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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11.25 03:50
최근연재일 :
2021.02.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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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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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DUMMY

대략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이내 지하에 있는 거대한 도시에 도착했다. 지상에 있던 건물보다 최소 1.5배는 더 높은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고, 수천, 수만 개의 형광 레이저가 노랫소리에 맞춰 매우 정신 사납게 움직였다. 이 공간의 천장이 얼마나 높은지 비행선마저 돌아다녔으며, 드론들도 같이 날아다녔다.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모든 사람은 다 조직원으로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패션과 문신을 하고 있었고, 허리춤에 락카 스프레이를 차고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넓은데? 이거 거의 대도시보다 더 넓은데 언제 콕 보스만 찍어서 찾냐···.’

‘《운이 좋으면 바로 만날 수도 있지.》’

‘그냥 전부 죽여버릴까?’

‘《미쳤니? 여기에 분명히 원해서 온 게 아니라, 남이 억지로 강요해서 들어온 피해자도 있을 거야. 보스가 죽으면 이 조직은 자연스럽게 해체될걸? 그러니까 보스의 대가리만 쓱싹 하고 도망치자고.》’


본격적으로 도시를 탐험하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Y자 진압봉을 든 경비원이 레드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뭐야, 너, 너, 너, 넌 누군데 갑자기 나타난 거냐?”

그는 우연히 레드의 근처까지 걸어왔고, 이로 인해 로컨의 로브에 걸린 은신마법의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레드는 잠깐 머리를 굴렸다. 굳이 지금 자신에게 진압봉을 겨누고 있는 사람을 죽이기보단, 길잡이로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고, 레드는 가짜로 울기 시작했다.



“흐···. 흑···. 어떤 무식한 말을 탄 기사가 쳐들어와 지상에 있던 사람들을 다 죽여버렸어요···.”

“ㅁ, 뭐라고? 지상팀이 전부 죽였다고? 그, 그, 그럼 지금 그 기사는 어디야?”

“다행히도 이곳을···. 크흡···. 들키진 않았고, 사람만 죽이곤 떠났습니다···.”

“세상에···. 이런 미친 살인광 같으니···.”


경비원이라면 이곳의 길을 빠삭하게 잘 알 것이고, 지금 마침 로브 밑에 입고 있는 옷도 ‘글리치’ 조직원의 옷이라서, 그를 길잡이로 쓰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인 척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훌쩍···. 제가 신입이라서 그런데···. 혹시 내부 안내 좀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내 기꺼이 신입, 자네를 위해 길 안내를 해주마!!”

‘나이스~’

‘《이야, 너한테 이런 가식적인 면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는걸?》




그는 레드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주변 시설에 관해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상과 별다른 차이가 거의 없었고, 병원이나 학교 등의 기본 시설들조차 건설되어 있었다.



“... 자 그리고 다음 단지로 넘어가면 이 언더그라운드 시티에서 가장 넓고 큰 마트가 있지. 여기에 없는 물건은 거의 없어! 리걸(합법) 그리고 이리걸(불법) 둘 다 있지.”

“불법? 불법적인 도구라면 뭐가 있는데요? 끔찍한 고문 기구 같은 걸 파나?”

“그런 게 있기는 해. 뭐 대표적인 불법적인 물품이라면···. 아, 맞아. ‘화이트 프루트’가 있었지.”

“흰 과일? 그게 뭔데? 뭐 마약 성분이 들어있나?”

“그걸 모른다고? 흠···. 하긴, 신입은 모를 수도 있겠다. 잠시만 기다려봐···.”

그는 자신이 메고 있는 가방에서 무엇인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밀폐용기 하나를 꺼내 레드에게 건네줬다. 그 속에는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는 흰색 과일 조각 3개가 들어있었고, 겉으로 보기엔 이게 도대체 왜 불법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번 열어봐. 먹진 말고.”


딸칵

뚜껑을 열자, 발산하던 빛의 강도가 갑자기 확 강해졌고, 엄청난 단내가 피어올랐다. 이 향기가 어찌나 매혹적인지, 카르나싀가 ‘그릇’ 속에서 레드를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곧바로 집어먹었을 정도였다. 대량의 침이 주체하지도 못할 정도로 입에서 새어 나오면서 눈에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경직되어 뚜껑을 닫을 수가 없었다.



사태를 파악한 경비원은 헐레벌떡 뚜껑을 닫고 가방에 넣었고, 덕분에 레드의 몸은 경직이 풀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이, 이, 이, 이게 뭐야···?”

“그···. 거기가 어디라···. 아 맞다. 이곳에서부터 엄청나게 멀고 위험한 곳인 ‘외곽’이라는 구역에 있는 5가지의 특이한 숲, 그중에서 ‘하얀 숲’이라는 곳에서 나는 과일인데, 이게 유일하게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금지된 과일이야.”

“후욱···. 후욱···. 무슨 효능인데 금지라는 겁니까?"

“방금 네가 그런 반응이 생긴 이유는 이 과일의 압도적인 당도 때문에 그래. 특히 껍질이 과육보다 10배는 더 달아서 먹을 수가 없고, 그나마 껍질보다 덜 단 과육도 처음 보는 사람은 먹을 수가 없지. 먹는 순간 이 압도적인 당도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려.”

“아니 그럼 이거 왜 먹는 건데, 아니 왜 먹는 건데요?”

“효능이 어마어마하니까 먹지. 일단 기본적으로 강제적으로 수명을 늘려. 물론 체질에 따라 늘어나는 수명의 양이 다르긴 해. 그리고 일종의 각성제 효과가 있어서 희석해서 전투 전에 복용하지. 근데 보통 먹으면 죽으니까 불법이 된 거고.”





“아, 이 컨테이너 벨트 보이니?”

마트에서 떠나, 앞으로 한 1시간은 계속 걸었을까, 그 어떠한 시설보다도 거대한 공장이 레드와 경비원의 시야에 들어왔다. 수백, 수천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공장에서부터 지상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수많은 박스가 공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보이죠. 당연히. 이게 뭔데요?”

“이게 바로 내가 방금 보여줬던 ‘화이트 프루트’가 들어있는 상자가 저기 보이는 공장으로 가는 컨베이어 벨트야. 이게 우리 조직의 주 수입이라 특별히 보스께서 직접 공장에서 감시하시지. 물론 그곳에 안 계실 때가 더 많긴 하지만. 아, 근데 공장 쪽으로는 안 가는 게 좋아.”

“왜죠?”

“정신건강에 안 좋거든.”


대충 필요한 정보는 다 모았다고 판단한 레드는 일단 경비원을 죽이기 전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거대 범죄조직에 들어온 게 된 것인지 물어봤다.


“이 조직에 들어온 이유? 간단하지. 돈이 없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기가 힘들거든. 빈민가와 번화가의 차이만 봐도 알잖아. 빈민가는 무슨 쓰레기장처럼 생겼잖아. 빈민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어딜 가던지 따라다니고. 근데 ‘글리치’의 조직원이라는 꼬리표의 영향은 어마어마하거든. 죽을 때까지 굶주리며 개처럼 빈민가에서 살빠에는 이 조직에 들어오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


“하······.”

‘《뭘 고민해? 그냥 죽여버려. 이 갱단에 들어온 건 얘 자신의 의지고, 들어온 이상 전에 봤던 그런 비 인도적인 짓을 분명히 했을 거라고.》’

‘네 말이 맞는데···. 아니야, 그래도 죽이긴 그래.’

레드는 경비원이 방심한 틈을 타 그의 뒷목을 퍽하고 쳐 기절시켰고, 그가 들고 있는 열쇠꾸러미를 인벤토리에 챙기고 공장으로 걸어갔다.


‘《야야, 레드야, 후환이 생길만한 건 미리미리 싹을 제거해야 하는 거 모르냐?》’

‘후환이 생기라지. 난 저 녀석 못 죽이겠다. 네 말대로 나쁜 놈이긴 한데···. 그래도 내 두 눈으로 직접 나쁜 짓을 하는 걸 못 봐서 멋대로 죽이기엔 양심이 찔려서 말이야.’

‘《푸훕!! 히히히히!!! 그 천하의 레드가 기억을 잃고 양심이 돌아오다니, 뭐 양심이랑 기억이랑 등가교환이라도 했나 봐? 하긴, 살생은 나쁜 일이니까. 네 마음대로 해라. 근데 그것만 기억해줘. 아직은 뭔 개소린지 모르겠지만, 난 너의 일부고, 네가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죽지만 마.》’

‘안죽어 안죽어, 걱정하지 마.’





레드는 공장으로 걸어가던 와중에 상자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져 몰래 하나 가로챈 다음에 뜯었다.


“들어있어야 할 과일은 안 들어있고 주스만 들어있네, 그럼 저 공장 말고도 다른 공장이 있다는 소리인가?”

‘《그건 딱히 상관이 없지 않냐? 한시 빨리 저 공장으로 가서 보스의 모가지만 따고 어서 떠나자고. 뭔가 느낌이 안 좋다.》’

‘알았어, 알았어.’

촤르르르륵! 투쿵!!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던 그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작살 하나가 날아와 레드의 발을 뚫어버렸다.


“으으윽···!”

“이봐! 거기 너!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 거 모르냐?!”

분홍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고래잡이 용 작살을 들고 근처 적벽돌 건물의 옥상에서 레드를 조준하고 있었다.


“제가 신입이라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여기가 출입금지라는 건 첫 교육 때부터 배우는 항목이다!! 설령 네가 진짜로 신입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 따윈 필요하지 않는다!!”


투쿵!! 촤르르르륵!!

그녀는 계속해서 레드를 저격했고, 레드는 자신의 오른팔을 희생해 그녀의 추적에서 벗어났다.


“고기잡이 작살을 사람한테 쏘다니, 뭐 저런 무식한 놈이 다 있냐;;”

근처 건물들 틈으로 잠깐 도망쳐온 레드는 잠깐 숨좀 돌리려고 했으나,

“여기에 숨었군, 쥐새끼 같은 첩자!!”

어느샌가 그녀는 레드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오판인 것이, 고래잡이 용 작살의 크기가 큰 만큼 매우 비좁은 이 골목에선 사용할 수가 없었고, 레드는 후다닥 달려가 그녀의 손을 탁쳐서 무기를 떨어트렸다.


“전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레드는 최선을 다해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표출했지만, 그녀는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여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 몸, ‘글리치’의 간부, 컴피레이션, 내 이름을 걸고 네놈을 죽여버리겠다!!!”


자신의 두 손에 묶인 붕대를 푼 컴피레이션은 기습적으로 레드의 복부를 발로 차 거리를 벌렸다. 그 후,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허리춤에 걸린 락카 스프레이를 꺼내 자신의 안면을 포함한 전신에 뿌리기 시작했다. 스프레이로 생긴 연무가 얼마나 짙었는지, 연막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미친 듯이 연기를 뿜어댔다.


스프레이 연막 속에서 걸어 나온 컴피레이션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그녀의 마나의 질과 양이 최소 두 배는 늘어났고, 전신을 매우 튼튼하게 보호하고 있는 빨간색 기계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파직 파지지직

그녀의 양손에는 각각 붉은색과 노란색 마나로 만들어진 구체가 들어있었고, 수많은 불똥과 스파크가 이리저리 튀었다.


‘《쯧,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시전 할 수 있는 실력 좋은 마법사였군. 야야, 레드야, 화염과 전기 마법, 둘 다 재생력을 늦추는 효과가 있으니까 최대한 피해. 상성이 완전히 불리해.》’

카르나싀의 충고를 들은 레드는 자세를 바로잡고, 온 신경을 두 눈에 집중해 언제든지 마법이 날아와도 반응할 수가 있게끔 자세를 낮추었지만, 갑자기 컴피레이션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있는 두 가지 다른 속성의 마나를 갑자기 하나로 합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듀얼스펠’이라는 엄청난 미친 짓인데, ‘신의 마나’등의 보조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속성을 지닌 출처가 같은 마나가 뒤섞일 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영구적인 데미지를 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보조 없이 화염과 전기가 조화롭게 뒤섞인 완벽한 구체를 만들어냈다. 주변에 튀어다니는 불똥과 스파크의 개수가 몇 배는 늘어났으며,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피, 피해!!!》’

레드의 두 팔이 갑자기 떨어졌고, 노란색 스파크가 미친 듯이 튀고 있는 불기둥이 레드의 명치를 관통했다.


콰지지직!!

컴피레이션의 공격이 어찌나 빠른지, 해당 일격으로 인해 생긴 굉음과 고통이 한참 나중에서야 레드에게 느껴졌다. 레드의 명치를 지속해서 후벼 파고 있는 화염 기둥은 레드의 상처를 지져 재생속도를 엄청나게 늦췄고, 전기 스파크는 레드의 살과 뼈를 파고 들어가 그의 주요 장기를 지졌다.


‘《이런 씨발! 피하라고 했잖아! 네 마법 저항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듀얼스펠’의 앞에선 마법 저항 따윈 거의 무의미 하다고!》’

‘피할 수 있었으면 피했지···! 보이지도 않았다고!’

탱캉!

레드는 가까스로 자신의 명치에 박힌 불기둥을 끊어냈고, 한번에 과도한 양의 마나를 소모해 지친 기색을 보이는 컴피레이션을 뒤로하고 건너편 골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단단한 갑주를 맨주먹으로 뚫을 수 있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하하하하!!!”

쿵!!!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난 근육질의 거한이 뚝 떨어지고 레드의 앞길을 막아섰다.


“컴피레이션!!! 보스께서 내려주신 임무는 다 마쳤는가?”

레드는 그의 안중에도 없는듯했고, 컴피레이션의 동료로 보인 그는 육중한 몸체를 이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로직!!! 저 녀석을 잡아!!”

“이녀석? 왜? 우리 신입 아니야?”

“아니야! 죽여버려!!”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러냐;;”

로직이라는 거한은 자신의 팔을 붕붕 휘두르더니, 이내 순수한 마나가 그의 팔을 부드럽게 어루어만졌고, 아직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 레드의 허리를 가격했다. 뼈가 깨지면서 근처 살갗을 찢는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레드는 저 멀리 날아갔고, 결국 레드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어휴, 간만에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니까 팔이 다 뻐근하네!!”

싸늘하게 내장을 바닥에 쏟고 쓸쓸하게 남아있는 레드의 하반신을 들고, 로직은 컴피레이션에게 다가갔다.


“이놈은 그래서 누군데 죽이려는 거냐?”

“흥, 침입자다. 때마침 와줘서 고마워.”

“아냐아냐, 네가 파워슈트를 입을 정도였다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거 정도는 알고 있거든. 그래서, 상품들 가죽은 다 벗겼어?”




덜그럭···.


레드의 상반신은 건물 두 채를 뚫고, 꽤나 멀리까지 날아갔다. 물리법칙을 가볍게 무시한 것만 같은 경의로운 재생력은 다 죽어가던 레드를 다시 살렸지만, 하반신 자체가 통째로 날아간 중상인 만큼 다시 자라나는 데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뭐 저런 무식한 덩치가 다 있냐.’

‘《그러게, 진심으로 휘두른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정도 위력이라니···. 저놈이 몇백 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쓸만한 전쟁병기가 되었을 텐데, 아깝네.》’


기운을 어느 정도 되찾자, 레드는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던 건물 잔해를 덜그럭거리며 옆으로 치운 후 천천히 일어섰다.


‘말 나온 김에, 방금 만난 저 두 놈은 여기 간부인 것 같은데, 네 기준으로 어느 정도로 강하냐?’

‘《나중에 나온 덩치는 전력을 다한 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일단 그 여자는 마법사 중에서도 강한 편이야. 아니지, 걔 능력을 보면 거의 최상위급 마법사도 될 수가 있어.》’

‘에이, 물론 아까의 공격은 엄청 빠르고 위력적이긴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냐?’

‘《일단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신의 마나’ 없이 ‘듀얼스펠’ 같은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4명밖에 없었어. 다 하나같이 괴물인데, 저 녀석도 계속해서 기술을 갈고 닦는다면 성장 가능성이 엄청 높지.》’

‘제기랄, 나도 무기 같은 거 하나 정도는 있어야 그나마 비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 무기 같은 거 구할 수 있는 데 없으려나? 보잘것없는 단검이라도 지금 상황에선 쓸만할 것 같은데.’

레드는 주위에 무기가 있는지 두리번거렸지만, 당연하게도 무기로 쓸만한 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저 멀리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끼리 농담을 따먹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으며, 그들에게서 들키지 않기 위해 레드는 가장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우욱···. 이게 뭔 거지 같은 냄새야···.’

레드가 들어간 건물 내부는 매우 습했고, 이상한 시체 썩은 냄새로 가득했다. 벽에 붙어있는 전등 스위치를 누르자, 매우 끔찍한 이 건물의 내부가 드러났다.


천장에는 고기를 걸고 피를 빼내는 작업에 사용돼는 갈고리로 가득했다. 여기까진 그저 평범한 도축장의 것과 비슷했지만, 그 위에 걸려있는 건 소, 돼지 같은 가축이 아닌, 사람이었다. 목에 반쯤 베인 인간, 엘프, 수인족 등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바닥은 그들의 피로 흥건했다. 개중 시체가 이미 부패해 수많은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것도 있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이런 미친···!”

‘《익숙해져, 레드. 이 세상에는 이것보다도 더 심각하고 끔찍한 행위가 잔뜩 있으니까.》’

‘식인을···. 하는 건가?’

‘《뭐 그것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피를 빼려는 거로 보아하니 이 사람들의 가죽을 벗겨내려고 하는 것 같아.》’

‘사, 사람 가죽 가지고 뭘 하려고···.’

‘《멍청아, 돈이 되니까 그러지. 상류층중 악취미를 가진 사람 몇몇은 사람 가죽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잘 벗겨진 가죽에는 그 사람의 능력 일부가 담겨있어서 엄청난 고가에 팔려.》’

‘으으윽; 아무튼 이 좆같은 곳에서 나가자고.’

속에서부터 올라오려고 하는 구토를 가까스로 참아낸 레드는 허겁지겁 옆방으로 피신했지만, 그 옆방도 만만치 않았다.



그곳에는 철창으로 나뉜 3개의 구역이 있었다. 제일 오른쪽 구역에는 가죽이 벗겨진 수많은 사람 사체가 뭉친 채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곳이었고, 중간에는 지속해서 방부제를 뿌리는 기계가 잘 벗겨진 가죽들을 가공하고 있었으며, 제일 왼쪽 구역에는 조심스럽게 적출된 장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 진절머리가 나 한시 빨리 나가려고 했던 그 순간, 매우 충격적인 것이 레드의 눈에 들어왔다.



중간구역 철창의 앞에 있는 상자에 매우 깔끔하게 벗겨진 가죽이 있었다.



브리지트의 것이.








레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그녀의 가죽을 들어 올렸다. 육신 없이 가죽만이 남은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고 딱딱했으며,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뻥 뚫린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어색했다. 심지어 그녀는 벗겨진 지 얼마 안 됐는지 피가 아직 굳지 않아 입과 두 눈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엄청나게 심각한 두통과 함께 레드의 머릿속에 마치 작은 자물쇠 하나가 열린듯한 기분이 들었고, 매우 작은 기억의 파편이 되살아났다.



브리지트, 그녀는 한때 누군가는 ‘성전’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작은 소동’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반란’이라는 어느 거대한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은 한 사람이었다.


어느 회의실에서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갑옷을 입은 레드의 건너편에 브리지트가 앉아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어제 만난 그녀보다 딱 봐도 훨씬 젊어 보였고, 수많은 정보가 담긴 수첩을 레드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레드, 그래서 이번 전쟁의 핵심은 ~~~을 먼저 잡아야 하고, 무엇보다 무조건 ~~~을 챙겨야만 해.”

“제기랄, 이런 걸 어떻게 해;; 난 ~~~이 아니라고.”

“너 자신을 그렇게 낮잡아 보지 마. 여차하면 이 누님이 널 지켜줄···.”

되살아난 기억은 딱 여기까지였다.



심장이 쿵 떨어진 것만 같았다. 걷잡을 수가 없을 만큼의 피눈물이 두 눈에서 흘러나왔고, 속에서부터 마치 맹렬한 화염 같은 것이 타오르는 듯 했다.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불어난 분노와 슬픔은 레드의 의식을 강제로 ‘그릇’으로 보내버렸고, 현실에 있는 레드의 신체는 계속해서 피눈물을 흐르며 선 채로 굳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레드는 ‘그릇’ 속에서 울부짖었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두 검은색 구체가 땅을 쾅쾅 내리치며 포효를 하는 레드의 앞에 둥둥 떠 있었다.


[〈지금 속에서 무슨 감정이 드는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레드는 자연스럽게 구체의 질문에 대답했다.


‘분노···.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

[〈그것뿐인가···? 솔직해지거라···.〉]

‘슬픔···. 걷잡을 수가 없는 슬픔이 느껴져···.’

슈르르르르륵

두 흑색의 구체가 점점 커지더니, 이내 매우 거대한 붉은색 구체와 딱 손보다 조금 더 큰 하얀색 구체로 변했다.


[〈우리는 같은 목적으로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

[〈네놈의 감정이 한계치를 넘었지만, 미치지 않고 되려 그 리미트를 뚫어버려서 탄생한 ‘감정의 악마’라는 뜻이다.〉]

[〈저는 슬픔, 그리고 이분은 분노라는 두 개의 다른 감정에서 태어났다는 의미였어요.〉]


연기와 물이 서로 뒤섞이는 소리가 잠깐 나더니, 이내 태산같이 거대하고 수많은 자잘한 뿔이 달린 붉은색 팔이 붉은색 구체에서, 그리고 매우 연약해 보이는 우유같이 뽀얀 팔이 하얀색 구체에서 뻗어났다.


[〈우리의 손을 잡아라, 그러면 네 몸에 기생하는 입장으로서 널 도와주지.〉]

[〈저희의 손을 잡아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몸에서 같이 사는 처지로서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레드는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몸을 힘겹게 질질 끌며 두 팔을 덜덜 떨며 붙잡았다. 그러자, 매우 컴컴했던 레드의 ‘그릇’을 잠깐이나마 환하게 비춘 강력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고, 전에 본 적이 없던 두 사람이 구체 속에서 걸어 나왔다.



붉은색 구체에선 드높은 산처럼 거대하며, 그저 단순하게 가죽 헝겊으로 최소한의 부위만 가리고 있고, 크기가 제각각인 수백 수천 개의 뿔이 몸 이곳저곳에 달고 있는 사람이 걸어 나왔다. 반면에 하얀색 구체에선 어림잡아 150cm도 안 되는 왜소한 키를 하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천사가 입는 거와 비슷하게 생긴 천 옷을 입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눈을 형상화한 것처럼 생긴 문양이 그려진 안대를 차고 있는 사람이 걸어 나왔다.



[〈정식으로 인사하지. 이 몸은 ‘분노의 악마’다. 한계를 뛰어넘은 너의 분노가 뭉쳐서 탄생했지.〉]

[〈저는 ‘슬픔의 악마’라고 합니다. 당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슬픔 속에서 제가 태어났죠.〉]

[〈지금 드는 생각이 뭔가?〉]

[〈지금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레드는 땅을 쿵쿵 치며, 흐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내가 그때 브리지트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마치 실성한 것만 같은 레드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꽉 움켜잡고, 광기로 가득 찬 두 눈으로 두 ‘감정의 악마’를 바라봤다.


‘전부, 전부 죽여버릴 거야, 이렇게 된 이상, 여기에 있는 모두를 죽여버려 완벽한 복수로 브리지트의 장례식을 치르겠어!!’

《근데 레드, 내가 말했다시피 분명히 원해서 오는 게 아ㄴ···.》

‘알게 뭐야!!!’


레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그는 브리지트의 가죽을 고이 접고 자시의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후, 발밑에서부터 그림자로 이루어진 화염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레드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림자 불꽃으로 가려진 레드의 눈과 입이 마치 쭉 찢어진 괴물의 눈과 입으로 변했고, 매우 진한 선홍빛 섬광이 강렬하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에선 하얀색으로 빛나는 수정 같은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이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 넘쳐흘렀다.


고통이 느껴지는 기관이 완전히 차단되어 행동에 제한이 없어졌고, 감당할 수가 없는 분노와 슬픔이 계속해서 뇌리에 흘러들어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었으며, 결국 분노와 슬픔을 참지 못해 건물을 파괴하고 날아다니는 듯한 속도로 순식간에 근처에 있는 공장 다음으로 높은 송신탑 위에 올라갔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악!!!!”

레드의 울부짖음은 이 지하도시에 있는 모든 유리를 전부 깨트렸고, 충격에 약한 대부분 전자기기를 터트렸다. 잠깐이나마 승리에 자만했던 컴피레이션은 그의 고함에 본능적으로 엎드린 채로 벌벌 떨기 시작했고, 레드를 날려버린 거한, 로직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락카 스프레이를 손에 쥔 채로 저 위에 있는 레드를 바라봤다.



모든 ‘글리치’ 조직원은 파워슈트를 착용했고, 식은땀을 흘리며 레드의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고,


쾅!!!!

레드는 송신탑에서 뛰어내렸다. 이 행동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일으켜 방금까지 서있는 송신탑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건물을 붕괴했고, 미친 듯이 저기 멀리 보이는 공장을 향해 달렸다.


“저놈을 절대로 보스의 곁으로 보내선 안 된다!!”


작가의말

끊으면 뭔가 아쉬워서 좀 분량이 많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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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est: 갑옷 21.02.04 41 0 18쪽
26 Nest: 지하의 지하 21.01.31 41 0 20쪽
25 Nest: 개 21.01.29 40 0 13쪽
24 Nest: 비나-루카스 21.01.26 40 0 14쪽
23 Nest: 운명 21.01.22 47 0 12쪽
22 Knumepsta: 둥지 속으로 21.01.19 69 0 13쪽
21 Knumepsta: 은퇴 21.01.16 43 0 16쪽
20 Knumepsta: 과충전 21.01.13 39 0 17쪽
19 Knumepsta: 각자의 입장 21.01.10 50 0 17쪽
18 Knumepsta: 자가 섭취 21.01.07 39 0 15쪽
17 Knumepsta: 거미 21.01.04 43 0 13쪽
16 Knumepsta: 죄책감 21.01.01 42 0 13쪽
15 Knumepsta: 소모품의 나라 20.12.28 42 0 13쪽
14 Knumepsta: 국경 넘기 20.12.24 44 0 15쪽
13 Knumepsta: 차별 20.12.21 38 0 13쪽
12 트라우마 20.12.19 46 0 14쪽
11 마물의 집을 떠나다 20.12.17 44 0 12쪽
10 마물의 집 20.12.15 43 0 22쪽
9 ERROR404: Monster vs Cyborg 20.12.13 42 0 23쪽
8 ERROR404: 동료 덕분에 20.12.11 46 0 24쪽
7 ERROR404: 감정 각성 20.12.08 44 0 22쪽
» ERROR404: 다시 만난 토끼 20.12.06 46 0 25쪽
5 ERROR404: 본부 20.12.03 44 0 23쪽
4 ERROR404: 의문의 남자, 그리고 토끼 20.12.01 44 0 13쪽
3 ERROR404: 동기와의 만남 20.11.29 47 0 15쪽
2 ERROR404: 면접 20.11.27 51 0 12쪽
1 프롤로그: 사왕의 씨앗 20.11.25 7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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