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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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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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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404: 감정 각성

DUMMY

형형색색의 기계 갑주를 착용한 ‘글리치’ 조직원들이 각자 자신만의 장비를 들고, 공장을 향해 달려가는 레드의 앞길 막아섰다. 하지만 제아무리 고성능의 기계 갑주를 입었다고는 한들 ‘감정의 악마’의 힘을 빌린 레드에겐 그들은 그저 조금 더 튼튼한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레드의 기준으론 그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조직원을 옆으로 치웠을 뿐이지만, 통제할 줄도 모르고, 통제할 수도 없는 자신의 힘 때문에 그들의 사지가 벚꽃잎이 바람에 의해 후두둑 쓸려나가듯이 떨어져 나갔다.


“전원 ‘화이트 프루트’를 한계까지 섭취해라!!!”

로직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자, 그들은 자신의 뒷목에 희석된 ‘화이트 프루트’ 용액을 주입했다. 개중 일부는 농도조절을 잘못해서, `화이트 프루트`로 인해 생긴 극심한 쾌감을 버티지 못해 그대로 지려버림과 동시에 풀썩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머리가 펑하고 터져 주변에 뇌수를 흩뿌리기만 한 쓸모없는 사람도 있었다.

“죽어라!! 이 괴물!!!”

‘화이트 프루트’ 용액은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정확히는 공포를 느끼는 기관을 마비시킨 것이긴 하지만, 그림자 불꽃에 휩싸여 겉으로 보기엔 이미 악마 그 자체가 된 레드에게 거침없이 달려드는 것으로 보아 그들이 원하던 효과는 충분히 받았다.



우두둑 우득

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레드에게 쏟아부었다. 방금까지 같이 밥을 먹으며 놀고 있던 동료가 지금 눈앞에서 레드에게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고도 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행동은 평범한 갱단 조직원보단 용사냥꾼 조직의 것에 가까웠다. 아군의 목숨을 그저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소모품처럼 다뤘고, 심지어 자폭하는 독종도 존재했다.



조직원들의 희생은 무의미하진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만약에 상대가 레드만 아니었더라면 자신의 보스를 지키기 위한, 동료를 인간성과 이성을 버려버린 괴물한테 살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레드는 재생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화된 상태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능력치가 불어나고 있다. 조직원의 자폭 때문에 몸이 수백 조각으로 분해되더라도 단 5초면 원상 복구되는 재생력은 그들의 희생을 그저 비참한 개죽음으로 만들었다.



날뛰는 레드를 상대하고 있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지 같은 빈민가에서 죽는 것보다 못하게 살아가던 그들이 잠시나마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가 있게끔 해준 보스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다.



잔혹하게 터져버린 육신에서 내장이 튀어나와 주변 지형지물에 주렁주렁 매달렸고, 곤죽이 되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레드가 날뛰고 있는 곳은 이미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상황이 되어만 갔으며, 도시 전체를 뒤덮는 노래보다 몇 배는 더 시끄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저 멀리서 무덤덤하게 지켜만 보던 로직은 한숨을 내뱉었고, 마음의 준비를 끝낸 그는 식은땀을 흐르며 레드의 길을 막아섰다. 갑작스러운 강자의 등장에 레드는 드디어 멈춰 섰고, 자신을 막아선 로직을 지금에라도 당장 찢어 죽일 기세로 그를 째려봤다.



“... 외부인이 보기엔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 단합이 하나도 안 되는 조직처럼 보이고, 간부인 나조차 도 단합력 없는 오합지졸 단체로 보일 때도 가끔 있다. 그런데도 우리 조직이 계속 성장하고, 결속력이 계속 단단해지게 만들어주는 말뚝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의 보스고, 그분의 명령이라면 목숨 따윈 가뿐히 버릴 수도 있는 게 우리다.”


그는 자신의 왼손을 단단히 쥔 채로 심장 쪽에 가져다가 댔고, 허리를 살짝 숙여 레드에게 매우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보스께선 나는 반드시 ‘이계’에서 건너온 괴물이나, 가족을 공격하는 ‘초월자’ 혹은 ‘포식자’를 상대할 때만 기계 슈트를 착용하라고 하셨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치이이이이이익....


“그대를 지금부터 한 마리의 용으로 간주하고, 전력을 다해 죽일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몸담았던 ‘용사냥꾼`으로서의 긍지를 걸고.”


대량의 진하고 독한 초록색 연무가 레드와 로직을 뒤덮었다. 이 연기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에서 수많은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이내 쇳조각 같은 것이 로직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으며, 쇳조각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이 초록색 연무도 땅에 가라앉았다.


컴피레이션의 변화는 로직의 변화에 비하면 그저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낡은 옷을 입은 수준이었다. 원래도 비대했던 로직의 덩치가 무려 20m씩이나 되었고, 그에 따라 덩치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장갑차에서나 있을법한 수십 개의 중무기가 장착되어있었다.



쾅!!!!!

반면에 움직임은 불어난 덩치에 맞지 않게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 ‘감정의 악마’의 힘을 받는 중인 레드조차 반응하지 못했을 정도로 빨랐으며, 그의 주먹에 맞은 레드는 또다시 한 번 몸뚱어리가 터지고 이곳저곳에 몸에 붙어있던 그림자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손상이 안생긴 레드의 심장과 뇌를 중심으로 파괴된 신체가 곧바로 다시 자라났고, 로직의 일격으로 한층 더 분노하게 된 레드는 능력치가 빠른 속도로 더 오르기 시작했다.



‘분노의 악마’가 레드에게 준 능력은 바로 ‘광란’, 분노가 쌓일수록 전체적인 능력치가 상승하는 능력이다. 단, 육신의 방어력만 빼고. 해당 능력의 소유자는 보통 감당할 수가 없을 만큼 미친 듯이 불어나는 분노 때문에 결국 힘을 버티지 못한 신체가 터져버린다.


“크와아아아아악!!!!”

하지만 물리법칙을 무시하는듯한 레드의 재생력은 가뿐히 그것의 단점을 씹어먹었다.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는 이유, 그것 때문에 레드는 지금도 강해지고 있고, 점점 로직이 감당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힘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반면에 로직은 매우 능숙한 용사냥꾼, 실제 용보다 힘이 월등히 약한 동시에 움직임도 느린 레드를 사냥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레드가 재생력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기계 갑주의 에너지원이 점점 떨어져만 간다. 애초에 이것은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기에 용량이 큰 배터리가 장착되어있지도 않았다. 주먹질 따위보다 한번에 주위를 전부 날려버릴 수가 있는 대포를 쏘고 싶었지만, 남들보다 정이 많았던 로직이기에 아군도 함께 쓸어버릴까 봐 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용사냥꾼을 그만둔 이유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정작 중요할 때 머뭇거리며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누가 감히 목숨이 위험한 사냥에 끼워주겠는가?


레드의 계속되는 맹공에 로직의 가드와 갑주가 점점 무너져만 갔다. 주변 아군들은 로직의 명령을 따라 대피하는 데 성공했고, 로직은 이름값을 톡톡히 할 기회가 찾아왔다.



말 그대로 상식을 벗어난 엄청난 한 방.



그는 우선 기계 갑주에 장착된 모든 대포와 총구를 하나로 합치고, 자신의 오른팔에 장착했다. 그 후 그는 모든 전선과 총구와 연결된 관을 자신의 심장에 박아넣었고, 레드가 미처 전부 찢어발기지 못한 생명력을 전부 집어 넣었, 아니 말 그대로 장전을 한 후, 육질이 질겨 잘 죽지 않는 로직을 버려두고 계속해서 공장을 향해 뛰어가는 레드를 향해 조준했다.



“... 다음 주가 컴피레이션이랑 결혼식이었나, 나 참, 저승에서 전망이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식을 올리자꾸나. 먼저 간 가족들도 초대해서.”

레드의 공격에 휩쓸려 머리만 남은 컴피레이션의 이마에 입맞춤한 후, 로직은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 엄청난 기술력과 자금으로 지어진 지하도시, 일명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불리던 ‘글리치’ 갱단의 기지는 원래 하나의 차별화된 나라가 될 수도 있었고, 그들의 목표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우는 것.


그리고 그곳은 현재 수많은 사람 사체, 육신이 뭉개져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것들, 튀어나온 사람의 내장, 천장까지 닿는 엄청난 크기의 공장, 그리고 거대한 고철 속에 파묻힌 미라와 그가 안고 있던 누군가의 머리만이 남았고, 더는 레드를 감히 막아낼 존재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레드는 더는 뛰지 않았다. 단지 마음속에서부터 끓어올라오는 강력한 분노를 품고, 기억은 안 나지만 자신에게 중요했었던 브리지트에게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해, 분노와 본능이 몸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제어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르르릉···.



하지만 마치 땅이 레드를 공장에 가까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처럼, 분노로 인해 불어난 강대한 에너지를 버티지 못한 땅이 무너졌고, 레드는 육안으로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다.








“센토-라이프, 레드는 어디에 갔나옹?”

밖은 어느새 해가 쨍쨍한 아침이 되었고, 하필이면 그날따라 일찍 수업을 시작해서 선생은 금방 레드가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푸르륵···.”

센토-라이프는 레드의 행방을 알아서 더 걱정됐다. 그들이 사는 세계, 가이아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조직인 ‘글리치’ 갱단을 단신으로 쳐들어갔는데 소식이 전혀 없어서 그의 상상력이 최악의 상황 쪽으로 생각하게끔 인도했다.


“그리고 대거는 또 어디 갔나옹?”

“대거는 어제저녁이 보름달이었기에 오늘은, 푸르륵, 온종일 잠에서 깨어나질 못합니다.”

“아, 어제 보름이었냐옹? 어휴···. 센토-라이프, 우린 밖에 나가서 레드를 찾아보자옹. 어차피 이거 학생도 3명밖에 없는데, 출석률 1/3 가지곤 진도를 어떻게 나가냐옹;;”

한참을 턱을 괴고 고민을 하던 그는, 하는 수 없이 선생에게 레드의 행방을 말했다.


“뭐옹?! ‘그’ 조직을 잡으러 뛰쳐 나갔다고옹?!! 이런 미친···.”

“내가 길을 압니다, 푸르륵, 따라오시죠.”




순식간에 어느 산의 중턱에 있는 폐창고, 그러니까 ‘글리치’ 갱단의 본거지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했고, 그곳은 어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이미 본래의 형체를 잃어버린 곤죽과 살덩이들이 여기저기에 걸려있었고, 바닥은 피와 뇌수로 흥건해져 몹시 질척질척함과 동시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으며, 주인 잃은 눈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일이냐옹;;”

“한밤 동안 레드와 나를 노렸던, 푸르륵, ‘글리치’갱단 조직원들의 시체다. 자, 얘네들 기지는 이 통로를 통해 내려가야 한다네.”


현장에 도착한 둘은 매우 큰 충격을 받지 아니할 수 없었다. 웬만한 A급 상위권 사람도 이렇게 작은 나라 하나에 비견되는 동시에 기술력은 대국 뺨치는 도시를 혼자서 폐허로 만들 정도의 능력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푸르륵, 레드는 안전하겠군.”

“아니다옹···.”

“음? 그게 무슨 소리, 푸르륵, 무슨 소리인가?”

“이, 이 정도의 난장판을 얘네 조직의 보스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옹!! 젠장···. 젠장···. 젠장!! 어, 어서 레드의 찾아내자옹! 그가 레드를 발견한다면···! 살해당할거다옹!!”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마어마한 중력의 힘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은 레드는 내장이 다 터진 채로 꽤나 오랫동안 기절했다. 그런 그를 깨운 것은 주변의 엄청난 소란이었으며, 왼손으론 밖으로 튀어나온 내장을 꾸깃꾸깃 집어넣고, 오른손으론 눈을 비비면서 힘겹게 일어났다.


“크으으윽···. 젠장···. 이번에는 정말로 뒤진 줄 알았네···.”

낙하하는 동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레드는 쌓아왔던 분노를 단번에 잃어버렸고, 그 때문에 그가 빌리고 있던 ‘감정의 악마’의 힘도 같이 풀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이걸 언제 다 기어 올라가냐···.”

한숨을 내뱉으며 그가 떨어진 싱크홀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갑자기 엄청나게 환한 조명 6개 팍 켜지고 레드를 하이라이트 하기 시작했다.



불이 켜지니까 인제야 주변의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평범한 자연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인 줄만 알았지만, 지금 레드가 서 있는 곳 주변은 매우 단단해 보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확실히 조명도 있는 거로 보아 그들의 함정에 빠진 것만 같았다.


“옘병, 이렇게나 매끈하게 다듬어진 철벽이라니, 이래서 어떻게 올라가냐;;”

‘[〈숙주, 네놈이 다시 이 몸의 힘을 빌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차라리 조금 쉬었다가 분노의 힘을 다시 얻고 올라가는 것이 어떤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벽에 잘 붙으면 어떻게든 올라갈 수는 있지 않을까?’

잠깐 땅에 털썩 앉아, 어떻게 이곳에서 빠져나갈지 고민을 하려던 그 순간, 갑자기 매우 시끄러운 마이크 삐 소리가 레드의 귀를 자극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다!!”

덜그럭 덜컹 기이이이잉

레드가 서 있었던 구역이 갑자기 열리고 펴지면서 매우 넓은 경기장 혹은 콜로세움과도 같이 변형되기 시작했고, 그 땅이 열리는 중심에서부터 어느 엄청난 근육질의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올라왔다. 벽도 갑자기 열리면서 매우 두꺼운 유리판이 올라왔고, 그 뒤에는 수백, 수천 명의 관중들이 앉아 있었다.


“바보들의 투기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병신들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이크를 든 사내의 욕설에 관중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눈동자를 하며 전부 기립을 했고, 자신의 주머니와 가방에 들어있던 돈을 투기장 내, 그러니까 레드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땅에 떨어진 돈들은 전부 땅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졌으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레드는 잠깐 뇌 정지가 왔다.



후우우우욱!! 쿵!!!

그 후 그는 하늘 높이 뛰어올라 레드와 거리를 좁혔고,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입에 대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몸!!! ‘글리치’ 갱단의 보스!! ‘에러 404’가 직접 세계 각지에서 싸움을 구경하러 온 바보들에게 조직을 반쯤 괴멸로 만든 괴물을 괴력으로 이 괴깃덩지를 괴깃국물로 만들어 버리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은 더욱 격렬하게 돈을 던져댔고, 그들의 행위에 보스라는 작자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갔다.





상황파악을 끝낸 레드는 엉거주춤거리며 에러 404를 노려봤다.


“... 왜 브리지트를 죽인 거지?”

“브리지트? 뭐, 이 몸이 브리지트의 가죽을 손수 벗긴 것은 맞지만, 그년은 이 몸의 실력으론 잡지도 못하는 도망의 귀재라.”

“그게 무슨 개소리냐?!”

“그전에 내가 먼저 물어보지, 이 몸이 과연 네놈의 존재를 몰랐을 것 같냐? 네놈이 가족 두 명을 잡아 죽인 시점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이 나라의 모든 감시카메라는 전부 우리가 관리하거든.”

“미리 알았더라면 왜 진작에 내가 네 쓰레기를 청소할 때 막아서지 않은 거냐?”

“우린 돈이 먼저기 때문이다.”

그는 관중들을 보호하고 있는 두꺼운 유리 쪽으로 다가갔고, 퉁퉁 두들겼다.


“부하들은 네놈과 이 몸의 전투를 이곳, 바보들의 투기장에서 하도록 유도를 한 것이지!!”

쾅!!!

그는 설명하다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여 유리 벽을 강하게 쳤고, 이미 반쯤 미쳐버린 관중들은 돈을 더욱 열정적으로 던져댔다.


“미친 새끼! 돈이 부하들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냐?!!”

빠아악!!

에러 404는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로 레드의 머리를 후려쳤고, 충격을 버티지 못한 마이크는 공중분해가 되었다.


“남자는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이건 부하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 나라를 건설하려고 직접 계획한 것이다! 만약에 이 몸이 부하의 죽음에 동요할 시 되려 그들의 희생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행위!”

짝!!

그는 갑자기 박수를 한번 치더니, 그 후 어마어마한 양의 숨을 들이마셨고, 고개를 또다시 한 번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수백, 수천 명 부하의 목숨으로 세워진 경기, 지금 당장 시작한다아아아!!!!!”




전투사태에 들어감과 동시에 레드의 터져버린 두 홍채와 내장이 겨우 회복되었고, 그저 실루엣만 보이던 에러 404의 형태가 이제야 와서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신장은 무려 3m씩이나 했으며,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있을 법한 근육 덩어리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오른팔은 누군가에게 당했는지 기계 의수로 대체되어있었고, 의수가 그의 왼손보다 거의 두 배에서 세배 정도 더 크고 무거워 보였다. 그는 레드 못지않게 흉터가 매우 많았으며, 변태인지 반바지 밖에 안 입고 있었다.



언벨런스한 에러 404의 두 팔의 공격은 레드에게 엄청난 혼란을 주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의 무거운 오른팔은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왼팔은 몹시 재빨랐다. 그는 일부로 공격 패턴을 조금씩 비틀거나 주먹을 뻗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매우 변칙적으로 공격했다.



레드는 복날에 개 두들겨 맞듯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힘, 속도, 기술 전부다 에러 404보다 뒤떨어졌으며, 레드의 주먹질은 그의 강인한 근육에 상처를 주기엔 너무나도 허접했다.



“푸훕, 이봐 애송이, 복수란 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란다!”

에러 404는 이미 레드가 ‘분노의 악마’의 힘을 한번 써서, 당분간 다시 못 꺼낸다는 점을 알아 일부로 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바보들, 그러니까 관중들이 더욱 환호하며 돈을 더 많이 던졌기 때문이다.


“아, 맞다 이 몸이 말을 안 해줬지? 브리지트가 왜 너 때문에 죽었는지.”

으직 빠직 우드득

그는 레드의 육신을 말 그대로 찢으면서 계속 말을 걸어 그의 정신을 후벼 팠다.


“그래, 이 몸이 네놈의 이 작고 보잘것없는 호기심을 해소해 줘야만 좀 더 볼만한 무대로 변모하겠군. 한때 ‘혁명군’에서 뛰어난 정보수집자인 브리지트의 도주능력은 감히 우리가 잡을 수가 있을 수준이 아니다. 지 스스로 지가 위대하다고 하는 ‘천신’조차 못 잡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잡겠냐?”

“크윽···. 카헉···. 그래서···.”


에러 404는 레드의 머리채를 꽉 잡고 들어 올렸다.


“이 몸이 말했지? 이 나라의 모든 감시카메라는 전부 우리 쪽으로 데이터가 온다고.”

“그, 그래서 왜?”

“이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손꼽히는 정보원인 브리지트가 그걸 모를 것 같냐? 네놈이 감히 겁도 없이 내 가족을, 그것도 두 명씩이나 죽인 시점에서 너는 이미 단두대에 오른 상태였다. 네놈 따위랑 브리지트랑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직접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목숨과 네놈의 목숨과 교환했다!!”

그는 레드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채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알겠나?!! 쓰레기 같은 네놈 때문에!! 내 가족이 죽고!! 네놈 때문에!! 인재 한 명이 죽었다!!”

“미친놈아! 죽인 건 너잖아!!”

“만약에 네놈이 가족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레드의 재생력은 점점 느려져만 갔다. 레드 본인은 몰랐지만, 그의 압도적인 재생력의 원천은 마나고, 계속된 재생으로 인해 거의 마나가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점점 몸이 메말라져만 갔고, 겨우 돌아온 시력도 다시 흐려졌다. 힘이 빠져 손가락이 접히지도 않았으며, 호흡기에 있어야만 하는 점액질도 전부 메말라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텨봐라. 숙주. 이 몸의 힘을 다시 쓰려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릇’ 속에서 ‘분노의 악마’는 우왕좌왕 거리고, 카르나싀는 허겁지겁 모자란 레드의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채워 넣고 있었던 반면, ‘슬픔의 악마’는 매우 못마땅하게 처맞고만 있는 레드를 매우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화르륵···. 화르르륵

이미 다 꺼져버렸던 그림자 불꽃이 다시 레드의 발밑에서부터 피어 올라왔다. 분명히 아직 ‘감정의 악마’의 힘을 빌릴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림자 불꽃이 발생한 것에 에러 404는 몹시 당황했고, 뒤로 뛰어 레드와 거리를 조금 크게 벌렸다.


까드득 까드드득

마치 누군가 못으로 뼈를 긁는듯한 소리가 레드의 척추에서 나기 시작했고, 이 소름이 끼치는 소음은 레드와 에러 404가 서 있는 경기장 위 뿐만 아니라 소란스러운 관중석에서까지 울려 퍼졌다.



소리가 한 1분 정도 지속하였을까, 레드의 척추를 따라 등이 쪼개졌고 그 틈에서 거대한 그림자 불꽃 덩어리가 피어올라 레드를 부드럽게 감쌌다. 불투명했던 불꽃이 점점 사람의 형태를 가지기 시작했고, 이내 하얀 눈을 지닌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울음을 참으렴, 얘야.〉]

그녀는 레드를 자신의 품에 꼭 안겼고, 두 눈, 귀 입을 그녀의 몸에 자라있는 6개의 손으로 막았다.


[〈악마 같은 혀 놀림을 듣지도 보지도 말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지 말아라.〉]

그녀의 정체는 바로 레드를 쭉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던 ‘슬픔의 악마’이고, ‘악마’의 속삭임은 레드는 울컥거리기 시작했고,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상태에서 레드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크흑···. 크흡···.”

레드의 눈과 입이 마치 쭉 찢어진 괴물의 눈과 입으로 변했고, 이번에는 매우 진한 하얀색 섬광이 강렬하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에선 선홍색으로 빛나는 루비 같은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능력치에는 그다지 큰 차이는 생기지 않았다.



“미, 미친···. ‘감정의 악마’가 두 마리라니···. 이, 이게 말이 돼···?”

바보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앉아있는 곳이 과연 레드에게서 안전한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긴장하기 시작했지만 에러 404는 매우 여유로운 표정으로 레드를 쳐다봤다.


“이제야 마음을 다하려는 것이구나!! 레드!!!”

에러 404는 되려 흥분을 하기 시작했고, 땅에 엎드려 속으로 흐느끼고 있는 레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매번 맞고만 있으면 답답하잖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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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est: 운명 21.01.22 47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69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3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39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0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39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3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2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2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4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38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6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4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3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2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6 0 24쪽
»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5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6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4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4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7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1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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