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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몰락한 천재헌터는 폐급의 헬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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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룡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8.14 23:5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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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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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글자수 :
5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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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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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역습의 시작(1)

DUMMY

수풀로 무성한 정글 속.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듯 공터와도 같이 둥근 지대로 습기 가득한 수풀을 해친 아일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계.”


가장먼저 공터로 들어선 아일라가 작게 말하자, 일렬로 줄지어 따라붙던 일행들이 차례로 그녀의 말을 뒤로 전했다.

수풀을 해치고 모습을 드러낸 일행은 총 다섯 명.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장비를 갖춘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경계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상 없음.”


줄의 세 번째에 서서 마르크의 뒤를 따르던 남자가 작게 말하자 선두에 선 아일라가 먼저 랜스를 거두고 새하얀 투구를 벗었다.


“여기서 십 분 휴식 후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갑자기 이게 뭔 고생이래.”


아일라의 목소리를 듣고 슬며시 흘리던 마력을 거둔 마르크가 불평을 늘어놓자 그 뒤를 따르던 남자가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마르크씨도 직접 보고 결정하신 거잖아요?”


녹색의 천으로 온몸을 감싼 남자는 새로운 물병을 꺼내 일행들에게 하나씩 건네고는 하관을 감싸고 있던 복면을 거둬 마지막으로 꺼낸 물병을 입에 물었다.


“꼬맹이 주제에. 악마 보고 지리지나 말라고, 하야토.”


각 나라를 대표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S급의 헌터들. 그 중 하야토는 가장 어린 나이에 힘을 인정받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일본의 헌터였다.


“하하. 여러분이 있는데 겁낼 게 뭐 있겠어요?”


마르크의 농담을 하야토가 가볍게 넘겨버리자, 따로 챙긴 컵에 물을 따라 마시던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먹힌 건 재생 못 해.”


“노아씨······.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짤막한 검정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 노아. 꽤나 훈훈하게 생긴 얼굴로 무표정과 심각한 표정만을 짓던 그가 검은 원피스와도 같은 로브를 들추자 그 속에 걸린 수십 개의 주사기가 덜렁거리며 드러났다.


“사실인걸. 없어진 신체는 다시 붙일 수 없어.”


“그러니까 노아씨······.”


노아의 말에 오히려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던 하야토의 귓가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렸다.


“으하하하! 걱정 말라고, 하야토! 그깟 슬라임은 이 주먹으로 모조리 터뜨려버릴 테니까 말이야! 으하하하!”


“안드레씨! 귀에 대고 소리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으하하하하!”


2미터는 넘을 거구와 매끈한 초콜릿빛의 피부를 지닌 안드레. 하야토의 불평에 호쾌한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의 커다란 근육이 부담스럽게 불룩거렸다.


“아일라씨······.”


품속에 매달린 주사기를 살피는 노아와 호쾌한 웃음을 쉬지 않고 뱉어내는 안드레 사이에서 울상이 된 하야토가 아일라를 향해 눈빛을 보내자 싱그러운 웃음을 지어보인 그녀는 자신이 앉아있던 나무토막을 가볍게 툭툭 쳤다.

그 모습에 잃어버렸던 주인을 찾은 강아지처럼 쪼르르 다가간 하야토는 아일라가 내어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피곤하지?”


“저를 완전히 애처럼 생각한다니까요, 정말.”


“다들 걱정돼서 그런 거니까 네가 이해해줘.”


아일라의 자상한 목소리에 하야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투로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나저나 저렇게 떠들어도 돼요? 이러다 악마 쪽에서 먼저 덤벼들면 어쩌죠?”


“정보에 의하면 우리가 잡아낼 악마는 청각이 없대. 시각도 많이 떨어지는 대신 후각이 굉장히 발달했다고 하니까 네 스킬이 중요한 거야.”


말과 함께 뻗은 아일라의 팔엔 희미한 마력이 보였다. 팔은 물론이고, 온몸으로 퍼진 마력은 아일라 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모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스킬이 잘못되거나 하면······.”


다른 각성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하야토는 그 탓에 전투의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넌 뛰어난 사냥꾼이잖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정말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각자 몸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야. 엉뚱해보여도 분명 강한 사람들이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일행들을 향한 아일라의 신뢰를 느낀 하야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하야토의 얼굴에서 불안이 사라진 걸 확인한 아일라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아일라의 목소리가 울리자 조잡하게만 보이던 일행들이 단숨에 각자의 진형을 잡았다.

개성 넘치는 S급의 실력자로만 이루어진 파티. 마력하나 뿜어내지 않은 아일라의 목소리는 그녀가 이 파티의 리더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기운차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때.


“크크큭. 어딜 그리 바삐 가시는지요?”


수풀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일행들의 마력이 공기를 타고 일제히 뿜어져 나왔다. 네 명의 S급이 뿜어내는 마력이 공기를 무겁게 내리깔자 일체의 마력도 없이 방패와 랜스를 치켜든 아일라가 말했다.


“누구냐.”


아일라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리자, 애초에 숨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수풀을 해치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키보다 긴 스태프를 들고 녹색 로브를 푹 눌러써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불룩 튀어나온 배와 1미터도 안 될 것 같은 키, 그리고 로브 바깥으로 드러난 녹색의 가죽만 봐도 눈앞에 나타난 마물의 정체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블린?”


그 정체를 가장 뒤늦게 알아차린 하야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티가 들어선 곳은 A급의 위험도를 지닌 균열 속. 그 중에도 사람의 발걸음이 전혀 닿지 않았을 정도로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 고블린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의아한 상황이었지만,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모인 다섯 명의 S급 앞으로 겁 많기로 유명한 고블린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하야토에게 있어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하야토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뒤에 서 있던 노아가 그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연이란 건 없어. 방심하지 마.”


그제야 방심하던 마음을 추스른 하야토는 방출됐던 마력을 고블린에게로 쏘아냈다.


“헉.”


정찰과 은신, 감지에 특화된 하야토는 고블린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을 짚어내고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하야토. 진정하고 네 역할에 집중해.”


“죄, 죄송합니다.”


S급의 헌터들은 저마다의 감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나, 하야토에 비할 것은 못 됐다. 숨겨둔 한 톨의 마력까지 찾아낼 정도로 감각이 발달한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져 있어, 전투력을 수치화하기로도 유명한 헌터였다.


“마력수치 220입니다. 약점은 다른 고블린이랑 다를 건 없지만 범위가 굉장히 좁아요. 심장, 목, 눈을 노리는 게 가장 좋아 보입니다.”


“빌어먹을. 고블린 주제에 나보다 마력이 높아?”


마르크가 분하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일행 중에도 하야토의 기준으로 220을 넘어서는 이는 아일라와 노아뿐이었다.


“뭘 하시는 겁니까?”


상대를 파악하며 대치하는 사이, 그 모습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고블린이 말했다.


“아아. 제 마력이라도 느끼신 건가요? 크크큭. 하찮은 인간분들께서 제 마력을 간파하시다니. 이거, 제가 인간분들을 너무 얕잡아본 것 같네요.”


마물이라는 특성상, 일행들이 뿜어내는 마력을 고블린이 감지해내지 못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S급의 마력에도 위압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고블린의 모습이 조금은 충격적이게도 다가왔다.

그러나 고블린의 목소리엔 완전히 귀를 닫은 듯 아일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A진형 특수타입으로 진입하겠습니다. 안드레씨!”


“확인!”


아일라의 지시가 떨어지자 퍼져나가던 안드레의 마력이 일제히 아일라에게로 몰려들었다. 동시에 달려든 아일라가 고블린을 향해 랜스를 힘차게 뻗어냈다.


콰앙!


“크큭. 겨우 이건가요?”


하지만 정확하게 심장을 노린 랜스는 고블린의 가죽을 뚫지 못했고, 오히려 고블린의 손에 몰려든 검은 마력구슬이 아일라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과광!


“아슬아슬했구만!”


폭발과 함께 터져 나온 검은 연기 속에서 안드레의 근육이 불룩거렸다. 고블린이 쏘아낸 마력구슬은 안드레의 양팔에 걸린 십여 개의 두꺼운 링에 맞아 폭발했고, 방패를 치켜들어 폭발을 막아낸 아일라는 조금 벅찬 얼굴로 밀려났다.


“크크큭! 진형이 무너져 버렸군요!”


커다란 폭발 속에서 다음 공격에 대비하던 아일라와 안드레의 시선이 순간 뒤쪽에 남겨진 일행들을 향했다. 일행들의 머리위엔 빗줄기와도 같은 검은 마력이 서서히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밧!


“으아아악!”


바늘과도 같이 쏘아진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리치자 일대가 검은 안개로 가득 메워지며 하야토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그쪽도!”


기세를 탄 고블린이 또다시 마력구슬을 뽑아내 앞선 안드레를 향해 날려 보냈다.


“응?”


하지만 안드레의 입가엔 여전히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흐읍!”


촤락!


날아드는 마력구슬을 향해 안드레가 커다란 주먹을 뻗자, 손에서 뻗어 나온 황색의 마력이 그의 몸집보다 큰 코뿔소의 형상으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


안드레의 손에서 뻗어 나온 마력은 나아가는 길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위협적으로 날아들었고, 사람의 얼굴만 한 마력구슬 또한 단번에 소멸시키고서 그 뒤에 선 고블린까지 덮쳐들었다.


쉬이이익.


마치 거대한 바윗덩이가 밀고 지나간 듯 길게 뚫린 정면.


“크으윽!”


그 속에서 흙더미에 파묻혔던 고블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군요. 제가 착각하고 말았네요. 당신이 진짜 리더였다니.”


고블린이 뿌린 마력으로 거뭇한 안개가 옅게 깔린 공터 속. 정면을 듬직하게 막아선 안드레와 고작 마력이 맞부딪친 정도로 지친 내색을 보이는 아일라. 그리고 거뭇한 빗살 속에서 모습마저 사라진 나머지 일행들.

조금 전 안드레의 일격이 꽤 위력적이긴 했으나, 치명상을 입은 쪽은 오히려 S급 무리들처럼 보였다.


“크크큭. 무능한 일행을 끌고 다니는 걸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군요. 뭐, 짐덩이가 없었다 해도 저한텐 안 됐겠지만 말이죠.”


고블린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마력이 조금 더 짙은 검정을 띠기 시작했다. 고작 흘러내린 마력만으로 바닥이 타들어가듯 녹아내리자 안드레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기운이 조금 전이랑 달라졌어.”


“이건 한국에서 악마 추종자들이 뿜던 기운과 비슷합니다. 아마도······찬솔씨가 말한 대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내뿜는 마력과 마물이 내뿜는 마력. 그리고 그 두 가지의 마력과는 또 다른 기운.

고블린이 내뿜던 마력은 어느새 짙은 마기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신기하구만, 신기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안드레는 점점 짙어지는 고블린의 마기에 맞춰 마력을 더욱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색으로 빛나던 마력이 점점 그 빛을 더해가더니 이내 금색에 가까운 빛을 내뿜었다.


“조심하십쇼. 안드레씨의 금강불괴(金剛不壞)라도 정면으로 막아내는 건 꽤 벅찰 겁니다.”


“으하하하! 내 멋진 근육들을 보고나 있으라고! 나처럼 단련하면 저런 녀석들한텐 절대 뚫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아일라의 걱정에 안드레는 문제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보였지만, 고블린을 향하는 시선만큼은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이내 안드레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그는 물론이고, 아일라까지 뒤덮어 거대한 황금 불상처럼 굳건하게 굳어졌다.


“크크큭. 동료를 지키려는 모습이 아주 눈물나는군요! 그럼 사이좋게 한 번에 보내드리겠습니다!”


스태프를 높게 치켜든 고블린이 마기를 잔뜩 뿜어낸 마기가 공간을 뒤덮었다. 그 공간 속에서 수풀과 나무더미가 천천히 녹아내렸고, 안드레의 마력표면까지 서서히 뒤틀었다.

그리고 이내.


“트하앗!”


고블린의 외침과 함께 주변을 맴돌던 마기가 일제히 안드레를 향해 몰려들었고, 잔뜩 퍼져나갔던 마기가 한곳으로 압축되자 안드레의 금빛 마력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크하하하하!”


고블린의 웃음소리와 안드레의 마력이 갈라지는 소리만이 공간으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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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배신(1) 23.07.27 3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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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역습(1) 23.07.20 3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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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분노(6) 23.07.18 43 0 12쪽
65 분노(5) 23.07.17 40 0 14쪽
64 분노(4) 23.07.14 44 0 13쪽
63 분노(3) 23.07.13 46 0 13쪽
62 분노(2) 23.07.11 51 1 13쪽
61 분노(1) 23.07.10 51 0 14쪽
60 마기(5) 23.07.07 52 1 12쪽
59 마기(4) 23.07.06 6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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