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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8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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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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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그래서 이게 뭡니까?”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뒤 두 사람의 곁으로 돌아가니, 대단한 기계 장치들이 눈앞을 가득 체우고 있었다.


“간이 차원 도약 게이트지 뭐겠어요.”


보스는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결계 우회 장치도 추가했어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젠 척하지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세상엔 별일이 다 있구나라며 혀를 내두르는 게 고작이었다.


“어서 돌아가지.”


하나는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인지, 기계들의 중앙으로 보이는 넓은 원형판 위로 올라섰다.

나도 하나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장치 위에 섰다.

그러자 보스는 기계들을 분주히 조작하더니, 우리 곁으로 냉큼 달려왔다.


“그런데 이것들은 여기에 방치하고 돌아가는 겁니까?”


언뜻 봐도 고가의 장비로 보이는데, 그걸 두고 가는 게 아까웠다.

가치를 알지 못하더라도 고철로 팔 수 있을 테고, 무게가 상당히 나가니 적잖은 돈을 받을 수 있으리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돌아가고 나면 분해되도록 손써 뒀으니까요.”

“자폭한다는 말입니까?”

“비슷해요. 하지만 주변에 해를 입히진 않을 거예요.”


자폭과 비슷하지만 주변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폐기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봤지만, 선뜻 떠오르는 건 없었다.

내 아리송한 표정에 보스는 싱긋 웃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저것들은 제가 휴대하고 다니는 나노 입자로 만들 것들인데, 장치가 가동한 뒤에 결합 구조가 붕괴하되도록 입력해 뒀어요.”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서 고개를 끄덕였으나, 보스는 자신의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꼈는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먼지처럼 흩날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예요.”

“그걸 처음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유 씨가 모자란 거라구요.”


보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으나, 나는 내 의견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유 군, 잡담은 그만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게.”

“네.”


조금 시끄러웠나.

나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순간, 주변에서 들려오던 기계음이 사라지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몸을 위아래로 잡아 당기는가 싶더니 마른 걸레처럼 쥐어 짜이는 느낌이라든지, 빠르게 좌우가 반전되거나 쉬지 않고 회전하는 것처럼 신경의 교란도 감지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경한 경험이 끝났을 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서 있게 됐다.


“큭!”


하지만 곧장 바닥을 짚으며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건 물론이고, 오랫동안 물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온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괜찮나? 다행히 구토는 하지 않은 모양이군.”


확실히 그건 조금 위험했다.

피냄새 때문에 토한 직후가 아니었다면,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래서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거였습니까. 제 몸이 왜 이러는 겁니까?”

“차원 도약의 후유증이네. 잠깐 쉬면 괜찮아 질 거네.”

“콜로니를 여러 차례 옮겨 다녔지만,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하나는 피식 웃으며 내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충격 완화 장치로 둘러싸인 여객선과 비교하면 승차감이 별로일 수밖에 없지.”

“그럼 보스와 하나 씨는 어째서 멀쩡한 겁니까?”

“경험하다보면 익숙해지는 법이지.”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달래며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프리멜라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게.”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미성에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문이 열리고 등장한 여성은 그야말로······.


“천사?”


단아한 이목구비에 등 뒤로 보이는 새하얀 날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콧등부터 눈썹 아래까지 눈을 가린 은색 천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감각의 교란 때문에 눈이 이상해진 걸까.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뜨고, 눈을 비벼도 천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 칭찬은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천인족이 아니라, 조인족이랍니다.”


천사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 네.”


새롭게 발견되는 세계가 늘어날수록 인간은 소설 속에나 등장하던 존재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만나본 이종족은 공사장에서 만난 드워프가 전부였다.


“뒤처리는 맡겨도 되겠나?”


하나는 프리멜라와 나의 인사가 끝났다고 여겼는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물론이에요. 준비는 마쳐 뒀답니다.”

“음··· 혹시······.”


하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한마디 하려 했으나, 프리멜라는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쉿. 그건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러자 하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홱 돌리며 열린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알아서 잘하리라 믿네. 그럼 나는 쉬러 가보지.”

“네, 푹 쉬세요.”

“그럼 저도 이만 가볼게요.”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도와줘서 고마워, 아지야.”

“아니에요. 저는 언제나 언니의 편이니까, 편하게 얘기하세요.”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 보스까지 문을 닫으며 떠나자, 방 안에는 프리멜라와 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러자 그녀가 먼저 내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유 씨. 프리멜라라고 해요.”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평범하게 소개할 생각이었는데, 말꼬리가 올라가고 말았다.

나와 그녀는 초면이었다.

그런데 프리멜라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걸어왔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네, 생각하는 것처럼 제가 하나 언니가 언급한 예언자랍니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프리멜라는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마주 내밀다 멈춘 내 손을 마주잡았다.


“혹시 제 생각도 읽을 수 있는 겁니까?”


미래를 볼 수 있다는데, 독심술 정도는 추가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건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질문을 던진 미래를 먼저 옅봤을 뿐이거든요.”

“그렇군요. 그래서 저는 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나의 말과 행동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행동하시면 돼요. 이번은 유 씨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장난을 쳤을 뿐이니까요.”

“오히려 역효과처럼 느껴지는데······.”

“하지만 차원 도약 멀미는 나아지지 않았나요?”


듣고 보니 그건 맞았다.

신경 쓰지 못한 사이에 감각의 교란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자, 그럼 저쪽에 앉으세요. 궁금하신 게 많을 테니, 잠깐 대화를 나누도록하죠.”

“네.”


이번에도 미래를 봤기 때문에 내가 이런저런 질문을 할 것이란 걸 알았을까.

아니면 그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일까.

나는 조금 복잡한 심정으로 프리멜라가 가리킨 장소로 걸어갔다.

프리멜라는 상석에 앉았고, 나는 그녀의 좌측 소파를 차지했다.


“마실 건 뭐로 드릴까요? 하나 언니의 취향에 맞춘 것들뿐이지만, 손님용 커피 정도는 준비해 두고 있답니다.”

“저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후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나는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에서 불길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무난하게 커피로 하겠습니다.”

“그건 조금 아쉽네요.”


그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자신의 오른편에 놓인 테이블 위로 보이는 수많은 버튼을 능숙하게 조작했다.

그러자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이 솟아 올라왔다.


“조금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그럼 식을 동안 궁금한 걸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일단은 이것부터 착용해 주세요.”


프리멜라는 왼쪽에 놓여진 낮은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걸 건네받아 열어보니 반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뭡니까?”

“억제구예요. 제것처럼 맞춤 제작은 아니라 완벽하게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안전장치 정도는 돼 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나는 군말 없이 반지를 오른손 검지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조금 공간이 남아 헐렁했기에 중지로 바꿨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억제구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실 테니, 절대 빼시면 안 돼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조그만 반지 없이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게 허풍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반응에도 굳어진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당신은 이제 마나를 다룰 수 없을 거예요.”

“전 마나를 다뤄본 적이 없습니다.”


내 답변에 프리멜라는 조금 의외라는 듯 살짝 벌려진 입을 손으로 가렸다.


“특이체질이셨나 보군요.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네. 덕분에 콜로니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억제구 없이 전자장치를 만지면 오작동하거나 파괴될 수도 있어요. 당신의 몸에 깆든 힘은 마나와는 상극이니까요.”

“그럼 이걸 차고 있으면 괜찮다는 겁니까?”

“네. 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합니다.”


과연 이 허술하게 생긴 반지가 제대로 된 성능이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각자에게 어울리는 장비를 만들어 주는 모양이니 그때까지만 문제 없으면 되리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여긴 어디입니까?”

“서울에 위치한 케인 길드의 사옥입니다.”

“지구라는 말입니까?”

“네.”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프리멜라의 뒤로 보이는 창 너머를 바라봤다.

맑게 개인 하늘 아래로 남산으로 짐작되는 산등성이가 보였다.


“그렇군요······.”


나는 조금 심정이 복잡해졌다.

마나를 다룰 수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불량품 취급을 받았다.

나는 막노동조차 골렘이 대채한 사회에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금의환양은 아니더라도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오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쪽 출신이셨나요?”


그런 내 행동이 유난스러웠는지, 곧바로 질문을 받았다.


“네. 서울은 아니고 지방이었습니다.”

“그럼 가족분들이 계시겠군요.”

“네, 뭐··· 벌써 5년째 연락도 없던 사이라도 가족은 가족이겠죠.”


다른 세계에 건설되는 콜로니를 쫓아다니다보니 가족과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안전이 확보되고 개발이 가속화되는 콜로니는 중앙 정부와의 연락을 위해 통신망을 설치한다.

하지만 그런 콜로니라면 마나를 다룰 수 없어 중장비를 다루지 못하는 인부는 필요 없게 된다.

일자리를 찾아 낙후된 콜로니만 전전하다보니 어느새 5년이나 안부를 전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

솔직히 마음만 먹었다면 인사 한마디 정도는 전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힘들게 산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아들을 실패작이라 손가락질하는 아버지에게는 더더욱.


“사정이 있으신가 보군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저는 뭘하면 되는 겁니까?”

“네?”


이건 미래에서 보지 못한 상황인지, 프리멜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문했다.


“하나 씨에게 길드에 소속돼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말은 들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된 일이군요. 그 두 사람의 뒤처리를 맡는 건 저도 오랜만이네요.”


이야기가 길어질 모양인지, 프리멜라는 찻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희 케인 길드는 여타 길드처럼 외부 의뢰를 받아 다양한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건 몬스터 사냥이라든지, 이세계 주민과의 갈등 중재라든지가 속하겠네요.”

“침식 환자의 구호 활동은 주 업무가 아닌겁니까?”


하나는 분명 나와 같은 이들을 구조하는 업무를 맡은 전담 팀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곤란한 일이랍니다.”


프리멜라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답변하기를 꺼려하는 듯싶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침식 환자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에요.”


그녀의 답변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확실히 하나가 보여준 장면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건 평범한 능력자라도 선보일 수 있는 수준이리라.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럼 이걸 한 번 보는 게 좋겠네요.”


프리멜라는 다시 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실내의 조명이 꺼지고, 창문에서는 암막 커튼이 내려와 빛을 차단했다.

실내가 완전히 어두워지자, 내 정면 허공으로 푸른 빛을 발산하는 디스플레이어 창이 떠올랐다.


“부디 충격 받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프리멜라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건넸다.

그러자 눈앞에 믿기 힘든 현실이 펼쳐졌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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