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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14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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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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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10년이라는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다.

하지만 재침식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한 번의 실수로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여정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다시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리라.


“목숨이 아깝다면 관두는 게 좋네. 그를 찾아갔다가 험한 꼴을 당한 게 한둘이 아니라 말이야.”

“그건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정말 가봐도 되겠습니까?”


하나는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런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중요한 설명은 다 들었으니, 저는 제 살길을 찾아가겠다는 말입니다.”

“후우, 이 일은 쉽게 가는 법이 없다니까······.”


하나는 개탄스럽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스스로 얼마나 위험한 병기가 되고 말았는지, 알 필요는 있겠지.”


하나는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그러더니 바닥을 굴러다니던 쇠 파이프 하나를 집어들었다.

부웅!

하나는 오른손에 쥐어진 쇠 파이프를 가볍게 휘둘렀으나, 보이는 것과 달리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다.


“핫!”


서너번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내리던 하나는 갑자기 나를 향해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나를 등진 상태에서 오른발을 뒤로 빼며 허리의 탄력으로 휘두른 공격은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공격 위치도 오른쪽 관자놀이라, 그대로 맞았다간 재침식으로 죽기 전에 이승을 하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얼굴의 측면을 막으며, 곧이어 들이닥칠 충격에 대비했다.

캉!

쇠 파이프와 오른팔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생각과 다르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슬쩍 눈을 떠보니, 하나가 코앞에 쇠 파이프를 들이밀고 서 있었다.


“이런 문제도 혼자 해결할 수 있겠나?”


처음엔 도대체 뭘 보라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잠시 후 병원에서 본 기이한 현상을 다시 한 번 목격하게 됐다.

쇠 파이프는 내 팔과 부딪친 것으로 보이는 부위로부터 천천히 붉은 모래로 변해 흘러내렸다.

내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 하나는 쇠 파이프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그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쇠 파이프가 한 줌 모래가 되어 바닥 위로 허물어지는 걸 뚫어져라 응시했다.


“침식의 부작용 같은 겁니까?”

“복잡한 걸 듣고 싶다면, 나중에 보스에게 부탁하게. 그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야.”

“그럼··· 저는 이제 격리되는 겁니까?”


착잡한 심정에 다시 한 번 밀려오는 좌절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아니, 그보다는 공포감이 더 컸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모래처럼 변한다면, 일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건 자네의 선택에 달렸네.”


아리송한 말이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현재 내 신분은 범죄자이니, 죗값을 치르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가 언급한 선택에 내가 원하는 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 겁니까?”

“이것저것 있지만, 내가 추천하는 건 아크 산하의 길드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네.”

“길드는 능력자들만 뽑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 가지 않아 내쫓길 겁니다.”

“그럼 이건 뭐지?”


하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작은 모래 더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비일상적인 현상을 다시 목격하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스스로 다룰 수 없는 능력은 저주나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노력하기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어질 테니까.”

“참고 삼아 묻겠습니다만, 하나 씨는 얼마나 걸렸습니까?”

“나? 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달 정도를 고생했네.”

“한 달 후에는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했습니까?”

“아, 그건 걱정하지 말게. 특수 제작한 슈트를 입으면, 능력이 갑자기 발휘돼 고생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나는 그제야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럼 길드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설마 목숨을 구해줬다는 핑계로 무급으로 부려먹는 건 아니리라 믿겠습니다.”

“어떤 일을 맡게 될런지는 자네 역량에 달렸네. 자신을 지키는 방법조차 모르는 햇병아리를 전장에 내보내는 일은 없으니 말이야. 급여야 당연히 지급될 걸세.”

“혹시 전투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내가 아는 건 길드장의 비서라든지, 공방의 대장장이 정도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자네는 참 질문이 많군.”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에 조금 지쳤는지, 하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이 이어졌다면, 이런 질문은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인 하나는 슬쩍 보스를 바라봤다.


“아직 돌아갈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군. 뭐가 궁금한지 말해보게.”

“아크는 전쟁을 준비하는 중입니까?”

“갑자기 그런 질문을 꺼낸 이유가 궁금하네만······.”


하나는 갑자기 주제를 벗어난 물음에 내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단 이런 일을 자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맞습니까?”

“그렇네. 나뿐만 아니더라도 이 일을 담당하는 팀도 있으니까.”

“그렇게 모인 인원들은 전부 아크 산하의 길드에 소속되는 겁니까?”

“다는 아니지만, 모두 협조해 주고 있네.”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이는 건 아닙니까?”


급박한 상황에 몰려 깊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기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들은 어째서 다짜고짜 찾아와 내게 약물을 투여했을까.

명령서까지 위조해 나를 빼돌릴 필요가 있었을까.

솔직히 누군가가 침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가난한 노동자가 한탕을 노리고 범죄의 늪에 발을 담궜다 빠져 죽었다는 정도로 감흥 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리라.

두 사람의 행동은 뭔가 노리는 게 있다는 작은 의심만으로도 수상쩍어졌다.


“거참, 또 뭔가 쓸데없는 오해가 생긴 모양이군.”


하나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인지 합리적인 의심인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알겠네. 얼마든지 추궁하게.”

“콜로니는 범죄 현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더군요. 게다가 그들은 침식이라는 걸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겁니까?”

“길드에 예언자가 있네. 가까운 미래의 사건들을 볼 수 있는 능력자지.”


하나는 미리 준비해둔 답변처럼 막힘없이 대답했다.

정말 그런 능력자가 있는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없으니,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쉽게 빠져나가시는군요. 그렇다면 아크는 인도주의적 봉사단체입니까? 굳이 찾아와 목숨을 구해준 이유는 뭡니까?”

“그걸 설명하려면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으니 나중으로 미루지. 다만 아크는 침식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빚이 있다는 정도로 납득해 주게.”

“그러니 전쟁을 준비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그럼 역으로 묻겠네. 아크처럼 거대한 기업이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나?”

“기업에게 전쟁처럼 먹음직스런 시장이 또 있겠습니까.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런 괴물 같은 능력자가 있냐 없냐의 차이는 클 겁니다.”


하나는 팔장을 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납득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확답할 수 있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겁니까?”

“그야··· 지금 이 자리엔 아크의 넘버원과 넘버 투가 함께 있기 때문이네.”


피식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라도 얼마든지 좀 더 그럴 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으리라.


“믿을 수 없다는 눈치로군. 뭐, 당장은 확인할 수 없겠지만 우리와 함께 간다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네.”

“좋습니다. 넘버원은 누굽니까?”

“네~ 아크의 연구소와 제약 회사의 대표인 제가 넘버원이예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보스가 손을 번쩍 들며 답했다.


“그럼 하나 씨가 넘버 투입니까?”

“그래. 부족하지만 아크 산하 길드의 장을 맡고 있네.”

“후우~ 좋습니다, 좋아요. 일단은 믿어드리죠.”


당장은 의심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날 급하게 빼돌린 이유는 아직까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천천히 정당한 절차를 밟아도 됐을 텐데, 범죄자를 빼돌린 이유는 뭡니까? 덕분에 저는 원치 않은 죄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그건 자네가 거든 범죄 조직 때문에 급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네.”

“그쪽에서 절 잡아가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물론이네. 자네는 모르는 눈치네만, 그 일을 사주한 건 고르킨의 하위 조직들 중 하나일 게 분명하네.”


고르킨이라.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다.


“절 데려가서 뭘하려기에 이렇게 급하게 일을 처리한 겁니까?”

“생체 실험으로 이어졌겠지. 지금까지 우리가 구하지 못한 이들은 전부 전신이 난자당한 상태로 발견됐으니, 장담할 수 있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뭘 위한 실험입니까?”

“침식을 이용한 손쉬운 능력자 양성 때문일까? 우리도 아직 그들의 정확한 목적은 알지 못하네.”


그렇게 위험한 조직의 일이었다니.

절로 이가 갈리며 일을 소개한 인력 사무소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형 동생하자던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쪽에서 절 노리고 있다면, 서둘러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복귀할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네만, 예상보다 고르킨 쪽의 대처가 빨랐네. 우리가 병원을 빠져나왔을 때, 도시는 이미 봉쇄된 뒤였고 결계까지 펼쳐졌더군.”


도시를 나갈 수도 없고 결계로 차원 간의 이동까지 막았다면, 그야말로 독 안에 갇힌 쥐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대로 붙잡힐 때까지 손놓고 앉아 있기만 해야 하는 겁니까?”

“생각보다 용의주도한 녀석이 작전을 지휘하는 모양이네. 보스가 준비한 탈출 구멍까지 막은 걸 보면 말이야.”


나와 하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보스를 향했다.

그녀는 눈앞에 띄운 홀로그램 창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초 단위로 수없이 많은 문자와 수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반복했다.

아무리 지켜봐도 그것들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아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나는 그녀의 행동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무래도 보스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작정으로 보였다.

흥미가 사라진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뿐이라 뭐라도 좋으니 시간을 때울 만한 게 필요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곤충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정찰 드론이군.”


하나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입구 쪽 벽면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하나는 벽에 몸을 기댄 채 바깥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위치를 들킨 겁니까?”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네. 우리가 들은 소리는 정찰을 마치고 빠르게 복귀하며 난 소리일 가능성이 높아.”

“그럼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상황을 살필 필요는 있겠지. 보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가?”


분명 서둘러야 할 상황인데, 하나와 보스는 느긋해 보였다.

덕분에 내 불안감만 더욱 증폭됐다.


“5분 정도면 준비가 끝날 거예요. 그럼 바로 돌아갈 수 있어요.”

“두 시간도 기다렸는데, 5분 정도는 금방이겠군.”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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