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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5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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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노사의 사나운 목검 찜질의 무서움을 톡톡히 경험한 덕분에 나는 쓰러지지 않고 마보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철인 같은 인내심을 바탕에 둔 게 아니라 잠깐의 해방감 뒤에 찾아오는 고통이 더 크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속으로 조금만 더 버티자 생각하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또다른 고통이 나를 괴롭혔다.


“노사님, 이러다 지리겠습니다!”


마보라는 게 다리에만 힘을 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복근도 사용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노사는 무자비했다.


“흘흘흘, 어디 한 번 지려보거라. 소인배 주제에 그럴 용기가 있다면 오늘 훈련은 마치도록하마.”


다 큰 성인이 멀쩡한 정신으로 지린다는 건 지울 수 없는 수치였다.

차마 평생의 굴욕과 잠깐의 편함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괄약근에 집중하자 찢어질 듯 아프던 허벅지나 배의 근육이 덜 신경 쓰인다는 점이었다.


“그나저나, 점심은 이대로 건너 뛰는 겁니까?”

“한 끼 건너 뛴다고 죽지 않으니 걱정 말고 자세나 똑바로 유지하게.”

“저야 괜찮지만, 노사님은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흘흘흘, 내가 네놈보다는 훨씬 장수할 테니 팔이나 더 높이 들어.”


젠장, 세 치 혀놀림에도 끄떡없다니.

29년 인생사에서 처음으로 만난 강적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노사님, 이걸 하면 정말 도움이 되긴 하는 겁니까? 내일 당장 앓아 누울 것 같습니다.”

“시끄럽다, 이놈아. 자꾸 주둥이를 나불대면 입을 꿰매버릴 테다!”

“아얏!”


재차 말을 걸어봤지만, 노사는 목검으로 내 머리통을 내려쳤다.

아쉽지만 말로 노사의 관심을 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딱!


“아픕니다! 이번엔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때리시는 겁니까?”

“눈 돌아가는 소리가 다 들린다, 이놈아. 수련할 때는 사특한 잡념을 떨쳐 버리고 집중하거라.”


나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참을 인 자를 떠올리며 화를 삭였다.

그때, 도장의 문이 벌컥 열리며 호탕한 말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여어, 유. 여기 있나?”

“영감님?”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헨슨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순간, 오늘도 술을 마시자고 찾아온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섰다.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한참 찾았네. 철호 동생도 오랜만이네. 종종 술 한잔하자니까, 어째서 찾아오질 않나?”

“형님과 술을 마셨다간 속 버릴 게 빤하니 도망다닌 것 아니오.”

“푸하하하! 자고로 술이란 바닥을 비울 때까지 쉬지 않아야지, 자네처럼 홀짝홀짝 술을 마셔봐야 감질날 뿐이야.”


나는 둘이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 슬쩍 무릎을 폈다.

자세가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긴장된 근육이 풀리며 자지러질 듯 바르르 떨렸다.

노사는 나를 곁눈질하며 눈을 흘겼으나, 어째서인지 목검이 날아들지 않았다.


“손님이 찾아오셨으니, 수련은 여기까지만 하지.”

“사, 살았다······.”


곧장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쓰러져 만세를 부르는데, 헨슨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자넨 제자들을 너무 험하게 다뤄서 문제야.”


내 상태를 슬쩍 훑어본 헨슨은 혀끝을 차며 노사를 나무랐다.

그러자 노사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형님만 하겠습니까.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장인의 길은 멀고 험하니 쉬지 않고 망치를 휘두르라 아니었습니까?”

“그건 정진을 다하라는 말이네. 나는 적어도 제자들이 울며 불며 달아나지는 않았어!”


둘의 대화는 친해서 험담을 늘어 놓으며 신경을 살살 긁는 건지, 나빠서 서로를 공격하는 건지 분간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노사의 훈련을 받다보면 나 역시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겪해지는 둘의 험담 수위를 보니,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망치로 머리가 쪼개져 봐야 정신을 차리겠나?”

“흘흘흘, 그 짤막한 손발로 휘두른 망치가 제게 닿기나 하겠습니까?”

“뭐가 어째!”


이젠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당장 흉기를 휘두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저기, 이제 그쯤 하시는 게 어떨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는 빠져 있어!”

“유, 다치기 싫으면 가만히 있게. 내가 오늘 이놈의 머리통을 잘개 다져놓을 테니까!”

“정말 누구 머리통이 먼저 깨지는지 해보자는 겁니까?”

“왜, 이제 와서 겁나는 겐가?”


슬쩍 한마디 꺼내 봤는데,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었다.

그래서 둘의 다툼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번뜩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출근해서 만난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들과 이 둘의 사이를 잘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분 다 거기까지만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때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구를 돌아보니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조금 머리가 헝클어진 하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헹, 나를 말릴 게 아니라 저 막되 먹은 놈에게 한 소리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흘흘흘,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딱 그겁니다.”


일단 흉흉한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들었으나, 둘은 으르렁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일단 헨슨 씨는 절 따라와 주십시오. 유도 같이 가지.”


하나는 당장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먼저 둘을 떨어뜨려 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노사는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억지를 부렸다.


“그 녀석의 수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보다는 억제구 제작 쪽이 우선입니다. 얼마 후에 작전에 나가야 합니다.”


하나의 설명에 노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이번에도 정부 쪽에서 일이 들어온 건가? 우리는 벌써 열두 개 팀 116명 전원이 파견 나갔으니, 그럴 여력이 없다고 반려하면 그만이지 않나.”

“이번엔 세계 연합까지 얽힌 일입니다.”

“때려죽일 놈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부려 먹을 생각인게야?”

“슬슬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건 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노사는 잠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부디 무리는 하지 말게.”


노사가 더 할말은 없다는 듯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가시죠.”

“흥, 오늘은 길드장을 봐서 넘어가는 거네!”


헨슨은 끝까지 노사의 속을 긁었다.

하지만 노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나는 앞장서서 나와 헨슨을 이끌고 도의 입구로 향했다.

그때,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말이 들려왔다.


“볼일이 끝나면 그놈은 다시 이쪽으로 돌려보내게. 하다 만 수련은 끝까지 마쳐야 하지 않겠나?”


나는 하나를 바라보며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왕복했다.

그러자 하나는 빙긋 웃으며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다시 돌려보내겠습니다.”

“엑?”


다행이다며 안심한 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어디 도망쳐 보거라. 하지만 그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명심하고.”


노사의 으름장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바로 옆에서 내일은 물동이라도 준비해야겠다는 말을 들은 입장에서 결코 무시하기 힘든 협박이었다.


“그··· 운동은 처음부터 무리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 항변에 창밖을 내다보던 노사는 몸을 반만 돌려 이쪽을 노려봤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네놈은 못하겠다고 시끄럽게 입을 나불거렸지만, 두 시진 가까이 마보를 유지할 수 있었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덕분에 걸음을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바르르 떨린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렇게 했다가는 내일부터는 기어서 돌아다니게 만들어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서 일을 마치고 쏜살같이 돌아오거라.”


노사는 자신이 할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런데 아군이라 믿은 헨슨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말을 건는게 아닌가.


“이봐, 동생. 이 녀석은 오랜만에 생긴 술친구인데, 어떤 작전에서도 사지 멀쩡히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훈련시키라고.”

“흘흘흘,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나는 멍하니 앞서 걷는 하나와 헨슨의 뒤를 쫓아 도장을 나섰다.

그러고 나서 문이 닿이는 순간, 헨슨에게 불만을 토해냈다.


“아니, 영감님.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면 어떻게 하십니까? 제가 방금 전까지 어떤 취급을 받으면서 고통 받았는지 아십니까?”


헨슨은 어떤 답변도 없이 고개를 돌려 하나를 올려다봤다.


“이 녀석과 작전에 나가는 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겠나?”

“불안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저는 첫 실전을 경험하는 데 괜찮은 의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설명에 헨슨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힐끔 바라봤다.


“녀석의 어떤 면을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괜찮다면 그런 거겠지. 단, 아까 강 동생에게도 말했듯 멀쩡하게 데려와야 하네.”


설마 이대로 임무에서 제외돼서 수당을 못받는 건 아닌가 가슴을 졸였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대화가 마무리되자 하나는 다시 업무를 보겠다며 돌아갔다.

그리고 나와 헨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으로 향했다.

헨슨은 내게 바로 억제구를 건넨 뒤, 실험실 안으로 밀어넣었다.


“좀 쉬었다 할 순 없겠습니까? 방금 전까지 노사님에게 시달리다 왔습니다만······.”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테이블 위에 앉아서 테스트만 하면 되니까 힘들진 않을 거네.]


그 말과 동시에 마나 포션이 놓여 있던 테이블이 바닥에서 올라와 내 허리 아래서 멈췄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단 작은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하지만 면적이 너무 좁아서 엉덩이가 바깥으로 삐져나와 불편했다.


[얼른 억제구를 착용하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편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이며 자세를 바꾸는데, 헨슨의 재촉이 들어왔다.

나는 건네받은 팔찌 형태의 억제구를 오른팔 손목에 걸쳤다.

그러자 조금 헐렁하던 팔찌의 크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더니 손목에 밀착됐다.

손목에 굴곡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완전한 원형도 아닌데, 이런 기술을 실현한 공방의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무작정 팔목을 조이는 것도 아니어서 착용감도 괜찮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팔찌의 무게가 가벼웠다면, 억제구를 차고 있다는 거도 모를 정도였다.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점검해 보자고. 착용감은 어떤가? 거추장스럽지는 않나?]

“네. 너무 무겁지도 않고, 팔목을 너무 조이지도 않네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먼. 그럼 이번엔 AI를 깨우게. 시동 키는 엘비라 프레빌리네.]


헨슨은 드워프의 단어를 언급했다.

처음 듣는 독특한 억양이었지만, 발음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엘비라 프레빌리.”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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