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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19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5 11: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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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전자에 가깝네.”


애매모호한 답변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공짜도 후불도 아니고, 공짜에 가깝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세계 인권 위원회는 각국의 협조를 구하는 척하며 케인 길드에 의뢰를 넣었네. 그러면서 중간에 대한민국 정부가 끼게 됐고.”


하나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나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세계 기구와 국가 간의 협력으로 보인다는 뜻이군요. 거기에 돈이 오갈 수는 없는 거고요.”

“그렇네.”

“그럼 대신 받는 게 있을 텐데, 구미가 당길 정도는 됩니까?”


하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구미가 당기는 이상이라면, 돈 대신 받는 대가가 엄청나다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받게 될 수당도 껑충 뛸 게 빤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었다.

아, 범죄만 제외하고.


“출발은 일주일 후네.”

“당장 출발하는 게 아닙니까?”

“의욕이 넘치는 건 좋네만, 자넨 아직 개인 억제구도 없지 않나. 그리고 정부 측에서도 사전 공작을 펼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군요. 그럼 훈련을 받으면 될 텐데······.”


나는 오전에 이나가 건넨 말을 되짚어 봤다.

분명 팀원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훈련을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찾아가란 설명은 빠져 있었다.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

“누구에게 훈련을 받으란 말을 듣지 못해서요.”

“아, 그거라면 내일 출근하자마자 28층으로 가서 노사님을 만나면 되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내 앞에 놓인 서류를 다시 종이 봉투 안에 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더 궁금한 게 없다면.”

“시간이 늦었으니, 질문이 남았더라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종이 봉투를 건넨 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방에서 나서기 전에 본 시간은 오후 9시 21분.

출근 첫날부터 야근을 한 셈이었다.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한 거 아닌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나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다행이 이 늦은 시각까지 남아서 일하는 열정적인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잠자리에 든 덕분인지 피로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억지로 속을 비우고 숙취 해소 음료를 마셨기 때문에 숙취도 없었다.

분명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쯧쯧, 글러 먹었어! 젊은 놈이 고작 한 시진을 못 버텨?”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을까.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에 잠깐 뒹굴다 다시 잠든 탓일까.

아니면 늦어서 데우지도 않은 보존식을 먹은 게 탈일까.

나는 그저 하나의 말대로 출근하자마자 28층으로 향한 죄밖에 없었다.

물론, 입구에서 이나를 만나 기싸움을 벌이는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말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28층에서 내려 넓은 도장 같은 공간을 마주했을 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이놈아, 이런 건 우리 쪽에선 열 살 먹은 어린애도 하는 거야!”


부디 그런 괴물 같은 생물체가 있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크학! 더는 못합니다!”


나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찌으며 벌러덩 뒤로 넘어졌다.


“가장 기초적인 마보도 못하면 어쩌잔 말이야!”


그는 강철호, 이름처럼 거대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노인이었다.

그는 한쪽 면이 통으로 유리로 된 도장의 가운데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기에 나는 그가 노사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나서 간단한 소개를 나눈 뒤, 훈련을 받으러 왔다는 말을 건넸다.

아, 아마 그 말을 꺼내지 말아야 했을까.

훈련이란 말에 눈을 반짝인 노사는 내 몸을 슬쩍 훑어보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 운동을 즐겨 하는지부터 그 전에 하던 일은 뭔지까지, 아주 호구조사하듯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러길 대략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노사는 기초부터 잡아야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 후로 한 시간.

나는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리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노사님, 이거 정말 기초인 게 확실합니까?”

“내가 검기를 내뿜으라고 하더냐, 아니면 허공답보를 보여 달라고 하더냐. 헛소리 집어 치우고 어서 자세를 잡지 못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손에 쥐어진 목검이 내 이마를 강타했다.


“아악! 노사님, 사람을 때리는 건 범죄행위입니다.”

“시끄러! 스승이 제자를 가엽게 여겨 가르침을 내리는 행위가 어찌 범죄라 하느냐!”

“저는 노사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훈련을 받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나는 너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지금 스승의 말에 토를 다는 게야!”


다시 한 번 목검이 노사의 머리 위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얼른 몸을 옆으로 굴려 그의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몇 바퀴를 굴러 노사의 사정권 밖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고, 엎드린 채 고개를 들어 노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 때, 정수리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크악!”


머리를 움켜쥔 채 등 뒤로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쫓아온 노사가 내 허리 옆에 서 있었다.


“어, 어떻게?”

“이놈아, 내가 너 같은 놈들을 맞이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그 빤한 속내를 모르겠느냐? 어서 일어나 자세를 잡거라.”


나는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도망치는 걸 포기한 건 아니었다.

방금 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데굴데굴 구르며 출구와 상당히 가까워졌다.

빈틈을 노리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에잉, 젊은 놈이 다 늙은 노인네보다 움직임이 굼떠서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렸을 때, 기회는 지금이었다.

나는 사력을 다해 달렸다.

출구의 문은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이제 손만 뻗어 문을 열면 되는 순간이었다.

딱!


“악!”


문고리를 잡기 위해 뻗은 오른손 위로 목검이 휘둘러졌다.

그걸 피할 재주가 없는 나는 그대로 손목을 가격당하고 말았다.


“살살 좀 때리십시오! 이러다 부러지면 어떻게 합니까?”


손목이 얼얼한 게 부러진 건 아니지만, 부어오르는 건 확정이었다.


“흘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어서 돌아가 자세를 잡거라.”


노사는 목검을 내 눈앞으로 들이밀며 위협을 가했고, 벌써 세 번이나 아픔을 경험한 내 육신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럼 시간이라도 정해주십시오. 노사님이 됐다고 말할 때까지라는 부당한 처사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쯧쯧쯧, 시한이 정해지면 조금 나으리라 생각하느냐?”

“아무래도 그렇겠죠. 언제 끝날지 알면 조금만 더 버티자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본시 사람이란 동물은 끝이 보이면 노력을 다하지 않는 법. 이건 육체 개조를 시작하기 전에 정신머리부터 고쳐야겠구먼.”

“네?”


나는 무시무시한 발언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했다.

하지만 내가 물러서는 것보다 노사가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또다시 휘둘러지는 목검에 나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내밀며 붉은 기운을 내뿜었다.


“흘흘, 어디서 잔재주를 부리느냐!”


휘둘러지던 목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고, 복부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세상이 빙글빙글 회전했다.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며 생각하니, 복부를 차여 뒤로 구르며 넘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게 가능한 겁니까?”


사람이 행동을 순간 멈출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브레이크를 거는 것에 불과한 일이고, 노사처럼 눈 깜박할 사이에 다른 행동을 펼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너는 꿈이라도 꾸는 중인 게냐!”


나는 슬쩍 왼팔을 움직여 허벅지를 꼬집었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면 침대 위에서 골아떨어져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놈아, 몽롱할 정도로 맞아야 정신을 차릴 테야?”


이어진 노사의 호통에 고막이 찢어질 듯 아픈 걸 보니, 이게 현실이란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사람이 제 사족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게 기본이거늘, 어찌 귀신에 홀린 표정을 짓는고?”

“흠흠, 저는 살면서 노사님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본 적······.”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하나도 덩치를 상대할 때 노사 정도는 아니지만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네놈이 못하면 남들도 그러리라 여기는 게냐? 아주 전형적인 소인배의 관점이구나.”

“네. 저는 소인배입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 전까진 확신하지 않습니다.”


사람 좋은 대인배는 속여 먹기 제일 쉬운 호구였다.

그게 5년 동안 공사판을 구르며 채득한 진리였다.

남들 챙기기 좋아하던 어떤 인력 사무소의 사장은 사정이 딱한 이들에겐 웃돈을 얹어 주고, 밀린 대금도 당장 돈이 없다고 사정하면 나중에 받아도 된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제 살이 깎여 나갔다.

그의 말로는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에게 길거리에 내몰려 맞아 죽는 것이었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한 아저씨는 갚을 생각도 의지도 없는 놈에게 덜컥 큰 돈을 빌려줬다가 그동안 모아둔 돈을 전부 날리기까지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주변에 비일비재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노사의 목검은 정의의 철퇴라도 되는양 내 머리통을 내려쳤다.


“짐승 같은 놈에게 사람의 말로 가르치려 한 내 잘못이 크구나. 그 막되 먹은 정신머리가 고쳐지기 전까지 사람 대접은 없다, 이놈아!”

“악! 잘못은 노사님께서 하시고, 왜 애꿎은 제 머리를 때립니까?”

“자꾸 개 짖는 소리를 내뱉는구나. 어서 일어나 자세나 잡거라.”

“알겠습니다, 알았다고요!”


느낌상 머리를 가격하는 목검에 담긴 위력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개겼다간 머리통이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말만 알겠다고 내뱉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거라.”


다시 한 번 휘둘러지는 노사의 목검이 눈에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가리기 위해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목검이 우뚝 멈추더니 수직으로 세워진 뒤, 그대로 명치에 내리꽂혔다.


“컥!”

“흘흘흘, 괜히 반항하다가 더 크게 혼쭐나지 말고 고분고분 처벌을 받거라.”


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끙끙 알았다.

하지만 노사의 손속엔 자비가 없었다.


“그만 하면 슬슬 통증도 줄었을 텐데, 냉큼 일어나지 않고 뭐하는 게야.”


머리통이 두 쪽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바로 무릎을 굽히며 마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노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목검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엉덩이 집어 넣고, 허리가 너무 높아. 무릎은 더 굽히고, 시선은 정면!”

“크윽!”


딱! 따다닥!

찰나의 시간에 목검이 전신을 훑고 지나가며 자연스럽고 고통스럽게 자세가 교정됐다.


“아주 좋군. 지금부터 그 자세 그대로 내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버는 게야.”


나는 벌써부터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지라 이렇다할 대답도 꺼내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일 초가 일 년처럼, 일 분이 평생으로 느껴질 정도로 끔찍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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