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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6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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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시동 키를 읊자 팔찌에 삽입된 붉은 보석이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뚝뚝 끊기는 어색하고 딱딱한 억양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자율 사용자 지원 시스템(Autonomus User Surpport System), 아우즈입니다.]

“목소리가 왜 이런 겁니까?”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네만, 그런 사소한 부분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네.]

“그럼 이건 바꿀 방법이 없습니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지만, 거북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것에 신경 쓰기 보다는 사용자 인증 절차부터 진행하게.]

“그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사용자 인증 절차 수행이라고 말하면 되네.]

“사용자 인증 절차 수행.”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붉은 보석이 반짝이더니,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훑고 지나갔다.


[사용자 인증을 시작합니다. 등록된 생체 정보와 사용자가 일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유 님.]


헨슨은 미리 보안팀에서 내 신체 정보를 받아 입력해둔 모양이었다.


[자, 이제 표적을 꺼내줄 테니 솜씨를 발휘해 보게.]

“또 지치기 전까지 쥐어 짜내야 하는 겁니까?”


나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으나, 헨슨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는 데 더 할 말은 없었다.

그가 만족할 때까지 어울려 주는 방법 외에는 이 밀폐된 실험실을 나설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허공에 매달린 작은 과녁들을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그러고 나서 첫날 연습한 감각을 떠올리며, 작은 송곳 형태의 투사체가 과녁으로 날아가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깡! 까가강!

열 개의 송곳이 전부 과녁에 명중했다.

하지만 첫날과 다르게 과녁은 붉은 모래로 바뀌지 않고 튕겨나갈 뿐이었다.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기 위해 헨슨을 바라봤다.

그러자 헨슨은 내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답변을 건넸다.


[아무리 작은 철판이라지만, 그것도 다 돈이네. 망가지지 않게 마나 코팅을 해뒀으니, 살살 다루게.]

“알겠습니다.”


다시 과녁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줄에 매달려 사방팔방으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철판을 노리고 재차 송곳을 날렸다.

하지만 움직임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았기에 열 개의 과녁 중 세 개의 과녁만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명중률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특히 한 번 명중한 과녁을 다시 조준하는 경우, 더 심한 움직임을 보였기에 대체로 명중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이제껏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라도 한 것인지, 아우즈가 말을 걸어왔다.


[박유 님의 공격 패턴을 분석한 결과, 투사체의 명중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저의 보조를 받으시겠습니까?]

“보조라는 게 뭐지?”

[원하시는 바에 따라, 시동 키에 따른 자동 공격부터 목표물의 움직임을 예측해 보여드리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일단은 움직임 예측부터 보여줘.”


누구라도 자동 공격이 좋다는 건 잘 아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고른 건,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AI의 보조를 받는 것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측을 표기할 디스플레이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가상 인터페이스를 실행합니다.]


눈앞으로 푸른 입자가 모여들더니, 안경을 낀 것처럼 얇은 막이 생겼다.

그 위로는 과녁의 예상 움직임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 어지러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굉장히 눈이 어지러운 광경이었지만, 일단은 과녁의 예상 움직임과 투사체가 날아가는 시간을 고려해 공격을 날렸다.

그러자 움직이는 과녁 열 개 중 여덟 개를 맞췄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맹렬하게 허공을 가로지르는 과녁을 향해 다시 투사체를 날렸다.

그 결과 열 개 중 여섯 개의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예측 경로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명중률이 대폭 상승했다.


“예측 경로 표시를 멈춰줘.”


나는 결과만 확인한 뒤 눈을 꼭 감았다.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경로를 바라보고 있는 건 생각보다 눈이 피로한 일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지금도 그 잔상이 남아 사라지질 않았다.


“자동 공격은 어떻게 하지?”

[우선은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물체를 응시하며 마킹이라 외치시면 표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표적을 모두 정하신 뒤에는 시동 키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럼 시동 키는 꼭 말로 해야 하는 건가?”

[행동으로 입력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럼 이걸로 해줘.”


나는 엄지와 중지를 마주댄 상태에서 튕겼다.


[행동 입력 완료.]


다시 눈을 뜬 나는 열 개의 표적을 빠르게 훑으며 마킹이라 외쳤다.

그러고 나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팔 전체가 화끈거리더니, 열 개의 거대한 송곳이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열 개의 투사체는 과녁을 맞추는 것으로 모자라 순식간에 붉은 모래로 바꿔버렸고, 실험실 벽과 부딪쳐 열 개의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 순간, 사이렌이 울리며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비잉, 비잉.]

[실험실 내부의 파손을 감지했습니다. 실험실을 폐쇄합니다. 관측 인원은 지금 즉시 실험실 외부로 대피해 주십시오.]

“헉!”


나는 서둘러 실험실을 나서기 위해 문 앞으로 달려갔지만, 격폐벽이 천장에서 내려와 문을 막아버렸다.


“영감님!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나는 문을 쾅쾅 두드리며, 밖에 있을 헨슨을 불렀다.

그러자 크게 만족한 것으로 느껴지는 헨슨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허허, 그러게 살살 다루라 하지 않았나. 잠깐만 기다리고 있게. 사람들을 불러 해결해 줄 테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를 이 안에 방치하시겠다는 겁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이건 내 보안 등급으로는 해제할 수 없는 거라 어쩔 수 없네.]

“그런··· 휴우, 알겠습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글쎄,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짐작할 수도 없네. 일단 연락하고 돌아올 테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잠깐만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나는 그저 자동 공격을 시험해 봤을 뿐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잘 모르겠다.

설마 AI의 폭주인가.


“아우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용자가 사용한 기운의 총량을 그대로 대입하였으나, 투사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변질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더니, 의외로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건 내가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변질계 능력자들의 기운 변질률은 최소 1 : 1.015에서 최대 1 : 3.042입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경우 변질률이 1 : 14.215를 기록했습니다.]


거의 거의 다섯 배에 가까운 차이였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즉답을 해왔는데, 이번엔 데이터를 조회하는 모양인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팔찌의 보석이 쉬지 않고 깜빡이는 걸 가만히 지켜보는데, 기운 빠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인적인 차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변질률을 대입해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위력을 낮추는 건 가능할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건 어째서지?”

[일괄적으로 위력을 낮출 경우, 위급 상황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우즈의 권고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앞으로 실전에 투입될 터인데, 그때 서로 사정을 봐가며 싸우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최고 출력을 유지한다면, 죽일 필요가 없는 상대까지 상처를 입히게 될 터였다.


“그럼 상황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는 게 좋겠군. 평상시에는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기운만 사용하고, 내가 죽이라는 말을 꺼내면 전력을 다하는 거야.”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이 필요합니다.]

“그건 앞으로 노력해 나가면 돼.”

[알겠습니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한 나는 다른 문제로 관심이 돌아갔다.


“너는 분명 나랑 같은 양의 기운을 사용했다고 했지? 그런데 내가 너와 같은 수준의 변질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뭐지?”

[숙련도의 문제입니다.]

“숙련도라고? 네 사용자가 나 말고도 있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단지, 저는 지금까지 축적된 다양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질을 수행했습니다. 그렇기에 경험이 아니라 숙련도라 표현한 것입니다.]


깊게 생각해볼 것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어제 처음으로 기운을 다루는 연습을 했을 뿐, 전에는 마나도 다뤄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어떤 경험도 없는 상태니, 기운을 다루는 노하우도 부족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연습하다보면 네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저보다 더 높은 변질률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우선은 내 기운의 변질률이 높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사람보다 우위를 점하기 쉬울 테고, 제로를 상대하기 위해 정진해야 할 시간이 조금은 단축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걸 알 수 있었다.

궁금증이 해소되자, 그 다음에 떠오른 건 사소한 불편함이었다.

방금 전, 목표를 지정할 때 일일이 목표를 마킹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우즈, 내가 목표를 마킹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지?”

[9,45초입니다.]


대략 하나의 목표를 마킹하는 데 1초는 걸린다는 의미였다.

그걸 한 번에 지정할 수 있다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으리라.

짧은 순간에도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1초, 1초가 소중할 게 분명했다.


“번거롭게 마킹하지 않고, 한 번에 목표를 지정할 수는 없을까?”

[움직이는 물체를 조준하라거나 무장한 인간을 조준하라는 등으로 조건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건 너무 포괄적인데······.”


혼자 작전을 수행한다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적일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아도 될 터였다.

하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게 기본이니, 애매모호한 기준은 아군을 표적으로 지정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었다.

일단 아군으로 지정한 이는 표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선행 조건을 걸어두면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조건이 하나둘 늘어나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배신 같은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혹시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혼자 고민해도 떠오르는 대처가 없자, 아우즈에게 질문을 던졌다.


[상황에 맞춰 조건을 지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나중에 천천히 고민해 보는 것으로 미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연락만 하고 돌아온다던 영감님은 왜 안 오는 거야?”


일단 외부에서 어떤 조치들이 이뤄지는 모양인지, 시끄럽게 고막을 때리던 경고 방송은 꺼졌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격폐벽은 다시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생각보다 큰일이 생긴 건 아닐까 슬슬 걱정이 뻗쳤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자네는 매번 쉬지 않고 사건을 저지를 셈인가?]


업무를 처리하며 돌아간, 들리지 말아야 할 하나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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