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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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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014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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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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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격댸(1)

DUMMY

사람의 발길이 끊길 일 없던 판교의 한복판. 번화롭던 거리는 자칼이 휩쓸고 갔던 때가 더 깨끗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할 인간의 거리엔 균열 속에 들어섰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마기와 마력이 공간을 뒤엎어가고 있었다.

웬만큼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마기와 마력이 짙어진 공간 속.


“합!”


아일라에게서 휘황찬란한 빛이 새어나와 공간을 뒤덮자 그곳에 자리엔 모두에게 희미한 광채가 깃들었다.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마력 중 가장 희귀하기로 알려진 신성력.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건 아일라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이게 뭐야?”


“빌어먹을! 저년부터 처리해!”


그 찬란한 빛이 몸을 감싸자 강한과 한상현, 그리고 이가영의 표정에 잔뜩 일그러졌다.

한상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거뭇한 마기. 그는 곳 뱀과 같이 기다란 형상으로 뒤틀리며 손에 쥔 붉은 창을 휘감았다. 허리를 틀어 창을 바짝 잡아당긴 그가 빛을 발산하는 아일라를 향해 창을 힘껏 밀어내자 스프링처럼 감겨있던 마기가 기다랗게 펼쳐지며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날아드는 마기에도 꼼짝 않고 빛을 내던 아일라의 앞으로 십여 마리의 반투명한 매가 날아들어 커다란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얼음조각을 뿜어냈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커다란 방패를 가볍게 들어 얼음조각을 막아내기만 할 뿐이었다.


“푸하하! 당황한 꼴 좀 봐라? 그런 표정을 보고 공격하라고 그냥 둘 것 같냐?”


몸에서 희미한 수증기를 내뿜는 마르크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하늘은 수십의 매가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었고, 그의 주위로 하얀 서리가 천천히 범위를 넓히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약해빠진 녀석들이 약해빠진 악마한테 힘 좀 받았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주제를 알아야지.”


하늘을 비행하던 수십의 매가 마르크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일제히 셋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집 한 채는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위력. 그런 위력을 담은 스킬을 단번에 수십이나 받아낸다면 인간의 몸은 뼈도 남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흐읍!”


어느새 한상현의 몸엔 조금 전보다 몇 배는 큰 마기가 둘러져 있었다. 역시나 쥐고 있던 창을 앞으로 힘껏 내지르자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마기가 창을 휘감으며 길게 뻗어져 마르크의 매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일제히 날아들던 수십의 매와 뱀처럼 길게 뻗어져 나온 거뭇한 마기. 그저 공방을 주고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상현의 마기는 수십의 매는 물론이고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폭발까지도 단숨에 집어삼키고서 하늘로 사라졌다.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던 김성환과 박다미는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고작 몇 분, 혹은 몇 초의 공방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같은 빙결계의 마력을 사용하는 김성환에겐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쳇.”


상대를 단숨에 휩쓸어버릴 생각으로 날린 공격이 허무하게 사라지자 마르크의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가 일그러졌다.


“헌터 대표라는 것도 별 거 없군요. 아, 러시아는 당신 같은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겁니까?”


“뭐? 이 새끼가 선 넘네?”


“이 신성력만 아니었으면 방금 한 번으로 당신 몸뚱어리까지 날려버렸을 텐데 말이죠.”


마르크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일라의 신성력이 한상현의 마기를 약화시켰고, 마기를 상대하는 마르크의 마력은 더욱 강화된 채였다. 그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건 마르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마르크씨.”


“저 녀석은 내가 맡는다. 다른 녀석들은 알아서 하던가.”


“······네.”


마르크의 몸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던 수증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뒤덮어 시야를 가리기에도 충분할 정도의 양으로 보였지만, 그의 몸에서 일정거리를 벗어난 수증기는 공기 중으로 흡수되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그럼 저도 준비는 끝났으니 시작하겠습니다.”


그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이는 거대한 랜스와 방패를 치켜든 아일라의 눈이 하얀 광채를 머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상현의 뒤에서 입술을 핥으며 상황을 살피던 이가영이었다. 그 시선을 느낀 이가영이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몸을 낮추며 입을 열었다.


“저를 상대해주셔야겠습니다.”


파아아앙!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날아든 아일라의 랜스가 단숨에 이가영의 눈앞까지 도달했다. 160정도의 크지 않은 체구. 자신의 몸집보다 큰 랜스와 방패를 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콰아앙!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 이가영은 속수무책으로 랜스에 가격당하고서 바닥을 뒹굴며 튕겨져 나갔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참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일격을 성공시킨 아일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일라의 목소리에 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나뒹굴었던 이가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거대한 랜스의 위력을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얼굴로 받아냈다기엔 너무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크크큭. 내가 그딴 것도 반응 못 한 줄 알았어? 얼굴도 못 생긴 게 신성력만 믿고 덤벼드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앞뒤 상황을 잘 따졌어야지.”


공격을 한 쪽과 당한 쪽은 분명한 상황. 다만, 공격을 주고받은 두 여자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챙그랑.


지금까지완 다른 눈빛으로 이가영을 노려보던 아일라가 쥐고 있던 랜스를 높게 쳐들었다. 상대를 향해 일격을 날렸을 뿐이지만 어느새 랜스의 끝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분명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너희가 마기를 약하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신성력을 약하게 만들 무기가 있다는 말이야.”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이가영이 보란 듯이 마기를 방출하자 피부를 감싸고 있던 검녹빛 마기가 일렁이며 차근히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낮게 깔린 눈으로 바라보던 아일라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했다.


“자신이 방어에 취약하다는 걸 인정한 모습은 칭찬하겠습니다. 허나.”


높게 쳐들었던 랜스에서 새하얀 광채가 뿜어져 나오자 그 끝에 물들어 점점 범위를 넓혀가던 검은 독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앞뒤 상황을 잘 따져야 한다는 건 제가 드릴 말인 것 같네요.”


랜스로 스며들던 독기를 완전히 걷어낸 아일라는 다시 방패를 앞세운 전투태세를 잡고서 조금 전보다 더욱 완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높은 수준의 전투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정세라는 슬며시 김성환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조두현이랑 전투수준이 다른 것 같죠?”


그녀의 말에 김성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투에 들어선 아일라와 마르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S급의 헌터들. 그런 헌터를 각자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상대의 모습에 김성환과 정세라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자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던 강한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두현은 그냥 우리보다 약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앞선 둘과는 다르게 마기를 전혀 뿌리지 않은 강한의 모습에도 김성환과 정세라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푸른 방패를 치켜든 김성환이 묻자 강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간단해. 마력에 적응한 인간은 각성한다. 뭐, 그 정도로도 폐급보단 강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급이 나눠지지. 강한 녀석은 강하게, 약한 녀석은 약하게 말이야. 그 분들께 직접 힘을 받은 것도 똑같은 거야. 강한 녀석이 힘을 더 잘 사용할 뿐이지.”


당연하면서도 간단한 이치. 김성환과 정세라가 그 뜻을 이해한 듯 보이자 강한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주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인간들이 마력이라 부르는 힘. 균열 속에서 흘러나와 인간들을 각성하게 만든 그 힘 말이야. 사실 너희가 악마라고 부르는 그 분들의 힘이거든.”


“······뭐?”


“균열 속에 가득한 마력? 전부 그 분들한테서 흘러나온 힘이야. 인간이 마물이라고 부르는 괴물들? 전부 그 힘으로 각성한 한낱 짐승일 뿐이라고. 너희도 고작 흘러나온 그 분들의 힘으로 각성했을 뿐인 거고.”


조금 충격적으로 들린 말에 김성환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힘을 우린 그 분들께서 직접 하사해주셨다. 그 힘을 받고도 조두현 같은 실패작이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린 다르다 이 말이야.”


쿠구구구구구구!


말을 이어가던 강한이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중력이 뒤틀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거운 중압감이 공간으로 내리깔렸다.


“크윽······!”


세 명의 마기가 방출되던 순간, 흩뿌렸던 피의 늑대를 단숨에 잃었던 고상원은 체력을 회복하기도 전에 뒤덮어진 마기에 신음을 내뱉었다.

강한과 마주하고 있던 이들이 중압감에 짓눌려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강한은 그 모습이 기껍다는 듯 양팔을 벌리고 웃어댔지만, 무방비한 그의 모습에도 누구하나 마음껏 덤벼들지 못했다.


“SSS급 특성? F급 특성? 크하하하! 그 분들께서 급을 매겨둔 것도 모른 채 누가 더 강하냐며 따지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귀엽구나, 귀여워!”


마치 악마를 마주한 것처럼 짙은 마기가 공간을 짓누르자 무릎을 꿇어 버티던 이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으아아악!”


어디선가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각자의 몸을 살피는 것도 벅찼던 이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했다.


“응?”


오히려 그 비명에 반응한 건, 바짝 엎드린 이들을 농락하던 강한이었다.


“······뭐냐.”


“끄아아아아악!”


끊임없이 울리는 비명. 그 비명의 주인은 이찬솔이었다.

눈이 까뒤집힌 채 비명을 질러대는 이찬솔은 온몸을 짓누르는 마기 속에서도 홀로 바닥을 뒹굴며 자신의 몸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몸을 덮고 있던 옷자락이 뜯겨져 나가고, 이어서 드러난 살점까지 뜯어낼 기세로 긁어대자 곳곳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차, 찬솔씨!”


강한의 시선이 이찬솔에게 쏠린 탓에 조금은 약해진 마기 속에서 비명의 근원지를 찾던 김성환이 그를 향해 기었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움직임으로 그의 자학이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저 녀석은 뭐냔 말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이찬솔을 바라보던 강한이 소리치자 압도적인 마기가 공간을 짓누르며 바닥을 뒹굴던 돌덩이까지 부스러졌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비명을 질러대며 자신의 살가죽을 긁어대던 이찬솔의 손끝에 거뭇한 마기가 감돌더니 피부에서 무언가 잡아 뜯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이찬솔이 자신의 살점을 잡아 뜯었다 생각한 김성환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강한은 이찬솔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에 잡혀 뜯겨져 나온 건 다름 아닌 새하얀 기운. 아일라의 스킬로 모두의 몸을 감쌌던 신성력이었다.


“헉. 허억.”


몸을 감싸던 모든 신성력을 잡아 뜯어낸 이찬솔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공간은 여전히 강한이 내뿜는 마기 속에 물든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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