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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32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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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지명을 듣는 순간 귓가에 카지노의 슬롯머신이 눈을 어지럽히며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윽고 멈춘 화면엔 황금으로 반짝이는 달러 표시가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다.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디로 간다고요?”

“304-Xion이요. 얼마 전까지 지내던 곳이잖아요.”


보스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렇···죠.”


나는 대충 답변을 건네며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 아니, 반드시 계획해야만 한다.

내 피 같은 4억을 회수할 작전을 말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몇 가지 점검해야 할 것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괜찮은 겁니까? 제가 탈주범으로 쫓기면 곤란할 텐데요.”


일단은 병원에서 탈주당한 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었다.

게다가 첫날 이후 꾸준히 뉴스를 검색하고 있는데, 이렇다 할 정보가 공개된 게 없었다.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잘 해결해 뒀거든요.”

“잘?”


보스의 답변에 하나의 호기심이 동했는지, 가까이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네. 아주 조용하게 처리했어요.”


보스는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며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하나는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들은 바가 없는데?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초지종을 들을 필요가 있겠군.”

“그건 좀 곤란해요.”

“그럼 대충이라도.”


하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보스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보스는 볼을 부풀리며 항의했으나, 하나의 고집을 꺽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아저씨에게 조금 도움을 받았어요.”

“하아, 순순히 도움을 주지는 않았을 텐데?”

“흥, 길드원을 강제로 동원한 대가예요.”


보스는 고개를 홱 돌린 채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자 하나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보스, 친분에 기대어 일을 해결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나?”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겐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두고 돌아가는 취미는 없어요.”


두 사람은 내가 알지 못하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지만,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니 잘 무마가 된 모양이었다.

바로 다른 정보들을 얻어내고 싶었으나, 보스와 하나의 대립은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다.

일단은 콜로니의 어떤 도시로 가는 건지,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인지, 돈을 찾으러 갈 수 있는 틈은 있는지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말씀 나누는 중에 죄송한데, 출발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힐끗 손목의 시계를 바라봤다.

그러자 하나도 얼른 시간을 확인했다.


“이 얘기는 다녀와서 계속하지.”


일정보다 늦어진 건지, 하나는 단번에 논쟁을 멈췄다.


“에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어서 결판을 내야 하지 않겠나?”

“알겠어요. 무사히 돌아오기나 하세요.”


계획대로 두 사람의 다툼은 막을 내렸고, 하나는 앞장서서 간이 차원 도약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바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묻는 건 조금 성급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다.

게다가 내가 숨겨둔 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이것저것을 꼬치꼬치 캐물으면 속셈이 들통날 수도 있었다.


“주제 넘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 보스와는 어째서 다투신 겁니까?”


나는 아주 만만한 주제를 먼저 언급하며 대화의 물고를 텄다.

그러나 하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그나저나 콜로니의 어느 도시로 가는 겁니까?”

“글쎄, 우리가 전달 받은 건 좌표일 뿐이네.”

“그렇군요. 그럼 구체적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뭡니까?”

“그것 역시 아직은 미정이네.”

“정부 측에서 제공된 정보가 아무것도 없습니까?”


절로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하나 이상할 것 없다는 듯 대꾸했다.


“사전 공작부터 중국 콜로니 침투까지 전부 정부 측에서 준비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군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노력했으나, 짙은 실망감을 제대로 감췄을지는 의문이었다.

정부에서 준비한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한다면 개인적으로 활용할 시간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범죄자 신분도 해결됐고, 통장의 돈은 찾을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숨겨둔 돈은 다음 기회에 찾으면 그만이라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던 차에 깊은 한숨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하나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사엔 관심이 없고, 젯밥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군.”


이럴 땐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는 게 좋았다.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하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럴 수 있는 것도 잠시뿐일 테니, 마음대로 하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나의 말엔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내포돼 있었다.

대게 이런 느낌을 받을 땐 정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곤 했기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직접 경험해 보면 알게 될 일이네.”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는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우리는 어느새 간이 차원 도약 게이트 위에 서 있었다.

그때, 불현 듯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차원 도약 멀미였다.

나는 손발이 차가워지는 느낌에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멀미를 참아야 하는 겁니까?”


하나는 답변 대신 가만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보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 차원 도약!”


눈앞이 새하얗게 번쩍이며 한 번 경험한 적 있는 기괴한 감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걸 음미하며 신음하기도 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우욱!”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은 현기증이 느껴졌다.

왼손으론 입을 막고, 오른손으론 무릎을 짚어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배경이 빙그르르 회전하더니 하늘을 올려다보게 됐다.


“저기 마중나온 사람들이 오는군. 어서 일어나게.”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꾹꾹 참으며 하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누워 있는 건 사막의 거친 모래 바닥이었는데, 저 멀리엔 작은 오아시스가 보였다.

그리고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싼 야자수 아래의 그늘에서 한 명의 남성이 우릴 향해 걷기 시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은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더운 날씨의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정장에다 안에 받쳐 입은 셔츠까지도 검은색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낵타이는 조금 시원해 보이는 짙은 청색이라는 점 정도니, 그가 얼마나 꽉 막히고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가 가까워지는 동안 구역질이 조금 가라앉아 일어나서 옷에 붙은 모래를 털어냈다.

그는 우리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 검지로 선글라스를 밀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지각입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대사였다.

하지만 하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말았다.

그러자 남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처음 뵙습니다, 한창혁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유라고 합니다.”


나는 슬쩍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마주잡았다.


“조금 늦어진 만큼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손을 뗀 그는 바로 등을 돌려 발을 옮겼다.

나는 하나를 바라봤으나, 눈이 마주친 하나는 별다른 말없이 창혁의 뒤를 쫓았다.

얼른 하나의 뒤를 쫓아 가까이 붙은 나는 질문을 던졌다.


“아는 사이입니까?”


창혁은 자신을 소개할 때 나에게만 인사를 건넸다.

그렇다는 것은 하나와 창혁은 안면이 있기 때문에 소개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정부 측 연락책이네. 매번 만나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때면 높은 확률로 그와 함께 움직였네.”

“그렇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서먹한 겁니까?”


하나는 질문을 던진 나를 빤히 바라봤다.

뭔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건 아닌가 싶었지만, 하나의 표정은 기묘한 것을 살필 때 나오는 당황한 듯 보이는 얼굴이었다.


“제가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겁니까?”

“아니, 그냥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게 신기했을 뿐이네.”

“뭐가 말입니까?”

“나는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친분을 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네는 다른 모양이군.”


하나의 말에 나는 곰곰이 고민해 봤다.

일로 만난 사이에 친분이 필요할까.

일단 정리하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문제 없다 정도일까.

정리된 내 의견을 전달하니 하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군.”

“확실한 기준이 필요한 겁니까?”

“글쎄,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일단 나는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이 개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내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내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친분을 만들어둘 필요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귀찮은 관계를 형성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하나는 내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 때문인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 친분 때문에 원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보다 골치 아픈 일도 없을 거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꼭 그럴 거라는 법도 없었다.


“세겨 듣겠습니다.”


작은 고민을 안은 채 걷다보니, 우리는 오아시스의 한편에 놓인 바위 앞에 도착해 있었다.

창혁은 가슴 높이로 손을 들더니 바위 위에 얹었다.

그러자 바위에 틈이 생기며 책과 비슷한 넓이의 면적이 아래로 움직였다.

바위가 사라진 공간엔 몇 개의 버튼과 작은 액정이 보이는 패널이 나타났다.

창혁은 망설임 없이 버튼을 순서대로 눌렀다.

그그긍.

창혁이 손을 떼자 발 밑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고, 잠시 후엔 바위의 옆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구멍 아래로는 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창혁이 먼저 계단을 밟았다.

그 뒤를 하나가 쫓았고, 나도 번뜩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내가 열 번째 발걸음을 옮겼을 때, 등 뒤에선 다시 육중한 마찰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입구가 닿이는 중이었다.

틈새로 쏟아지던 빛은 점점 줄어들었고, 곧 통로엔 완벽한 어둠이 내려 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발밑을 비추는 작은 등이 켜지기 시작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됐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다시 한 번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문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창혁이 콘솔을 조작해 문을 열자, 어두운 통로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눈이 부신 것도 잠시, 나는 비밀 은신처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앉으시죠.”


각종 기계 장치들로 가득 찬 공간을 둘러보는데, 창혁이 나를 부르며 실내의 중앙에 놓인 테이블을 가리켰다.

하나는 이미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바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상혁이 말을 꺼냈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실내의 등이 일제히 꺼졌다.

그리고 나서 창혁의 등 뒤로 푸른 스크린이 생겼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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