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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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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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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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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ERROR404: Monster vs Cyborg

DUMMY

에러 404의 기계 갑주주위에 떠다니던 고전압 전류가 그의 관절에 있는 센서들을 따라 고속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매우 눈부신 섬광을 내뿜었다. 물론 그 섬광조차 수많은 매우 얇고 날카로운 미세 전류들로 이루어져 실질적인 위력이 있었고, 레드의 눈 쪽을 스윽 그어 눈을 베어 실명시켰다.

〔“갸아아···.”〕

“너는 지금 여기서 아파할 여유도 있냐?”

눈을 한순간에 베어지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도 전에 에러 404는 순식간에 레드에게 접근했다. 피를 뚝뚝 새어 나오고 있는 두 눈을 손으로 막아 레드의 명치가 무방비해졌으며, 이를 놓칠 리가 없는 그는 바로 대량의 전류를 오른손에 담아 레드의 명치를 찍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전류가 한 번에 터져 레드의 살갗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미 흐르고 있는 것이 피인지 아니면 그림자 불꽃인지 구별이 안된 지 오래였다. 마치 전기톱에 갈리는 것처럼 대량의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고, 뼈와 살이 서로 뒤섞이는 소음과 고통에 소리를 지르는 레드의 신음이 하모니를 이루어 지하를 가득 채웠다.


우직 우지지직!

그는 레드의 명치에 주먹을 꽂은 채로 더욱더 깊숙이 박아넣었고, 레드의 심장을 덥석 집었다. 에러 404는 아예 심장 채로 뽑아내려고 했던 것인데, 이상하게도 레드의 심장은 마치 태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르르륵···.”〕

레드는 복부에 힘을 팍 줘서 에러 404가 자신의 팔을 못 뽑도록 단단히 고정했고, 에러 404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정도 후려쳤을 때 에러 404는 코에서 피를 뿜어냈고, 체감상 이빨 두세 개 정도도 뽑혀나간 듯했다.


물론 쳐맞고만 있을 에러 404가 아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레드의 신체조직을 전기로 잘라낸 후 자신의 팔을 뽑아냈고, 아직 덜 붙은 레드의 두 안구를 손가락으로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렇게 그의 두 눈은 깔끔하게 에러 404의 손가락에 딸려나갔고, 에러 404는 레드의 인중을 전류가 가득 품은 주먹으로 가격해 거리를 벌렸다.


“허어억!! 허어억!! 이, 이 징글징글한 놈···!”

‘화이트 프루트’를 대량으로 섭취하고, 망가진 장기를 인조장기로 대체하는 등으로 악착같이 생명을 강제로 연장하며 살아온 그는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싸움과 전쟁을 겪었으며, 그만큼 엄청난 전투 경험을 지닌 노련한 강자다. 그동안 감정을 각성하여 ‘감정의 악마’의 힘을 빌리는 사람은 수도 없이 봐와서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잘 알고 있다.


레드가 ‘분노의 악마’의 힘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광란’의 능력을 빌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붙어서 싸울 시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해 거리를 벌린 것이었다. 해당 능력은 말 그대로 화나면 화날수록 힘이 불어나는데, 과도한 힘은 자멸을 유발할 뿐이기에 멀리에서만 공격하려는 것이다.


철컥 철커덕

에러 404의 등 쪽 파츠에는 거대한 대포 하나, 왼쪽 팔에는 기관단총, 그리고 오른팔에는 수십 개의 작은 미사일이 장착되었다. 모든 것은 일제히 레드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두 눈이 파손되어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에러 404를 찾을 수가 없는 레드는 이를 알 리가 없어 매우 무방비했다.


현재 기계 갑주에 잔류한 모든 전류를 새로 돋아난 에러 404의 무기에 장전했고, 한발 한발씩 레드에게 발사했다. 마치 옆구리를 툭툭 치듯이 유의미한 피해를 주기보단 성질을 돋우기 위한 공격이고, 이는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파치지직!!

〔“그아아아아악!!!”〕

치지지지직!!

“왜! 뭐! 좆같냐?! 좆같냐?! 꼬우면 너도 멀리서 공격하던지!”







센토-라이프는 배가 터져 이미 싸늘하게 죽어버린 선생을 치유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에러 404는 이 둘을 아예 망각한듯했고, 덕분에 매우 침착하고 차분히 빠른 속도로 선생을 치료할 수가 있었다.

“허억···. 허어억!!!”

복부가 봉합되자 선생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핏기가 다시 돌며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매우 당혹스러운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주변에 에러 404가 없다는 걸 안 다음에 겨우 진정했다.

“센, 센토-라이프 고맙다옹. 덕분에 목숨 하나를 아꼈다옹.”

“선생, 푸르륵, 목숨이 몇 개 남았는가?”

“음···. 3번 죽었으니까옹, 6개 남았다옹.”

“어휴, 목숨, 푸르륵, 목숨 좀 아끼게나. 그나저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는가?”

“나에게 좋은 수가 있다옹.”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자신의 명함과 누군가의 명함, 이렇게 총 두 개의 명함을 꺼낸 다음에 자신의 피를 두 곳에 묻혔다.

“이런 일에 안성맞춤인 용병을 불렀다옹. 이제 우리가 할 건 한시 빨리 이 사람이 오는 걸 기도할 뿐이다옹.”





〔“갸아아아아악!!!!”〕

레드는 계속해서 에러 404의 전자포에 무자비하게 당하고 있었다. 두 눈은 가까스로 회복하는 데 성공하여 시력은 돌아왔긴 했지만 에러 404에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전류를 이용해 공중에 날아다녀서 가뜩이나 가까이 가는 것도 힘든데, 거리가 조금이라도 좁혀지면 대뇌창을 꽂아 레드를 떨어트렸고, 그렇다고 접근을 하지 않으면 멀리서 소형 미사일이나 테이저건을 쏘면서 레드를 자극했다.

〔“그으윽···. 그으윽!!! 이 쒸빨롬아!!!”〕

치지직 파치지직

“오 뭐야 말문이 트였네? 야 나한테 고마워해라, 내 덕분에 원래 말도 못하는 머저리 등신에서 그나마 말은 할 수 있는 등신으로 진화했잖아?”

말 그대로 포격기가 된 에러 404는 고공에서 전격포를 계속해서 레드를 향해 포격했다. 대공수단이나 원거리 공격방식이 없는 레드는 그저 그대로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레드의 화를 돋구었다.


〔“크와아아악!!”〕

분노가 어느 정도 쌓이자, 레드의 이동속도가 어느새 에러 404가 포격으로 맞추지 못할 정도로 빨라졌고, 머리위에 직격으로 떨어지는 전격포를 맨손으로 쳐낼 수가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해졌다.


하지만 좋은 점만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강해진 만큼 에너지 소모가 극심해졌고, 레드는 어느새 빼빼 말라 허기에 시달리는 유사 미라처럼 변했다. 이 때문에 에러 404는 승리를 확신했던 그때, 레드의 눈에는 수많은 고열량의 식량이 들어왔다.


폭주한 레드의 공격에 죽은 수많은 사람 시체 말이다.


레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겁지겁 땅에 널브러진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시체들이 하나같이 죽은 지 얼마 안 돼 피가 완전히 굳지 않아 감칠맛이 남아있어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이, 씨발···. 그만둬! 미친놈아!”

수많은 자신의 동료이자 부하들의 시체가 레드한테 뜯어먹히자 에러 404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는 레드를 저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자포를 발사했지만, 그는 요리조리 손쉽게 회피해 에너지를 낭비할 뿐이었다.

“씨, 씨발···! 씨발···! 씨발!!!”

에러 404는 결국 계속해서 시체를 뜯어먹는 레드를 막기 위해 내려왔다. 저 위에 있을때는 너무 멀어서 잘 안보였지만, 레드는 이미 기력을 전부 회복한 상태였다. 레드는 바로 접근한 에러 404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이제부터 레드가 반격할 시간이다.


우선 그는 손에 힘을 꽉 줘서 붙잡고 있던 에러 404의 오른팔을 쥐어 터트렸다. 그다음에 땅에 두세 번 쾅쾅 내려찍었다. 분노가 엄청나게 쌓인 레드의 힘은 압도적이라 에러 404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하는 수없이 자신의 오른팔을 분해한 후 다시 엔진을 작동해 다시 날아오르려던 그때,

〔“쿠와아아아악!!!”〕

레드는 바로 에러 404의 다리를 붙잡아 또다시 한 번 땅에 쾅 내려찍었다. 이 충격으로 인해 에러 404는 엄청난 양의 피를 뿜어냈다. 그는 일단 근처에 널브러진 모든 금속 덩어리를 전기로 끌고 와 레드의 무차별 난타를 막았다. 아무런 기술도 없는, 그냥 원숭이도 하는 단순한 휘두르기 수준의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한방 한방이 철근을 끊어버리며 아다만타이트로 이루어진 에러 404의 기계 갑주를 찌그러트렸다.


좆됐음을 느낀 에러 404는 결국 24개의 엔진을 동시에 작동시켰다. 그러자 그의 마나가 눈에 띌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으며, 그와 동시에 파워가 엄청나게 올라가 지금의 레드와 완력이 비등해질 정도로 강해졌다. 태양으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밝고 고농도의 전기가 생성되었고, 주변에 나가떨어진 아다만타이트 파편을 전기로 이어 붙여 순식간에 의수 하나를 만들어내 장착했다.


레드와 에러 404는 서로 깍지를 낀 채로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러 404가 조금 더 우세했으나 그사이에 분노가 더 쌓인 레드가 압살했고, 밀린다는 것을 안 그는 전류로 임시 헬멧을 만들어 쓴 다음에 박치기하여 레드를 밀쳐냈다.


에러 404는 레드의 근육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그의 공격이 날아오는 곳을 예측해서 회피했다.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공격이기에 동작이 매우 커서 빈틈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이걸 놓칠 에러 404가 아니다. 레드가 주먹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에러 404는 빈틈을 파고 들어가 그의 복부와 명치를 수십 대씩 타격했다.


수십 발의 대뇌창이 레드의 염통에 직격으로 꽂혔다. 그의 몸에 박힌 대뇌창끼리 서로 부딪힐 때마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레드의 뼈와 살을 터트렸고, 대뇌창을 이룬 전류가 주변으로 흩어지면서 또 한차례 레드의 살갗을 갈기갈기 찢었다. 에러 404는 매우 능숙하게 레드의 급소를 노렸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레드의 공격을 피해가며 전기로 대못을 만든 다음에 레드의 관자놀이에 박아넣었으며, 돈가스 망치로 돼지고기 두들기듯이 미친 듯이 구타했다.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몸속 깊숙이 박힌 에러 404의 전류가 반응하여 레드의 몸을 뚫고 나왔다.


그렇다고 레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맞고만 있었냐, 그건 또 아니다. 일단 에러 404가 엔진을 돌려 전기를 생성할 때마다 그의 마나가 말 그대로 대량으로 갈려 나갔으며, 레드의 휘두름을 미처 피하질 못해 유의미한 데미지를 입기도 했다.


덥석


그때, 에러 404는 실수로 레드에게 거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에는 팔이나 다리 따위가 아닌 에러 404의 기계 갑주와 살가죽을 뚫고 쇄골을 단단히 붙잡아서 뜯어내 레드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제대로 기회를 잡은 레드는 분노를 담아 에러 404의 복부를 강타해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딱 에러 404의 왼쪽 쇄골만 깔끔하게 뜯겨 다른 추가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으며, 저 멀리 날아가면서 강한 전류를 내뿜어 근처에 흩날린 아다만타이트 파편을 끌고 와 인조 쇄골로 만들든 다음에 레드에게 뜯긴 곳에 끼워 맞췄다.


레드는 날아가고 있던 에러 404를 전속력으로 뛰어와서 따라잡았다. 날아다니게끔 해주는 엔진을 작동할 시간이 몹시 모자라 일단 에러 404는 가드를 올려 곧이어 날아올 레드의 일격에 대비했지만, 분노의 일격을 막기엔 에러 404의 두 팔은 너무나도 얇고 초라했다.


쾅!!!


두 손을 깍지를 낀 레드는 바로 온몸을 던지듯이 공중에 떠 있던 에러 404를 내려찍었다. 얼마나 강하게 내려찍었는지, 깍지를 꼈을 때 제일 밑에 있는 레드의 새끼손가락이 충격으로 인해 짓눌려 곤죽이 되긴 했는데, 이제야 와서 고작 새끼손가락 하나 따위를 신경 쓸 레드가 아니었다. 고층빌딩 하나를 뚫고, 누워있는듯한 자세로 단단히 땅속에 박힌 에러 404는 이번에는 가드를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레드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다음에 떨어지며 에러 404의 명치를 씨게 밟았다. 해당 충격으로 인해 에러 404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뿜어냈으며, 두서너 개의 갈비뼈도 부러졌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에러 404를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레드는 땅속에 박힌 에러 404의 멱살을 잡으면서 들어 올렸다. 그 후 에러 404의 안면을 향해 주먹질하려던 그 순간,


펑!!


에러 404의 얼굴에 레드의 손이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터졌다.


“큭큭큭큭···. 씨발···. 이것만을 노렸다 이 새끼야···.”






우직!! 콰직!!

에러 404는 팔이 터진 레드를 다진고기로 만들려는 것처럼 미친 듯이 구타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맞을 때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으려고 해당 부위에 힘을 주며, 이는 레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레드가 힘을 준 부위는 되려 자신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해당 부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크하하하하!! 이런 머저리 같은 놈!! 그러게 평소에 헬스를 좀 열심히 하지 그랬냐?!! 크하하하하!! 몸이 버틸 수도 없을 정도로 분노를 쌓다니, 역시 ‘분노의 악마’의 힘을 빌리는 놈들은 하나같이 자멸만을 추구하는 불나방 같은 놈들이군!!”

기이이잉!!

명치에 있는 에러 404의 6개의 엔진이 고속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가 그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으며, 전신을 뒤덮고 있던 전류의 색이 주황빛을 조금 띠는 노란색에서 매우 환한 하늘색으로 변했다.

쉬이익···.

하늘빛 전기가 주변의 공기를 에러 404의 전신을 맴돌도록 유도해 강한 바람을 생성했고, 당연하지만 에러 404에 유리한 방면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에러 404를 감싼 하늘빛 전기는 그의 속도를 대폭 상승시켜줬으며, 또다시 한 번 레드를 향해 무차별 난무를 펼쳤다.


레드의 몸은 분노가 쌓여서 생긴 힘을 버티지 못하게 되는 순간부터 재생하기를 포기했다. 에러 404의 난타를 방어할 수가 없어서 그의 신체는 점점 더 잘게 다져진 곤죽으로 변해갔다. 뼈, 내장, 살갗, 혈액이 뒤섞이며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졌고, 그것들은 매우 좋은 전도체 역할을 해 에러 404의 전기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처어억

한참을 난타한 후, 에러 404는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목을 붙잡은 다음에 모든 전기를 오른손에 담았다. 하늘빛 전기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던 공기도 갑자기 난반사 되었으며, 작은 소용돌이 같은 것이 그의 오른팔에 맴돌았다.

“용···!!”

작은 소용돌이가 돌아가는 속도가 점점 가속되었고, 하늘빛 전기도 그에 따라 같이 돌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몸무게가 몇십 배로 불어나기라도 한 듯이 그가 서 있던 바닥이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했으며, 24개의 엔진이 돌아가면서 발생한 고열이 기계 갑주를 조금씩 녹였다.

“죽이기!!!”

와지지직!!!

〔“구와아아아아아악!!!”〕

잔뜩 모았던 에너지를 그대로 레드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사방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가 일어났으며, 에러 404의 고막을 터트릴 만큼 매우 시끄러운 폭발음이 발생했다.


그 어떠한 공격에도 굳건하던 레드의 심장이 점점 에러 404의 주먹에 눌리다가, 이내 펑하고 터져버렸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참을 수도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낀 레드는 지하를 넘어 지상에서도 들릴 만큼의 단말마를 뱉어냈고, 몸이 잠깐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분노의 악마’의 힘을 빌림으로써 생성된 대량의 그림자 불꽃도 이와 함께 전부 소멸하였으며, 바보들의 투기장에서 끝까지 남아서 화면으로 구경하던 바보들은 환호하며 돈을 사방으로 던졌다.


취이이이익···. 덜그럭 덜컥

힘을 전부 소진한 에러 404의 기계 갑주는 전부 떨어져 나갔다. 24개의 엔진으론 모자랐는지 그의 심장에 있는 또 다른 원형 엔진이 그의 살갗을 태우면서 드러나온 상태였고, 레드가 뽑아버린 그의 쇄골을 대체하던 금속 막대도 분해되며 떨어졌다.

“젠장···. 이제야 갓 ‘감정의 악마’를 발현한 초짜가 웬만한 드래곤 헤츨링 수준까지 힘을 끌어모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대형 갑주를 착용할걸···.”


터벅 터벅

에러 404는 절뚝거리며 지친 몸을 이끌고 축 늘어진 레드에게 다가갔다. 잠깐 자신의 인벤토리를 뒤적거리더니 어느 작은 수술용 메스를 집어 들었고, 레드의 가죽을 벗긴 다음에 상품으로 만들려던 그때,

퓨우우웅!! 탁!

흑요석 화살촉을 지닌 화살이 에러 404의 앞길을 막아섰다.


아무런 마법도 부여되어있지 않고, 딱히 희귀하거나 신비한 힘이 담긴 것도 아닌 흑요석 화살촉이 달린 보잘것없는 화살 따위가 자신을 막은 거에 왠지 모르게 웃겨서 에러 404는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들어 올렸고, 그때 화살에 실이 묶여있는 게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삐이이이이ㅡ

“...?”

에러 404가 화살을 당기고 실이 팽팽해지자, 어디선가 풀피리 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그 후 실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풀피리 소리가 일어낸 파동이 그대로 실을 따라 올라왔으며, 그대로 화살을 잡고 있던 에러 404의 전신에 퍼져 그를 경직시켰다.

“뭐, 뭔데 이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러한 방식의 공격을 처음으로 겪어본 에러 404는 몹시 당황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소름이 돋기 시작했고, 뭔가 주변이 조금 추워진 것만 같았다.


철그럭

“...?”

철그럭 철그럭

뭔가 매우 익숙한 걸음걸이 소리가 멀리에서부터 들려왔다. 풀피리 소리의 파동에 의한 경직은 진작에 풀렸음에도 불구하고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으며, 왜인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철그럭 철그럭

-에러 404, 지녔다 S급 이상의 범죄자. 잡으러 왔다 네놈을.-

그에게 다가오던 존재는 바로 남색의 중장갑을 착용한 B급 용병, 타디프였다. 체감상 마치 태산과도 같이 넓고 듬직한 그의 등 뒤에 잔뜩 겁을 먹은 로컨도 있었고, 그의 바르르 떨리는 손에 작은 활이 쥐어진 거로 보아 화살의 주인은 로컨인듯 했다.

“흐, 흐어어억!!”

타디프를 보자마자 에러 404는 다리가 쫙 풀려 풀썩 쓰러졌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타디프에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쓰러진 채로 뒤로 물러났다.

-오랜만이다. 에러 404.-

“어, 어? 어, 어. 어~ 오랜만이야 타, 타디프.”

-살라고 하지 않았는가 조용히, 베풀어 준 후 마지막 자비를.-

“자, 자비를 베풀어 줬다니, 내 심장을 뽑아갔잖아···. 가, 같은 ‘S급 요원’끼리 왜 그래~···.”

-가져갈 수도 있었다. 심장 대신에 목숨을.-

질질질 덥석

에러 404는 매우 구질구질하게 타디프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채로 목숨을 구걸했다.

“제, 제발! 응? ㄴ, ㄴ, ㄴ, 나 같은 혁명군에서 같이 싸, 싸웠잖아! 씨, 씨발! ㅅ, 살려줘! ㄴ, ㄴ, 나, 난 단지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었을 뿐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씨발! 나 착한 거 잘 알잖아! ㅅ, 살려줘!”

-이 손···.-

타디프는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도끼를 집어 들었다.

-놔!-

서걱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목숨 구걸을 하던 에러 404의 팔을 도끼로 잘라냈고, 엎드린 채로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고 있는 에러 404를 발로 차서 일으켜 세웠다.

-안 아프다. 살살 베이면 머리가.-

타디프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면서 애걸복걸을 하는 에러 404의 목을 도끼로 치려고 휘둘렀다.

“씨발! 내가 이렇게 순순히 죽어줄 것 같아?!!”

파치지지직!!

남아있는 모든 마나를 쥐어짜 낸 에러 404는 전기로 이루어진 두 개의 분신을 만든 다음에 자신 또한 마치 순수한 전기로 변한 다음에 죽기 살기로 타디프에게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분신과 본체 모두 다 똑같은 마나를 띄고, 똑같이 순수한 전기로만 몸을 이루고 있는 등, 구분을 아예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분신과 본체는 거의 완벽히 일치했다.

-...! 로컨, 쫓아가겠다 나는 에러 404를! 해주게나 레드에게 치료를!-

“ㄴ, 넵!”

타디프는 곧바로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기로 이루어진 만큼 도망치는 속도도 눈으로 좇기도 힘들 정도로 빨랐지만, 타디프가 조금 더 빨랐다.

-잡았다!!-

쾅!!

“크으으윽! 젠장!!”

가장 왼쪽에 있던 놈을 붙잡았고,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가 바로 본체인듯싶어서 타디프는 바로 그를 땅에 찍어눌러 제압한 후 머리를 뜯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찍기에 실패해 그것은 분신이었으며, 그렇게 아쉽고 허무하게 에러 404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 퉤.-





레드의 상태는 몹시 안 좋았다. 아니, 애초에 심장이 터져버리고 팔 한쪽과 머리, 그리고 척추 일부만 남은 상태면 그냥 죽은 것 아닌가? 일단 타디프가 치료를 해주라고 해서 로컨은 인벤토리에 있던 물약을 뿌리고, 상처치료와 기력 회복에 효과적인 각종 약초를 빻은 뒤 싸늘하게 식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레드의 입속에 넣어주는 등, 의사나 힐러가 아닌 일개 헌터인 그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근데 제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 있더라도 죽은 자는 그걸 먹지 못하고, 억지로 입에 쑤셔 넣어도 아무런 효능도 못 보는 이치와 같게 레드는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타, 타디프님, 아무리 봐도 레드님은 여기까지 이신 것 같은데요···?”

-아니, 이르다 아직 죽기엔 그는. 고맙다 치료해줘서. 저 두 놈(에러 404의 본체랑 나머지 분신 한 마리) 에 떨어지지 않았다 붙어있는 표식이. 추적하겠다 일단.-

터벅 터벅

타디프가 도착하고 에러 404가 도망쳤다는 걸 안 센토-라이프와 선생이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고맙다 불러줘서. 선생. 덕분에 늦지 않았다 너무.-

“타디프님···. 언제나 너무 늦어옹···. 당신이 데려온 신입(레드)이 이미 죽었잖아옹···.”

-아니, 아직 가능하다. 회복이, 단지 필요할 뿐 휴식이. 함께 로컨과 본부로 돌아가거라.-

“알았어옹.”

간단한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타디프는 에러 404가 너무 멀리 도망쳐 표식이 사라질까 봐 그를 쫓아갔다. 팔 한쪽이 찢겨나간 센토-라이프는 80% 이상의 신체가 전부 뭉개진 레드를 들고, 배를 아직 봉합하지 못해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자신의 내장을 손으로 뱃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선생, 그리고 방금 와서 멀쩡한 로컨과 함께 지하도시에서 벗어나 와 L.W사 본부를 향해 걸어갔다.


작가의말

근데 이쯤 되면 용사가 레드라는 괴물을 잡는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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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버싱 저스티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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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est: 갑옷 21.02.04 42 0 18쪽
26 Nest: 지하의 지하 21.01.31 42 0 20쪽
25 Nest: 개 21.01.29 41 0 13쪽
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1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8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70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4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40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1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40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4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5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3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5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39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9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6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6 0 22쪽
»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4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7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6 0 22쪽
6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7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5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5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8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3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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