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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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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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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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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786

작성
20.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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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의 집을 떠나다

DUMMY

다음 날 아침, 종족 특성상 잠을 잘 필요가 없는 타디프와 바레투스퍼는 아직도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바레투스엘, 있다. 부탁이 하나.-

“음? 뭔데, 말만 해. 들어줄 수가 있는 범위 내 그 어떤 것이든지 들어줄게.”

-어제 했던가 여관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고?-

“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악행을 회개하는 여행을 하려고.”

-만약에 만난다면 레드를, 도와주게 그를.-

“그거야 쉽지. 그리고 난 더는 바레투스엘이 아닌 바레투스퍼야.”

-마음속에는 있다. 언제나 강인했던 그대의 기억이.-

“어우;; 뭐냐 그게;; 알았어 알았어. 난 가게 개점하고 여러 가지 정리를 해야 하니까 네 친구나 보러 가 봐.”




하루 사이에 레드의 모든 신체조직이 회복되었다. 에러 404의 일격에 뜯겨나가지 않았던 오른팔은 이상하게도 붉은빛이 조금 더 진하게 돌았긴 했지만, 그것 이외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정상이었다.


“푸르륵, 레드, 몸은 좀 괜찮아졌는가?”

센토-라이프의 환부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있었긴 했지만, 레드처럼 뛰어난 재생 능력은 없기에 그렇게 회복이 안 됐다.


“나야 완벽하게 나은 것 같긴 한데, 네 팔은 어떻게 하냐?”

“난 드루이드일세, 푸르륵, 이 정도 상처 따위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만 있다면 금방 좋아진다네.”

“서, 선생은?”

“그녀는 고, 푸르륵, 고양이다. 최소한 죽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그, 그럼 다행이고.”

부스럭

아직 관절이 제대로 끼워지지는 않았는지 삐걱거리는 신체를 이끌고 힘겹게 일어난 레드는 새로 자라난 자신의 신체를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센토-라이프, 내 오른팔 좀 봐줘. 내 팔이 원래 이렇게나 붉었었나?”

“딱히 특별한 건 느껴지지 않는다만···.”

분명히 몸이 새로 자란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있었던 수많은 흉터는 남아있었다.

“음···. 뭐 별일 없겠지.”

“여차하면, 푸르륵, 잘라내고 재생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하하하!”

“네 팔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 줄래? 고통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거든?”


격렬한 전투의 후유증 때문에 배가 몹시 고파진 레드는 향긋한 음식 냄새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센토-라이프를 뒤로하고 방에서 나와 천천히 계단을 조금씩 내려왔다.


“거 다 죽어가던 양반이 그래도 공복감은 이기진 못하나 봐?”

마물의 집 1층에는 수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고, 5개의 구형 태엽 로봇과 5명의 각기 다른 종족으로 이루어진 종업원들이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매우 두꺼운 시가를 입에 물고 더럽고 꼬질꼬질한 후드를 아직도 입고 있는 바레투스퍼는 바텐더 데스크 겸 계산대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ㅁ, 먹을 수 있는 거 아무거나···.”

“무리한 재생으로 인한 공복이냐? 알았어, 일단 여기 앉아봐.”

달그락 달각

그녀는 선반 위에 올려진 형형색색의 술을 접시 위에 뿌린 다음에 반으로 자른 삶은 계란 하나와 통조림에 담긴 시뻘건 살덩이를 올린 후 레드에게 건네줬다.


“꼭꼭 씹어먹어. 이 고기에 오밀조밀하게 박혀있는 뼛조각이 진국이니까.”

비주얼은 매우 끔찍했지만, 정체불명의 고기에서 풍겨오는 역겨운 것 같으면서도 향기로운 것 같은 냄새가 레드의 코를 자극해 레드는 허겁지겁 이 기괴한 요리를 먹었다.



“어때, 맛있지?”

해당 요리의 맛은 몹시 끔찍했다. 기절할 정도로 농도 깊은 공복감이 없었더라면 되려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냈을 것이다.


“우물···. 우물···. 근데 이게 무슨 고기냐?”

“흔하게 볼 수 있는 고기는 아니야. 이 통조림도 내가 집적 만든 거라 구할 수도 없지.”

“무슨 고긴데 그래? 뭐 용의 고기라도 되냐?”

“한번 맞춰봐~ 일단 용 같은 ‘포식자’의 고기는 아니야. 엄청나게 약해진 지금의 내 스펙으론 갸들을 잡기엔 어림도 없거든.”

“그럼 뭐 설마 인간 고기는 아니지?”

“인간 같은 사람고기도 아니야. 내가 설마 손님에게 동족상잔을 하게끔 유도하겠냐?”

“그럼 뭔데? 그냥 평범한 짐승고기?”

“그런 싸구려 고기를 손님한테 대접할 리가 없잖아. 네가 먹고 있는 건 무려 천사의 심장이야.”


멈칫

고기의 정체를 안 레드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의문을 가진듯한 표정으로 바레투스퍼를 쳐다봤다.


“너 천사 아니었어?”

“뭐야 어떻게 알았어?”

“기분 나쁜 천사 냄새를 폴폴 풍기잖아, 그것만 보고 바로 알았지.”

“후각 하나 오지게 좋은 거 보소. 뭐 하긴 나도 너한테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천사의 심장 때문에 천사의 심장 요리를 준 거긴 하지만.”

“난 천사 아닌데? 나한테서 왜 천사의 심장의 기운이 있어? 잘못 느낀 거 아니야?”

“병신아, 한때 천사였던 놈인 내가 잘 알겠지. 천사의 심장에는 엄청난 마나가 응축되어 있어 생으로 먹으면 마나 중독으로 급사하거든. 그래서 그 위에 각종 독한 술로 마나를 중화해줘야 하고.”

“아니 근데 나한테 천사의 심장의 기운이 왜 있는 건데?”

“그건 나야 모르지. 네가 전에 먹은 적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

“이상하다···. 이렇게나 맛없는 고기는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맛없다니, 거 요리해준 사람 무안하게 하네.”


달그락 달칵

천사의 심장에는 대량의 마나 뿐만 아니라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각종 영양소가 들어있어, 바레투스퍼가 해준 요리를 완식을 하자마자 덜 끼워진 관절과 아직 안 붙어진 근섬유 등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맛은 거지 같았는데, 효능은 확실하네.”

“킥킥, 그렇지?”

“얼마야?”

“돈은 됐어~ 친구의 친구는 친구인데 친구의 돈을 받을 수는 없지. 그냥 나중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기만 하면 돼.”

“으윽; 차라리 돈을 내면 안될까?”

“안돼.”


쪼르르륵

바레투스퍼는 식사를 끝낸 레드에게 투명색 용액을 컵에 따라 건네줬다.


“이건 서비스야.”

“술이야?”

“물이야.”

“물을 무슨 인심 쓰는 것처럼 주네.”

“원래 물은 셀픈데 집적 따라주는 거면 인심 쓰는 게 맞지. 그리고 너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술을 마셔서 헬렐레하면 대화가 되겠냐?”

“쩝, 차라리 술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

그녀는 갑자기 주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널 그렇게 만든 놈, 혹시 널 들고온 말이 한 짓이냐?”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한 것 같은데, 걔는 내 친구야. 에러 404라는 근육 덩어리 괴물한테 당한 거야 어제는.”

“...”

바레투스퍼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사람 팔뚝만 한 은색 말뚝을 레드에게 조심스럽게 손에 쥐여줬다.


“명심해. 500년 넘게 살아있는 센토족 드루이드는 전 세계에서 한 명뿐이라서 다른 ‘초월자’로 착각할 일도 없지.”

“그게 왜? 그리고 이 말뚝은 뭔데? 마침 무기 같은 건 하나도 없어서 필요하긴 했는데.”

“그건 일회용이야. 다른 사람의 몸에 박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호신용으로 쓰라고 준 거지.”

“다음에 에러 404를 또 만나게 된다면 그놈의 미간에다가 꽂아 넣어야겠다. 고마워. 근데 센토-라이프는 왜 조심하라고 하는 거냐? 친구여 친구.”

“내가 왜 조심하라고 했겠냐? 위험하니까 그렇지.”


삐적 삐적

바레투스퍼는 벽에 걸려있던 소형 칠판을 들고 와 그림을 대충대충 그려가면서 레드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천사들 사이에선 한가지 꼭 지켜야만 하는 규정이 있어. 바로 검을 든 무희와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는 무조건 피해야만 할 것.”

“그게 센토-라이프랑 무슨 관계인데?”

“대천사 라파엘이 ‘칼날 무희와 호위무사’의 도움을 받아서 그 둘이 아군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둘이 강하다는 의미지. 그때 ‘천신’의 이름을 더욱더 널리 알리기 위해 수많은 천사를 이끌고 가이아에 내려왔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포섭하던 와중에 어느 근육 괴물한테 습격당해 괴멸당할 뻔 했거든,”

“그리고 그걸 구해준 게 센토-라이프라는 소리냐? 그건 아닐걸? 에러 404한테도 발렸는데.”

“그냥 조심하라는 소리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



부스럭 부스럭

배를 다 채운 레드가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던 중에 바레투스퍼가 이상한 빨간색 문양이 그려진 종이 몇 장을 건네줬다.


“이따 떠나고 싶을 때 내가 준 이 종이를 먹어. 그러면 이 공간에서 벗어나 올 수 있을 거야. 먹기 편하라고 딸기 맛 시럽을 조금 발라줬으니까 대충 먹는 색종이 같은 느낌이 들걸?”

“공간에서 나간다니? 그게 뭔 소리야? 그냥 여관에서 나가고 싶으면 문 열고 나가면 되잖아.”

“아, 넌 다 죽은 채로 끌려와서 모르나?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대충 내가 시킨 대로 해. 나중에 네 친구한테 설명을 듣던가.”


친구라는 단어가 레드의 귀에 들어오자, 로컨과 타디프의 존재가 갑자기 떠올랐다.


“잠깐, 넌 이름이 뭐냐?”

“뭐야, 모르고 있었어? 내가 안 알려줬나? 네가 갑자기 이렇게 물어보니 나도 내가 알려줬는지 헷갈리네. 난 ‘천신’에게 버림받은 (전) 대천사, 바레투스퍼라고 해. 네 이름은 알고 있어, 팔불출 같은 타디프가 너에 관해서 밤새 동안 귀가 아플 때까지 말해줬거든.”

“그래 맞아, 타디프. 바레투스퍼, 타디프는 어디갔어?”

매우 당황한듯한 표정을 한 레드는 바레투스퍼의 어깨를 붙잡고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야, 타디프는 최소 ‘상급 신’ 2명 정도는 와야 겨우 상대할 수가 있는 존재라서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걔는 네가 내려와서 밥 먹기도 전에 먼저 마물의 집에서 나갔어, 어느 띨빵하게 생긴 인간을 데리고.”

“그, 그래? 그, 그럼 다행이고···.”

“뭐 짐 정리 같은 거 다 끝났으면 먼저 가봐, 고양이 수인과 센토족은 아직 회복이 덜 되었거든.”






“으······. 음···? 타디프님?”

-깨어났는가?-

타디프는 마치 럭비선수가 자신의 옆구리에 럭비공을 끼고 있는 것처럼 로컨을 들고 있었다.


“여, 여긴···?”

로컨이 깨어났을 때 그들은 어느 검은색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 앞에 있었다. 크기가 제각각 다른 신기하게 생긴 검은색 벌레가 이곳저곳에 기어 다니고 있었으며, 스산하고 음산한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매우 진했다.


“ㅌ,ㅌ,ㅌ, 타디프님···? 여, 여긴, 설마···?”

“맞다 네가 알고 있는 그곳이. ‘외곽’에 위치한 ‘검은 숲’.”


몹시 당황한 로컨은 벌벌 떨며 겁을 내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외곽’은 L.W사 본부가 위치한 `눅바이퍼` 나라가 있는 ‘내곽’에서부터 매우 멀고, 야생 그 자체에 가까운 몹시 위험한 구역이다. A급 이하의 요원은 규칙상 발도 들이면 안 되며, 이름을 꽤 날리던 A급 용사나 해결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그리고 거기서도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지금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검은 숲’이다.



-기다리면 여기서···.-

“ㅈ, 저, ㅈ, 절 여기에 혼자 두지 말아 주세요! 제발!”

-끝까지 들어라. 말을. 기다리면 여기서 올 것이다 길잡이가 내 기운을 느···.-

타디프가 말을 끝내기도전에 갑자기 대량의 그림자 불꽃이 ‘검은 숲’에서 흘러나왔고, 그림자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갑자기 나타나 타디프와 로컨을 붙잡았다.


“우, 우와아아아아악!!!!”

-...?-

[〈키르르르르르···. 아담-아립스 조약상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은 출입금지···. 모르는가···?〉]

“ㅈ, 죄송합니다!!!!!”

압도적인 살기를 느낀 로컨은 눈물 콧물을 질질 짜내며 살려달라고 빌고 있던 와중에 타디프는 매우 무덤덤했다.



화르르륵···.


감히 그림자 불꽃으로 빚어진 인간이길 포기한 존재가 자신을 붙잡고 있음에 화가 난 타디프의 투구에서 갑자기 하늘색 화염이 피어올랐으며, 투구의 눈구멍에서 진홍색의 안광이 스멀스멀 뿜어져 나왔다.


-뒤지고 싶냐?-


작가의말

아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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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0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7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69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3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39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0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39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3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4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2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4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38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7 0 14쪽
»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5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4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2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6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5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6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4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4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7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1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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