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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27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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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멈출 생각을 않는 자랑에 조금 기가 질린 나는 슬쩍 손을 들어올리며 말을 건넸다.


“저기··· 다른 계열은 뭐가 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크흠, 엘프 놈들의 앞뒤 꽉 막힌 성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이말이네. 그러니 자네도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헨슨은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어떻게 하면 대화가 전혀 엉뚱한 방향인 엘프의 험담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한바탕 쏟아낸 헨슨은 충분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다음은 변질계네. 엄감도 좋지 않고 썩 어울리는 명칭은 아니지만, 이름을 짓는 재주는 없어서 말이야.]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변질계는 어떤 방식으로 힘을 다루는 겁니까?”

[어려울 것 없네. 말 그대로 기운의 성격을 변질시키면 된다네.]


이보다 어려운 설명이 더 있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목격한 적도 없는 방식이라 상당히 아리송했다.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네. 쉽게 생각하면 마법사가 마나로 불꽃을 만들어 내는 걸 떠올리면 될 걸세.]


나는 그의 설명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 기운의 특징 때문인지 굉장히 제한적인 모양이네. 그 부분은 나도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한데, 내가 직접 목격한 건 단단하게 고체화시키는 게 전부였네.]


좋다 말았다.


“알겠습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렸다.

작고 뾰족한 송곳의 끝을 떠올리며 손안에 기운을 모으자, 손끝에서 신호가 왔다.

그래서 눈을 떴더니, 송곳은 어디로 가고 매끈해 보이는 거대한 원뿔이 손 위에 떠 있었다.

순간 깜짝 놀라서 주춤거리는데, 헨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게 나와서 깜짝 놀란 모양이지? 자네는 변질계랑 잘 맞는다는 뜻이야.]

“그런가요? 저는 변환계가 조금 더 좋아 보입니다.”


붉은 기운에 닿는 순간, 붉은 모래로 바뀌는 게 조금 더 강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운으로 온몸을 감싸면 무적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그거나 철판에 던져봐. 그럼 생각이 바뀔 걸세.]


솔직히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 싶었다.

하지만 헨슨의 지시에 따라 원뿔을 슬쩍 내밀며, 빠르게 날아가 철판을 꿰뚫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자 쏜살처럼 날아간 원뿔은 철판을 가볍게 관통했고, 이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 실험실의 벽면에 부딪쳤다.

다행히 푸른빛의 장벽이 생성되며 붉은 원뿔을 막아섰기에 실험실 벽에 구멍이 나지는 않았다.


[어디보자··· 허어! 파괴력은 지금껏 측정한 변질계 능력자 중에 최고로군.]

“그런 것도 알 수 있습니까?”


누구보다 뛰어나 남들을 놀라게 만든 적이 없던지라, 헨슨의 놀란 반응에도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실드 출력이 조금만 낮았어도 벽이 뚫릴 번했어. 이거 만약을 대비해서 손을 봐둘 필요가 있겠는데?]


설비를 손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쁜 모양인지, 헨슨은 싱글벙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거리를 보고도 기뻐할 수 있다는 게 드워프의 성품이라지만, 조금은 병적으로 보일 정도의 넘치는 열정이었다.


“그럼 측정은 이걸로 끝난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네. 혹시 데자뷔를 경험했다든지 멀리 떨어진 물건을 움직였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나?]


나는 헨슨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 쪽으로도 능력이 발달하는 겁니까?”

[뭐,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말이야. 프리멜라 양을 생각해 보게. 그녀도 이레귤러지만, 변환계나 변질계엔 소질이 없어.]

“그건 어느 한쪽으로만 능력이 발현된다는 말씀입니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의문이었다.

나 역시 변환계보다는 변질계가 훨씬 나았고, 특이한 이능이 발현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질문이야. 일단은 그렇지 않다이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혹시 제로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네. 최초의 감염자라고 들었습니다.”


만족스런 답변을 들었기 때문인지 헨슨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양인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러길 한참, 회상이 끝난 모양인지 헨슨의 입이 열렸다.


[그놈은 변환계와 변질계도 능숙하게 다뤘네. 거기에 공간을 강제로 잡아 찢듯 열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능력까지 선보였네.]


공간 이동은 처음이라 능력을 몰빵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불안의 싹이 성장했다.

저런 대단한 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어딘가에는 또 그런 놈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눈으로 본 건 그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희망을 갉아먹는 말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었다.

한 우물만 진득하게 파다보면 돌파구는 생기기 마련이리라.


“그럼 측정은 끝난 겁니까?”

[무슨 그럽 섭한 말을 꺼내는 겐가? 아직 갈 길은 멀었네.]


헨슨은 처음 보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나는 미지의 불안감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자, 이제부터는 자네가 쉽게 이미지 할 수 있는 것들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고.]


그 말을 시작으로 나는 세 시간 동안 헨슨이 요구하는 형태를 만들어 내야 했다.

처음엔 난이도가 낮은 도형으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복잡한 형태의 무기까지 만들어 내라는 요구를 해댔다.

검이나 창, 활처럼 냉병기까지는 그럭저럭 형태를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화기였다.

헨슨은 한 번 권총을 만들어 보라며 설계도를 넣어줬는데, 그 복잡한 구조며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어설프게 외형을 복제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수십번의 도전 끝에 그럴싸한 권총이 손에 쥐어졌지만, 막상 사격을 하려하니 격발되지 않았다.

그러자 헨슨은 상상력이 부족하다며 조금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이미지를 떠올리라며 닦달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네. 설계도에 나온 부품을 하나씩 만들어서 조립하는 수밖에.]


나도 능력만 된다면 그의 지시에 따르고 싶었지만, 쉬지도 않고 기운을 쥐어 짜내다보니 불에 달군 것처럼 팔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내 감각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인지, 왼손으로 만졌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대로는 뭔가 위험할 것처럼 느껴졌기에 나는 헨슨에게 실험 중단을 요청했다.


[그건 자네의 기운이 소진되고 있다는 신호네. 사람마다 한계치는 다르겠지만, 세 시간이면 준수한 편이야.]

“조금 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인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내는 것도 실험의 목표네. 비명횡사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지시에 따르게.]


불합리한 억지는 아니었다.

앞으로 길드에서 다양한 일을 맡게 될 텐데, 자신의 역량도 모른 채 날뛰다 비참하게 죽는 꼴은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출근 한 지 세 시간이 지났다는 뜻은 벌써 점심 때라는 것이었다.


“실험도 좋지만, 끼니까지 건너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잔꾀 부리지 말고, 충실히 지시에 따르게.]

“너무 배가 고파서 안 되겠습니다.”


나는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실험실 문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문고리를 힘껏 비틀어 잡아 당긴 게 무색할 정도로 실험실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실험 중인데, 그렇게 쉽게 문이 열리겠나? 순순히 지시에 따르면 일찍 끝날 걸세.]


헨슨은 흰수염이 나기 시작한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순박해 보이는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감님, 사람을 이렇게 감금해서 혹사시키는 게 어디 있습니까!”

[다 자네 잘 되라고 하는 일이네. 고맙게 생각하게.]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나는 수차례에 걸쳐 문을 열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실험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문을 부숴볼까 생각했지만, 기물을 파손했다가 월급을 차압당하면 골치 아픈 건 나였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 후로 한 시간이 넘도록 헨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놀음을 해야 했다.

덕분에 화끈거리던 팔은 이제 새빨갛게 달궈진 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수고했네. 그리고 이걸 팔에 뿌려서 잘 바르게.]


헨슨은 유리창 너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바닥에서 솟아오른 작은 테이블 위에 파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병을 집어들어 살짝 흔드니, 조금 걸죽한 액체가 병 안에서 찰랑거렸다.


“이게 뭡니까?”

[마나 포션이지 뭐겠나. 뜸들이지 말고, 어서 시키는 대로나 하게. 그래야 나도 이 답답한 옷을 벗을 거 아닌가.]


헨슨의 닦달에 나는 유리병의 마개를 열고 파란 액체를 조심스럽게 오른팔 위에 부었다.

액체는 천천히 흘러나와 내 어깨를 적셨는데, 파스를 바른 것마냥 화한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달궈진 팔이 식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유리병 안의 액체를 오른팔 위에 전부 쏟아 냈다.

그러고 나서 유리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뒤,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펴발랐다.


“이러면 되는 겁니까?”

[그래. 완전히 흡수될 때까지 기다리게.]


피부로 흡수되는 걸 기다리는 말이겠거니 싶어 열심히 왼손으로 오른팔을 문질렀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바닥과 팔에서 피부에 사포를 대고 문대는 것처럼 쓰라렸다.

그래서 손바닥 안을 살피니, 붉은빛을 띠는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반짝이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정하게. 정상적인 현상이니까.]


벌써 네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 실험에 헨슨도 지쳤는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설명하기 귀찬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저는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만······.”

[자네가 다루는 기운이 어디서 왔겠나?]

“그야 당연히 제 팔이겠죠.”

[그럼 그 팔은 어떻게 그런 기운을 가지게 됐을까?]


그야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쉽게 답하지 못하자, 헨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의 팔은 붉은 기운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그렇다면 마나가 원료입니까?”

[그렇지. 평소에는 연료가 가득 차 있는데, 오늘은 그걸 다 써버렸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거네.]

“그럼 직접 만지는 것 자체가 엄청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일단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건 위험하지 않다는 게 증명됐네. 문제는 다른 것과 접촉했을 때야. 평소에는 대기 중에 퍼진 마나를 조금씩 흡수하는데, 기운이 고갈될수록 굶주린 헬 그라운드처럼 마나를 집어 삼키네.]

“최대한 기운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겁니까? 그럼 길드의 업무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그래서 내가 장비를 만들어 주는 거네. 기본적으로는 대기 중의 마나를 집약해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위급 상황에는 장비 내부에 저장된 마나를 소모해 사고를 방지하네.]


헨슨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조금 안심이 됐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자, 조금 엉뚱한 질문이 떠올랐다.


“영감님, 평상시에도 조금씩 마나를 흡수할 때도 모래가 생기는 겁니까?”

[그렇지.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입자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네.]

“미세먼지라는 말이군요. 그럼 공기 청정기라도 구비해 둬야 할까요?”

[뭐? 푸하하하하!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구먼!]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 질문한 것이지만, 헨슨은 우스겟소리로 치부하며 박장대소했다.

물론, 하루이틀이야 괜찮겠지만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지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먼지가 집안에 들어찬 꼴이 될 터였다.

청소와 환기를 자주 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되겠지만, 스스로 먼지를 만드는 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공기 청정기에 로봇 청소기까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하고 나오게.]

“알겠습니다.”


혼자 끙끙 앓는 사이, 팔에 발라둔 액체는 모래가 돼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팔에는 미약한 열감이 느껴질 뿐 화끈거리지도 않았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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