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1,010
추천수 :
222
글자수 :
506,226

작성
23.08.03 23:55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공격대(4)

DUMMY

“아하하. 정체라니요? 그냥 한낱 헌터에 불과한데? 아하하하”


“아니. 스승님이 어쩌고, 누굴 해치우면 저쩌고 하면서 혼잣말하는 거 계속 보고 있었거든. 그건 절대 환상 속에 만들어낸 사람이랑 대화하는 모습이 아니었어.”


꿀꺽.


여느 때와 같이 멍청한 모습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던 이찬솔은 마른침을 삼켜냈다.


“네가 가진 정보가 전부 내······, 아니. 칠성의 이득으로 돌아오니까 지금껏 참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까지 와서 바보처럼 속아주기만 할 생각은 없거든.”


“그러니까 말이죠······.”


앞뒤 상황을 전혀 알 리가 없는 고상원과 진성태, 그리고 이혁 또한 이찬솔이 무언가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본 모습은 세간에 알려진 지 고작 일 년뿐이 되지 않은 헌터가 보여줄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런 의심은 뒤편으로 접어두고 있었을 뿐이다.


“저는 사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굳이 녀석들을 속일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사실을 믿지 않았을 때 생겨날 작은 불신은 물론이고, 혹여나 최지환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반응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기 때문에 사실을 말하는 게 조금은 두려울 뿐이다.


그 녀석이라면······.


-네까짓 게 차재현의 힘을 훔쳤구나!


라던가.


-너 때문에 차재현이 저렇게 됐다는 거냐!


라는 제멋대로 식의 결론을 지어버릴 게 뻔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됐으면 어쩔 수 없지. 사실대로 말하고 -’


“됐다.”


응?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이쪽을 향하던 시선들이 묘하게 벗어나 등 뒤로 쏠렸다.


“길드장님!”


가장먼저 반응한 김성환이 소리치자 하나둘씩 이찬솔을 지나쳐 뒤편에 선 최지환을 향해 달려갔다.


“몸은 괜찮아요?”


“아직 무리하면 안 됩니다!”


저마다 걱정 어린 목소리를 뱉어냈지만, 정작 최지환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 괘, 괜찮으시죠?”


얼굴에 구멍이라도 날 것처럼 부담스러운 시선에 이찬솔이 슬쩍 입을 열자 최지환은 옅은 한숨을 뱉어냈다. 그리곤 한고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녀석이 하는 일에 더 이상 궁금증은 품지 마.”


다소 충격적인 말에 이찬솔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하지만! 길드장님도 알 거 아니에요! 저 녀석이 마음대로 날뛰어서 이렇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그만.”


센 척은.


평소와 같이 위압감 가득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 따윈 잊어. 현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아는 자가 있다면 듣겠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선 내 말에 따라줘야겠어. 물론 화랑, 너희도 포함해서 말이야.”


최지환의 말에 칠성은 물론이고, 진성태와 고상원도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위압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최지환의 모습. 하지만 저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이곳에서 아마 나뿐일 거다.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이가 없다는 걸 확인한 최지환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재현······. 칠성의 부길드장이 깨어나지 못한지도 벌써 일 년이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여기 모인 그 누구도 지난 일 년 동안 그 녀석의 정보력을 넘어섰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장담하지. 그리고 그 정보가 담긴 건 오로지 저 녀석의 머리뿐이다. 녀석이 믿음직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악마를 잡아낼 방법을 알았고, 희귀스킬을 가질 녀석을 집어냈다. 그것도 모자라 장비의 재료도 알아냈지. 우연히 때려 맞춘 게 아니야. 모든 건 저 녀석이 알고 있는 선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다.”


어느새 마르크와 아일라도 다가와 최지환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세계 헌터 대표? 너희도 그딴 헛소리 집어 치워. 상대는 악마다. 인간끼리 비교해서 될 문제가 아니야. 그 놈들을 잡아내기 위해선 약점을 알아야 한다. 그걸 알지 못하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저 자식 입에서 저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는데.


나와 최지환의 합이 잘 맞았던 건, 한평생 함께 단련을 했기 때문도 아니고, 특성이나 스킬의 조합이 잘 맞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최지환이 그 누구보다 강했고, 내가 누구보다 적의 약점을 잘 간파했기 때문이다. 약점을 알고, 그 약점을 노릴 힘이 있다면 그 조합이 누가 됐던 이겨낼 수 있다는 이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무적과도 같은 능력을 자랑하는 악마의 약점을 모를 경우 제아무리 강한 힘을 지녀도 인간으로서 이겨낼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이 시기에 내가 알던 힘에 미치지 못한 최지환이 하필 아데우스를 맞닥뜨렸으니, 꽤 좌절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그 녀석한테 검만 배운 게 아니라는 말이지?”


최지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마르크가 다가왔다.


“그럼 나에 대한 얘기도 좀 들었냐?”


“······조금요.”


“아일라도?”


연속된 질문에 이찬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녀석들 얘기도 조금씩은 다 들었겠구만.”


“정확히는 몰라요.”


아직 듣지 못한 이들에 대한 대답은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그러자 이쪽을 가만히 노려보던 마르크는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고는 최지환에게 다가갔다.


“저 녀석 말에 따르자는 거면 난 좋아.”


“마르크씨?”


가만히 지켜보던 아일라는 새삼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마르크를 바라봤다.


“생각해보라고, 아일라. 겨우 일 년이래, 일 년. 각성한지 겨우 일 년 된 애송이가 우리 둘의 합공에도 버텼다고.”


“하지만 제대로 싸우지 않았잖아요!”


“하여간. 얼굴만 예쁘고 머리는 나쁘다니까.”


쾅!


아일라의 랜스가 마르크의 머리를 내리찍자 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랬죠!”


“크으으! 방금 그거 진짜 위험했다?”


랜스 아래 깔린 얼음조각이 사르르 녹아내리자 아일라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제대로 싸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아일라. 합공을 받아친 것도 모자라서 반격까지 해왔다고. 겨우 일 년밖에 안 된 녀석이 그걸 어떻게 하겠어?”


“정보?”


“그래, 그거지! 근데 저 꼬맹이가 차재현한테 단순히 정보만 받은 놈이었으면 그냥 움직이는 공략법이랑 다를 게 없지. 그걸 이용할 줄도 아는 녀석이라는 게 중요한 거야.”


사실 두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이찬솔에게 자세히 해주진 않았다. 오로지 이찬솔 개인의 기량으로 받아친 수준이었지만, 저렇게까지 얘기하는 걸 보니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너도 끼라고. 이쪽이 제일 재밌을 것 같으니까.”


마르크의 얼굴엔 장난기 넘치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진지한 모습도 보였다.


“당신이 그렇게 말 안 했어도 전 원래 호의적이었거든요!”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다루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일라도 큰소리로 맞받아쳤다.

두 녀석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듯 보이자, 이찬솔은 슬며시 최지환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길드장님. 잠시 얘기 좀.”


평소와 다르게 단번에 고개를 끄덕인 최지환이 먼저 앞장서서 사옥을 향하자 이찬솔도 그 뒤를 따랐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여전히 딱딱한 말투에 이찬솔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말을 꺼냈다.


“성녀님은······혹시······.”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질문과.


“······지키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던 답변.


“살······아는 있을까요?”


“확신할 수 없다.”


확신할 수 없다.

그 무책임한 한 마디에도 난 이 녀석을 탓할 수 없다.


“확신할 수 없다는 건, 죽음도 마찬가지겠네요.”


꽤나 희망적인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악마한테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 눈을 감은 탓에 제대로 보진 못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마력이 바닥나서 정신을 잃은 모습뿐이었다.”


“그거면 됐어요. 아직 희망은 있네요. 그럼 다음으로······.”


지아의 죽음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이찬솔은 조금 전보다 더 망설이는 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혹시, 스승······님은요?”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다.


내 몸? 바위더미에 깔려 육포가 됐다거나, 칼이 꽂혔다거나, 그런 것만 아니면 좋을 텐데······.


“악마······.”


응?


“······놈들이 가져갔다.”


‘뭐? 지금 저 자식이 뭐라고 하는 거야?’


내 몸을? 녀석들이 왜?


“어째서요?”


“이유는 모른다. 억제의 힘이 사라진 이후에 갑자기 하얀 갑옷을 두른 악마가 나타났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악마 한 놈이었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었어. 그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하얀 갑옷의 악마요?”


이찬솔의 되물음에 최지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갑작스레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찬솔?’


공간이 옅게 울릴 정도로 뿜어져 나온 마력은 굉장히 위협적이었지만, 공간 속 그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았다.


“······뭐하는 거지?”


‘이찬솔! 뭐하는 거!······.’


순간, 이찬솔의 몸에 깃든 첫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거대 고블린과의 전투 직후, 쓰러진 이찬솔에게서 엿볼 수 있었던 과거. 어울리지 않게 빛으로 무장한 악마와의 조우. 그리고 녀석의 검에 처참히 베여나간 이찬솔의 부모.


최지환의 말만으로 같은 악마라 확신할 순 없지만, 시커먼 악마들 사이에 하얀 갑옷을 두른 녀석이 둘이나 존재할 거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있었나?


칼트와 맞닥뜨리고, 최지환이 인류를 배신하기 전, 나타난 모든 악마를 해치웠지만, 그런 녀석은 본 적이 없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가며 하얀 갑옷을 두른 악마를 떠올려보려는 사이, 이찬솔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마력이 차츰 진정되어갔다.


“진정했나보군.”


“······죄송해요.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일단 쉬어야겠어요.”


그늘진 얼굴로 돌아선 이찬솔이 쉴 곳을 찾아 걸음을 내딛자 등 뒤로 최지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가지만 물어도 되겠나?”


이찬솔이 걸음을 멈추자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젠 어쩔 셈이지?”


“그야, 공격대를 형성해서 악마를 무찌르러 -”


“아니. 다른 녀석들의 도움은 부가적일 뿐이겠지. 자칼을 잡아낼 때도 A급들을 서포터 정도로만 써먹었더군. 정작 목숨을 걸고 싸운 건 너뿐이었고.”


정확하게 잡아냈다. 다른 녀석들도 목숨을 걸고 싸운 건 맞지만, 결국 이쪽에서 실패했을 경우엔 모든 게 무너졌을 거다.


쿠구구구.


최지환의 마력이 공간을 압박하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찬솔이 뿜었던 마력과는 다르게 명확한 대상을 두고 날아든 마력은 꽤나 묵직하게 전해졌다.


“이런 힘을 두고도 혼자 싸우려 들려는 건가?”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껏 느꼈던 그 어떤 마력보다 방대하고, 강력하다. 마치 태산을 등에 업은 것처럼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듯 경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빛의 마력이 이찬솔의 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더니 온몸을 짓누르던 붉은 마력을 밀어내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역시 스승님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 하네요. 여기서 더 강해졌다면 어땠을지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뭐?”


뭐긴 뭐야. 지금까지 네 성장 막은 게 우리라는 거지.


최지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찬솔의 말뜻을 이해했을 거다.


“근데 다른 사람은 다 돼도, 길드장님은 안 돼요.”


“그게 무슨 의미지? 그것도 차재현이 시킨 일인가?”


이찬솔은 고개를 내젓고서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더 이상 스승님이 아끼는 사람이 죽는 꼴은 못 보겠거든요.”


‘배신은 더더욱이고.’


이찬솔은 붉은 마력이 짙게 서려 메워진 공간을 유유히 걸어 계단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및 연재주기/시간 변경 공지 23.06.27 24 0 -
공지 연재시간 18시 05분입니다. 23.05.11 79 0 -
84 환상(3) 23.08.14 10 0 13쪽
83 환상(2) 23.08.11 14 0 13쪽
82 환상(1) 23.08.10 19 0 12쪽
81 역습의 시작(3) 23.08.09 24 1 14쪽
80 역습의 시작(2) 23.08.08 21 1 12쪽
79 역습의 시작(1) 23.08.07 21 1 13쪽
78 공격대(5) 23.08.04 21 1 12쪽
» 공격대(4) 23.08.03 23 1 12쪽
76 공격대(3) 23.08.02 25 1 14쪽
75 공격대(2) 23.08.01 28 1 14쪽
74 공격댸(1) 23.07.31 30 1 12쪽
73 배신(3) 23.07.28 39 1 13쪽
72 배신(2) 23.07.27 35 0 13쪽
71 배신(1) 23.07.27 39 0 15쪽
70 역습(3) 23.07.25 33 0 14쪽
69 역습(2) 23.07.24 35 0 13쪽
68 역습(1) 23.07.20 38 0 14쪽
67 분노(7) 23.07.19 39 0 12쪽
66 분노(6) 23.07.18 43 0 12쪽
65 분노(5) 23.07.17 40 0 14쪽
64 분노(4) 23.07.14 44 0 13쪽
63 분노(3) 23.07.13 46 0 13쪽
62 분노(2) 23.07.11 51 1 13쪽
61 분노(1) 23.07.10 51 0 14쪽
60 마기(5) 23.07.07 52 1 12쪽
59 마기(4) 23.07.06 60 1 12쪽
58 마기(3) 23.07.05 56 1 12쪽
57 마기(2) 23.07.04 6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