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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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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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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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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9

DUMMY


59


"그런고로 내년까지 기다리시게 됐습니다. 도련님."

"하아~! 그렇군…."

세비안은 교장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세비안을 군대로 대피시킬 생각이었던 교장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작년 신학기는 너무 갑작스러워 힘들었고 올해도 결국 자리가 없다는 얘기만 들은 것이다.

"미안하군요. 스튜어트 아저씨. 설마 이렇게 오래 신세를 지게 될 줄은…."

"무슨 그런 말씀을, 뭐, 공공연한 비밀입니다만 사실 원래 하던 일의 연장에 지나지 않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하며 교장은 서랍 뒤 숨겨둔 장소에서 독주인 흑마술을 꺼내 세비안에게도 한잔 따라줬다.

"이 자리가 워낙 박봉인지라 이런 인사 청탁은 공공연한 비밀이거든요. 덕분에 이런 작은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뭐…."

세비안과 스튜어트 교장은 서로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푸하~! 좋네, 갇혀있다 보니 한잔이 절실했다니까."

세비안은 잔을 내려놓고 다시 한잔을 따르려고 병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스튜어트 교장이 잽싸게 병마개를 닫아 다시 서랍 뒤로 넣어버렸다. 흑마술은 상당히 비싼 고급술이었던 것이다.

"하루 한잔이 제 규칙이라 서요…."

"쩝!"

세비안은 그저 입맛만 다셔야 했다.

"아, 그리고 패트리시아에게는 제 이야기를 전혀 안하신 겁니까?"

"무슨?"

"끄응… 도련님을 노리는 그 괴한을 쫓다가 혹시나 해서 패트리시아에게 갔더니 입을 다물어 버리더군요. 거기다 작년 겨울은 같이 지내셨다면서요?"

"아~ 그 그게…. 숨어있자니 돈도 떨어지고 말이야…."

"그럼 패트리시아양에게 얹혀 지내셨다는 겁니까?"

"쉬! 그녀에게 내 얘기를 하면 곤란해.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구. 내가 진짜 백작가 사람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니까 말이야."

"하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술, 여자에 사람 사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니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돈 떨어졌다고 명문 백작가의 후계자가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스튜어트 교장이었다.

"그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 나 지금 돈이 좀…."

"안됩니다!"

"에?"

"어제도 패트리시아를 찾아갔다가 이만큼이나 뜯겼습니다. 저도 박봉이라고 방금 말한 거 잊으셨습니까?"

교장은 패트리시아에게 받은 계산서를 꺼내 흔들었다.

"하지만 방금 인사 청탁으로 뒷돈을 받는다고…."

그러자 스튜어트 교장은 언제 그런 얘기를 했냐는 듯 모른 척 정색을 하고 세비안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학교에 있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십니까? 먹여주지, 재워주지, 심지어 옷까지 다~ 나오는데."

"그게 여기 레이디들에게 이것저것 선물을 하다 보니… 일레느의 생일선물, 앤의 다이야반지, 하이디양의 꽃다발에…."

세비안의 태평한 소리를 듣던 교장의 턱과 눈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 여학생들이 보통신분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세비안이 아니었던가.

"제 제정신이십니까?"

"응? 왜?"

"저 여학생들이 장차 귀족가나 유력가로 가게 되면 도련님 위장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교내에서 본명으로 불리는 것도 모자라서 그동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잠시 생각하던 세비안이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군…. 앞으로 조심하지."

"앞으로라고요? 도련님! 이미 졸업생 중에 귀족가나 서부제국의 첩으로 들어간 아가씨들이 몇 명인데…."

교장은 책상을 탕 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었다.


"칫, 레온! 아무래도 들킨 것같아."

창밖으로 황급히 뛰어가는 알리시아의 모습을 보며 알렉시스가 말하자 베릴은 사색이 되었다.

"어 어떡하지? 그녀가 만약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아니 교관에게 얘기하기라도 하면…."

베릴이 벌벌 떨며 이야기했다.

그러나 레온은 별일 아니라는 듯 두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오히려 잘됐잖아? 그냥 계획이 좀 앞당겨진 거뿐이야. 이참에 다른 녀석들도 한꺼번에 손 봐 주면 돼!"

레온은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조만간 그럴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검으로 자신이 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레온이었다. 유일한 방해물이었던 필립이 죽은 이상 이 세상에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했다.

엑스퍼트에 근접한 그의 자질은 누가 봐도 동년배의 아이들 중에서도 확실히 뛰어났다. 가문의 기사들도 모두 인정하는 바였다. 명문 백작가의 혈통에 거기다 피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최고여야 했다.


"어떠냐? 이제 주제를 좀 알 것 같아?"

조금 전 대기실에서의 상황을 떠올리며 레온이 마주선 칼에게 말했다. 두 사람의 검에는 일견 아름다워 보이나 그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경악할만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칼과 레온은 이미 몇 차례 검격을 나눈 상태였다.

"챠창~!"

다시 떨어진 두 사람의 표정은 상당히 극단적이었다. 여유로운 표정의 웃고 있는 레온에 비해 칼의 표정엔 여유가 없었다. 예상 못한 이 상황에 지켜보던 다른 소년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처음 레온이 오러를 담은 검을 뽑아 들었을 때는 칼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뭐야? 작년 축제 때 일을 아직도 맘에 담아두고 있었단 말이야?"

그렇게 일견 가볍게 시작한 두 사람이었으나 주변 소년들의 예상과 달리 칼은 레온의 공격에 점점 밀리고 있었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대련과 달리 오러를 사용하게 되면 검에 오러력을 담는 것뿐 아니라 신체의 능력도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기존 대련에서 레온이 체력으로 밀렸다 해도 그것만으로 절대적인 실력 차를 가늠할 수 없는 이유였고 레온이 여전히 자신의 검실력에 자신감을 가진 이유이기도 했다.

"어디 얼마나 버티나 한번 보도록 하자구. 칼 맥퍼슨!"

"칫!"

그 자신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레온이 다시 매섭게 공격해 들어왔다.

우 상단, 칼이 막아내자 이내 상대의 검을 옆으로 쳐 내리고 수평배기, 칼은 방어할 타이밍을 놓쳐 허리를 숙여 피해야했다. 바람에 날리는 칼의 머리카락 몇 올을 잘라낸 레온은 그대로 검의 힘을 살려 한 바퀴 돌려서는 비스듬히 내려쳤다.

"펑~!"

"아앗!"

"칼?!!"

레온의 오러력과 가속한 검의 위력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칼은 내던져지듯 나가떨어졌다. 지켜보던 소년들이 안타깝게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오러를 사용하게 되면 일반대련 때처럼 이런저런 잔기술이 크게 필요 없었다. 수준차이가 나는 상대라면 이처럼 단순하지만 정확하고 빠른 공격만으로도 상대에게 치명타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하하! 어때? 어디 그 잘난 눈으로 다시 한 번 내려다보시지, 응?"

"크윽…."

칼은 일어서며 입가에 얕게 배어나온 피를 슥 손등으로 훔쳤다.

"자~ 오늘로 너희들, 하등한 것들과 이 귀찮은 관계도 끝을 내자구! 그 사생아 놈이나 칼, 너희 남부 거지 놈들이나 말이야!"

레온은 검에 오러를 최대한 주입해 넣었다. 검은 일순간 엑스퍼트검사의 것으로 착각할 만큼 검 전체가 오러의 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흥, 레온, 네 맘대로는 안 될걸? 펠릭스를 도우러 3명이나 갔다구, 쌍둥이들과 맥스의 실력은 너도 작년에 겪어봐서 잘 알 텐데?"

칼은 다시 검을 정면에 세우며 말했다. 그러자 레온이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세 명? 너희 얼간이들 세 명이 갔던 네 명이 갔던 아무 관계없어. 다 죽은 목숨이라고!"

"너무 자신만만하시군!"

"자신만만? 열 명이라고, 칼! 열 명! 오러를 쓸 줄 아는 전직 군인 출신 열 명! 이 나라도 당하기 어렵다구! 세 명? 그놈들 중에 무슨 엑스퍼트라도 있나? 설령 지금 교관들에게 알린다 해도 늦었다고.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간단 말이야? 하하하하!"

그러자 칼을 비롯한 소년들의 얼굴에 당혹한 표정들이 떠올랐다.

"안 돼, 펠릭스! 으흐흑!"

알리시아가 울음을 터트리자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분위기에 흥이 난 알렉시스가 주변 소년들에게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흥! 이제 알겠냐! 이 떨거지들아! 감히 귀족들에게 덤벼들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 남부 거지들과 비천한 것들이 감히 귀족들에게 맞서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이번 기회에 잘 봐 두라구!"

알렉시스의 말이 끝나자 레온은 검을 자신의 얼굴 옆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맞은편의 칼은 자세를 잡지 않고 있었다. 대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고 있었다.

"마지막 가는 정이니 하나만 더 알려주지!"

"?!"

"네 친구들 시체는 그 사생아 녀석이 자주 가는 필경사건물 뒷골목의 공터에서 찾아보라구!"

그러자 칼의 표정이 펴졌다.

"역시 거기였나?"

갑자기 씩 미소를 지은 칼은 레온에게서 한발 뒤로 크게 물러섰다. 그리곤 레온과의 대결은 아랑곳 하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알리시아, 세비안을 찾아봐! 찾아서 필경사건물 뒤 공터로 가라고해! 에드, 알렉시스랑 베릴녀석을 잡아둬! 나머지도 세비안을 찾아봐 어서!"

알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학교 건물로 뛰기 시작했다. 다른 소년들도 맥티어넨의 지시에 따라 여기저기 흩어지기 시작했다.

"너, 무슨 생각인거냐? 설마 세비안, 그 얼뜨기 서부촌놈이 무슨 엑스퍼트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거냐?"

갑작스런 칼의 행동에 레온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칼은 지시를 내리곤 느긋하게 레온을 돌아보며 다시 검을 들었다.

"글쎄? 세상일이란 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

"흥, 아무도 모른다고? 내가 알려주지! 넌 오늘 죽…?!!"

레온이 막 검에 오러를 주입하며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알렉시스와 베릴의 눈이 똥그래졌다. 주변의 다른 소년들도 놀라 입을 벌렸다. 특히 말을 잇지 못한 레온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너? 너…!"

"말했잖아? 세상일이란 모른다고."

칼의 검이 선명한 오러로 빛나고 있었다. 검 전체를 감싼 환한 빛!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그 오러의 광휘는 발하는 검사가 엑스퍼트의 경지에 확실히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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