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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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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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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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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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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역습의 시작(2)

DUMMY

“크크큭. 버텨봐야 소용없어요!”


공간을 둘러싼 마기로 어둑해진 공간 속에서 안드레의 마력만이 간신히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쩌저적.


하지만 불상처럼 굳건하게 보이던 금빛의 마력도 고블린의 마력을 모두 이겨내진 못했는지, 표면이 점차 일그러지며 금이 그어져 갔다.


“안드레씨. 버틸 수 있겠습니까?”


“흠흠! 이 정도는 거뜬하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그 자신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 버티진 못하겠는 걸.’


꽤 필사적인 안드레의 얼굴을 확인한 아일라는 어둑해진 주변을 살폈다.

마기의 압박이 강하다고는 하나, 안드레의 금강불괴를 부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거대한 짐승의 위장 속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강한 산성의 기운이 마력을 천천히 갉아나갔고, 그로인해 마력의 강도가 점차 떨어져간다는 점이 문제였다.


쩌저적.


비명을 질러대는 금빛의 마력은 이젠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균열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아직! 마력이 부족하면 근성으로 버티면 된다! 뜨아아악!”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거라 판단한 아일라가 안드레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의 우렁찬 기합과 함께 마력이 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열 네 명의 세계 대표 헌터들 중 마력의 양으로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최하위권을 지키던 두 명의 남자, 차재현과 안드레. 하지만 최고의 검술로 부족한 마력을 커버했던 차재현처럼, 안드레는 극강의 신체능력과 밀도를 높인 마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왔다.

그런 안드레에게 있어서 가장 피해야할 전투방식이 바로 오로지 마력을 부딪치는 것. 아일라 또한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 그가 무리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을 보면 어깨에 얹은 손에 차마 마력을 흘릴 수가 없었다.


“뜨아아아아악!”


쩌저저적.


안드레의 거센 기합에도 마력의 금은 점차 깊어져만 갔다.

그때.


“시작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던 아일라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안드레의 어깨에 얹은 손으로 마력을 방출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힘없이 갈라지던 금빛 마력 속으로 새하얀 광체가 일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검은 마기를 몰아내고 단숨에 그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끄윽? 저, 저건! 이런 빌어먹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블린의 얼굴엔 순식간에 당혹감이 서렸다. 여태껏 상대를 짓누르는 것만 집중하던 고블린은 흩뿌려진 마기를 회수할 생각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이게 뭐야!”


어느새 고블린의 발바닥엔 짙은 서리가 껴 점차 바닥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온몸에 자리 잡은 한기와 서리는 마기를 방출해낸 고블린의 움직임을 방해하기에 충분했다.


파앗!


그리고 날아든 한 발의 화살.


“컥!”


고블린의 심장을 정확하게 관통한 화살이 제 스스로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옅은 마력으로 흩어지자, 뚫린 심장에서 거뭇한 핏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안드레씨!”


“크하. 조금 힘드네······.”


화살에 관통당한 고블린이 쓰러지고, 주변을 감쌌던 마기가 새하얀 마력에 사라지자 무리하게 마력을 쏟아냈던 안드레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때, 아일라와 안드레의 곁으로 몸집이 사람의 서너 배쯤은 될 듯한 푸른 늑대 한 마리가 달려왔다.


“마력은 회복할 수 있어. 뒤처리부터.”


그리고 늑대의 등 위에서 여유롭게 뛰어내린 노아가 천천히 다가와 안드레에게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에 안심한 아일라는 새하얀 마력을 잔뜩 뽑아내더니,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하지 않는 고블린을 향해 랜스를 겨눴다.


파아아앙!


거대한 랜스와 방패를 들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

커다란 파공음을 울리며 단숨에 고블린에게로 도달한 아일라는 쓰러진 고블린을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랜스를 뻗었다.


콰아아아앙!


그러자 신성력이 가득 담긴 마력이 반짝이는 안개처럼 퍼져나는 듯싶더니 그 속에서부터 거뭇한 마기가 뒤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아일라!”


여태껏 마물의 마력 따윈 압도적으로 집어삼켜왔던 아일라의 신성력. 하지만 그 새하얀 마력을 밀어낼 정도로 강력한 마기가 새어나오자 늑대의 등에서 뛰어내린 마르크가 에일 듯한 한기를 뿜어 마기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콰광!


아일라의 신성력을 밀어내는 마기 속으로 한기가 파고들자 옅은 폭음이 수차례 이어지더니 그 속에서 새하얀 마력덩어리가 떨어져 나왔다.


“아일라씨! 괜찮은 거예요?”


푸른 늑대의 등 위에서 하야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마력을 매개로 키운 늑대는 여전히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력으로 온몸을 뒤덮어 마기 속에서 간신히 떨어져 나온 아일라는 새하얀 갑옷에 서린 마기를 걷어내며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한 번에 끝내질 못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새까만 마기로 쏠리자, 그 속에서 나지막한 고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았나 보네요.”


여전히 심장에서 거뭇한 핏물을 쏟아내는 고블린. 하지만 보통이라면 이미 죽었어야 할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고블린은 꽤 멀쩡하게 몸을 가누고 있었다.


“저 고블린은 여기서 꼭 잡아내야 합니다. 제 실수로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지만 D진형 1타입으로 가겠습니다.”


마기를 모두 털어낸 아일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일행이 그녀를 중심으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곳엔 어느새 마력을 회복한 안드레도 함께였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일행들과 홀로 아일라의 뒤편에 선 노아.

노아의 마력이 아일라를 감싸자 그녀의 볼에 옅게 새겨졌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갔고, 다른 일행들은 하나같이 마력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고블린 또한 그 모습을 지켜만 보진 않았다. 무슨 수라도 쓰려는 듯 마기를 뿜어내자 자신의 몸집만 한 마기덩어리가 허공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조금 이르지만 바로 쏘아내겠습니다!”


외침과 동시에 마력을 뽑아낸 아일라가 일행들의 마력에 신성력을 부여하자 각자의 마력이 본연의 색으로 발광(發光)하더니 이내 고블린을 향해 일제히 쏘아져 나갔다.


쿠구구구구구궁!


각자가 한 나라의 국력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S급의 헌터들. 그런 이들이 단숨에 마력을 방출하자, 그 일대가 흔적도 없이 날아갈 만큼 막대한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


일순간에 일대를 휩쓴 마력이 잠잠해지고, 주변을 메우던 흙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자, 면적을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의 거대한 구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젠장.”


그러한 위력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음에도 가장먼저 들려온 건, 마르크의 한탄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오로지 한 마리의 고블린을 잡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쏘아낸 방대한 마력. 그 마력만으로 주변 수풀 속에서 잠잠히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마물들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정작 그들이 노리고 있던 고블린을 잡아내진 못했다.


“······결국 놓쳐버렸네요.”


“······제가 리더로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고블린이 그만한 마력을 견뎠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균열을 만든 고블린이 자리에서 달아났을 뿐이었다.


“기죽지 말라고! 겨우 고블린이 저렇게 강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조금은 허망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안드레의 우렁찬 목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것보단 그 사람 말, 맞았어. 솔직히 의심 했어.”


“그건 저도 그래요.”


노아와 하야토의 말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일행들은 악마 토벌에 나서기 전, 이미 이찬솔을 통해 바알이라는 존재에 대해 모든 설명을 전해 들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악마, 바알.

바알은 인간형태의 슬라임이지만, 오로지 집어삼키겠다는 본능만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지능은 거의 없다시피 한 악마다. 그 때문인지, 바알의 근처엔 지능이 뛰어난 고블린이 항상 붙어 있으며, 바알을 조종하고 있다.

바알을 퇴치하기 위해 가장 안정적인 수단은 바로 그 고블린을 우선적으로 잡아내는 것. 바알을 조종하는 지능을 끊어냄으로써 단순한 본능만을 남긴 후 처치하는 방법이다.


“주의할 점까지 정확히 들었는데도 잡아내지 못한 건 제 탓입니다.”


뛰어난 능력과 그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전투 도중에도 전장의 흐름을 끊임없이 읽어나가고, 이용하는 센스 덕분에 아일라는 그 어떤 전투에서도 패배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악마라는 존재가 엮여 상식 밖의 상황들이 펼쳐지자, 상대의 수를 알고 있음에도 생의 첫 패배라는 쓴 맛을 본 것이다.

치명상을 입히면 잠시 신체활동을 정지시킬 수는 있으나, 신성력으로 최후의 일격을 날리지 않는 이상 불사의 능력을 가졌다는 고블린. 고블린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기에 평소엔 홀로 활동하지만 신성력이 느껴지는 순간 바알과 연결된 균열을 만들어 달아난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전해들은 채였다.

그렇기에 아일라는 자신의 마력을 마지막까지 아낄 수 있는 진형을 구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것은 자신의 예상 밖이었다.

생각보다 강한 고블린. 생각보다 빠른 회복력. 생각보다 빠른 균열의 생성과 도주.


아일라는 문득 이찬솔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일라씨. 스승님이 혹시 아일라씨를 만나면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어요.


간혹 합은 맞춰봤지만,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던 차재현이 자신에게 전했다는 말.


-뭐든 네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정신 차려라, 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땐 잘 알지도 못하는 차재현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해 넘겼다. 하지만 보란 듯이 고블린을 놓쳐버린 시점에선 그 말이 뼈저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꼭 미래라도 아는 사람 같네······.”


“아일라씨?”


“아. 아니야.”


이찬솔은 악마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전해 들었을 뿐, 직접 겪었던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니다.


‘폐급이었기 때문에······.’


고작 일 년 전까지 폐급으로 지내왔다는 이찬솔. 폐급의 처지는 전 세계 공통이라 해도 좋을 만큼 비참하다.

처음부터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라 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신과 성인이 된 시점까지 폐급으로 살아온 이찬솔.

자신의 나약함을 알았던 이였기에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 수 있는 이.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일라는 이찬솔의 대단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찬솔과 첫 만남부터 그를 무시한 적은 없었다. 그저 자신보다는 아래라며 당연하게 생각되던 인식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었다.

첫 패배의 쓴맛으로 잔뜩 찌푸려졌던 아일라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방금 전투는 제 실수가 명백합니다. 하지만 다음 실수는 없을 겁니다.”


그 모습에 슬쩍 눈치를 살피던 일행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기운을 북돋았다.


“예쁜 얼굴 망가지나 했네.”


“아일라씨 아니었으면 그냥 당했을지도 몰라요!”


“당해도 돼. 먹히지만 않으면.”


“으하하하하! 플랜B로 가보자고!”


일행들의 기운찬 목소리에 다시 전장 속 기사의 모습으로 표정을 바꾼 아일라가 선두에 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시각, 절벽의 균열 속.

왕실과도 같은 방안에 홀로 남은 박다미가 바닥을 기어가며 마력을 쏟아냈다.


“아, 안 돼······. 가,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창밖으로 새어든 달빛으로 간신히 밝혀진 방안. 박다미의 마력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방향엔 잘 벼려진 검을 빙빙 돌려가며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이찬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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