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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55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9.20 19:42
조회
206
추천
2
글자
10쪽

조선타임트래블 5 -완결-

DUMMY

**




".... ....."


정한은 숨이 다 빠져나간 듯한 가슴으로 앞의 뒤주를 쳐다본다. 뒤주를 둘러싼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신하들은 그대로이지만 각시들은 보이지 않고 비명소리가 가득하던 뒤주는 잠잠하다.

병사들에 의해 막혀있는 어린 이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엎드려 무너져있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걷히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검고 붉은 피가 튀어있는 뒤주를 바라보던 이현이 입을 연다.


".. 8일 뒤야."


정한이 흠칫 이현을 돌아본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8일 동안 어린 세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영조에게 세자를 살려달라고 간청하지 않았지."


이현은 감정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말한다. 정한은 이현의 얼굴을 쳐다볼수도 없다. 그때 끼이익 하고 뒤주의 문이 열린다. 정한은 차마 숨을 삼킬 수도 없다. 눈이 시커멓고 얼굴의 구멍들에서 모두 시꺼먼 피를 쏟아낸 세자가 비틀거리며 뒤주에서 걸어 나온다.

어린 이현은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바라본다. 선은 그대로 앞으로 거꾸러진 뒤 움직임이 없다. 그제서야 탄식의 소리가 터져나온다.

어린 세손은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죽은 아버지의 시체를 바라본다.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정한의 옆에 있는 이현이 말한다.

홍씨가 옆에서 무너지듯 쓰러지고 신하들이 충격에 웅성거리는 가운데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린 이현의 뒷모습은 아버지가 쓰러진 자리를 바라본 채 제자리에서 못이 박힌 듯 서있다. 뒤편에서는 홍국영이 그런 세손을 바라보고 있다.


"... 내 아버지. 사도세자야."


".... ......"


세자의 시체에서 빛이 흘러나와 그가 끝까지 손에 쥐고 있던 시자철로 흘러들어가자 시자철이 복구되기 시작한다. 정한은 자신이 바닥에 내리치던 시자철이 함께 빛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순간 장면이 바뀐다.








**





정한은 눈을 깜박인다. 낯익은 후원의 모습이다. 규장각에는 어른이 된 정조가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새 유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정한은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의 옆에 있던 이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때 상석 위에 앉아있던 정조가 입을 연다.


“이들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재들인가.”


정조가 씩 웃으면서 그런다. 그리고 맨 앞에 고개를 조아린채 무릎을 꿇고있는 남자의 머리꼭지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 정약용이라 하옵니다."


고개를 조아린 남자가 말한다. 그러자 정조가 고개를 기웃하더니 씩 웃는다.


“재물에 대한 주제로 네가 쓴 글은 정말 흥미롭더구나. 네가 다시 말해보겠느냐.“


그러자 약용이 대답한다.


"재물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내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재물이 받은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변치 않는 보석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정조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고개를 들어보아라."


그러자 천천히 조아린 고개를 든 약용과 정조의 눈이 마주친다. 정한은 정조를 올려다 보고있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쳐다본다.

정한, 정약용은 정조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정조의 씩 웃고 있던 얼굴이 약용의 얼굴을 보자 굳은 듯이 멈춘다.

선의 얼굴과 흡사한 그 모습에 정조가 잠시 멈칫하자 약용은 긴장한 듯 어깨를 굳힌다. 그러자 정조가 다시 씩 웃더니 말한다.


"잘 부탁한다, 약용."







**








뺨 위에 떨어진 빗방울에 정한은 눈을 뜬다.

투둑 투둑 하고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은 금세 정한이 밟고 있는 경복궁 앞의 너른 돌 마당을 전부 어둡게 적신다. 정한은 천천히 눈을 깜박인다.

그가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검은 뒤주가 경복궁의 너른 돌길 한가운데 위에 서있다.


"..... ......"


눈꺼풀 위로 무겁게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깜박이면서 정한은 저도 모르게 그 뒤주를 향해서 한발자국 걸어간다. 디디는 젖은 돌들마다 한없이 무겁다.

끼익 거리는 뒤주의 문은 비바람이 칠 때마다 끼익 거리며 덜컹거린다. 정한은 천천히 뒤주 앞에 선다.

검은 동굴 같은 뒤주 안에는 사람이 기절한 듯 쓰러져있다. 정한은 피 묻은 손과 비에 검게 젖은 뒤주의 문을 바라본다. 검은 하늘 아래의 비는 끝없이 쏟아져 약용의 얼굴을 적신다.


"... ..."


정한은 뒤주 안에 쓰러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창백한 얼굴에 눈은 이미 초점이 가신 시체의 모습이다. 그때 정한의 뒤에서 저벅저벅 물에 젖은 발소리가 다가온다.

정한이 돌아본다. 비에 젖은 정조의 모습이다. 정조의 뒤에는 체재공이 헐레벌떡 달려와 있다.


"..... ....."


정조는 정한을 보지 못한 채 뒤주 안에 죽어있는 약용의 시체를 본다. 시자철의 빛이 깜박거리더니 완전히 사그러든다. 정조는 시자철을 꽉 쥔다.


".. 금군(禁軍)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체재공이 약용의 시체를 보고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나 정조는 이미 약용을 보고 있지 않다. 눈앞의 정한을 지나 똑바로 새카만 뒤주의 지옥 같은 아가리를 보면서 정조는 이를 악문다.

정한은 정조의 얼굴에서 그의 모든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을 본다. 정조의 떨림은 이제 손을 지나 온몸으로 부들부들 전해지고 있다. 정조가 체재공을 돌아본다.


"... 팔일입니다 체재공."


".. 전하?"


체재공이 고개를 든다. 정조가 시자철을 내민다. 당황한 영의정이 정조를 쳐다보자 정조가 중얼거리며 뒤주의 앞으로 한걸음 다가간다.


"내 시간 팔일을 주고, 약용의 시간 팔일을 돌리겠습니다."


체재공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하지만 전하! 사도세자 저하처럼 각시들이 전하의 시간을 빼앗는다면 전하께서는...!"


"재물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정조가 말한다. 체재공이 눈을 휘둥그레 뜨자 돌아본 정조가 체재공을 바라본다. 정조의 얼굴을 본 체재공이 숨을 삼킨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눈빛은 완고하다.

어디선가 멀리 여우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빗줄기 속의 어둠사이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각시들이 뒤주 가까이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정조는 뒤주의 문을 잡는다.


"... 내가 시자철에게 준 팔일의 시간은 각시들이 미래로 던져놓은 사람들에게 보낼것입니다. 각시들도 본인들도 모르는 여덟 명의 사람들에게 하루씩을 숨기겠습니다."


그러자 정조의 몸에서 빠져나간 시자철의 빛이 여덟 갈래로 갈라져 사방의 하늘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각시들이 시자철의 빛을 보고 울부짖는다. 그중의 한 갈래는 약용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정조가 체제공을 쳐다본다.


"제 시간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를 기억해내거나 과거의 본인 자신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다면 시자철은 그들에게서 제가 숨겨둔 시간을 찾아낼 겁니다. 체제공은 제가 마지막까지 시간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체제공은 그 말에 정조의 옆에 있는 뒤주안의 약용의 시체를 본다.


"약용공의 시간이라 하셨습니까? 하지만 약용공의 기억은..."


체제공이 말하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정한은 눈을 깜박인다. 정조가 약용을 안에 둔 채로 뒤주의 문을 천천히 닫으며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쏟아지는 빗줄기도 그대로인데 볼륨을 죽인 것처럼 소리가 잦아든다. 그리고 다음순간 정한은 경복궁 한가운데 서있는 꼬마약용과 그 약용의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본다.


".... ......"


정한은 십년 전 자신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던 정조의 얼굴이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어린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본다.


"왜 울고 있어?"


정한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린 정한은 이현에게 팍 성질을 내고 있다.


"안 울었다고요! 왜 자꾸 물어봐요."


정한이 노려보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왜냐면 지금은 새벽 세시고 너는 잠옷 바람에 경복궁 한가운데에서 울고 있잖아. 너 지금 꼬마치곤 좀 무시무시해 보이거든."


정한은 이현의 뒤에서 컴컴한 하늘에 회색구름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하늘을 본다. 어린 정한은 완전히 울음을 그친 채 정조를 쳐다보고 있다. 이현이 씩 웃더니 그런다.


"안녕 꼬마야. 난 이현이라고 해. 네 이름은 뭐니?"





**









어둠속에서 정한은 마지막으로 눈을 뜬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눈앞은 캄캄한 어둠이다. 정한은 자신이 처음이 뒤주속의 어둠을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약용은 자기 자신이 흘린 피에 질식하고 있었고 손을 뻗자 뒤주속의 나무 벽이 손톱아래에 긁혔었다. 약용은 숨을 쉴 수 없는 죽음의 고통보다 이 어둠속을 더 두려워했었다.

사도세자가 죽은 어둠이며 어린 세손이 비명을 지르며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진공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한은 담담히 그 어둠 안에 서있다.


".... ......"


정한은 어둠속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손끝에 나무 벽의 문이 닿는다. 정한은 그 문을 천천히 밀어 연다.

뒤주 바깥으로는 푸른 새벽빛이 막 밝아지려는 하늘 끝을 적시고 있다. 컴컴한 뒤주 안으로 새벽빛의 찬 공기와 빛이 새어들어 오기 시작한다. 정한은 자신의 뒤에서 사도세자의 마지막 속삭임을 듣는다.

정한이 뒤주의 문을 열고 나오자 이현은 그 앞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등을 보인 채 서있다. 이현의 옆에 서있던 소영이 먼저 정한을 눈치 채고 얼굴이 밝아진다.


"정한씨!"


어린 세손이 서있던 그 자리, 처음 어린 정한이 새벽하늘 아래 뚝 떨어졌던 남자를 만났던 그 자리에 이현의 뒷모습이 서있다. 정한은 다시 처음 보는 이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경복궁 처마위로 붉은 해가 솟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현이 고개를 돌리더니 정한을 보고 씩 웃는다.


"안녕 약용아."









조선타임트래블

- 끝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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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조선타임트래블 1 21.09.18 72 1 9쪽
60 한강 위의 다리 배 8 21.09.18 101 1 14쪽
59 한강 위의 다리 배 7 21.09.17 50 1 10쪽
58 한강 위의 다리 배 6 21.09.17 67 1 12쪽
57 한강 위의 다리 배 5 21.09.16 48 1 9쪽
56 한강 위의 다리 배 4 21.09.15 82 1 12쪽
55 한강 위의 다리 배 3 21.09.14 52 1 10쪽
54 한강 위의 다리 배 2 21.09.14 50 1 9쪽
53 한강 위의 다리 배 1 21.09.13 61 1 12쪽
52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10 21.09.12 59 1 5쪽
51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9 21.09.12 70 1 12쪽
50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8 21.09.11 43 1 15쪽
49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7 21.09.11 46 1 10쪽
48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6 21.09.10 49 2 10쪽
47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5 21.09.10 55 1 11쪽
46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4 21.09.09 57 1 11쪽
45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3 21.09.08 53 1 14쪽
44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2 21.09.07 49 1 11쪽
43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1 21.09.06 6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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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7 21.09.04 73 1 9쪽
39 천상열차분야보물지도 6 21.09.03 6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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