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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30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17 17:28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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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설마 자포자기한 겁니까?”


하나와 보스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니, 걱정 말고 기다리게.”

나도 그러고 싶지만, 벌써 건물 아래서 수십의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물론 병원에서 경찰을 가볍게 제압하긴 했지만, 여러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도 덩달아 빨리 뛰었다.

잔뜩 긴장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가장 선두에 서서 달린 남자의 머리가 나타났다.

그 다음엔 각양각색의 복장을 입은 일련의 무리가 쉬지 않고 줄지어 등장했다.


“경찰이··· 아닌 겁니까?”


그들의 복장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데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헤어스타일가지 더해져 난잡해 보였다.


“아마 자네에게 일을 의뢰한 조직의 말단이겠지.”

“일개 조직원들이 경찰보다 빨리 도착하는 게 정상입니까?”

“뭐, 흔하지 않지만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아닌 건 분명하네.”



경찰과 범죄 조직의 내통이 있었다면, 날 그렇게 붙잡아두고 괴롭힐 필요가 있었을까.


“야, 비켜봐.”


그들의 속내가 뭘지 고민하는 사이, 그들은 한 층을 다 체우고도 남을 정도의 수로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덩치가 가장 큰 거구의 남성이 앞선 이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의 뒤를 쫓아온 남자 하나가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엎드렸다.

덩치는 당연하다는 듯 그의 등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나와 하나가 몸을 숨긴 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우리 어렵게 가지 말고, 쉽게 가자고. 그놈만 넘기면 네년들 목숨은 살려주마.”

“그 제안은 거절하겠네.”

“이런 썅, 네년 때문에 형님한테 깨진 걸 생각하면 당장 목을 비틀어도 시원치 않아!”


덩치는 으르렁거리며 이를 드러내며 위협했다.


“아주 대단한 형님이라도 모시는 모양이군?”

“하하하, 이 몸이 어설픈 남자를 모시지 않는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는 건가!”


하나는 시간을 벌 요량인지 덩치의 관심을 다른 주제로 돌렸다.

아니, 이번 사건에 얽힌 고르킨 측의 인물이 누구인지 정보를 얻어낼 셈이 분명했다.


“그렇군. 그 대단한 인물이 누군지 궁금해지는데?”

“듣고 지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덩치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며 하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시선이 꺼림칙할 텐데도, 하나는 짐짓 모른 척했다.


“내가 모시는 분은 케멜 님이시다.”

“과연······.”


나야 당연히 알지 못하는 이름이지만, 하나는 집히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하하, 케멜 님의 명성이 계집년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인가?”


하나의 반응에 덩치는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들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까?”

“자네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걸세. 앞으로 자주 듣게 될 테니까.”

“유명한 사람입니까?”

“우리가 조금만 늦었어도 자네는 수술대 위에서 그를 마주하게 됐겠지.”


순간 소름이 돋아나며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시끄럽게 쫑알거리지 말고, 어서 그놈을 넘겨.”

“그러는 자네야 말로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어떤가? 어디서 쓰레기 썩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뭐?”


하나의 도발에 덩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 주제도 모르는 년이 감히······.”


그는 자신의 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 건 물론이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얘들아, 사내 놈은 멀쩡하게 데려오고 계집들은 팔다리 하나씩 부러뜨려.”

“네, 형님!”


덩치의 뒤로 나열한 남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한목소리로 답했다.

상황이 달랐다면 장관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건너편에서 앞줄에 선 남자들이 먼저 연장을 손에 쥔 채 나서자, 하나는 문이 떨어져 나간 입구의 앞을 막아섰다.

나는 그녀의 등을 쫓으며 작게 속삭였다.


“5분만 기다리면 도망칠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요즘 길드가 바빠서 몸을 움직일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잘된 일 아닌가. 그러니 자네는 그냥 뒤에 있게.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나가 혼자 나서는 게 불안해 뒤따랐지만, 싸움이라면 살면서 친구들과 주먹다짐한 게 전부라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안 도와줘도 되는 겁니까?”

“들쭉날쭉 날뛰는 능력으로 저 사람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라면 상관없다만······.”

“그냥 조용히 구경하겠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어설픈 능력 때문에 하나가 다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나는 자존심 한 번 챙겨보겠다고 나섰다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벽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를 빼꼼 내밀자, 홀로 나선 하나가 열 명의 남자들과 마주 서 있었다.

그들은 기가 차다는 눈빛으로 실소를 터뜨리며 하나를 무시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하나를 애워싸려 넓게 퍼졌다.

하나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발을 놀려 정면에 선 남자에게 돌진했다.

목표가 된 남자는 황급히 손에 든 각목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내려쳤다.

그러나 그의 팔이 완전히 뻗어지기도 전에 가까이 접근한 하나가 어퍼컷을 날렸다.

턱을 가격 당한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 위로 널브러졌다.

그러자 쓰러진 남자의 좌우로 서 있던 놈들이 손에 쥔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컥!”

“쿨럭!”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두 놈은 각각 목과 배를 손으로 감싼 채 허물어졌다.

아마 목젖과 명치를 가격해 무력화된 것이리라.


“이 새끼들아, 계집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야! 똑바로 안 해?”


그걸 지켜본 덩치가 뒤에서 소리치자, 나머지 일곱 명이 일제히 하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하나는 왼쪽 가까이 선 남자에게 접근해 무릎을 들어올렸다.


“헉!”


나는 깜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무릎을 안쪽으로 붙이며 양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다.

하나의 무릎은 정확하게 남자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그가 어떻게 대처하기도 전에 목적을 달성하고 말았다.


“억!”


나는 마음속으로 입에 게거품을 문 채 쓰러져 경련하는 남자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인 내가 봐도 그녀의 공격은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나머지 여섯 명의 남자들은 하나의 무릎이 살짝 올려지는 페인트 모션 만으로도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덕분에 하나는 여럿에게 둘러싸여 기습을 당하는 일 없이 손쉽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썅년이 못된 것만 배워 처먹었나!”


열 명의 남자가 바닥을 뒹굴 동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덩치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인간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는 자네는 뒤에 앉아 부하들을 사지로 내모는 훌륭한 모습은 어디서 배운 건가?”

“닥치지 못해! 그 조동아리로 한 번만 더 씨불이면 혀를 뽑아버릴 테다.”

“누구 혀가 먼저 뽑힐지 내기라도 할 텐가?”


하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남자를 말로 몰아붙였다.


“이걸 보고도 계속 지껄일 수 있는지 볼까!”


덩치는 자신의 손목에 찬 팔찌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서 검보라빛으로 물든 뱀의 혀처럼 보이는 줄기가 허공을 뚫고 나왔다.

그러더니 공간을 비집어 열어 지름이 5미터는 돼 보이는 군열을 만들어냈다.

시커멓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텅빈 공간은 느닷없이 거대한 덩어리를 뱉어낸 뒤 사라졌다.


“중국제 파워 아머인 청파인가······.”

“흐흐흐, 이게 뭔지 알면 그렇게 태연하게 서 있을 수가 없을 텐데?”


덩치는 파워 아머의 후면부가 개방되자 얼른 몸을 밀어 넣었다.

파워 아머는 군대나 법 집행 기관에만 판매할 수 있는 인간의 외형을 본딴 기계 갑옷이다.

소형 원자로에서 공급되는 전기로 소형 화기는 물론이고, 장갑 위에 미사일이나 포탑을 달아 운영할 수도 있어 전장의 꽃이라 부르는 물건이다.

문제는 그런 물건이 일개 범죄 조직의 손에 들려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의 물건이란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현재 공산당과 개혁파로 나뉘어 내전이 벌어지는 중이라 군수 물자가 블랙 마켓에 유출돼 문제라는 뉴스가 빈번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걸 실제로 경험하게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하나는 팔짱을 낀 채 파워 아머가 기동해 자세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었다.


“흥,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깡통을 겁먹을 정도로 무르지 않네.”

“하하하, 중국 놈들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는지 전용 무장을 팔지는 않더군. 그래도 범용 무장 정도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단 말씀이야!”


덩치가 호기롭게 외치자 그의 파워 아머 오른쪽 다리의 측면부가 개방되며 손잡이가 툭 튀어나왔다.

키이이잉!

초음파 블레이드는 뽑혀 나오는 순간 사방으로 소음을 뱉어냈다.


“무리해서 출력을 높힌 건가? 귀에 거슬리는군.”

“주둥이를 놀리는 것도 마지막이다!”


덩치는 오른손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왼손을 앞으로 쭉 내민 채 달렸다.

하나를 붙잡은 채 칼을 찌르려는 게 분명했다.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나도 기다리지 않고 마주 달려나갔다.

하나는 자신을 잡기 위해 뻗어진 왼팔을 향해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손가락 끝부터 순식간에 분해된 덩치의 팔은 붉은 모래가 흩날리며 점점 짧아졌다.

이에 기겁한 덩치가 황급히 초음파 블레이드로 하나의 가슴을 노리고 오른손을 뻗었다.

하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왼손을 뻗을 뿐이었다.

그때, 나는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붉은 빛을 띤 채 소용돌이치는 성난 폭풍을 목격할 수 있었다.

덩치는 자신의 손을 믹서기 안에 집어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크아악!”


덩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뒹굴었고, 팔꿈치 아래로 터져나온 피를 사방에 흩뿌렸다.

난생처음 맡는 비릿한 피냄새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처참한 광경에서 얼른 고개를 돌린 나는 메스꺼운 속을 달랬다.


“그동안 쌓인 게 많은 모양인가 봐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요.”


준비를 마쳤는지 내 곁으로 다가온 보스는 바깥을 슬쩍 살피더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네. 그러는 유 아저씨는 비위가 약한 편인가요?”

“이건 비위의 문제가··· 우읍!”


나는 황급히 코와 입을 막고 구역질을 참았다.

그러자 보스는 하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하나 씨, 준비 끝났어요.”

“지혈해서 병원으로 데려가면 살 수도 있을 거네.”


하나는 보스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주선 수십의 인원에게 충고를 건넸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몸을 빙글 돌려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자신의 우두머리의 팔을 옷가지로 동여맸다.


“가지, 유 군.”

“아, 네.”


나는 조금이라도 피냄새에서 멀어지기 위해 황급히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는데, 피를 흠뻑 뒤집어쓴 하나의 머릿결이 흔들릴 때마다 짖은 피냄새가 코끝을 찔렀기 때문이다.

결국, 입을 막은 채 황급히 두 사람에게서 멀어진 뒤, 구석을 찾아 배 속에 든 걸 모두 게워낼 수밖에 없었다.


“괜찮나?”


나를 뒤따라온 하나는 등을 두드려주며 물었다.


“그럭저럭··· 한 번 비워내고 나니 견딜 만합니다.”

“그럼 가지.”


하나의 인기척이 멀어지자, 나는 오른팔을 바라봤다.

모든 걸 붉은 모래로 바꿔버리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음만 먹으면 방금 전과 같은 살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황급히 떨쳐냈다.

그러고 나서 이만한 힘이 있다면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모른 척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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