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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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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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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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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Nest: 지하의 지하

DUMMY

《피부가 아직 곱고 그 골골거리는 모습,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랑 그대로인 걸 보면, 역시 내가 인정하는 탑 3안에 드는 정신력 강자 답네.》

-카···. 카르나싀님은 근데···. 어쩌다가 레드님의 몸에···.-

《아, 넌 ‘성전’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그 이전에 내가 천족이랑 용사들에게 기습당해 사지 분해될 때도 없었으니까 모르겠다. 많은 일이 있었어. 많은 일이 있고 나서, 내가 직접 고른 사람이지.》

-무, 무엇을···. 기준으로요?-

《나답지 않은 선택 기준이었긴 했어. 시작은 동정심 때문이었으나, 과정은 (레드의) 목표가 마음에 들어서지. 끝은 아직 보질 못했고.》

-레드님은···. 도대체 어떠한 인물이시길래···. 카르나싀님이 고르신 건가요?-

《그건 아직 레드의 몸뚱어리가 버티지 못해서 말해주지 못해. 뭐 너는 너만의 달을 찾는다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나에겐 이놈을 끝까지 데려가려는 목적이 있으니까. 이만 난 가 봐야겠다, 아직 레드의 몸은 날 여기까지밖에 못 버티거든.》

-그···. 그러신가요···. 그···. 그럼···. 카르나싀님은... 돌아가신 건가요? 다···. 다시···. 나오실 방법은 있는 거죠···?-

《...》

잔뜩 침울해져 울먹거리는 비나-루카스를 본 카르나싀는 갑자기 마음 한켠이 불편해졌고, 비나의 잔뜩 푸석푸석해진 앞머리를 귀 뒤로 스윽 넘긴 다음에 그의 오른쪽 볼에 손을 가져다가 댔다.

《걱정하지 마, 내가 곧 레드고, 레드가 곧 나니까. 레드는 나쁜 놈은 아니야. 물론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의 영향력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뀌겠지만, 그래도 나쁜 놈으로 안 변하게 내가 잘 조정할 테니까.》

-다시···. 다시 만날 수는 있···. 죠?-

《... 혹시 모르지.》


우드드드득

레드의 전신을 뒤덮은 붉은색 살점이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카르나싀의 기운이 덩달아 점점 줄어드는 걸 감지한 비나는 결국 얼음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카르나싀를 안았다.


-몇백 년 만에···. 겨우 다시 만났으면서···. 고작 하는 말이···. 훗날을 도모하는 건가요···. 비겁한 사람···.-

《...모든 것을 너한테 맞기고 결국 패배해버린 난 솔직히 할 말 없는 거, 인정해. 잔디 머리 꼬마 아가씨, 내가 약속했잖아. 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안 죽고 돌아오겠다고.》


우드드드득

서서히 몸의 통제권을 잃어가던 카르나싀는, 남아있는 모든 힘을 전부 쥐어짜 엄지를 올린 채로 비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빌어먹을 달을 쫓는 잔디 머리 꼬마 아가씨, 레드가 충분히 강해진 다음에, 옛날처럼 보름달 아래에서 술이나 한잔 하···.》


드드드득


털썩


결국, 몸의 통제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카르나싀는 그대로 강제로 ‘그릇’으로 반송되었고, 레드는 아직 파편의 충격에서부터 회복이 덜 돼, 오랫동안 땅에 누운 채로 일어나질 못했다. 인벤토리에서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긁힌 직검을 꺼내 든 비나는, 신도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생긴 카르나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레드가 깨어날 때까지 펑펑 울었다.


기절에서 회복한 레드는 한참을 의아해하며 자신의 배를 만졌다. 레드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강력한 회복력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겨우 암석같이 무거운 건물 파편 가지고 죽음의 향기를 맡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딱히 건물 자체에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며, 막 엄청 피곤해서 재생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운 걸 들키기 싫었던 비나-루카스는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찾는 척하면서 눈물을 공기 중에 말려 없애고 있었으며, 복잡한 건 더는 생각하기 싫었던 레드는 폭삭 가라앉은 건물에서 걸어 나와 주위를 살펴봤다.


‘누른 게 설마 자폭버튼···. 같은 거였나? 별다른 변화가 안 보이···.’

그때, 레드의 시야에 원래 없었던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들어왔다. 원래 레드와 비나가 들어왔던 폐건물의 뒷마당에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길이 바로 블랙 드래곤 로드의 기계 갑주를 향한 길이라고 판단한 레드는 비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나!! 수상한 걸 발견했어! 내려가자!!”

-ㄴ, 네!-




사방이 금과 은으로 이루어진 폐건물의 지하는 몹시나 눈이 부셨다. 6층 건물만큼 매우 높은 천장에는 거대한 황금 샹들리에 6개가 달려 있었으며, 6개의 작은 태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몹시 뜨겁고 밝았다. 내열처리가 안 됐거나 덜된 벽면은 샹들리에의 열기에 녹아 흐물흐물해진 상태로 바닥을 향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 함량 100%의 굵은 기둥 7개가 이 비정상적으로 넓은 지하 공간을 튼튼하게 떠받치고 있었고, 바닥에는 입구에서부터 지하실의 끝까지 이어지는 카펫이 깔렸었다.


카펫의 끝, 그러니까 현재 레드와 비나가 서 있는 입구의 반대쪽 저 멀리에는 그동안 찾아 헤매던 기계 갑주가 전기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로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일종의 종교적인 미신 때문에 설치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디자인 때문인지, 7개의 기둥을 꽉 붙잡고 있는 채로 기계 갑주를 바라보는 석재 동상이 저 높이 달려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집주인은 동상 애호가에 부자인 것 같네. 이 넓은 지하실 전체를 금이랑 은으로 도배하다니.”

-그러게요···. 여기에 있는···. 금이랑 은이 풀린다면···. 금값이랑 은값이···. 많이 떨어질 것 같네요···. 헤헤···.-

“기계 갑주 챙기고, 여기에 있는 금이랑 은도 좀 챙겨가자. 당분간 돈 걱정 할 필요 없겠네.”


타박


우드드드득


레드가 한 발짝 내딛자, 7개의 동상이 동시에 머리가 꺾이면서 레드와 비나-루카스를 노려봤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시꺼먼 아우라가 풀풀 새어 나오기 시작했으며, 매우 위협적인 블랙 드래곤의 마나가 대량으로 내뿜었다. 저 멀리에서도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에 레드는 긴장하며 비나-루카스를 자신의 등 뒤에 숨겼다.


“한 두 마리 정도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7마리는 좀 위험한데?”


바르톨로메오가 블랙 드래곤에게는 매우 위험한 독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해준 걸 기억해낸 레드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천천히 걸어나가려고 했던 그때,


-저기···. 레드님···. 제가 신무기···.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서요···.-


가로등을 어깨에 진 비나가 레드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면서 앞장섰다. 매우 작고 왜소한 비나의 등은 이번 만큼에는 매우 든든해 보였으며, 7개의 동상이 내뿜는 블랙 드래곤 못지않게 위험한 마나를 내뿜으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 뭐, 알았어.”




자신보다 못해도 1.5배는 더 기다란 가로등을 어깨에 탁 걸친 채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비나-루카스를 방해하기 위해, 동상 하나가 가장 앞쪽에 있는 기둥에서 뛰어 내려와 앞길을 막았다.


‘《주인의 마나 성질을 100% 일치하게 따라 하는 가고일이라, 야야, 레드야, 저놈들을 만든 놈은 실력 있는 공돌이 인가 본데?》’

‘가고일? 뭐 가고일이든 뭐든 간에, 일단 위험해 보이는데, 비나 혼자서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흠···. 나도 걱정되기는 하는데, 일단 지켜만 봐. 우리 잔디 머리 꼬마 아가씨는 저래 봐도 신입 사제 시절에, 내가 칼질을 좀 가르쳐 줬었거든. ‘그거’로 변한 다음으로도 계속 성장해왔을 테니까, 많이 강해졌을 거야.》’

‘네가 내 몸을 강제로 빼앗아 가면서 내 오감을 차단해놔서 너랑 걔랑 무슨 말 했는지 하나도 못 들었거든? 그거나 저거 같이 대상이 불확실한 단어 쓰지 말고, 좀 제대로 설명해봐.’

‘《언젠가 알게 될 거니깐, 신경 꺼. 쟤 싸우거나 지켜보고, 많이 배워 두라고. 이제 슬슬 싸울 거 같으니까.》’


『칵! 칵칵칵칵!!』

비나의 앞길을 막아선 가고일은 그의 면전에 대고 비웃었다. 이에 동조한 나머지 가고일들도 기둥을 잡은 채로 비웃기 시작했으며, 무시를 당하는 와중에도 비나는 그저 헤실헤실 웃으면서 방심이란 방심은 다 하고 있었다.

『카각!!』

다 웃었는지, 가고일은 갑자기 비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350cm나 하는 가고일의 주먹은 비나의 머리보다 2배, 3배는 더 컸으며, 강력한 풍압을 일으키면서 비나의 명치를 향해 날아왔다.


비나는 그저 헤실헤실한 표정을 하면서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로등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리스색의 마나가 가로등을 뒤덮으며 보라색에 가까운 블루 아이리스 색의 불꽃이 지펴졌다.


퉁!!!


『칵?!』


그리고 비나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도 않은 채로 가로등 머리 부분으로 가고일이 내지른 주먹을 옆으로 쳐냈다. 속이 텅 빈 금속 상자에 노크를 할 때 나는 소음과 유사한 청아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으며, 가고일의 주먹은 튕겨 나가면서 뒤로 넘어질 것만 같이 상체가 뒤로 살짝 젖혀졌다.


가로등을 다시 한 번 꽉 쥔 비나는 공격이 튕겨 나가면서 매우 무방비해진 가고일을 향해 걸어가, 그것의 복부를 강하게 찍었다. 돌(가로등)은 돌(가고일)을 찢으면서 뒤로 넘어트렸고, 비나는 자신과 눈높이가 비슷해진 가고일의 머리에 달린 뿔을 왼손으로 붙잡은 후, 오른손으로 그것의 안면을 강하게 내려찍어, 아예 뚫어버렸다.


-하···. 헤헤···. 드래곤의 마나라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그래도 유리병에 얼마···. 안 차네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파악이 되기도 전에, 잔뜩 화가 난 가고일이 일제히 기둥에서 뛰어 내려와 비나의 앞길을 막아섰다.


『칵!! 칵!! 카각!!』


그중에서도 화가 끝까지 난 가고일은 다 같이 공격하자는 의미의 손짓을 무시한 채로 비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흥분한 나머지 주먹이 살기를 품은 채로 내질렀고, 이 때문에 그것의 공격이 너무나도 정직하게 날아왔다. 이런 허접한 공격 따위를 허용할 리가 없는 비나-루카스는 다시 한 번 가로등을 이용해 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것을 튕겨냈으며, 그것의 복부 또한 무자비하게 찢어버린 다음에, 가로등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얻은 위치 에너지를 품은 채로 그것의 머리를 내려찍어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번에는···. 그래도 방금 죽은 애···. 보단 조금 더 나왔네요···. 헤헤헤···. 아! 맞다···. 선배님이···. 날 죽이려는 상대를 상대할 땐···. 최선을 다해 상대하는 게···. 예의라고 하셨었지? 죄, 죄송합니다···. 가고일분들···.-


비나는 남은 5개의 가고일들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익숙하지도 않은 무기로 건성건성 상대했다는 것에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비나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가고일은 죽은 동료의 시체를 허겁지겁 주워 먹으며 파워업을 했고, 확실하게 비나를 죽이기 위해 땅을 깨부숴서 만든 거대한 금 파편을 몽둥이처럼 집어 들었다.


-가고일···. 골렘···. 리빙골렘···. 에고웨폰···. 같이 유기물이 아니라, 무기물로 이루어진 사람은···. 역시 흑기사들이 쓰는 무기가···. 좋으려나요···.?-


비나가 그저 가로등을 자신의 엉덩이 쪽에 가져다가 대자, 엉덩이 쪽에 걸려있던 그의 낡아빠진 인벤토리가 자동으로 가로등을 빨아들였고, 비나가 머릿속에 상상하던 무기가 순식간에 그의 손에 들어왔다. 이 모든 프로세스는 단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끝났으며, 2m 넘는 무기 같지도 않은 가로등이 갑자기 사라지고, 손잡이 끄트머리까지 포함해 4m씩이나 하는 흑색 도끼가 갑자기 튀어나와 레드와 가고일들을 심히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새로 집어 든 양날 도끼는 전체적으로 흑색에 가까운 갈색을 띠고 있었으며, 매우 날카롭게 갈아진 날은 대낮의 태양과 비슷한 색상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도끼날 사이에는 바늘처럼 그 끝이 매우 예리하게 다듬어진 창의 머리 부분이 달려 있었고, 손잡이의 아래에도 이와 비슷하게 생긴 갈고리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갈까요?-

『카악!! 칵칵칵!!!』

-그러시다면야···.-


양손으로 흑기사의 도끼를 단단히 쥔 비나는 가장 앞에 서 있었던 가고일을 향해 달려갔다. 비나가 달려오는 속도와 거리를 대충 측정한 가고일은 그가 어느 정도 도착할 거리 즈음에 황금 몽둥이를 내려찍었지만, 비나는 앞으로 굴러 그것의 일격을 매우 간단하게 회피함과 동시에 몸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칵?!』

쿵!!!

구를 때 순간적으로 생긴 가속도 손실이 생기기 바로 직전에 비나는 바로 도끼날 사이에 끼어있는 창의 부분으로 가고일의 발을 강하게 내려찍어, 아예 산산조각을 냈다. 죽은 동료를 섭취한 게 효과가 있었는지, 발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가고일은 당황하지 않고, 수직으로 잡은 황금 몽둥이로 땅을 내리찍어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이번 일격은 꽤나 날카로웠다. 하지만 비나는 백스텝으로 물러나 간단하게 충격파를 피했으며, 땅에 착지하자마자 바로 도도도도 달려가 흑기사의 도끼로 가고일의 오른쪽 빗장뼈를 찍은 후, 도끼를 아예 그곳에 고정해 가고일의 움직임에 제약을 줬다.


그때,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또 다른 가고일 하나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채로 비나를 향해 고속 낙하하면서 마구잡이로 할퀴었다. 해당 공격 하나하나가 황금 바닥을 두부 썰듯이 아예 조각조각을 낼 정도로 위협적이었지만, 비나는 해당 공격을 상체에 흑기사의 도끼가 박힌 가고일 쪽으로 굴러 회피했다.


구르는 동시에 비나는 엉덩이 쪽에서 4m 정도 하는 대형 해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전체적인 색상과 디자인으로 보아하니 해당 대형 해머 또한 흑기사의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번에는 해머에 그 스스로의 마나까지 담았는지, 아이리스 색의 아우라가 망치를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했으며, 한 바퀴 빙글 돌아 회전력을 추진력 삼아 도끼가 박힌 가고일의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타격해, 상체를 디스크 조각 모둠으로 작살을 내버렸다.


아까 내려오면서 할퀴던 가고일은 비나의 후방을 공격하기 위해 타다닥 달려왔지만, 이는 되려 그것 스스로의 명줄을 끊어버리는 행위였을 줄 비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끼가 박힌 가고일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내에 소량 남아있던 회전력은 비나를 한 바퀴 더 돌게 하였고, 후방을 노리던 가고일의 머리를 정확하게 후려쳐 터트렸다. 그 후, 비나-루카스는 화룡점정으로 총 두 번의 회전력을 이용해 뛰어오른 다음에, 비나를 향해 몽둥이를 던지려던 가고일을 강력하게 찍어눌러 일격에 터트렸다.


다른 동료 가고일과 달리, 척 봐도 매우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석제 갑옷을 입고 있던 가고일은 황금 몽둥이가 비나를 상대하는데 전혀 쓸모가 없다고 판단해 땅에 버렸다. 그것은 육중한 자신의 무게와 갑옷의 무게를 100% 활용할 수가 있는 가장 단순한 공격을 했다, 온몸을 내던지는 태클과도 같이 거친 돌진을. 해당 가고일의 돌진은 매우 단순한 데다가 평범했지만, 막거나 튕겨낼 수가 있기는커녕,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나-루카스는 가고일의 공격을 막거나 튕겨내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옆으로 굴러 피함과 동시에 공격했을 뿐. 그는 구르는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흑기사의 것으로 추정돼는 2m짜리 직검을 꺼내 들어, 갑옷 가고일의 두 발목을 베어내 기동력을 봉인했으며, 흑기사의 직검을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음과 함께 검날만 4m씩이나 하는 대검을 꺼냈다. 어차피 두 발을 잃은 가고일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는지라, 비나는 흑기사의 대검에 힘을 대량으로 실었지만 느린 일격으로 그것을 반으로 쪼갰다.


하지만 한가지 판단 실수였던 것이, 지금까지 쓰러진 가고일은 총 6마리, 하지만 이 지하실을 지키던 가고일은 7마리나 있다. 이를 완전히 잊어버린 채로 방심한 비나-루카스는 땅에 떨어진 흑기사의 망치와 양날도끼를 주우러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천장 저 높이까지 날아오른 마지막 남은 가고일은 두 손의 깍지를 꽉 낀 채로, 비나를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 날아오고 있었다.


비나의 무쌍에 잠깐 정신이 팔린 레드는 뒤늦게서야 비나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현재 레드가 서 있는 곳과 비나가 있는 곳 까지 거리가 매우 멀어, 누가 봐도 레드가 도착하는 속도보다 무조건 가고일이 비나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비나를 살리려고 뛰어봤자 어차피 의미가 없겠지만, 레드는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전력으로 뛰었다.


그리고 레드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기적인지, 레드는 공간 자체가 비틀어질 정도로, 눈이 인식하지를 못해 공간이동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여, 가고일의 주먹과 비나의 머리 사이의 거리가 20cm도 안되었을 때 비나한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레드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비나는 콩 넘어졌지만, 가고일은 가볍게 레드를 무시한 채로 비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붉은색 살이 오른 레드의 오른팔은 순간적으로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레드는 바로 가고일의 깍지를 낀 두 손을 맞대응해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단단한 암석과 유기물 덩어리 고기와의 맞부딪힘에서 레드의 오른팔은 마치 팔에 수류탄이 터진 것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며 피와 살갗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아래를 향한 가고일의 에너지를 받아낸 레드의 두 다리 또한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고 힘줄이 끊어지는 등의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었다.


그리고 가고일을 향한 레드의 주먹질은 가고일의 두 손을 뚫고 머리까지 날려버릴 정도의 풍압을 일으켰다. 레드의 주먹질이 이만큼 강해진 것인지, 아니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비나를 향해 날아오던 가고일의 공격이 고스란히 가고일에게 되돌아간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비나를 성공적으로 구해냈다는 것이었다.


-레, 레드님!!!-

치명상을 입은 레드를 본 비나는 적잖게 당황했지만, 레드는 뒤늦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고통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억지로 비나의 두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거···. 걱정하지 마, 이 정도는 나한텐 그저 생채기에 불과하니까. 쓰으으읍···!! 고통만큼은 생채기보단 훨씬 크지만!!”

우드드득

살갗끼리 서로 비비적거리며 서로를 으깨는듯한 소리와 함께 레드의 환부에서 뼈와 살갗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으며, 근육 섬유끼리 서로 다시 합쳐지면서 금세 재생이 끝났다. 두 다리에 생긴 상처야 지금까지 레드가 겪은 수난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라 1분도 안 돼서 금방 자라났다고 쳐도, 터져버린 그의 오른팔은 오른팔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의 회복력이 이렇게나 성장한 것인지, 손가락 끝까지 다시 자라나는데 무려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고통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진 레드는, 양손으로 안간힘을 다해야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묵직한 흑기사의 망치와 도끼를 들어 올려, 비나의 인벤토리에 다시 넣어줬다.


“그래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고, 불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놀랄 필요 없어. 자, 어서 저기 보이는 갑주를 가지로 가자. 너도 궁금하잖아? 저게 도대체 정확히 뭐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같은 거 말이야.”

잔뜩 놀란 가슴을 다시 차분히 세운 비나-루카스는 레드의 엉덩이에 묻은 가고일 부스러기를 털어주고, 레드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활짝 웃었다.

-네!-


작가의말

We need go dee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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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버싱 저스티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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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est: 갑옷 21.02.04 43 0 18쪽
» Nest: 지하의 지하 21.01.31 42 0 20쪽
25 Nest: 개 21.01.29 41 0 13쪽
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2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8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71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5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41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1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40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5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5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3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6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40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9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6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6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4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7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6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7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5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5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8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3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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