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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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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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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404: 본부

DUMMY

레드는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이 아직 잠에서 깨기 전에 몰래 기숙사로 들어와서, 밤 동안 밖에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다. 센토-라이프에게만 빼고.

“...”

그는 밤 동안 방문 앞에서 계속 레드를 기다린듯했다.

“하, 하하하;;; 좋은 아···. 침?”

“푸르륵, 왜 인제야 왔는가?”

“철창에 갇힌 사람을 구하느라 늦었어···.”

“... 하아아아···. 거짓, 푸르륵, 눈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그래도 사람을 구했으니 한번 눈감아주겠다. 수업은 5시간 뒤에나 있으니 한숨 자라, 시작하기 30분 전에 깨워주마.”

끼이이익 쿵!

센토-라이프는 대거를 만나려고 밖으로 나갔고, 잔뜩 피곤해진 레드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뭐지? 꿈속인가?’

분명히 잠이 들었을 테지만, 레드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에서 눈을 떴다. 바닥은 보라색과 검은색이 뒤섞인듯한 색감을 가진 특이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 공간의 끝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매우 넓었다.

‘이건 또 뭐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지만, 뭔가 이상하게 생긴 큐브 하나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레드가 그걸 주우려고 다가가던 그때,

《야야, 레드야, 나였으면 그거···. 안 주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어느 사내가 팔짱을 낀 채로 레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전신은 그림자로 뒤덮여 실루엣만 보였지만, 12개의 꼬리와 짐승의 귀가 있는 거로 보아 수인 족인 듯 했다.


“넌 누군데 나랑 같이 여기에 있는 거냐? 뭐 자각몽 가이드라도 되냐?”

《자각몽 아니야 멍청아;; 여긴 꿈속이 아니라, 너의 ‘그릇’ 속이야.》

“그릇? 그럼 여긴 뭐 거인족의 그릇이라도 되나?”

《니꺼라고, 니꺼. 그리고 그 그릇이 아니고, 그냥 뭐 네 정신력의 한계?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돼.》

“그래서, 넌 누구고, 이 상자는 또 뭔데 만지지 말라고 하는 거냐?”


저벅저벅

수인족으로 추정돼는 사내는 천천히 레드에게 다가갔고, 레드의 앞에 놓인 정육면체 상자를 들어 올렸다.

《자, 잘 봐봐 레드야. 이 상자, 딱 봐도 평범한 상자는 아닌 것 같지?》

“뭐 일단 이곳에 있는 것부터 특별한 상자라는 걸 눈치채긴 했단 말이지.”


상자의 한 변은 50cm 정도 했고, 수백 개의 불규칙적인 금이 가 있었다. 금의 틈새 사이사이에는 뭔가 소름이 끼치는 보라색 아우라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으며, 뭔가 찝찝한 은백색 아우라를 뿜어내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요란하게 생긴 상자는 뭔데?”

《너, 6대 금속이라고 기억하니?》

“아니, 기억상실이라서, 지금 기억이 대머리의 머리카락처럼 매우 듬성듬성하게만 남아있거든.”

《에이씨, 이런 거 다 일일이 설명해주면 설명충 소리 듣는데. 지금까지 발견되거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금속 6개를 말하는 거야. 리빙메탈, 미스릴, 티타늄, 아다만타이트, 오리하르큠, 그리고 코발트가 속해있지.》

“뭐, 몇몇은 이름이라도 들어보긴 했네.”


지이익 지이이익

레드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코발트는 품질이 좋을수록 남색에 가까운데, 마법에 거의 면역인 수준으로 마법저항력이 강한 대신에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 중에서도 가장 무거워서, 산업용으로만 쓰거나, 흔히 로봇이라고 불리는 전자 골렘을 만들 때에만 사용되지. 물리적인 강도는 그냥 강철이랑 비슷한 정도고.》

“남색? 그러면 타디프가 입고 있던 갑옷이 코발트로 만들어진 건가?”

《오오~ 야야, 레드야, 눈썰미 하나는 좋다? 맞아. 걔 갑옷은 순수 코발트로 만들어져 있어. 걔가 아직 팔팔했을 시절에는 주로 악마들이랑 싸워서 일부로 무겁더라 하더라도 코발트를 고집했다더라.》

“힘 하나는 장난 아니겠네, 타디프 그 양반은. 개기지 말아야겠다.”

《아다만타이트는 코발트랑 달리, 색이 선홍색으로 일정해. 코발트 다음으로 무겁고, 강도랑 마법 저항력이 강한 올라운더 형 금속이지. 이건 좀 갑옷이나 무기로 자주 사용돼는 놈이야. 그다음으로 무거운 게 오리하르큠이야. 얘는 강도랑 마법저항력, 둘 다 시원찮아서 장비로는 거의 쓰이는 경우는 없고, 대신에 구리보다 좋은 전도체라, 코발트처럼 산업용으로 쓰이지.》

“근데 왜 굳이 무게별로 나열하는 거여?”

《그게 기억하기 편하잖아? 아무튼, 그다음으로 무거운 게 티타늄이야. 티타늄에서부턴 가벼워서 무기나 장비제작으로 자주 쓰이지. 이게 아마 7대 금속에서 가장 많이 쓰일 거야. 미스릴은 그냥 가볍고 경도가 강해서 칼날로 쓰이고.》

“리빙메탈은 뭐 하는 건데? 살아있는 금속? 인공지능 로봇에 쓰이는 금속인가?”

《이요오올~ 날카로웠는걸? 근데 틀렸어. 사람이 아닌, 포식자에 속해있는 종족인 ‘에고웨폰’의 신체야. 말 그대로 성장하는 금속이지. 얻는 방법은 ‘에고웨폰’을 죽여서 뜯어내는 방법밖에 없고.》


“그래서, 뭐 이 상자가 그런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거냐? 근데 그게 왜 위험한 건데?”

《땡~ 내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원래 이게 6대가 아니라 7대 금속이었거든? 근데 그중 하나가 너무 위험해서, 신이 아예 그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거든. 그래서 자연적으로는 얻지 못하지만, 이걸 창조해낸 사람인 `대장장이의 신`이 자신의 모든 마나를 써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그릇’에 저렇게 하나씩 그 금속을 생산해내는 상자를 만들어 놨거든. 물론 90% 이상의 사람은 이 ‘그릇’ 이란게 있는지도 모른 채로 수명이 다하지만.》

후욱, 뻐어엉!!

말을 끝낸 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집고, 발로 차 저 멀리 날려버렸다.

《넌 기억만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넌 네 신체능력의 대부분도 잃어버린 상태야. 그리고 그건 너의 엄청난 재생능력으로도 회복하지 못해. 네 상태는 마치 뭐랄까···. 최고급 차의 엔진이 설치된 엄청나게 구린 자동차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든지 최고출력을 낼 수는 있는데, 내는 동시에 차체가 분리되고 터져버리겠지.》

“그럼 난 뭘 하면 되는데?”

《간단해, 말 그대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돼. 나머지는 어차피 내가 이곳에서 회복해주니까.》

“도와준다니까 고맙긴 한데, 넌 누군데 이렇게나 개꿀 팁을 알려주는 건데? 보아하니 나에 관해선 나보다도 더 잘 아는 것 같으니까 내 소개는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뭐야, 나마저 기억 못하는 거야? 그럼 내 모습도 안 보이겠네?》

“어. 아까부터 넌 무슨 꼬리 12개 달린 검은색 사람 덩어리로 보여.”

《어휴···. 난 카르나싀라고 해. 난 늘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으니까, 내 도움을 받거나 나한테 뭐 물어볼 거 있으면 그냥 말하거나 속으로 생각만 해도 들리니까, 평소에는 그런 식으로 나랑 소통하면 돼. 참고로, 여기에 나 말고도 두 명 더 있는데, 나중에 네 저항력이 강해지면 보일 거야.》

퍽!!!

카르나싀는 갑자기 레드의 뒷목을 강하게 쳤다.

“끄어억?! 갑자기 이게 무ㅅ···.”

《뭐 하긴, 이제 슬슬 깨어나야지.》




벌떡!!!

“흐어어어억!!!”

‘그릇’에서 의식이 없어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꺄아아악!”

“푸르륵?!! 갑자기 뭔가?”

옆에선 센토-라이프와 대거가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둘은 갑자기 벌떡 일어난 레드 때문에 몹시 놀랐듯 했고, 덕분에 절반쯤 맞춘 퍼즐이 죄다 흩어졌다.

“아, 아냐. 미안. 좀 거지 같은 놈이 꿈에 나와서 말이야.”

‘《거지 같은 놈이라니, 말이 심하네.》’

‘...?! 그냥 개꿈이 아니었어?’

카르나싀의 목소리가 마치 텔레파시처럼 레드의 머리에 직격으로 들어왔다.

‘네 목소리는 남들한테 안 들리지?’

‘《엉.》’


센토-라이프와 대거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레드가 걱정되었는지 그에게 다가갔다.

“레~드, 괜찮아? 무슨 일 있니~?”

“어어, 괜찮아. 그냥 갑자기 일어나서 살짝 어지러운 것 뿐이야. 지금 몇 시야? 수업에 ㄴ···.”

“안 늦어, 푸르륵, 안 늦어다네, 수업 시작하기 30분 전이니 어서 일어나서 세수하고 수업을 받으러 가자꾸나.”





이번에는 지루한 수업을 무려 두 시간씩이나 들어야만 했고, 수업 내용은 딱히 뭐 없었다. 그냥 딱 말 그대로 기본적인 생존 지식이나 특정 종족의 급소 위치에 관한 내용만을 가르쳐줬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다옹. 다음 수업도 같은 시간에 시작하니 늦지 말아옹!”


대거는 센토의 넓은 등위에 올라탔고, 레드도 그 둘을 따라 나가 어제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다가, 늦은 저녁이 될 때까지 레드와 센토-라이프의 방에서 레드 때문에 망친 퍼즐을 풀었고, 밤에 매우 약해지는 엘프의 특성상 대거는 그녀의 방에 돌아가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


레드는 밖에 몰래 나가, 브리지트랑 두 인간쓰레기가 말했던 ‘글리치’ 갱단 본 기지의 입구를 찾으려고 했으나, 센토-라이프가 방문 앞에 굳건히 서서 레드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보게, 레드, 푸르륵, 한 가지만 묻겠다네.”

“뭔데?”

센토-라이프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꽤나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꺼냈고, 불을 부치고 담배처럼 피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각에 나가는 건, 푸륵, 규칙상 안 되는 건 잘 알고 있겠군, 어제저녁에 몰래 들어온 거로 보아하니.”

“자, 잘 알지.”

다그닥 다그닥

주춤 주춤

그는 천천히 레드에게 다가갔고, 그의 압도적인 위압감 때문에 레드는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들고 뒤로 밀려났다.

“지금 자네가 굳이 밤에 돌아다니려고 하는 건···. ‘글리치’ 갱단 때문인, 푸르륵, 때문인가?”

“그, 그걸 어떡해...”

“이 나라엔 그것만, 푸르륵,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왜 굳이 가려는 것인가? 너의 친구나 동료가, 푸르륵, 붙잡혀있기라도 하는가?”


레드는 턱을 죄며 잠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글리치’갱단의 비인도적인 행태가 꼴 보기 싫어서 가는 것인가? 애초에 이미 레드 본인부터 비록 쓰레기지만 사람인 두 조직원을 죽인 시점부터 레드는 그들이 타인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토를 달 자격이 없다. 그저 심심해서인가? 그것도 아닌 게 만약에 그냥 심심했더라면 대거와 센토-라이프와 같이 다니면서 놀러 다녔을 것이다.


이제 딱 두 번 본 토끼 수인, 브리지트가 잡혀서 죽을 뻔 했기 때문인가? 아마도 바로 이것 때문에 가는 것 같다.


분명히 그 두 번의 만남은 정이 쌓일만한 대화 같은 것은 하지 않았으며, 거의 완벽한 남남에 더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레드에겐 브리지트가 거의 친구 그 이상으로 각별했다.


‘《히히히힣, 야야, 레드야, 왜 인지 모르겠지? 지금의 넌 아직 알면 다쳐~. 몸이 약해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그냥 친구가 붙잡힌 적이 있다고 둘러대.》’

레드는 카르나싀가 말해준 대로 지금 레드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린 센토-라이프에게 그대로 말했고, 한숨을 뱉어낸 그는 레드를 다시 땅에 내려놨다.


“가보시오, 푸르륵. 네가 밤 동안 몰래 돌아다닌다는 사실은 내 함구하겠네.”

꾸물 꾸물 꾸물···. 칭!

자신의 녹색 마나를 그의 손바닥에 압축을 시켜 보석의 형태로 응고했고, 그걸 레드에게 건네줬다.

“위급할 때엔 이걸, 푸르륵, 삼키거라. 그럼 일시적이나마 나의 힘 일부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네.”

“오오, 고마워.”

다그닥

센토-라이프는 옆으로 비켜 길을 열어줬고, 레드는 방문을 조심히 열고 밖으로 나왔다.






까아아아악!! 까아아악!!


밖은 까마귀가 거리에 나와 돌아다닐 정도로 매우 어두웠다. 손목시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었지만, 공기가 차가운 거로 보아 새벽으로 추정됐다.


[삐리빅, 사람의 살코기가 먹고 싶다. 까마귀, 맛이 없다.]

[삐리빅, 동의. 하지만 먹어선 안 된다. 여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오로지 먹을 수만 있다, 사람의 사체.]


뭔가 전에 본 적이 없는 녹이 잔뜩 슨 로봇이 길거리를 배회하며 까마귀를 사냥하고 있었다. 레드가 실수로 인기척을 낼 때마다 그들은 황급히 구석으로 도망쳐 숨었고,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신경을 끄기로 했다.


‘두 머저리가 걔네 본부가 지하에 있다고 했지···. 그리고 번화가 쪽 산 중턱에 있는 버려진 창고에 있다고 했는데···.’

‘《근데 레드야, 그것만으로 찾을 수 있겠냐?》’

‘그러게. 산같이 높은 건물들이 있길래 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산이 좀 많고 크네. 이래선 언제 폐창고를 찾냐;;’

‘《어휴, 그러게 왜 걔네 둘을 죽였냐;; 왜, 기억을 잃으니 분노조절장애가 생겼냐? 제발 사람을 죽이기 전에 생각부터 하고 죽여. 위험하니까.》”

‘위험한게 뭐가 있냐? 쌉소리는 그만하고 일단 산부터 오르자. 누가 알아? 운이 좋게도 한번에 찾아낼 수도 있잖아?’


무릎에 살짝 뭍은 흙을 털고, 본격적으로 산을 이 잡듯이 털려고 하던 그때, 저 멀리에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센토-라이프였다.


“뭐여,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푸르륵, 드루이드는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다네, 근처 까마귀들에게 물었지.”

“너 드루이드였어?”

“아니면 내가, 푸르륵, 왜 고향에서 쫓겨났겠는가? 아무튼, 지금 ‘글리치’ 갱단을 찾으려고 하는 건가?”

“어. 번화가 산 중턱에 있는 폐창고가 본 기지의 입구라던데, 어느 산부터 뒤져보려고 했지.”

“그런 수고 들일 필요 없다네.”


콰직!!


그는 갑자기 아스팔트 바닥을 깨부순 다음에 자신의 손을 땅속 깊숙이 박아넣었다.

꿈틀 꿈틀... 드드드드드득

센토-라이프의 팔이 나무줄기로 변했고, 땅속에 들어있는 모든 식물의 뿌리와 연결해 주변 지형지물에 관한 정보를 순식간에 얻어냈다.


“찾았다, 푸르륵,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산의 중턱에 있다네. 여기서 꽤 멀군.”

“그럼 어서 가자고.”

둘은 골목길을 지나, 건물 여러 채를 뛰어넘으며 15분 넘게 전속력으로 달려 겨우 폐창고에 도착했다.

해당 창고는 겉으로 보기엔 말 그대로 그 어디에도 있을법한 낡아빠진 평범한 창고였다. 셔터는 녹이 슬어 잘 열리지도 않았으며, 이곳저곳은 거미가 집을 쳐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 이런 곳에 조직의 본부 입구가 있다고? 뭐 공간이동 스크롤이라도 몰래 숨겨져 있는 건가?”

굳게 닫힌 셔터를 위로 열릴 때 철이 찢어지는 듯한 교성을 질렀고, 이마저도 레드의 힘으론 어림도 없어 센토-라이프가 열어준 것이다.


창고 속에는 수많은 버려진 책과 인형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딱히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형들을 들춰보고, 낡아 부스러지기 직전의 책장을 넘겨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이봐, 푸르륵, 레드, 뭔가 이상한 걸 찾았다네.”

퉁ㅡ퉁

센토-라이프는 우연히 뒤에 빈 공간이 있는듯한 벽을 찾아냈고, 벽지를 뜯어냈다. 그러자, 누가 봐도 비밀통로처럼 생긴 입구가 나타났다만 들어가려면 카드키에 알맞은 카드를 찍어야만 했다.

“라이프, 출입증 같은 건···. 없지?”

“있을 리가.”

“그럼 이 문 부술 수는 있어?”

“딱 봐도 이건, 푸르륵, 티타늄으로 만든 문이다. 문을 강제로 부수려고 하면, 푸르륵, 되려 우리의 무기와 손목이 먼저 나가겠지. 별다른 방법이 없다네, 그저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푸르륵, 조직원이 오기를 기다려야지.”


레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쓸만한 것이 인벤토리에 있을까 싶어서 뒤져봤고, 전에 죽인 두 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총과 총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센토-라이프, 이 총알이라면 뚫을 수 있지 않을까?”

“티타늄은, 푸르륵, 탱크 같은 전쟁 병기의 외피로 애용돼는 금속이다, 고작, 푸르륵, 데저트 이글 따위로 뚫릴 재질이 아니다.”

“총 말고, 총알 말이야.”

“총을 써야만, 푸르륵, 총알을 발사할 수 있지 않은가?”


총알을 만지작거리던 레드는 자신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 사이에 끼웠고, 문을 온 힘을 다해 쳤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하게도 굉음과 함께 레드의 손이 찌그러지고, 부러진 뼈가 살갗을 찢고 튀어나와 대량의 피를 뿜어냈다. 반면에 문은 총알이 벽에 단단히 박힌 것 이외에는 아무런 손상도, 미동도 없었다.


“으윽; 왜 이런, 푸르륵, 멍청한 짓을 하는 건가? 제발 내가 없을 때, 푸르륵, 없을 땐 이렇게나 무모한 짓 하지 말게나. 치료해줄 테니 가까이 와다오.”

“아흐으~ 아파라. 걱정하지 마,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상처쯤이야 금방 회복하거든.”

찌그러진 살갗의 조직이 다시 펴지며, 부러진 뼈는 몸 밖으로 배출됨과 동시에 속에서 새로운 뼈가 자라났다. 이 모든 과정은 이전에 스파링 로봇과의 전투 후 재생할 때보단 덜 아파졌지만, 거미가 귓가에 기어 다니는듯한 소리는 그대로였다. 정신을 살살 긁는 소음은 1분간 지속하였고, 재생도 이와 맞춰 끝났다.

“푸르륵, 거 참 끔찍한 경험이로군.”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잖아?”


“그건 그렇고, 푸르륵, 저 문에 박힌 총알로 뭐하려고 하는가?”

레드는 떨어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총알 쪽으로 다가갔고, 주변을 두들겨 센토-라이프에게 이 문의 두께를 보여줬다.

“이것 봐, 내가 매우 살살 쳐도 소리가 엄청나게 크지? 문이 얇다는 뜻이잖아.”

“이 정도 두께라도 전문적인 장비나 대물용 장비가 없는 이상 손상을 낼 수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 총알은 이미 문을 절반이나 뚫고 들어갔지.”


레드는 방금 막 재생이 끝난 오른쪽 중지의 가운데 관절이 다른 손가락보다 볼록 나오게 쥐었고, 총알의 뇌관을 전력으로 찔렀다. 그러자, 총알의 탄두가 총성과 함께 그 자리에서 발사해 문을 뚫는 데 성공했다.


“라이프, 이 구멍을 통해 나무줄기를 소환하거나 뭐 조종 가능한 실 같은 거 이 구멍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어?”

“뭐 가능은 하다만···. 그걸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문 저쪽은 열 수 있는 버튼이나 장치가 있겠지. 설마 문 저 너머에도 카드를 찍고 나올 수밖에 없겠어?”


문 너머에도 카드를 찍어야만 했다.


“야 이제 뭐 어떻게 할 거냐?”

“딱히 남은, 푸르륵,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근데, 문보다 벽이 더 약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센토-라이프는 문 근처의 벽을 쾅하고 강하게 때렸고, 생각 그 이상보다 더 쉽게 무너졌다.

끼이이익 쿵

문을 고정한 벽이 허물어지니 당연하게도 문은 앞으로 넘어졌고, ‘글리치’ 갱단의 본 기지로 향하는 비밀통로가 열렸다. 통로의 넓이는 딱 창고만큼 넓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하로 향해 뻗었다.


“그것참 생각, 푸르륵, 생각보다 쉬운 해결책이었군. 난 이제 가봐도 되나? 대거가 보고 싶다네.”

레드는 떠나려고 하는 센토-라이프의 등을 붙잡고, 드러나온 비밀통로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저길 봐, 아직 가기엔 이른 거 같은데 말이야.”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수십 명의 ‘글리치’ 조직원들은 연장을 챙기고 레드와 센토-라이프를 향해 지하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저 두 명은 아무래도 조직원은 아닌 것 같지?”

“침입자다!!!”

그들이 레드와 센토-라이프를 보자마자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뛰어오기 시작했고, 센토-라이프는 땅에서 나무줄기로 엮인 창을 소환하고 있을 때 레드는 로컨이 준 로브가 찢어질까 봐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내가 앞장, 푸르륵, 앞장서겠다, 뒤따라 와라. 레드.”

“뭐래.”


센토-라이프는 길이가 7m는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압도적인 무게를 지닌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창을 휘두르며 조직원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상상 이상의 속도를 내며 달리는 그에게 공격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으며, 멀리서 활이나 총으로 저격하려고 해도 이 어두운 터널 속에선 잘 보이지 않아 불가능했다.

심지어 가끔 공격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센토-라이프의 강철보다 단단한 근육을 뚫고 데미지를 줄 수가 없었다.


육중한 창에 맞은 조직원은 몸이 위아래로 나뉘었고, 절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장이 통로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그들이 들고 있는 어떠한 방패나 입고 있는 어떠한 갑옷도 센토-라이프의 육중한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고, 되려 벽에 처박혀 곤죽이 되어 더욱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러한 피지컬도 아직 없고, 특별한 무기도 없으며, 할 줄 아는 마법도 없는 레드는 압도적인 재생력,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그는 땅에 떨어진 조직원의 무기를 주워서 사용했고, 비록 카르나싀의 말대로 과거의 레드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완력만큼은 고작 조직원 따위가 감히 비빌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레드는 악력으로 사람의 머리통을 쪼갤 수가 있었고, 센토-라이프를 피해 레드에게 달려오는 조직원의 머리를 터트린 후 그들의 무기를 탈취해 이용했다. 반대로 레드는 팔이 잘리든 복부에 칼이 깊숙이 찔리든 금방 재생해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무려 5분이 넘어서야 겨우 올라온 모든 조직원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센토-라이프는 단 하나의 상처조차 생기지 않았던 반면, 레드는 딱 자신의 예상대로 옷이 조직원들의 날붙이 때문에 너덜너덜해졌다.

피가 그나마 덜 묻은 조직원의 옷을 뺏어 입은 후, 레드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다시 로컨의 로브를 그 위에 입었다.


“그나저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푸르륵, 레드. 그 로브는 어디서 났나?”

“아, 이건 로컨이라는 생명의 은인 1이 줬어. 왜, 특별한 거야?”

“물론이지. 그 로브는, 푸륵, ‘나이트 젠틀맨 버그’라는 깊은 숲 속에서만 사는 벌레의 털로 만들어졌다. 은신마법이 영구적으로 걸려있지.”

“오오오, 그건 몰랐네.”

“다만 은신마법이 그렇게 높은 레벨이 아니라, 강자의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고, 마나가 많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은신마법이 일시적으로, 푸르륵, 없어진다네. 난 이제 슬슬 돌아가겠다.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다그닥 다그닥

센토-라이프는 등을 돌려 기숙사로 돌아갔고, 레드는 후드를 뒤집어쓴 다음에 ‘글리치’ 갱단의 본부를 향해 나아갔다.


작가의말

깊고 깊은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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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버싱 저스티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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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est: 갑옷 21.02.04 43 0 18쪽
26 Nest: 지하의 지하 21.01.31 43 0 20쪽
25 Nest: 개 21.01.29 41 0 13쪽
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2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8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71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5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41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1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40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5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5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3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6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40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9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6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6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4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7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6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7 0 25쪽
» ERROR404: 본부 20.12.03 46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5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8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3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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