조그만 불덩이가 손바닥 위에서 동동 떠다녔다.


“아직은 작지만 계속 쓰는 연습을 하면 더 커지고 화력도 조정할 수 있게 될 거야. 왼손으로 옮길 수도 있고. 요리에도 도움이 되니까 꾸준히 연습하게.”


시현은 손바닥 위에서 동동 떠다니는 불덩이-불덩이라기엔 너무 앙증맞은 꼬마 불덩이를 왼손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다.

손가락이 닿자 불덩이가 몸을 옴츠리는 것처럼 살짝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피었다.


“뜨겁지 않네요?”

“아직 화력이 약해서 그런 거지만 나중에 불이 강해져서 주변을 다 태워먹는다 해도 자네에겐 뜨겁지 않을 거야. 그 불꽃은 자네 거니까.”


은롱이 가까이 와서 시현의 손바닥에 손을 내밀자 불덩이는 놀란 아기 새처럼 포르륵 몸을 떨며 위쪽으로 떠올라 시현의 등 뒤로 숨었다.


“뭐야, 왜 숨어. 그냥 한번 만져 보려고 한 건데.”


은롱이 입을 삐죽거렸고 불덩이는 마치 메롱 혀를 내밀듯이 시현의 뒤쪽에서 쏙 나왔다가 들어갔다.


“도깨비불은 원주인인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장난기가 많다네. 잘 다루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관리하는 법을 잘 익혀야 해. 꾸준히 교감을 쌓도록 하게.”





스콘3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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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25. 맥적(3) +4 24.06.12 440 34 12쪽
43 25. 맥적(2) +6 24.06.11 441 33 12쪽
42 25. 맥적(1) +8 24.06.10 452 38 12쪽
41 24. 고종 냉면(3) +6 24.06.09 457 34 12쪽
40 24. 고종 냉면(2) +6 24.06.08 457 38 12쪽
39 24. 고종 냉면(1) +7 24.06.07 458 35 11쪽
38 23. 향설고 +5 24.06.06 464 41 12쪽
37 22. 몽중시(夢中市)(2) +4 24.06.05 466 41 13쪽
36 22. 몽중시(夢中市)(1) +5 24.06.04 475 40 12쪽
35 21. 나미와 미미(2) +7 24.06.03 476 40 11쪽
34 21. 나미와 미미(1) +5 24.06.02 475 39 12쪽
33 20. 경성 오므라이스(3) +6 24.06.01 485 46 11쪽
32 20. 경성 오므라이스(2) +6 24.05.31 485 41 12쪽
31 20. 경성 오므라이스(1) +5 24.05.30 484 37 12쪽
30 19. 연잎밥 +7 24.05.29 485 42 12쪽
29 18. 연저육찜 +7 24.05.28 508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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