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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조회수 :
2,567,341
추천수 :
63,526
글자수 :
1,813,839

작성
15.03.14 16:30
조회
9,987
추천
252
글자
8쪽

69

DUMMY

69


"상대가 누구였느냐?"

라스타드 백작은 레온에게 물었으나 레온은 대꾸가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역시 대꾸가 없었다.

"언제까지 철부지 노릇을 할 참이냐!"

그러나 레온은 대답대신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

"못난 녀석! 얼마나 더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해야 속이 풀리겠느냐? 적어도 필립 녀석의 반만이ㄹ···."

"크크크크큭."

그때였다. 갑자기 레온이 고개를 숙이더니 웃기 시작했다.

"아 하하하하하!"

"레온 너···?!"

"도 도련님!"

"필립! 필립! 필립! 그 망할 자식!"

라스타드 백작과 쥬드 집사는 갑작스러운 레온의 반응에 아연해했다.

"흐흐흐. 어디 말씀해 보시죠. 아버님! 정말 제가 라스타드 백작가의 후계자였나요? 정말로 필립 그 자식을 저 대신 군대를 보내긴 할 작정 이셨던가요?"

"도 도련님, 그만 진정하시고···."

쥬드 집사가 레온을 진정시키려 다가갔으나 레온은 쥬드 집사를 뿌리쳐 버렸다.

"아니 솔직하게 말씀 해 주시죠? 그 사생아 놈이 죽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쯤 놈에게 후계 자리를 물려 줄 준비를 하셨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레온···."

"가문의 이름에 먹칠이나 하는 자식과 너무나 잘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생아 놈···. 성안의 모두가 외치죠! 필립, 대~단한 필립, 자~랑스러운 필립, 자 그러니 말씀 좀 해 주시죠. 필립녀석 외에 저 같은 아들이 필요하기나 했습니까? 필립만···."

"퍽~!"

이번엔 주먹이 날아왔다. 구석에 처박힌 레온은 입술이 찢어졌는지 피가 흘렀다. 그러나 레온은 피를 닦지 않고 그대로 처박힌 채 웃었다.

"크크크큭···."

"도 도련님!"

당황한 쥬드 집사가 수건을 꺼내 레온의 입술에 대었다.

"올리비에라경!"

라스타드 백작이 소리치자 집무실 문이 열리고 백발이 성성한 기사가 들어왔다. 라스타드 백작가의 기사단장이었다.

"저 녀석을 끌고 가게! 올 겨울 제일 험한 지역에 처박아 놓도록 해!"

레온은 쥬드 집사와 올리비에라경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문가로 다가선 레온은 두 사람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라스타드 백작에게 돌아섰다.

"자, 그럼 백작 각하, 못난 자식은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레온은 한발을 뒤로 빼고 허리를 숙이고 팔을 휘둘러 크게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하곤 문을 나섰다. 쥬드 집사는 황급히 레온을 따라 나섰다. 라스타드 백작은 나가려던 기사단장을 불렀다.

"올리비에라 경!"

"···하명 하시지요."

"고램에는 태우지 마시오, 호위를 붙인다거나 특별 취급도 안 되오. 명심하시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올리비에라 경이 문을 닫고 나가려는 순간 멀리서 다시 미친 듯 웃는 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하하하!"

라스타드 백작은 집무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휴~ 못난 것···."

올해는 유난히 정치적인 이슈도 상업적으로 처리할 문제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레온마저 문제를 일으키니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필립···."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붙임성 좋았던 녀석은 눈치도 빨랐다. 이렇게 자신이 고민하고 있으면 웃으며 차라도 타오던 녀석이었다.

올 겨울은 아무래도 유난히 추워질 거 같았다.


"이상으로 보건데 올해는 예년처럼 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페로우경이 딱딱하게 보고했다.

"허허, 그렇게 너무 보고형식으로 하지 않아도 괜찮소. 페로우경."

그러나 페로우는 여전히 경직된 표정이었다.

"마일즈 치안감, 올해는 별 문제 없었소?"

"읍···. 예, 영주님, 평온했습니다."

막 음식을 삼키려던 치안감이 황급히 음식을 삼키고는 웃으며 답했다.

테이블에는 기사단장, 치안감, 징세관, 행정관등 일리아드 영지의 주요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가끔 일리아드 남작은 이렇게 영지의 주요 인사들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편하게 영지의 주요 인사들과 환담을 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언제나 분위기는 이렇듯 딱딱한 보고회형식이 되어버렸다.

특이한 것은 오늘은 펠릭스와 에이드리안도 앉아있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참석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펠릭스는 지금 이 자리가 매~우 불편했다. 남작부인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펠릭스, 학교는 어떠냐? 별일 없었느냐? 검은 어느 정도 수준이냐?"

드물게 일리아드 남작이 펠릭스에게 좋은 어투로 말을 건넸다. 다른 가신들 앞에서 체면치레이려니 생각한 펠릭스는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별일 없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검술은 아직 많이 미숙합니다."

차마 "작년에는 드웨인가의 장자의 목을 벨 뻔했고 올해는 라스타드가의 장자에게 암살당할 뻔 했습니다."라는 식의 얘기는 할 수 없었다.

"페로우경, 어떤가? 펠릭스의 검술 실력은?"

펠릭스의 대답에 일리아드 남작은 기사단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만간 엑스퍼트에 오르지 않을까 예상은 됩니다."

"음, 올해도 몬스터토벌이 끝나면 신경 좀 쓰도록 하게."

"예, 영주님."

펠릭스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걸로 지나가겠지 싶었다. 이미 남작부인이 펠릭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부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펠릭스."

"예? 예!"

하지만 남작이 다시 펠릭스에게 말을 돌렸다.

"학교에 남부소년들이 많다며? 최근 남부의 사정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들은 것이 없느냐? 연합이라든지···."

"저···."

펠릭스가 답변을 잠시 망설이는 순간 디저트가 나왔다. 일반인들은 보기 힘든 서부제국을 통해 수입한 바다건너 레반터 대륙의 열대과일로 만든 달콤새콤한 푸딩이었다. 큰 과일조각이 군데군데 그대로 박혀있어 씹히는 맛도 좋았다. 펠릭스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흥! 저 녀석 주제에 무슨 친구가 있겠어요? 고작해야 남부의 빈티 나는 불량스러운 것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다였을 텐데!"

그사이 남작부인의 독설이 터졌다.

"어머니! 그런···."

에이드리안이 어머니의 말에 펠릭스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휴~!'

일어날 때였다. 남작부인이 한번 저렇게 펠릭스에게 독설을 퍼붓기 시작하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이미 십년간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펠릭스는 그저 눈앞의 디저트가 아쉬울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러나 막 일어나려는 펠릭스를 일리아드 남작이 멈춰 세웠다.

"기다려라.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냥 가게 내버려두세요!"

"데보라!"

일리아드 남작이 부인의 본명을 불렀다. 잠시 엉거주춤 서 있던 펠릭스에게 에이드리안이 가라고 눈짓을 줬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펠릭스의 뒤로 격한 대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중요한 이야기란 말이오!"

"지금 제 앞에서 저 사생아 녀석을 두둔하시는 건가요?"

"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

문을 닫기 전 슬쩍 돌아보니 아무도 음식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 펠릭스는 최대한 시선을 끌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섰다.

반항하거나 맞설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간 저 화가 멀리 장원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가족들에게 갈 것이었다. 가뜩이나 장원문제로 일리아드 남작을 닦달했던 남작부인이었다. 펠릭스는 아쉬운 듯 절래 절래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 푸딩, 정말 오랜만 이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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