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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안곰탱 님의 서재입니다.

레드 스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데굴곰
작품등록일 :
2020.02.13 10:35
최근연재일 :
2020.03.02 18:2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31
추천수 :
3
글자수 :
104,035

작성
20.02.13 10:43
조회
126
추천
1
글자
11쪽

1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이름.”

“박 유.”

“나이.”

“스물아홉.”

“······.”


내게 질문을 던지던 경찰의 미간이 좁아지며 불쾌한 심기가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났다.


“취조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좋을 텐데?”


그는 으름장을 놓았으나,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형사님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열 번이 넘어가면서 횟수를 기억하는 걸 포기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벌써 수십 번은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경찰 측이야 사람이 계속 바뀌니 아무 문제 없겠지만, 취조를 받는 나는 솔직히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였다.

그들은 적으면 하루에 두 번 정도, 많으면 다섯 번이고 열 번이고 쉬지 않고 취조를 거듭했다.


“그게 싫다면 알고 있는 걸 솔직하게 불면 될 거 아닌가!”


어제부터 취조에 투입된 형사는 겉으로 보기보다 성격이 급한 모양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를 손가락질했다.


“저는 분명 정신을 차린 뒤부터 2주 내내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어느 멍청이라도 ‘아, 저 멍청이는 돈에 낚여서 범죄를 저지른 머저리다.’라는 걸 알겠습니다!”


나는 격분해 멀쩡한 왼손으로 침대를 내려치며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렀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진정하게, 그러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안 되니까.”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후우, 십 분 뒤에 다시 오지.”


그 역시 크게 진전 없는 수사 상황에 골치가 아픈 모양인지 잠시 자리를 피하는 선택을 내렸다.

덕분에 나는 세 시간만에 혼자 남겨질 수 있었다.

경찰이란 족속들은 질겨도 너무 질겼다.

돈에 눈이 멀어 범죄를 저지른 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버리는 패 정도의 소모품에게 밑도 끝도 없이 조직의 정보를 불라는 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납득하지 않았다.

애당초, 조금만 조사해도 내가 콜로니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라는 걸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나는 첫 취조에서 이번 일을 주선한 건 인력 사무소의 사장이니, 그쪽을 붙잡아 묻는 게 빠를 거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애꿎은 나만 붙잡고 괴롭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나도 그놈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대가리에 총알을 먹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건 바로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오른팔 때문이었다.


“젠장······.”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거듭한 뒤, 조심스럽게 오른팔을 내려다봤다.

사람의 팔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탄 숯검댕이가 보였다.

의사는 다행히 뼈는 다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안심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처음 취조하러 온 형사에게 듣기론 폭발에서 살아남은 건 날 체포한 경찰 덕분이라고 들었다.

그가 늦지 않게 마법을 사용한 덕에 팔 하나의 희생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설명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본인은 순직했다는 얘기에 어떤 불평도 말할 수 었다.

자업자득.

나는 처량한 신세를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어차피 위험한 도박이라는 걸 잘 알았다.

경찰에 검거되면 감옥에 가는 것까지 각오한 바였다.


“어차피 움직일 수 없다면 깔끔하게 절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감각도 느끼지 못하니까, 통증도 못 느낄텐데······.”


괴사한 피부와 근육에 어떻게든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주렁주렁 바늘을 꼽아 놓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저나 십 분은 벌써 지난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왜 안 오는 거야?”


슬쩍 처다본 시계의 시간은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1시 50분 쯤 형사가 돌아와야 했으나, 그보다 40분이 더 지났다.

슬슬 배도 고픈데 오늘 취조는 빨리 마쳐줬으면 좋겠다.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있자니, 때마침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동안 시커먼 남자들만 등장하더니, 미인계라도 써볼 작정인지 아리따운 여성이 등장했다.

굴곡지고 육감적인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딱 달라붙은 정장차림에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를 강조하는 검은 스타킹.

흘깃 살펴봐도 한눈에 미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날카로운 이목구비까지 더해 뭐 하나 더할 게 없을 정도였다.

작은 흠이라면 왼쪽 눈을 가린 안대 정도일까.

그런데 그런 얼굴로 인상을 확 찌푸리며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니 박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초면부터 눈을 흘기는 건 그만두시죠.”


반복되는 취조에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자네를 보고 그런 건 아니네.”


그녀는 딱딱한 말투로 사과를 전한 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하이힐이 바닥을 찍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경찰···이시죠?”


문득 뇌리를 스치는 불길함에 나는 바짝 긴장했다.

그동안 만난 경찰들은 불필요한 접촉을 꺼리기 때문인지 멀찍이서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건 간호사와 의사뿐이었다.

설마 일을 맡긴 조직 쪽에서 증인 인멸을 위해 킬러를 보낸 걸까.

왼팔로 상반실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은 뒤 최대한 몸을 빼봤지만, 발목을 붙잡는 수갑 때문에 침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니. 그쪽은 보스와 이야기 중이라 바쁠 거다.”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하며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내게 다가와 품속에서 흰 장갑을 꺼내 착용했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뭘하려는 겁니까?”

“간단한 처방일 뿐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네.”


말을 마친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사기와 정채 모를 액체가 출렁거리는 병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뭡니까.”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네. 잘 설명할 자신이 없기도 하고.”

“이렇게 죽일 것까지는 없잖아! 난 정말 그쪽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발버둥에 그녀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이걸 맞는다고 지금 당장 죽는 건 아니네. 조금 늦춰줄 뿐이지.”


그렇다는 건 납치인가.

선불금을 되찾으려는 게 분명했다.

최초에 조직 측에서 제시한 의뢰금은 5억, 선불금은 2억이었다.

하지만 나는 범죄자가 될 수 있으며,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며 의뢰금을 뻥튀기시켰다.

의뢰금 10억에 선불금만 4억.

내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낙후된 콜로니라도 운송 수단은 전부 자동화돼 인공지능이 운행하기에 운송자와 물품 정보가 전부 서버에 기록된다.

그걸 피하려면 구시대의 차량이나, 인공지능이 탑제되지 않은 운송 수단이 필요했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배제하려면 사람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면허증이라는 건 폐지된 지 오래였다.

나야··· 인공지능이 탑제된 차량을 기동시킬 수 없었기에 유물 취급을 받는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고물을 타는 법을 익힐 수밖에 없었지만.

출퇴근을 고물 오토바이로 하는 걸 인력 사무소의 사장이 눈여겨 봤기에 이번 일을 제안 받은 것이었다.

물론, 그는 내 배짱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은 전해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일할 사람이 구해지지 않던 조직의 입장에서 나는 꼭 필요한 존재였고, 내 억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받은 4억은 나만 아는 장소에 고이 보관해 뒀다.


“젠장, 돈을 돌려줄 테니까 날 그냥 내버려··· 컥!”


나는 발목을 붙잡은 수갑에서 발을 빼내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러자 그녀는 내 명치를 가볍게 내려쳤다.

어디까지나 보이기에 그러했다는 것이지, 한 대 제대로 맞은 나는 숨을 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내 반항을 가볍게 제압한 그녀는 여유롭게 내 오른팔에 꼽힌 주삿바늘을 제거하고 주사기에 액체를 채웠다.


“그만······.”


어떻게든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고 싶었으나, 주삿바늘이 내 오른쪽 어깨 깊숙이 찔렀다.

따끔하는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주사기 안의 액체를 밀어넣는 순간 오른팔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그동안 오른팔에서 아무 감각이 없었다는 걸 떠올리기 무섭게 칼로 난도질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뒤따랐다.


“크아악!”


내가 당장 왼손으로 오른팔을 만지려하자, 그녀는 내 몸 위로 상체를 기울이더니 왼손을 뻗었다.

내 왼 손목을 움켜잡은 그녀는 힘을 줘 내 팔을 침대 위로 찍어 눌렀다.

그러고 나서 오른팔 하박으로 내 양쪽 어깨를 짓눌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이를 악문 채 간신히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돌려주지 않은 채 묵묵히 내 행동을 제약할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오른팔을 당장 잘라내고 싶지만, 내게 허락된 건 가만히 통증을 참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까드득.

정말 이가 갈려나갈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때, 내게 구원의 손길이 뻗어졌다.

병실 밖에서 내 신음 소리를 들었는지 10분 뒤에 돌아온다던 경찰이 드디어 등장했다.

그는 병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끄아······.”


나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온 건 말이 되다 만 울부짖음이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당장 떨어지세요.”


경찰은 오른쪽 허리춤의 권총으로 오른손을 뻗으며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나를 누르는 여성은 그의 뜻에 따르지 않았고, 경찰은 당장이라도 총을 뽑아들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그때 급박한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긋한 말투로 말을 내뱉는 여성이 경찰의 등 뒤에서 등장하며 충고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폭주라도 했다간 골치아프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경찰은 주춤하며 행동을 멈추며 등을 돌려 자신의 뒤편을 바라봤다.

그곳엔 그의 가슴팍에 간신히 닿을랑 말랑 할 정도로 작은 키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에 어떤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모양인지 반쯤 감긴 눈으로 경찰을 올려다봤다.


“말 그대로에요. 당신이 하려는 일은 불안정한 폭탄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에요.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말로 감당 못할 일을 벌이지 않길 바라요.”

“그게 지금······!”


경찰은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모양이지만, 입만 벙긋거리다가 총에 올려둔 손을 가만히 내렸다.


“나는 당신들이 처들어와 다짜고짜 벌인 일에 대해 보고할 겁니다.”


경찰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뒤에 선 여성을 협박하지만,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 감당하기엔 힘들 텐데···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예요.”


경찰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인 모양인지 팔짱을 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범죄자와 경찰이 결탁해 증거를 인멸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살려···줘.”


나는 안간힘을 다해 제대로 된 말을 꺼냈다.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있다면 모르는 척하기 힘들 정도로 불쌍한 목소리였다.

경찰은 내게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으나 다시 시선을 돌리며 외면해 버렸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걸까.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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