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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0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9 01:42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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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7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작전에 나서기 전, 아주 잠깐의 준비 기간은 눈깜짝 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헨슨은 벌써 네 개의 프로토 타입 억제구를 만들었다.

나는 헨슨의 실험에 어울릴 때마다 조금씩 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위험할 땐 방패 같은 걸로 변한다면 좋겠다든지 붉게 바뀐 팔을 가리고 싶다든지 하는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는 것이지만, 헨슨은 흔쾌히 내 제안을 실현시켜줬다.

덕분에 버전 업을 할 때마다 아우즈의 크기는 조금씩 커져서 이젠 팔찌가 아니라 족쇄처럼 두껍고 무거워지고 말았다.

듣기엔 나노 입자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작은 장치를 넣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무게와 부피에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투 타입이 직접 무기를 쥐고 휘두르는 게 아니었기에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덤으로 일주일 내내 마보를 시키던 노사는 무게추를 달 거면 사지에 전부 달아야 한다며 나머지 팔과 다리에도 족쇄를 달 것을 제안했다.

나는 거기서 헨슨과 노사의 협업을 막아야 했으리라.

하지만 그날도 이를 악물고 마보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던 나는 두 사람의 회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최종으로 결정된 형태는 사족에 족쇄를 다는 타입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 노사의 제안으로 무게를 조금씩 늘릴 수 있는 마법진도 내장됐다.

그리고 내가 원한 팔을 가리는 토시 형태의 얇은 막은 나노 입자로 코팅된 얇은 슈트로 진화하게 됐다.


“이게 대체······.”


나는 거울에 비춰 보이는 한심한 모습에 쉽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빛을 받아 은색으로 반짝이는 슈트는 얼핏 보면 드워프의 미스릴 사슬 갑옷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쫄쫄이 타이즈라는 게 문제였다.

나는 얼른 슈트를 해체하며 헨슨을 바라봤다.


“어쩌다 이런 형태가 된 건지 말씀해 주시죠.”

“뭐가 말인가?”

“기왕 만들어 주실 거면 멋진 갑옷이 낫지 않습니까. 굳이 몸의 굴곡이 다 들어나는 형태로 하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내 추궁에 헨슨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머리를 벅벅 긁어 댔다.


“나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전투 상황에서 파손 부위의 수복을 염두에 두면 몸에 밀착하는 타입이 아니면, 자네는 나노 입자 탱크를 등에 짊어지고 다녀야 할 걸세.”

“으으······.”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야 하지만, 뭔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든지 수치심이라든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럼 이 슈트는 평상시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네. 슈트 위에 옷을 걸치면 되네.”


일단은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은 지금처럼 옷을 전부 벗고 슈트를 입을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슈트를 겉옷으로 가릴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옷이 찢어지거나 불타면 그 아래 슈트가 드러나겠군요?”

“푸하하하! 슈트가 없으면 알몸이 보이겠지.”

“뭐, 그건 그렇습니다만······.”

“일단은 몇 가지 추가된 성능에 대해 알려주겠네.”


헨슨은 디스플레이를 띄워 화면을 조작했다.

그러자 실험실의 벽면이 회전하며 돌아가더니 거무튀튀하게 반짝이는 흉악한 물건들이 놓인 전시대가 나타났다.

나는 뭘 하려는 건지 몰라 가만히 헨슨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헨슨은 전시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의 키만한 검을 집어들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날 향해 휘둘렀다.


“으악! 뭐하시는 겁니까?”


설마 정말 휘두르려는 건가 싶어서 바짝 긴장하던 차라 반사적으로 뒤로 펄쩍 뛰며 물러섰다.


“뭐긴 뭔가, 성능 테스트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나 싶어서 여쭤 보는 겁니다만··· 그 무기들은 누가 만든 겁니까?”

“응? 당연히 내가 만든 것들이네.”


헨슨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활짝 펴며 코를 치켜들었다.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머리도 지끈거리는 바람에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제 무기가 대단히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슈트엔 방검 능력도 있는 모양인데, 그게 얼마나 뛰어난지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슈트의 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 잘못해서 어디 한 군데 잘려나가는 건 사절하고 싶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고작 이걸로 망가질 물건을 주지는 않았어.”


헨슨은 방긋 미소짓더니 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러 댔다.


“으아악! 영감님, 위험하다니까요!”


연거푸 뒤로 물러나며 헨슨의 공격을 피했으나, 실험실은 그다지 넓은 공간이 아니라 금세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후욱, 후욱. 도망치는 건 이제 끝인가?”


헨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번뜩였다.


“성능 테스트느는 그냥 건너뛰죠.”

“순순히 협조하면 금방 끝날 일이네!”


헨슨은 벌쩍 뛰며 머리 위로 넘긴 검을 힘껏 내려쳤다.

구석진 곳에 몰린 나는 더는 헨슨의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어올려 검의 궤적 앞으로 내밀었다.

캉!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눈을 떠보니 헨슨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강도는 충분하군. 내가 만든 검으로도 벨 수 없다면 웬만한 물건으로는 흠집도 내지 못할거네.”

“후우, 그거 참 다행이군요.”


내가 한숨을 쉬는 사이, 헨슨은 다시 진열대로 돌아가 검을 올려놨다.

그러더니 총과 탄창을 집어들었다.

그러고 나서 망설임 없이 결합시켜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영감님,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인가. 자네가 예상하는 게 맞네.”


헨슨은 내게 총구를 향한 뒤, 단 한 발도 빗나가게 하지 않겠다는 듯 나를 정조준했다.


“절 죽일 생각이십니까!”


헨슨의 손에 들린 총은 K-2 Mk4 버전으로 고블린이나 코볼트처럼 소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어레인지한 물건이었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자라면 모두 다룰 줄 아는 흔한 총이지만, 8㎜ 탄이 들어가는 괴물 같은 물건이다.

오크도 한 탄창, 30발을 퍼부으면 순식간에 피떡으로 만들 수 있다.

헨슨은 그런 흉기를 내게 겨누고 있는 것이었다.


“푸하하하! 걱정 말라고 말하지 않았나.”


내가 공포에 질리건 말건 신경 쓰지 않을 모양인지, 헨슨은 방긋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아악!”


내지른 비명 소리는 총알이 쏟아지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아아아악!”


탄창은 빠르게 비워졌고, 내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소음은 사라졌다.

아직 숨을 쉬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손으로 온몸을 훑으며 어디 한 군데라도 상한 건 아닌지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총알에 뚫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몸 곳곳이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이 뒤늦게 찾아왔다.


“으윽,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겁니까?”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헨슨을 노려봤다.

그러나 헨슨은 나의 원망에 가득 찬 눈빛을 무시한 채 총을 전시대에 돌려놨다.

그러고 나서 다시 내게 돌아와 슈트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폈다.


“흐음, 예상대로 말끔하구먼.”

“지금 당장이라도 멍들 정도로 아픕니다만.”

“그럼 그 정도 고통도 없으리라 생각한 건가? 이 얇은 슈트 쪼가리로 총알을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란 말일세.”


헨슨은 투덜거리며 내 등짝을 쾅쾅 두들겼다.


“아픕니다, 영감님. 그럼 테스트는 이걸로 끝입니까?”

“뭐, 다른 기능들은 자네가 직접 경험해 보면 되는 정도네.”


헨슨의 불길한 말에 절로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게 뭡니까?”

“별거 아니네. 전신 슈트라서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네. 약간의 근력 보조도 가능하니,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도 하고.”


나는 의외로 평범한 기능에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네.”


헨슨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를 빤히 응시했다.


“전신 슈트라 볼일을 보기 힘들 텐데, 슈트 자체적으로 용변을 분해하는 기능이 있네. 그러니 걱정 말고······.”

“아니오, 사양하겠습니다. 꼭! 화장실에서만 볼일을 보겠습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아무대서나 지리는 취미는 없었다.

게다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찝찝할 게 분명했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몸소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푸하하하! 그건 자네 마음대로 하게.”

“네. 만들어 주신 건 잘 쓰겠습니다.”

“그래. 멀쩡하게 돌아오면, 첫 의뢰 달성을 기념해서 찐하게 술 한 잔 하자고.”

“아하하··· 알겠습니다.”


그의 어마어마한 열의가 부디 술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게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다음엔 어떤 괴상한 물건을 만들어낼지 누구도 모를 일이리라.

그저 누군가와 술을 마시기 위해서 말이다.

모든 드워프들이 헨슨과 같은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드웬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내가 그의 친구가 되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이었을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실험실을 나서서 곧장 33층에 있다는 연구 개발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조금 걷자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늦었군.”

“하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헨슨의 폭주를 언급해 볼까 싶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일 게 빤하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하나의 뒤를 따라 연구 개발실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욥, 오랜만에 보네요?”


사복 위에 흰 가운을 걸친 보스가 인사를 건네왔다.


“그런가요. 저는 금방 다시 보는 느낌입니다.”


나는 노사와 헨슨에게 시달리느라 참 짧은 일주일을 보냈다.

오전과 오후 내내 마보 자세로 꼼짝도 못하는 건 참 고역이었으나, 노사와 입씨름하며 투덜거리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렀다.

게다가 한 번씩 찾아오는 헨슨의 방문은 가히 꿀과 같은 휴식 시간이라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심신이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가면 금세 골아떨어지는 걸 반복했다.

덕분에 내게 일주일이란 시간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듯했다.


“흐응, 바쁘게 산다는 건 좋은 일이죠.”


보스는 내 회사 생활에 대해 다 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웃었다.

뭐, 보스라면 길드 내부의 정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사람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라인이 있으리라.

나는 보스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말자 생각하며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일단 저번에 이용한 간이 차원 도약 게이트로 이동할 거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어라?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가요?”

“일단 길드장에게 물어는 봤습니다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하나를 바라봤다.

하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꼭 알 필요는 없지만 궁금한 모양이네요?”

“그렇죠.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내가 걱정거리를 꺼내자, 보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나 씨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세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도 있잖아요.”

“흐음,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었나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스는 품평회에 나온 물건을 확인하듯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이번에 가는 곳은 무려 304-Xion입니다.”

“네?”


순간,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바로 반문하고 말았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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