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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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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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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3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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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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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기(3)

DUMMY

전장 속에서 한기가 가득한 마력이 폭발하는 게 느껴진다.

내가 알던 김성환은 칠성의 푸른 방패라는 칭호가 잘 어울릴 정도로 방어력 극한으로 상승한 모습을 보였었다.


‘저건 말인가······?’


“아마도······.”


하지만 지금 김성환의 모습은 푸른 방패라기 보단 중세 기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뭐 아무렴 어때. 강해지기만 했으면 됐지.’


뿜어져 나오는 한기로만 보더라도 확실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저쪽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죠?”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기를 바라는 수밖에.’


당장 김성환과 정세라의 전투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건, 지금 눈앞에 선 벨프가 여유롭게 마력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연기처럼 흘러내리는 검은빛 마기.


녀석이 직접 전투에 나설 때 보이는 준비과정 정도로 보이는 모습. 이 타이밍에 녀석을 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녀석의 몸은 마치 기본적인 물리법칙도 무시하는 것처럼 그 어떤 타격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무적에 가까운 능력.


자칼이 극한의 공학적 지능을 보여줬다면, 벨프는 어떤 공격도 입지 않는 무적에 가까운 몸을 지녔다. 덕분에 저 녀석의 진짜 능력을 알지 못했을 땐 의미 없는 공격만 퍼부어대며 고생깨나 했었다.


우선 이 녀석부터 진정시켜야 될 텐데.


“사형. 당장 분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잘 참아야 돼요.”


성난 황소처럼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이를 갈아대는 정상윤을 신경 쓰던 이찬솔이 말을 건네자 녀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도로 한복판을 거니는 아이처럼 불안하게만 느껴진다.


슈우우욱.


벨프의 몸에서 흘러내리던 검은빛 마기가 일순간 소용돌이치더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몸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꽤 똑똑한 아이구나.”


그리고 내뱉은 목소리엔 방금 빨아들인 마기가 모조리 쏟아져 나오는 듯한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체력만 빼는 거야.’


고개를 끄덕인 이찬솔이 몸을 낮춰 다리에 힘을 실었다. 우선은 공격을 피해가며 마기를 쏟아내도록 만드는 게 지금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익.


“하지만 의미는 없단다.”


힘이 들어간 다리가 바닥을 박차기도 전에 녀석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콰가가가각!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검을 휘두른 덕에 녀석이 뻗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쾅!


“크윽······!”


하지만 벨프의 허리춤으로 날아든 검날은 반대로 튕겨져 나와 이찬솔의 몸을 날려버렸다.


파아아앙!


동시에 날아든 새파란 검기가 벨프의 몸을 때렸지만 역시나 녀석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 보였다.


“사형!”


콰드득!


‘저 멍청한······!’


반사적으로 날렸던 검기가 먹히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정상윤은 살기 가득한 검을 휘둘렀고.


쾅!


“커헉······!”


역시나 공격이 반사된 것처럼 튕겨져 나온 녀석은 바닥에 내리꽂혔다.


“꼬맹아.”


정상윤 따위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 날아드는 공격에도 아주 잠깐의 시선도 주지 않은 벨프는 여전히 이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도망가려던 녀석이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싸우기로 작정한 녀석이 검이 아니라 다리에 마력을 흘린다라······. 마치 시간을 끌려는 것처럼 보이네.”


누런 동공이 희미할 정도로 눈을 얇게 뜬 벨프는 잠시 침음을 흘리며 이쪽을 유심히 바라봤다.


“듣기로는 네가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 같던데. 지금도 시간을 끌면 공격이 먹힐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내가 마기를 흘렸을 때를 노리면 된다고 말이야.”


자칼과의 전투에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던 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었다.


처음부터 이쪽만 노리더라니.


아무래도 고작 자칼 하나 잡아낸 정도로 악마들 사이에 이미 이찬솔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가 흘러들어 간 것 같다. 무적에 가까워 보이는 녀석들의 능력에도 분명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가진 적이라면 강약의 정도를 떠나,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아직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녀석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쪽이 녀석의 약점을 알고 있다면 굳이 약점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을 거다.


꽤 절망적인데.


“근데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내 능력을 알아도 너흰 날 이길 수가 없어. 애초에 너흰 내가 마기를 흘릴 필요도 없는 녀석들이거든.”


‘정신 차려.’


이찬솔이 어느새 몇 걸음 앞까지 다가온 녀석을 향해 검을 겨눴다. 하지만 그 위압감에 짓눌리기라도 한 건지, 몸이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어때? 절망적이지?”


피부결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벨프의 입꼬리가 소름 끼치도록 길게 찢어졌다.


‘정신 차리라고!’


파앙!


콰아앙!


내 외침에 번뜩 정신을 차린 이찬솔이 코앞까지 다가왔던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서 반대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자 벨프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크하하하하!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참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 들지 않아? 죽일 방법을 알면 뭐해? 죽일 수가 없는데!”


‘침착해!’


쉬이익!


콰아아앙!


웃음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코앞으로 날아든 벨프를 향해 이찬솔이 또다시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튕겨져 나갔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반대로 만신창이가 된 이찬솔의 머릿속에 조금씩 절망이 들어앉고 있었다.


“크흐흐흑! 걱정 마. 아까 말했지? 널 데려가는 게 목적이라고. 죽이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하는 건 귀찮거든. 그러니까 기회를 줄게. 얌전히 따라 온다면 이대로 물러날 수도 있어.”


‘동요하지 마.’


무적에 가까운 신체를 지니고도 녀석이 굳이 허튼 전투를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다는 것. 최지환과 함께 녀석을 상대할 때도 비슷한 말을 했던 걸 보면 귀찮기 때문에 굳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일 거다.


“너한테 여기 있는 녀석들 목숨이 걸린 거다?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이찬솔!’


쉬이익. 파아아아아아아앙!


“응?”


순간, 군데군데 가죽이 찢어져 있던 벨프의 날개가 공간과 함께 갈라지는 듯싶더니 이내 제 모습을 되찾았다.


“악마! 복수!”


“오. 방금 그거 뭐였어?”


어차피 자신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할 거란 확신에서 나오는 무관심. 하지만 방금 정상윤의 공격에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공간참······.


『스킬 : 상기(想起) 발동』


최지환과 함께 벨프를 잡으러 나섰던 그때. 우리의 공격 역시 전혀 먹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녀석이 마기를 쏟아낼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빈틈을 만들었던 유일한 스킬이 바로 공간참이었다.


“그래. 그럼 되겠다.”


잠시 정상윤을 바라보던 벨프가 다시 이쪽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녀석의 뒤로 거대한 균열이 찢어지더니 그 속에서 도끼를 든 거대한 마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각성과 동시에 처음으로 상대했던 거대 고블린. 모습은 그때 만났던 녀석과 다를 게 없었지만, 몸에서 흐르는 거뭇한 기운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느껴졌다.


“크아아!”


거대 고블린은 균열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정상윤을 향해 달려들어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콰앙! 콰아앙!


이제 막 각성한 몸으로 잡아낼 수 있었던 거대 고블린. 제아무리 보스급 마물이라고는 하나, 이곳에서 출몰하는 샐러맨더 한 마리보다도 못한 녀석이다. 벨프의 마기로 강화됐다고는 해도 정상윤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없어야 했다.


“커헉!”


하지만 녀석의 커다란 도끼를 받아내던 정상윤의 입에서 고통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히려 단칼에 고블린의 목이 떨어져 나갔어야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들려올 소리가 아니었다.


“귀엽지? 내가 꽤 애지중지 키운 녀석이야. 저 녀석이 죽기 전에 어떻게 할지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그저 허세로만 들리지 않는 협박이었다.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으드득.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분노에 말문이 막혔다.

이미 이찬솔과 몸의 감각이 거의 맞아떨어지기 시작한지는 몇 분이고 시간이 흘렀다. 그 탓에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내 것인지, 이 녀석의 것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닥쳐.”


쉬이익.


벨프의 코앞으로 희푸른 검기가 그어졌다.


공간을 긋는 감각.


아직 완성된 공간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검기였다. 하지만 분명 몸속 깊숙이 느껴지던 분노와 살기는 한껏 담겨있던 날카로운 검이었다.


“······꼬맹아. 날 화나게 하지 않는 게 -”


“닥치라고.”


오른손에 쥔 검을 허공에 한 번 털어낸 이찬솔이 몸속에 가득 담긴 마력을 모조리 뽑아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방출해냈다.


“한쪽은 되도 않는 협박이나 하고, 또 한쪽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해대고.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으니까 제발 그 주둥이 좀 닥치고 있어.”


‘잠깐······!’


『스킬 : 마력운용 Lv.11 → 마력운용 Lv.12 상승』


『스킬 : 마력운용 Lv.12 → 마력운용 Lv.13 상승』


.

.

.


『스킬 : 마력운용 Lv.18 → 마력운용 Lv.19 상승』


마치 거뭇한 마기를 잔뜩 흘리던 벨프와 같이, 이찬솔의 몸에서 희푸른 마력이 무겁게 내리깔렸다. 이찬솔과의 연결고리처럼 뚫려 있던 구멍에 마력을 퍼붓던 때와는 다르게, 발끝에 남은 것까지 모조리 뽑아가려는 것처럼 몸속의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구멍 난 바닥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 잘난 마기만 베어내면 된다는 거지? 그럼 핏물이고, 눈물이고, 모조리 뽑아낼 수 있다는 거잖아.”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 인정해. 그런다고 네가 -”


쉬이익. 파아아아앙!


벨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 희푸른 검광이 그어지며 벨프의 몸 위에 검은 검기를 그렸다. 마치 공간을 찢고 나타나던 균열과도 같았다.


“이런 버러지 같은 녀석이······.”


어깻죽지부터 허리춤까지 갈라졌던 벨프의 몸이 공간과 함께 이어 붙자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거기 괜찮습니까?”


정세라를 등에 업은 채 홀로 배진석과 황주찬을 동시에 상대하던 김성환이 이찬솔을 향해 소리쳤다.


“사제!”


심상치 않은 상황 속에서 고블린을 간신히 떼어낸 정상윤이 이찬솔을 향해 달려가자 거침없이 흩뿌려지던 검은 마기가 일순간에 멈췄다.

하지만 이미 같은 전장에 뿌려졌던 한기와 독기를 집어삼키며 퍼져나간 마기 탓에 온 사방이 또 다른 차원 속으로 빨려들어 간 듯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내 마기를 구경하고 싶다고? 그렇게 해줄게.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자비로웠는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마.”


눈알이 온통 새까맣게 물든 벨프가 비릿한 미소를 짓자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마기가 일제히 한곳으로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자신과 이찬솔을 집어삼켰다.


“찬······솔씨?”


그리고 남은 건 고요한 전장.

일행이 갑작스레 사라진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성환의 뒤로 보랏빛 마력이 가득 담긴 주먹이 날아들었다.


쾅!


하지만 김성환은 얼음이 이어 붙어 만들어진 푸른 방패로 주먹을 받아내고도 일순간에 고요해진 전장 속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허탈한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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