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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9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0 15:11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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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아침이다냥. 어서 일어나라냥.]

“헛!”


귓가에 들리는 망측한 말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어났냥? 좋은 아침이다냥!]


멍한 정신에 괴상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침대에 앉아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어제의 실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장난으로 말투를 바꿔둔 채 잠들었나······.”


카드 키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콜로니의 숙소보단 나으면 좋겠다는 부정적인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제로 초호화 스위트룸을 이용한 적은 없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부터, 거대한 TV와 네 명이 나란히 누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은 침대까지.

심지어 냉장고 안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를 손님을 위한 보존식까지 준비돼 있었다.

숙소 내부를 기웃거리던 나는 우선 TV를 시청하며 보존식을 먹었고, 그 뒤로는 집의 기능을 모두 알아내기 위해 이것저것 만져봤다.

프리멜라의 말처럼 반지 덕분인지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나로 조작하는 전자제품들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집안을 통제하며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AI가 있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신이나서 AI에게 커튼을 치게 만들거나 내일 날씨를 물어보는 등 시간을 보냈는데, 딱딱한 말투를 바꾸고 싶어졌다.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옆집 욕쟁이 할머니부터 츤대래 여고생까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말투를 시험해 봤다.

그러다 졸음이 몰려오기에 일곱 시에 알람을 설정해 달라고 부탁한 채 잠자리에 누웠다.


[아침 식사를 준비할까냥? 그런데 냉장고에는 보존 식품뿐이라 요리를 할 수 없어 슬프다냥.]


덕분에 아침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냥’ 체는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으으··· 말투를 원래대로 바꿔줘.”


슬금슬금 올라오는 소름 때문에 양팔을 세게 문지른 나는 음성 설정을 초기화했다.


[현재 서울의 기온은 영상 14도, 날씨는 아주 맑습니다.]


초기 설정이 부드러운 여성의 말투인 데는 다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한결 듣기 편해진 안내를 들으며, 욕실로 향했다.

입던 옷은 세탁기에 집어 던졌기에 내가 걸친 건 가운 한 장이 전부였다.

허리에 묶은 띠를 풀러 수건 걸이에 대충 가운을 걸쳐둔 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친 나는 식탁으로 향해 따뜻하게 데워진 보존식을 먹어치웠다.

그때, 갑작스런 안내가 들려왔다.


[외부에서 음성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재생하시겠습니까?]

“응? 그렇게 해줘.”


나한테 그런 걸 보낼 사람이 있었나 싶지만, 일단은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직도 자고 있는 거라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씻으세요. 1분 1초라도 지각하면, 시말서를 쓰게 만들 거예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제 날 안내한 이나였다.


“날 괴롭히려는 걸까, 아니면 챙겨주는 걸까.”


누가 봐도 전자이지 않을까.


“지금 몇 시지?”

[현재 시각 7시 51분입니다.]

“케인 길드 사옥까지 도보로 이동하면 얼마나 걸릴까?”


내 질문에 식탁 위로 반투명한 디스플레이어가 투사됐다.


[성인 남성의 평균 걸음으로 최대 2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정확하게 씻고 식사한 뒤, 출근하면 딱 좋을 순간에 도착한 것이었다.

하지만 먼저 일어나 준비하던 내게는 조금 여유 시간이 남아 있었다.


“뉴스 검색 좀 해줘.”

[키워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혹시 가능하다면 콜로니 304-Xion의 기사만 출력해줘. 키워드는 도주.]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나는 내가 사라진 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을 지 궁금했다.

사건의 뒷수습이야 아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범죄자로 쫓기는 중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덤으로 날 쫓던 고르킨의 추적도 사라졌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일이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해야 내 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검색된 뉴스가 없습니다. 다른 키워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그럼 병원으로 바꿔서 검색해줘.”


설마 조용히 묻힌 걸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고르킨은 파워 아머까지 소지할 정도로 대단한 범죄 조직이니, 뒷돈을 뿌려 사건 하나를 덮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4억을 찾아오는 건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양팔을 잃은 덩치가 쉽게 포기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검색된 뉴스가 없습니다. 다른 키워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병원 내에서 총이 발포돼 건물 밖으로 대피하란 방송이 나왔으니, 기삿거리로는 충분했을 터였다.

게다가 범죄 현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발표가 나간 직후라, 그 사건의 범인이 경찰을 때려눕히고 도주했다는 건 사람들의 흥미를 확 끌어모을 만한 주제였다.

그런데 어떤 뉴스도 검색되지 않는다는 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보도를 틀어막았다는 뜻이리라.


“골치 아프게 됐네.”


4억을 회수하는 건 물론이고, 통장의 돈을 인출하는 것도 당분간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는 건 수중에 있는 400만 원을 아껴서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계속 보존식을 먹는 건 싫고··· 한 달 식비는 50만 원이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출근은 걸어서 할 테니까 교통비가 필요하지는 않겠고.”


머리는 대충 집에서 손질하면 돈을 아낄 수 있을 테고, 옷도 대충 걸치기 편한 것들로 세네 벌 정도면 충분하리라.


“300만 원 정도가 남는데······.”


그 돈을 어떻게 쓸지가 문제였다.

쓴 만큼 할부로 갚아야 하니, 당연히 최대한 쓰지 않는 게 현명하리라.

하지만 오랜만에 지구로 돌아왔는데, 관광 정도는 누려도 괜찮지 않을까.


“시간.”

[현재 시간 8시 15분입니다.]


슬슬 집을 나서야 할 때였다.

나는 옷장을 열어 옷걸이에 걸린 제복을 꺼내 입었다.

그러고 나서 신발장을 열어 준비된 구두를 꺼내 신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길거리를 걷는데,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로 꽉 들어찬 도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지친 듯 그늘져 보였다.

출근이 싫은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슬렁슬렁 발걸음을 옮겨 길드에 도착한 나는 안내 데스크로 걸어가 이나의 이름을 전달했다.

그러자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가 등장했다.


“일단 지각하지는 않았네요.”

“누가 시말서를 쓰게 만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서둘러 왔습니다.”


비꼬는 말투에 이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무말 않고 홱 등을 돌렸다.


“가죠. 첫날이니까, 이것저것 하느라 바쁠 겁니다.”


이나가 제일 먼저 나를 데려간 곳은 어제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남자가 있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오, 이나 씨.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안녕하십니까. 박유라고 합니다. 그냥 유라고 불러주십시오.”

“응? 좀 특이한 이름이구만. 만나서 반갑네, 나는 보안팀장인 최세진이네.”


세진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내 지문을 채쥐했다.

그러더니 3D 스케너 안으로 날 밀어넣고 내 신체 정보를 뽑아냈다.


“흠, 남자로서 부끄럽지는 않겠구먼.”

“어딜 보시는 겁니까!”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선은 유독 한 곳에 집중돼 있었다.


“팀장님, 그런 농담은 두 분이서 사적인 공간에서 해주시면 좋겠네요.”

“하하하, 내가 너무 지나쳤나?”


호탕하게 웃은 세진은 3D 스케너와 연결된 작은 기계에서 새끼 손톱만한 칩을 핀셋으로 집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손목 시계처럼 보이는 장치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자 이건 항상 차고 다니도록 하게. 일단은 사원증이기도 하고, 보안 카드 기능도 있으니까. 만약 이걸 깜빡하고 출근하면 다시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명심하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세진이 건넨 시계를 받아 왼쪽 손목에 착용했다.

그러자 손목 시계가 저절로 기동하더니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디스플레이 위로 출력됐다.


“그 위에다 오른손 엄지를 가져다 대면 되네. 조금 귀찮지?”

“혹시 이걸 풀었다가 다시 차면 인증을 다시 해야 한다거나······.”

“물론이지. 보안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네. 그게 귀찮으면 나처럼 항상 차고 다니면 돼. 액정은 방탄 유리라 깨질 일도 없거니와, 방수까지 잘 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줄은 제가 맘에 드는 걸로 바꿔도 되는 겁니까?”


항상 차고 다녀도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위생 상 좋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시계의 줄은 고급 가죽으로 만든 모양인지, 부드러운 촉감에다 손목에 착 감기기까지 했다.

문제는 땀이라도 흘리는 날이면 손목이 축축해지는 건 기본이고, 덤으로 악취까지 따라온다는 점이었다.


“물론이지. 하지만 관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금속 제질로 바꾸는 건 금지네.”


세진은 내 생각을 잃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충고를 건넸다.


“어째서죠?”

“극한지로 출장 다녀온 녀석이 동상으로 고생했거든. 그 후로는 누구도 시계의 줄을 바꾸지 않았지.”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 케인 길드는 다른 길드들이 쉬이 해결하지 못할 일들도 맡습니다. 그중에는 극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고요. 참고로 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습니다.”


화상을 입을 정도로 금속이 달궈지는 곳이라면 가죽은 불타서 끊어지지 않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록은 끝났으니, 이제 유 씨가 출근할 사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팀장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보안팀 사무실을 나선 나는 이나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12층 복도에 발을 내미는 순간,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1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라, 순간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나 씨, 층을 착각한 게 아닐까요?”

“아니오. 12층이 맞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조용한 거죠?”

“다들 임무를 받아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에요. 개척 콜로니에서 갑자기 S급 몬스터가 출현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어요.”

“아······.”


그럼 파견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혼자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는 뜻일까.

뭔가 제대로 방치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나는 앞으로 일정에 대해 언급했다.


“오늘은 사무실 위치만 알려드릴 거예요. 팀원들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훈련을 받으면 되고요.”

“혹시 실습도 병행합니까?”


길드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길드에 소속된 능력자들은 훈련으로 몬스터를

잡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걸 기억하는 이유는 훈련으로 잡은 몬스터의 소재나 마석을 판매한 금액은 오롯이 능력자의 통장으로 꽂힌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글쎄요. 저는 비서실 직원이라 어떤 훈련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해서요. 자, 여기가 앞으로 출근하실 사무실입니다.”


이나는 출입구 옆에 설치된 패널에 왼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푸른색을 내뿜던 액정이 녹색으로 바뀌며 잠금장치가 해제됐다.

이나의 뒤를 따라 들어선 사무실은 굉장히 삭막했다.

가운데 몰려 있는 10여 개의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모니터들, 그리고 벽면을 빙 둘러 설치된 캐비닛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걸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어두운 방 안을 비추자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그 흔한 화분 하나 보이지 않군요.”


나의 감상에 이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아니고, 관리할 만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식물을 기르는 걸 금지하지는 않으니, 원하시면 하나 키워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하하, 말려 죽일 자신은 있습니다.”

“자리나 필요한 물품 등은 팀장님을 통해서 받으시면 될 거예요. 이만 가시죠.”


정말 사무실 위치를 안내하는 게 전부였는지, 내가 복도로 나서자 이나는 사무실 문을 닫고 장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까지 듣고 나서야 문고리를 놓았다.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공방이요.”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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