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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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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016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7.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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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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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마기(2)

DUMMY

쾅!


정적 속에서 종이와 펜이 스치는 소리만 가득하던 방 안에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비상!”


목소리의 주인공은 평소와 다르게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한고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펜에서 손을 놓지 않은 최지환은 그녀에게 시선조차 두지 않은 채 자신의 키만큼 쌓인 서류를 처리하기에 바빴다.


“비상이라니까요?”


“한고을. 길드장님은 지금 바쁘시니까 다음에 오는 게 좋겠군.”


최지환의 옆으로 거뭇한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더니 이내 강석호가 모습을 드러내 대신 말을 꺼냈다.


“이번엔 진짜로 비상이라고요! 재현씨 마력이 이상해요!”


“뭐?”


‘재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제야 최지환의 입술 새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좋다고 해야 될지, 나쁘다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상하니까 직접 확인해보세요!”


“앞장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만사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무표정하던 최지환은 벌떡 일어서더니 한고을보다 앞서서 길드장실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석호는 걸음을 옮겨 그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그러실 만도 하지.’


마물과 악마가 처음으로 쳐들어 왔던 때부터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져왔다. 그리고 그 중엔 칠성이, 정확히는 칠성의 두 헌터가 나서지 않고선 해결되지 못할 일들도 종종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는 하지 못했다.

차재현이 정신을 잃자, 마치 누군가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일들이 순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균열이 발생했던 초기를 제외하면, 10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모조리 모아도 지난 1년만큼 위험한 일들이 많진 않았다.


‘만약 길드장님 혼자였다면······.’


강석호 자신은 물론이고, 칠성의 A급들로 해결이 어렵다는 건 결국 최지환과 차재현이 나서지 않는 이상 지금의 한국에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차재현의 부재로 최지환이 모든 걸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이찬솔이라는 헌터의 정보력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고 있지만, 그것도 언젠간 한계에 다다를 게 분명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차재현의 빈자리를 가장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건 최지환일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긴 하지.’


차재현이 홀로 누워있는 병실에 들어서자 최지환에게서 느껴지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저 잠에 든 것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차재현. 그를 바라보는 최지환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운 것처럼 보였다.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군.”


시선을 떼어낸 최지환이 묻자, 한고을은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그래프가 그려진 종이뭉치를 건넸다.


“겉이 이상했으면 제가 다른 수를 써봤겠죠. 근데 문제는 마력이에요. 여기까지가 평소 재현씨 마력. 갑자기 확 떨어지는 이상증세가 간혹 있긴 했어도 금세 본래 자리로 되돌아왔었어요. 그래프만 보면 꼭 어디 전투라도 나갔다가 회복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죠.”


한고을이 가리킨 종이의 그래프는 그녀의 말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이 몇몇 존재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정 수치까지 서서히 회복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설명을 이해했다는 듯 최지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고을은 한 페이지를 넘겨 뒷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게 오늘 측정된 수치예요.”


이번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아니. 굳이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보이는 그래프만 보더라도 그 수치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이건 굳이 말하자면, 음······. 아, 이제 막 마력을 받아들이고 각성한 사람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만 빼면.”


한고을의 말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최지환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력 추출엔 문제없는 건가?”


그러자 한고을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문제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재현씨한테 나오는 마력만으로도 홍지아씨 마력커버가 가능할 정도예요. 뭐, 가만히 누워 있으니까 마력 좀 뽑아 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있고요.”


“그럼······.”


최지환이 말끝을 흐리며 차재현을 바라보자 한고을은 또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이게 깨어날 징조라던가, 그런 건 아무도 몰라요. 애초에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모르니까. 우선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한 거예요. 깨어날 징조였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반대일 가능성도 없을 수는 없으니까.”


순간 병실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멈춰 서서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 최지환의 뒷모습을 보다 못한 강석호가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우선 -”


그때.


파앙!


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파공음이 길드 건물의 바깥으로부터 울려 퍼졌다.


* * *


파아앙!


푸른빛의 마력과 보랏빛의 마력이 맞닿아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자 열기로 가득했던 온 사방에 한기가 가득 메워졌다.


파지직.


푸른 한기가 보랏빛 독기를 몰아내자 그 속으로 옅은 전류가 조용히 흘러 배진석을 향했다.


쿠구구구!


하지만 높게 솟아오른 바위벽이 조용히 배진석의 숨통을 노리던 전류를 가볍게 차단해냈다.


“미치겠네, 진짜!”


김성환의 한기가 밀어내고 있다고는 하나, 점점 짙어지는 독기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배진석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선 정세라의 위력이 그에게 닿아야 했지만, 그마저도 황주찬의 바위벽에 막혀 제대로 된 위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력이 아까 전보다 또 상승한 것 같습니다.”


“나도 안다고요!”


정세라의 전격은 바위벽 따위는 쉽게 뚫어버릴 정도의 위력을 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승하는 배진석 일행의 마력에 정세라의 전격이 점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서로의 약점과 상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공방을 유지하는 모습이 꼭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세라씨.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저도 휩쓸리는 건 괜찮으니까 한 방 먹여주십쇼.”


“오케이. 그럼 할 만하지.”


나름 희생할 생각으로 내뱉은 말을 정세라가 덥석 물자 김성환의 눈가에 눈물이 아주 조금 고였다.


쿵!


사람 머리만 한 구멍이 뚫린 방패를 높게 처든 김성환이 방패를 힘껏 때리자 그의 주위로 한기가 폭발하듯 퍼지며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곤 이미 얼어붙은 바닥에 몸을 싣고는 미끄러지듯 달려 어느덧 얼음뭉치로 거대해진 방패를 황주찬에게 휘둘렀다.


콰가가각!


동시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벽이 방패를 막아서며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콰드드득!


그러자 마치 이런 상황을 노렸다는 듯 바위벽에 처박힌 방패에서부터 살결을 에이는 한기가 빠른 속도로 퍼져 주변을 전부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드득!


바닥과 대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사방을 얼린 한기가 배진석과 황주찬의 발목까지 타고 오르자.


파지직.


대기의 열기와 김성환의 한기가 만나 새하얗게 가려져 있던 시야 속에서 푸른 전류가 일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곳에 독기까지 합쳐지자, 마치 하늘에 잔뜩 드리운 먹구름 속에서 일렁이는 번개의 모습과도 같이 보였다.

빠른 속도로 흘렀던 전류를 확인한 김성환은 사방을 얼리던 한기를 뒤덮어 자신의 몸을 꽝꽝 얼려버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사방을 뒤덮었던 마력을 매개로 푸른 전류가 빈틈없이 흐르더니 이내 거대한 폭음을 내뿜으며 마력이 번진 공간을 모조리 집어삼킬 듯 번져나갔다.

강렬하게 퍼져나가던 전류가 일순간의 폭음과 함께 사라지자 그 속으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불긋한 열기가 솟는 구덩이 속에서도 새파란 얼음덩어리 하나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콰가각.


“휴······.”


새파란 얼음이 깨지자 그 틈새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세라씨. 방금 혹시 힘 조절은 하신 겁니까?”


“아뇨? 조절을 왜 해요? 기회 됐을 때 다 잡아버려야지.”


“그 속에 저도 있다는 걸 아시면서······.”


“직접 미끼 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런 걸 맞아놓고 이렇게 멀쩡한 사람이 할 소리예요? 성장이 확실하긴 했나보네.”


흐르려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친 김성환은 주변을 한 번 휙 둘러봤다.


“그래도 확실히 끝난 것 같습니다.”


“아뇨. 감각이 확실하진 않았어요. 치명상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정세라가 말끝을 흐리자 움푹 파인 바닥이 조금 갈라졌다.


쿡!


그리고 커다란 손 하나가 그 틈새를 비집고 나와 바닥을 붙들고선 이리저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거······.”


“아까 찬솔씨 공격에도 죽지 않은 거 보면 좀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이 그렇게 태연하게 나와요?”


분명 배진석은 이찬솔의 일격에 양분됐었지만 어느새 복구된 몸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움직였었다.


“아무래도 저걸 조종하는 사람을 먼저 잡아야겠습니다.”


“숨어서 나오지도 않는 놈을 어떻게 잡아요?”


“세라씨 감지스킬 있지 않습니까?”


정세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있긴 있죠. 근데 그건 숙련도가 떨어져서 전투 중엔 못 써요. 움직이질 못하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그 동안엔 제가 막고 있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김성환의 목소리에 정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강해진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죠.”


그러자 김성환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은 가능합니다.”


김성환의 미소 진 입가에서 새하얀 입김이 퍼져 나왔다.


“굳이 훈련장소로 이곳을 뽑은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부길드장님은 지금까지 제 속에 한기를 전부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저보다 먼저 눈치챈 겁니다.”


그리고 새파란 한기가 그의 몸을 조금씩 감싸더니 정세라와 마찬가지로 마력의 갑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건······.”


이미 한 번 보여줬던 얼음 갑옷. 다시 멀쩡히 움직일 두 사람을 상대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지금까지의 전투양상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잘 보십쇼.”


마치 로봇의 부품처럼 얼음이 조각과 조각으로 분리되며 이어 붙더니, 단단한 갑옷의 형태를 완전히 잡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각조각으로 이어 붙은 얼음조각은 김성환의 몸을 모두 감싸고도 멈추지 않은 채 그 크기를 부풀려 나갔다. 그리고 그의 허리 아래로 점점 크기를 키워가던 얼음조각은 이내 또 다른 한 쌍의 다리를 만들어 바닥을 디뎠다.

온통 새파란 얼음 갑옷으로 두른 상체와 새파란 얼음으로 만들어져 자유로이 움직이는 네 다리.

그 모습은 인간의 상반신과 말의 하반신을 가진 켄타우로스를 연상되게 만들었다.


“······말?”


“······말이 아니라 켄타우로스입니다.”


연이어 양손에 얼음 방패와 망치를 쥔 그의 모습은 새파란 갑옷을 두른 채 말 위에 올라탄 기병의 모습이었다.


“몸은 저한테 맡기시고 정신교감도 함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스킬을 되게 잘 아시네요.”


“세, 세라씨는 워낙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큭큭. 그렇죠.”


김성환의 모습을 잠시 이리저리 살피던 정세라는 이내 몸에 둘렀던 전류를 풀어헤치고는 펄쩍 뛰어 얼음으로 만들어진 등허리에 올라탔다. 그리고 천천히 김성환의 얼음 갑옷에 마력을 흘리자 둘 사이에 아지랑이와도 같이 흐릿한 마력이 이어졌다.


“시작할 테니까 똑바로 지켜요.”


“맡겨만 주십쇼.”


이내 눈을 감은 정세라는 마치 잠에 들 듯 김성환의 널따란 등판에 머리를 기댔다. 얼음조각으로 가볍게 정세라의 몸을 고정시킨 김성환이 망치와 방패를 높게 들자 갈라졌던 바닥에서 커다란 바위벽이 솟아오르며 조금의 상처도 남지 않은 배진석과 황주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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