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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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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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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마물의 집

DUMMY

저벅 저벅

‘으으···. 추워···.’

레드는 어느 어두운 눈길에서 눈을 떴다. 여기에 어떻게 온 거고 왜 온 것인지는 전혀 모르는듯했고, 이상하게도 그는 천 쪼가리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이었으며, 극심한 추위를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여긴 ‘그릇’ 속이 아닌 거 같은데···.’

그때 갑자기 에러 404가 무참히 레드를 두들겨 패고 심장을 터트린 기억이 레드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난···. 죽은 건가?’

털썩

레드는 매우 상심한 채로 풀썩 쓰러졌다. 그의 두 눈에선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브리지트의 복수를 하지 못했을뿐더러 되려 살해당했다는 거에 분해서 그렇게 5분간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마음이 충분히 정리됐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다음에 일어섰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한참을 앞으로 나아갔고, 어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매우 넓은 강과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기다란 줄의 끝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매우 두꺼운 책을 들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음···. 넌 기존의 수명을 넘어서 살고 있었네. 발할라로 넘어올 자격이 없어 너는. 다음!”/

슈르르륵

/”오, 잘 왔다. 최근에 전쟁이랑 수많은 몬스터 때문에 힘들었지? 발할라에선 매우 안전할 거야. 다음!”/

끼이익 끼익

무슨 기준이 있는지 아니면 제 기분대로 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격이 없다고 정해진 사람은 흐릿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졌고, 자격이 있다는 사람은 그의 뒤에 있던 거대한 배 위에 태워줬다.

혼자서 처리하기엔 줄을 서고 있던 사람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는데, 레드는 심지어 줄의 맨 마지막에 서서 그의 차례가 올 때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


/”흠···. 레루티오노브, 맞지?”/

‘아니? 난 레드인데?’

/”책에 적힌 마나 코드랑 네 코드랑 달라서 혹시나 했어. 사진은 비슷한데···. 레드가 성이냐 아니면 이름이냐?”/

‘그냥 레드야.’

/”그···. 래? 여기에 네 이름이 없는데? 아, 인간이 아닌가?”/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십 권의 형형색색의 책이 그의 주변에 소환되었다. 근데 그곳에서도 레드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뭐지?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배도 그냥 관통하는데 그냥 자격 없음인가? 아닌데? 돌려보내 지지도 않는데? 너 뭐냐?”/

‘나도 몰라. 그냥 어느 근육 덩어리한테 복수를 못 하고 죽은 원귀지 뭐.’

/”흠···. 여기에 있어 봐, 난 일단 이 사람들 먼저 데리고 강을 건너고 올게.”/

‘뭐, 알았어. 어차피 저 배 나 타지도 못하잖아.’




다그닥 다그닥

센토-라이프는 등에 진 채로 L.W사 본부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뛰어갈시 레드의 사지가 울컥거리며 사방팔방으로 튀어서 하는 수없이 걸어갈 수밖에 없었고, 애초에 배가 훤히 열린 선생은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 그때, 갑자기 매우 환한 섬광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왔고, 천사 한 명이 나풀나풀하며 빛을 타고 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거기 잠깐! 여기 근처에서 매우 진한 언데드의 냄새가 났는데, 어디 언데드 본 적 있나요?)/

“본적 없다옹. 그것보다 지금 내 학생이 위급하니 길 좀 비켜주시겠나옹?”

/(배가 한번 열렸고, 어느 실력 좋은 힐러가 임시방편으로 치료했는데 다시 상처가 벌어진 거 같은데, 맞죠?)/

“맞, 맞다옹. 이 친구(센토-라이프)가 치료해줬다옹.”

/(근데 보통 배가 열리는 그 순간부터 죽는데, 당신 혹시 언데드입니까?)/

“아니옹; 저는 그저 평범한 고양이 수인족이다옹. 목숨이 아직 남아있어 아직 안 죽은거다옹.”

/(아 맞다, 더러운 고양이 수인족들은 그런 역겨운 능력이 있어서 언데드 탐지를 방해하곤 한 걸 까먹었네요. 잠깐 센토족의 등에 업힌 산송장 같은 놈을 검사해도 될까요?)/

로컨은 애초에 천사들이 따르는 ‘천신’을 숭배하는 신자고, 센토-라이프나 선생은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천사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가 없었다.


툭툭

그녀는 레드를 툭툭 건드려봤지만, 그는, 아니 그것은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싸늘한 시체일 뿐이라 당연하게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하긴, 심장이 없는데 움직일 리가 없죠.)/

그러나 천사가 레드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레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ㅁ, 뭐야?! 아, 아직 안 죽었, 안 죽었잖아···? ㅁ, 뭐라고 중얼거리는거지···?)/

“ㅅ···.”

/(ㅅ? 살려달라는 건가?)/

“ㅅ···. 사···. 살···.”

/(살아있는 거 맞네요. 어서 이 사람을 데리고 ㄱ···. 음?)/

“사···. 살기···. 살기 위해 먹···. 지···. 지성체이길 포기···. 아니야!!!”

/(ㅁ, 뭐야?!)/

천사는 무언가가 이상함을 느끼곤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마치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것처럼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본능적인 공포심이 레드에게서 느껴졌으며, 날아서 도망을 치려고 했을 때는 이미 겨우 붙어있던 레드의 팔에 붙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미친···! 얘 뭐야! 파, 팔이 왜 늘어나?! 무슨 종족이야?!!!)/

레드와 천사를 제외한 나머지 3인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천사는 레드의 팔을 떼어내기 위해 버둥거렸다.


쩌어어억

/(끼, 끼야아아아악!!!)/

우직 우직 우드드득

레드는 그대로 입을 열고 천사의 머리를 자신의 입속에 집어넣은 후, 통째로 씹어먹기 시작했다. 센토-라이프와 선생, 그리고 로컨은 레드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팔 한쪽만 남은 산송장 주제에 힘이 괴랄하게 강해 천사를 붙잡고 있는 손가락 하나조차 벌릴 수도 없었다.


오도독 오도도독


꿀꺽


천사는 날개 깃털 하나 남김없이 통째로 레드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위장이 전부 뜯겨나가 식도와 입만이 남았는데 어디로 들어간 것인지는 그들이 알 턱이 없었다.


“이, 인제 어쩌지 옹? 우, 우린 천사를 죽인 죄로 잡혀갈 거에옹···.”

“처, 천사님···.”

“푸르륵···. 흐음···.”

센토-라이프는 내적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천사는 ‘천신’이 만든 피조물이고, 센토는 창조와 파괴의 ‘신’, ‘아자토스’가 만든 하수인이다. 원칙상 ‘신’의 명령 없이는 다른 ‘신’의 하수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무리에서 추방을 당했으니, 이를 따를 필요가 없지 아니한가?

“어차피, 푸르륵, 뼛조각 하나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치미를 떼면 될 것 같다만. 그냥 한시 빨리 레드를 본부에 데려가는 것이, 푸르륵, 최적의 선택일 것 같다네.”

“그, 그러자옹. 우리 셋이 입을 뻥긋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를 거다옹. 그, 그래야만 한다옹···.”


매우 무덤덤하고 침착한 센토-라이프의 반응과 혹여나 들킬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는 선생과는 다르게 로컨은 매우 깊은 허무함을 느꼈다. 어릴 때 마치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엄청나게 기묘하고 신묘한 각종 기적을 보여줬던 천사가 사실은 다 죽어가는 산송장한테도 살해당할 정도로 연약하다니···.

물론 심장이 터져버린 레드가 비상식적으로 강해진 게 맞다. 하지만 광신도 수준으로 ‘천신’을 맹신하고 따르는 로컨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꿈틀···. 우드득···.

천사를 통째로 잡아먹음으로써 어느 정도 에너지를 얻은 레드의 육신은 조금 조금씩 회복을 하기 시작했다.

“어우우···. 살아있는 건 다행이지만···. 저 재생할 때 나는 소리 너무 소름이 끼치지 않나옹?”

“ㅎ, 하하, 전 옛날부터 들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네요.”

“피차일반일세. 선생도 많이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사무직으로 변경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소리 때문이다옹.”

“하하하하! 나머지 목숨도 잃을까 봐 겁, 푸르륵, 겁나서가 아닌가?”

“러시안 블루는 원래 겁이 많다옹! 어, 어쩔 수가 없다옹···.”

“그나저나, 원래 본부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나 멀었나요···?”


원래대로라면 숲 속에 있는 일자의 길게 쭉 뻗은 흙길에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나오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L.W사에 도착해야만 하는데, 이상하게도 3시간씩이나 걸었음에도 끝이 흙길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어? 타디프님, 타깃을 잡으셨나요?”

-놓쳤다. 아쉽게도. 지운 것인지 표식을 아니면 모르겠지만 도망갔는지 아주 멀리, 없어졌다 그의 분신과 본체에 표식이 걸어놓은.-

심지어 타디프가 합류를 할 때까지도 흙길은 무한에 가까이 뻗어 나갔다. 외길인지라 길을 다른 데로 잘못 들 수도 없어 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으며, 단지 레드가 울컥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서 평소보다 늦게 도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하늘의 중턱에 떴을 때까지.


“타디프님, 뭐가 이상하지 않냐옹?”

-확실히.-

“애초에, 푸르륵, 체력손실이 전혀 없는 거로 보아 시간만 흐를 뿐, 고정된 공간 속에 가둬진 것 같다만.”

-도대체 장난인가 누구의. 공간 마법은 안되었다. 탐지. 상당한 실력을 지닌 소행이다. 사람의 추정.-


그때, 마치 원래부터 여기에 있다는 듯이 매우 자연스럽게 숲 속에서 3층짜리 여관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애초에 지반이 매우 약하고 울퉁불퉁한 데다가 껍질이 쇠처럼 단단한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나 건물을 지을 수도 없는 지형인데 건설되었으니

“마···. 마물의집? 여기에 이런 여관이, 아니 여기에 건물 같은 게 있던가요?”

-없었다 10년 전부터 아무것도.-

“아무래도, 푸르륵, 아무래도 함정인 것 같다만.”

“혹시 이 건물이 우릴 여기에 묶어놓은 거 아닐까옹? 일단 들어가 보자옹.”

“서, 선생님? 저흰 선생님과 달리 목숨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데···. 함정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여관에 들어가야만 할까요?”

“하하하하, 푸르륵, 미안하지만 로컨님, 난 죽을 걱정 따윈 하지 않는다네.”

-실례하겠다.-

뇌가 없는 타디프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여관 문을 열고 입장했고, 아무런 함정도 설치되어있지 않다는걸 확인한 후에 나머지 인원들도 뒤따라 다 같이 들어왔다.


여관의 내부는 꽤 깔끔했다. 보통 던전이나 마계로 통하는 차원문 근처에 있는 마을에 있는 고급 여관의 것보다 좋다면 좋았지, 전혀 밀리지 않았으며, 직원 휴게실이 시끌시끌한 거로 보아 직원의 수도 많이 있는 듯 했다.

딸랑딸랑

타디프는 바텐더 데스크 겸 계산대로 쓰는 곳에 앉은 후 직원 호출 벨을 눌렀다. 여관의 내부는 그들이 바로 전에까지 있던 외부와는 달리 시간을 포함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흘러서 타디프를 제외한 전원은 피로가 갑자기 확 밀려와서 풀썩 쓰러졌다.

-음, 피곤했나 보군 다들.-


마물의 집, 그러니까 지금 타디프 일행이 들어간 여관 바닥에 고가의 K.C사 회복로가 설치되어있어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회복을 촉진해 타디프는 완전히 실신한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뒀고, 카운터에 있던 식수대에 물을 받으며 직원을 기다렸다.


“뭐여, 손님이네? 스으읍···. 후······. 어떻게 들어왔냐?”

조금 꼬질꼬질한 회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담배를 피고 있던 여인이 직원 휴게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각종 흉터가 나 있었으며, 왼눈은 누군가의 검격으로 인해 실명한듯했다.

-펴도 되는가 담배를 여기서?-

“뭐 나도 펴는데 너도 마음대로 해. 어차피 K.C사 회복로가 설치돼서 간접흡연 영향 안가. 좆같은 냄새는 그대로긴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들어온 거냐?”

-그냥 갑자기 갇혔다. 이곳에, 나타났다 우리의 앞에 여관이.-

“쯧, 차원틈 이동결계에 문제가 또 생겼나 보네. 또 쥐새끼 때문인가···. 후···. 알려줘서 고맙다. 손님맞이 할 준비가 끝나지 않았긴 했는데, 뭐 방 하나 잡을거냐?”

-여자 한 명, 남자 4명.-

“그냥 5인실 하나 줄게. 뭘 굳이 방 두 개씩이나 잡고 그러냐? 하루에 9동이다. 이야 싸다 싸.”

마물의 집은 어림잡아봐도 최소 4성급 이상의 여관으로 보였고, 일반적으로 4성급은 하루에 50동씩이나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매우 싼 가격이긴 했다.

-그냥 두 개 방 줘. 하지 않는다 9동이면 얼마.-

“뭐 그래 주면 나야 좋지. 후우우우···. 뭐 그럼 나도 서비스로 저기 땅에 널브러진 일행들 들고 방까지 데려다가 줄게.”

그녀가 박수를 두 번 치자, 직원 휴게실에 있던 구형 태엽 로봇이 삐걱거리며 걸어 나왔고, 지쳐 의식을 잃어버린 네 사람을 번쩍 들어 올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A 호실이 남자 방이고, B 호실이 여자방이고, 애들 시켜서 특별히 침대에도 눕혔으니까 저놈들 걱정할 필요는 없어. 침대에는 더 상위 회복로가 설치되어있으니까.”

-고맙군.-

“고마워할 필요 없어, 타디프.”


타디프는 분명히 자신의 이름을 말한 적도 없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타디프는 그녀를 위아래로 지긋이 관찰했고, 그녀가 입은 후드에서 삐져나온 금색과 은색 실오라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옷 네가 입고 있는 거···.-

“아 이거? 최근에 옷을 빤 적이 없어서 조금 꼬질꼬질 하긴 한데, 위생상 아무런 문제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이루어졌다. 성은과 성금으로.-

“확실히 돈 좀 많이 들었지. 엄청 비싸더라.”

-만질 수 있다, 성은과 성금은-

“...?”

-천족만이.-

스으윽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제압용 망치를 집은 타디프는 좌석에서 일어났고, 매우 무섭게 그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쫓기는 몸이다. 나는 천사에게서. 도망쳤다 죽음을 위장해서. 그리고 천족이다 너는.-

“잠깐, 잠깐잠깐잠깐잠깐 잠깐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천신’, 그 쌍놈이 챘는가 눈치를?-

“에이씨···!”


그녀는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 모자를 벗었다.

“자 이것 봐, 천사의 고리, 그러니까 헤일로가 없잖아. 네 말대로 난 천족은 맞긴 하는데, 더는 천사가 아니야. 그리고 그것보다 진짜로 나 기억 안나냐? 난 네 코발트 갑옷 보고 너 기억해냈는데?”

-누군가 너는?-

“네 손에 머가리에 바람구멍을 얼마나 많이 냈었는데···. 이거 좀 서러운걸?”

달그락 덜그럭

“자, 이걸 보고도 날 몰라볼 거냐?”

그녀는 계산대 밑에서 금색 망치와 은색 말뚝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설마···. 바레투스엘?-

“이젠 바레투스퍼인걸.”

-푸흡···. 흐하하하하하하!!-

타디프는 매우 우렁찬 목소리로 웃으며 무기를 거둔 후에 다시 좌석에 앉았다.

-위대하신 대천사가 빠졌군. 이빨이. 어디 갔나 헤일로와 날개는?-

“... 스으읍···. 후우우우우···. 그건 밖에서 얘기해줄게. 다른 직원들이 듣기엔 조금 그런 이야기라 가지고.”






/”많이 기다렸냐?”/

‘아니? 너 간 지 5분도 안됐잖아.’

/”5분이면 오래 기다린 거지. 1분 1초가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데.”/

‘어차피 죽었는걸.’

/”아무튼, 내 이름은 뱃삼공이라고 해.”/

‘뱃사공이라서 삼공이냐? 이 무슨 말장난 같은 이름이여.’

/”내 동생의 이름이 뱃사공이야. 얘가 이 업체에서 유명하니까 이렇게 배로 사람을 강을 건널 수가 있게끔 해주는 직업명이 뱃사공이 되어버린 거고. 마치 쭈쭈바 같은 거랄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난 지금 뭐 어떻게 해야 하냐? 이왕 죽은 김에 남들도 다 간다는 저승이나 뭐 그런데 나도 가보고 싶은데.’

/”널 보내고 싶어도 넌 내 배를 못 타잖아. 어쩔 수가 없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랑 같이 여기서 노가리나 까는게 어때?”/

‘그 전에 옷부터 주지 그러냐. 난 지금 얼어붙어 버릴 것 같단 말이야.’

/”무슨 소리야? 여긴 죽은 자들이 모이는 강, 삼도천이야. 추위고 더위고 그런 거 없어.”/

‘그럼 무슨 환상통 같은 건가?’


촤르르르르르르륵

레드와 뱃삼공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그때, 갑자기 레드가 걸어온 길에서부터 쇠사슬이 날아와 레드의 목을 칭칭 감았다.

‘ㅁ, 뭐야! ㅂ, 뱃삼공, 이거 좀 떼줘!’

/”ㄴ, 내가 어떻ㄱ···.”/

촤르르르르르륵

사슬은 매우 빠른 속도로 레드를 끌고 갔고, 순식간에 뱃삼공이 레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흐, 흐어어어어억!!!’

레드는 그의 ‘그릇’ 속에서 눈을 떴다. 땅에 드러누운 그의 주변에 카르나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레드를 치료하고 있었으며, 두 ‘감정의 악마’는 숙주인 레드를 따라 같이 의식을 잃어버린듯했다.

《오, 돌아왔네. 너 때문에 마나를 무려 절반이나 썼다, 이놈아.》

‘쟤네(‘감정의 악마’)는 왜 저러냐? 저승에 갔다 온 건 난데.’

《네가 바로 쟤네고, 쟤네가 바로 너니까. ‘감정의 악마’는 네 감정에서 태어난 존재니까 아끼라고.》

‘...’

레드는 상실감에 미처 일어서지를 못했다.

《왜 그래? 너 지금 몸이 본능적으로 천사 한 마리 씹어먹어서 충분히 가이아로 나갈 수가 있어. 어서 돌아가 봐.》

‘카르나싀, 난···. 졌구나. 진 게 맞구나···. 조금 전의 것이 단지 꿈이 아닌, 진짜로 죽은 거였구나···.’

《하···. 참···.》

카르나싀는 울상을 띄는 레드의 옆에 앉아서 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에휴, 네가 삼도천에 도착하자마자 에러 404한테 진 것 때문에 운 거로 이미 충분하지 않냐? 야야, 솔직히 상대가 너무 압도적이었어. 다르게 말하면 그 정도로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네가 잘한 거지.》

스으윽

카르나싀는 레드를 일으켜 세웠다.

《레드, 너는 아직 올라갈 계단이 많아. 그리고 에러 404는 아직 죽지도 않았어. 이 말인즉슨 넌 지금부터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해서 강해진 다음에 에러 404에 복수를 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소리지. 넌 아직 내 얼굴도 안 보이잖아? 최소한 나와 두 ‘악마’를 제외한 나머지 2인도 네 눈에 보일 정도로 강해지라고.》

레드에게 동기부여를 불어넣은 다음에 카르나싀는 레드를 밀어트려 가이아로 반강제적으로 보냈다.





레드는 어느 푹신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따듯하게 레드를 감싸주는 이불과 섭취한 천사의 에너지가 레드의 회복을 촉진해준 덕분에 심장뿐만 아니라 상체 대부분이 자라나 있었다.

“...”

여관 내에 설치된 회복로에 내장된 마취 효과 덕분에 아프진 않았고, 방수 효과가 있는 매트릭스와 이불 덕분에 피가 고이지 않고 흘러내려 가 축축하지도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다친 센토-라이프는 바닥에 누운 채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으며, 레드 못지않게 많이 다친 선생은 옆방에 있었으니 보이질 않았다.

끼이익

“어?! 레드님, 깨어나셨네요?”

로컨은 출출했는지 한 손에는 1층에서 타온 커피를, 나머지 한 손에는 바삭하게 구워진 크로와상을 들고 들어왔다.

“ㄹ, 로컨?”

“네, 맞아요, 저에요. 뭔가 데자뷰 같은 건 기분 탓이려나요? 하하.”

“여긴 어디고 넌 여기에 어떻게 왔어?”

달그락 드르르륵 탁

커피와 크루와상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로컨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마시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타디프님에게 긴급구조요청을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계속 타디프님과 함께 다녔기에 같이 후다닥 달려온 것이고요.”

“아, 그 갑자기 든 섬뜩함이 타디프 때문에 생긴 거였구나. 이번에는 진짜로 죽는가 싶었어.”

“진짜로 돌아가신 거 아닌가요;; 심장이 터졌을 정도면 죽은 게 정상인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살아있으니까 말이야. 마무리 일격을 또 맞았더라면 난 정말로 죽었을걸?”

“그건 잘 모르는 일이죠. 일단은 푹 쉬세요, 아직 상반신밖에 안 자라났잖아요.”

끼이이익 탁

빵과 커피를 다 먹은 로컨은 들고온 그릇을 들고 다시 방에서 나왔고, 피로가 아직 덜 가신 레드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꿀꺽 꿀꺽 꿀꺽···. 크흐아아아아!! 늙은 버섯 맥주는 언제 마셔도 정말 맛있네.”

-확실히. 명주로군 마음에 드는.-

타디프와 바레투스퍼는 마물의 집 밖에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 이 친구(늙은 버섯 맥주)를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의 절반은 손해 봤네.”

-못 마시지 않는가? 천사는 술을? 없었을 것 같은데 별 미리 알았더라도.-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 하하하하!!”


-그래서, 어쩌다가 잃었는가?-

“뭐 어떤 거? 내 날개랑 엔젤링?”

-그래.-

“...”

-...-

둘은 술잔을 내려놓고,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는지 오랫동안 모닥불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생각해보니 우리 진짜 오랫동안 싸웠다. 너한테 뜯겨나간 날개랑 손모가지의 횟수만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난다.”

-기억은 하는가? 그대가 박은 횟수 대못을 내 몸에.-

“이때까지 먹은 빵의 개수도 안 세는데, 그런걸 기억할 리가 없잖아.”

-피차일반이다.-

“뭐 일단 이렇게 된 사건의 발단은 호기심이야.”

-호기심?-

“어, 네가 말해줬던 엔젤링의 효과가 진실인지 알고 싶어서 한번 엔젤링을 떼어내 보는 금기를 저질렀는데, 그때부터 ‘천신’ 그 쌍년을 향한 충성심이 확 떨어졌지.”

-그렇게 보여도 남자다 그는.-

“아 아무튼! 엔젤링은 진짜로 네 말대로 정신지배의 효과가 있더라. 그동안 내가 해왔던 짓이 그렇게나 끔찍했는지 헤일로를 떼어내서야만 알게 되더라고. ‘천신’이 시키는 그 어떠한 더러운 짓도 양심에 찔리지 않게끔 해주는 장치였어 헤일로는.”

-검은색으로 변하지 않는가? 천사의 날개는 ‘천신’을 불신하게 된다면.-

“어, 그래서 금방 들켰지. 그래서 처형의 검으로 내 날개를 잘라갔고.”

한때 ‘천신’의 명을 따르던 24명의 대천사 중 한 명이며, 단신으로 수천 수백 마리의 마물을 처형하며 악명을 떨치던 그녀의 위상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천신’의 마나는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매우 미약한 본인만의 마나밖에 남지 않았다.

-... 슬프군, 한때의 라이벌이 약해지다니 이렇게나.-

“우씨! 너도 약해졌거든?!”

-흥, 나는 숨긴 것이다. 마나를 없어진 것이 아닌.-

“이 씨···. 한 번이라도 좀 져 주라고.”


타닥···. 타닷···.

한때 든든한 혁명군의 방패였던 자와 한때 ‘신’들의 든든한 창이었던 자는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붉은색 모닥불 주위에 앉아서 밤새 덕담을 주고받았다.


작가의말

솔직히 타디프 말투 너무 중독적이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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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버싱 저스티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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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est: 갑옷 21.02.04 41 0 18쪽
26 Nest: 지하의 지하 21.01.31 41 0 20쪽
25 Nest: 개 21.01.29 40 0 13쪽
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0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7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69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3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39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0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39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3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3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2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4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38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6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4 0 12쪽
» 마물의 집 20.12.15 44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2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6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5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6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4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4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7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1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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