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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42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9.11 08:29
조회
45
추천
1
글자
10쪽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7

DUMMY

**




푸른 얼음벽으로 된 좁은 동굴 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던 이현이 위를 올려다본다.

좁은 틈새로 연결된 동굴의 천장은 까마득하게 솟아 하늘인지 벽의 단면들이 반사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빛무리를 이룬다.

현감과 병사들을 밖을 지키게 한 뒤에 병사들 열 명 남짓과 이방을 데리고 들어온 문수와 이현, 정한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얼음벽의 장관에 숨이 공중에 하얗게 얼어붙는 것도 모르고 눈을 크게 뜨고 살핀다.


“이쪽입니다.”


이방이 동굴 통로 끝으로 안내하며 말한다. 통로 끝의 작은 안채만한 공간은 마치 방처럼 네모낳게 벽을 이루고 서있다. 그 북면에는 구리색 서판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채 서있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동벽과 서벽에는 주먹만 한 서랍들 수백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먼저 서판 쪽으로 다가간 이현네가 구리색 판을 올려다본다.


“처음 얼음벽을 수색할 때 이 구리판이 발견되었는데, 어디에도 없는 문자를 사용하고 있어 아직도 그 뜻은 오리무중입니다.“


그러자 서판의 글을 읽던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 잠깐, 이거 뭔가 내용이 이상한데.”


문수가 이현을 돌아본다.


“당신은 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자 이현이 서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이건 시간의 자식들인 우시들의 고유 글자니까요. 그리고 그 녀석들이 알고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죠. 하지만 이거.... “


이현이 서판에서 몇 걸음 물러서면서 좌우를 둘러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무슨 뜻인데 그러시오?”


문수와 사람들의 시선이 이현을 쳐다보는데 이현이 동벽과 서벽을 번갈아 보더니 천천히 동벽 앞에 선다.


“해가 뜨는 쪽의 서랍 안이 생마패. 해가 지는 쪽의 서랍 안이 사마패.“


이현이 동벽과 서벽을 가리키며 말한다.


“... 갓 태어난 우시는 배 위에 생마패를 얹고 나오고 우시가 죽을 때에는 그 자리에 사마패가 남는다.“


이현이 동벽에 있던 서랍 하나를 열어 안에 있던 물건을 꺼낸다. 이현의 손에 들린 것은 은색의 반짝이는 마패다. 그러자 서벽 앞에 있던 정한이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물건을 꺼낸다.

정한의 손에는 구리 빛의 반짝이는 마패가 들려있다. 그걸 본 이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정한은 이현이 동굴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얼음벽 안의 그림자들을 경악한 눈으로 쳐다보는 얼굴을 본다.


“잠깐 , 그렇다면 이 벽에 있는 그림자들은 모두-----”


“그러니까 우시와 유사가 둘 다 원하는 게 이 벽이란 말이지.”


동굴을 따라 들어온 현감이 벽을 올려다보며 그런다. 이현이 현감을 돌아본다.


“그냥 벽이 아닙니다. 이 안에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사람들이 아니라 우시잖소! 현감이 고개를 젓는다.”


“이 많은 우시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보물들을 훔쳐간 우시와 유사까지 제지할 수 있다면 일석삼조가 되는거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맞장구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현이 얼굴을 찡그린다.


“잠깐, 이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건 무시하기로 한거야? 여긴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다고! 여기엔 우시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있었단 말이야!“


그러자 현감이 눈을 부릅뜨고 이현을 쳐다본다.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하는 것도 장부의 그릇이오. 작은 마을에 있던 사람 몇을 살리자고 조선 팔도가 우시와 도깨비들의 놀음에 불바다가 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게다가,”


스르릉 하고 칼을 뽑는 소리가 들린다. 이현이 깜짝 놀라 쳐다보자 어느새 동굴 안쪽으로 들어온 현감이 문수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그를 따라 들어온 병사들도 안에 있던 병사들과 대치하여 칼과 창을 들고 이들을 포위한다.


“현감, 이게 뭐하는 짓이요?”


문수가 칼을 뽑으며 소리친다.


“현감님?”


이방이 주위를 둘러싼 병사들을 기겁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현감은 문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이자가 우시거든.”


현감이 칼을 문수의 목에 대고 재듯 휘두르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칼을 거두시오!”


문수가 소리친다. 문수의 뒤에 있던 병사들은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여 현감의 병사들을 향해 칼을 겨눈다.


“서랍 안에 마패들이 들어있는 것을 보지 않았소. 이 녀석이 어사랍시고 가지고 있는 마패는 가짜요. 이 녀석이 바로 우시란 말이오!“


그러자 이방이 히익 하고 놀란 얼굴로 문수를 돌아본다. 문수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흔든다.


“그게 무슨 궤변이오. 내가 가지고 있는 마패는 진짜요! 그걸로 내가 우시라고 모함하다니!“


문수는 침착하게 두루마리 안쪽에 숨겨둔 마패를 꺼내 현감 쪽에게 보인다.


“내 마패를 확인해보면 내가 우시라는 건 모함이라는걸 알게될거요.”


그리고 문수가 현감에게 자신의 마패를 던져준다. 현감이 마패를 받아 내려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린다. 문수가 던져준 것은 확실히 임금이 제수한 마패다. 그러자 현감이 빙긋 웃더니 마패를 바닥에 내팽겨 친다.


“무슨 짓이오?!”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마패를 보고 문수가 소리친다. 그러자 현감이 목을 우두둑 꺾는다.


“그래, 어차피 모함이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은 없지. 어쨌든 나한테 필요한 것은 모두 모였고 이제 너희들은 필요가 없거든.“


“뭐?”


그러자 현감이 오른쪽을 팔을 휙 휘두른다. 그러자 현감의 오른편에 있던 병사들이 비명소리를 지르며 뒤편으로 훅 날아간다. 현감이 왼팔을 뒤로 휘두르자 왼편에 있던 병사들과 이방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다.

경악한 눈으로 쳐다보는 문수네를 보며 씩 웃은 현감이 주먹을 꽉 다지며 걸어온다.


“여기까지 상황을 정리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이제 우시도령은 나 혼자 기다려도 될 것 같거든.“


그러자 이현이 정한을 뒤로 물리며 이를 악문다.


“...유사.“


현감의 눈이 한순간 노랗게 빛난다.


“그게 내 이름이지. 너희들은 이제 들을 일 없겠지만.”


그리고 유사의 칼이 문수를 향해 내리꽂힌다.


“문수!”


이현이 소리치는데 그 순간 쿵 하고 정적이 내려앉는다.






**







“..... 뭐?”


문수의 얼굴 앞에서 멈춰선 제 팔을 쳐다본 유사가 눈을 깜박인다. 유사의 칼을 쥔 손은 저만치 문수의 뒤편으로 잘라진 채 날아가 있다.

뒤늦게야 으아악 하고 잘려진 제 팔을 감싼 유사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마치 거대한 바위에 눌린 듯 일어나지 못한 채 바닥을 긴다.

그것은 이현과 병사들 모두 마찬가지여서 모두들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눈만 껌벅거린다. 그때 문수가 앞으로 저벅 저벅 걸어간다.


“그래, 내가 우시야."


문수가 그런다.유사가 놀란 얼굴로 문수를 올려다본다. 문수는 웃으면서 아까 현감이 바닥에 내팽개친 마패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문수가 든 마패의 말 무늬는 현감과 이현들이 보는 눈앞에서 마치 물이 빠져나가듯 스르륵 없어진다.


“그리고 너희는 날 우시처럼 대했어야지.”


문수가 이현을 돌아본다. 이현은 눈을 크게 뜬 채로 문수를 쳐다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까 무진에서 산사태를 일으킨 것도 전부?”


그러자 문수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너는 함평부터 나를 쫓아오던 놈이 아니냐.”


현감과 바닥에 널 부러진 병사들을 돌아본 문수가 고개를 젓는다.


“저들은 공을 세우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작은 마을 하나쯤 희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족속들이다. 우시들보다도 인간의 목숨을 알기를 하찮게 여기지."


문수가 말한다.


"유사의 봉인은 인간 하나의 실수로 풀린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욕심이 커졌고 그 안에 어떤 괴물이 잠자고 있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보물을 훔쳐갔다. 봉인을 위해 이곳에 모여 있던 보물들은 다시 팔도로 흩어졌고 흉측한 괴물이 깨어났지.“


문수가 유사를 향해 걸어가며 말한다.


“보물을 얻으려는 저들의 욕심으로 인해 유사가 풀려났고 유사는 내 동족들을 죽은것도 산 것도 아닌 그림자로 만들었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유사가 머리맡에 다가선 문수를 올려다본다. 문수가 유사를 내려다보며 웃는다.


“거짓말 세 번에 피 한번. 그게 어떤 건지 알려줄까, 꼬마야.”


문수가 정한을 돌아보며 말한다. 정한의 이현의 팔을 꽉 잡은채로 큰 눈으로 문수를 쳐다보고 있다. 문수가 씩 웃더니 걸음을 옮긴다.


"인간들은 다른 인간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한걸음.


"내 가족들과 동족들은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죽지 않았다."


한걸음.


"나는 너희들을 모두 살려줄 것이다."


한걸음.


문수가 멈춰서고 사방에는 귀가 먹먹할 정도의 정적이 떨어진다.


쩌적.


사람들의 머리위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이현이 있는 힘을 다해서 고개를 들자 동굴의 천장이 갈라지며 사람들의 머리위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정한아!”


이현이 소리치며 팔로 정한의 머리를 감싸고 바위 아래로 밀어 넣는다. 그때 갑자기 문수가 이현을 돌아보더니 손을 뻗는다.


“뭐?”


이현이 놀라 쳐다보는데 문수가 뭐라고 낮게 세 번 중얼거리고 이현을 향해 손을 뻗자 이현의 눈에 무언가 빠르게 날아와서 박힌다.


“억!”


“이현!”


정한이 놀라서 이현의 팔을 잡는데 뒤로 물러선 이현의 감은 눈에서 검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생원님!”


구석에 널부러져있다 달려온 이방이 이현의 눈을 들여다보다 자기 두루마기의 팔소매를 찢어 피가 더 쏟아지지 않도록 꾹 눌러 지압을 해준다.


“아이고 생원님!”


그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문수가 이현을 향해 담담히 말한다.


“너는 계속 방해가 되니까. 앞으로 일분 이상 눈을 뜨면 눈이 완전히 멀게 되고 신경으로 온몸에 독이 퍼질 것이다. 일이 끝날 때 까지 얌전히 있으면 목숨은 살려주마.”


“너..!”


이현을 붙들은 정한이 이를 악물고 문수를 노려본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바위들이 떨어지며 쪼개지는 아우성들 속에 정한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유사와 기절한 고을 병사들을 끌고 동굴 밖으로 사라지는 문수의 뒷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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