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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56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9.17 12:03
조회
67
추천
1
글자
12쪽

한강 위의 다리 배 6

DUMMY

**



검은 벽에 부딪히지 않고 계속 걷자 소영은 슬쩍 눈을 뜨다가 주변의 풍경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뜬다.


"여기가 어디예요?“


소영이 묻는다. 그들이 서있는 것은 오래된 건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명한 둥근 채광창틀 위로 태양빛이 쏟아지는 오래된 식물원이다.


"아까 그 상자 안이야.“


옆의 나무 뒤에서 불쑥 나타난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소영이 이현을 노려본다.


"놀랐잖아요!"


"밖에 있는 수백 마리의 탈들한테는 안 놀라고?“


이현이 씩 웃으면서 그런다. 그러자 소영이 눈을 굴리더니 다시 한 번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아까 그 상자는 작은 창고만 했잖아요. 그런데 이건...."


소영이 말을 흐린다. 마치 작은 공원처럼 둥근 유리 돔이 둘러싸고 있는 천장은 십 미터가 넘게 높이 위로 솟아있고 안쪽의 식물원도 얼마나 뻗어있는지 모르게 넓다.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마치 정글처럼 우거져있는 화원의 모습에 소영은 눈을 깜박인다.


"우엉의 기술이야. 이 우엉은 좀 많이 나간 것 같은데.“


이현이 화분들 사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대답한다. 소영은 두리번거리며 이현의 뒤를 바짝 쫓아간다.


"아까 우엉도 식물 기르는 걸 좋아 했잖아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집을 만들면서 제일 먼저 자기의 화원을 꾸렸지.”


유리벽들 안쪽에 달려있는 문들을 확인하며 중얼거린다. 문들마다 어른 주먹만한 자물쇠들이 잠겨있다.


".. .잠가놨네.“


이현이 그런다.


"왜?"


이현이 중얼거린다.


"안에 중요한게 들어있나 보죠.“


소영이 그런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던 이현이 문들을 내려다보며 흠 하고 중얼거린다.


"잠가놓는 이유는 밖에 있는 것이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나,"


이현이 방을 둘러보면서 그런다.


"아니면,"


소영은 이현의 움직임을 따라 눈을 돌려 방안을 둘러본다. 화분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는 바닥에는 가운데에 지나갈 수 있는 타일이 깔린 길이 놓여있고 나머지는 흙바닥위에 나무를 심거나 큰 식물을 심었다. 햇볕이 들어오는 유리천장을 올려다보던 이현이 눈을 깜박이며 중얼거린다.


"..... 안에 있는 것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거지.“


그러자 옆에 있던 소영이 묻는다.


"안에 있던 게 뭔데요?"


그러자 이현이 소영의 손을 잡고 식물원 안쪽으로 뛰어간다.


"깜박했어. 기억해냈어야 하는데. 그게 있잖아!"


"하지만 여긴 아무도 없잖아요!“


소영이 소리친다.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없긴 왜 없어. 여긴 유리 돔 안이라고."


소영이 쳐다본다. 이현이 멈춰서더니 소영의 어깨를 잡고 말한다.


"눈감아봐."


"네?"


"눈 감아봐."


이현이 다시 한번 소영의 어깨를 잡고 그런다. 그러자 소영이 미심쩍은 눈으로 이현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는다. 이현이 소영의 앞에 서서 묻는다.


"뭐가 느껴져?"


"... ..."


소영은 잠시 숨을 고른다. 피부에 와 닿는 따스함과 자신의 숨소리 말고는 온통 사방이 조용하다. 소영이 눈썹을 찡그린다.


"..... 그냥 덥고 따뜻한 거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바로 그거야. 태양에너지는 단파장의 자외선인데 유리를 통과한 태양에너지는 장파장의 적외선으로 바뀌거든. 그리고 힘을 잃은 햇빛은 유리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갇히게 되는 거지. 그래서 온실효과로 여기가 이렇게 따뜻하게 유지되는거야."


이현이 그러면서 씩 웃는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 유리벽 안에 꽉 차있는 건 장파장의 적외선이라는 말이야."


그러자 잠시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찡그리던 소영의 얼굴이 점점 안 좋아진다.


".. 아까 우엉 집에 있던 식물들.“


소영이 중얼거린다.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소영은 아까 우엉의 집에서 본 작은 화분들 안에 들어있던 이빨 돋은 사나운 식물들을 떠올린다.


"... 그런데 아까 적외선은 그 식물들을 기르기 딱 좋은 빛이라면서요."


이현이 또 고개를 끄덕인다.


"... 그렇지."


이현이 돌아본다. 그러자 뒤쪽에서 쿠구구구구하고 소리가 들리더니 이현과 소영이 서있는 타일들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바닥이 갈라지는 틈을 피해 얼른 반대편으로 뛴 이현과 소영이 틈 사이에서 벌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거대한 뿌리와 얼룩덜룩한 무늬의 밧줄같이 긴 줄기와 넝쿨들을 본다.


“우엉의 식물원에 온 것을 환영해.”


이현이 식물들을 올려다보면서 그런다.


"... 얼른 나가고 싶어 죽겠거든요."


소영이 그런다. 이현이 소영을 식물원 안쪽으로 잡아끌면서 소리친다.


"그럼 뛰어!"






**






"푸핫!“


흙먼지를 온통 뒤집어쓴 두 사람이 작은 환풍구 통로 안쪽으로 굴러 떨어진다.


“문 닫아요!”


소영이 소리친다. 그러자 이현이 온몸을 날려 문을 닫는데 거대한 꽃봉오리가 문을 머리로 쿵 하고 들이 받는다.


"꺅!“


소영이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발로 식물의 꽃봉오리를 퍽 차버린다. 그러자 꽈직 하는 소리가 나며 식물이 벽에 부딪히자 이현이 얼른 꽃봉오리를 문틈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쿵 닫는다.


".... ......"


통로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흐른다. 소영이 숨을 고르고 있는데 이현이 소영을 쳐다본다. 소영이 얼굴을 찡그리고 이현을 올려다본다.


"왜요?"


"... 꺅 하고 꽈직 이라고?“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소영이 씩 웃는다.


"제가 원래 발힘이 좀 세거든요.“


그러자 이현이 후 하고 고개를 기웃하더니 좁은 환풍구 안에서 몸을 비틀어 주위를 둘러본다.


"어쨌든 더 안쪽으로 들어오는데는 성공한 것 같은데.“


이현이 말한다. 두 사람 다 흰 빛이 새어들어 오는 오른쪽 통로 끝을 쳐다보고 있다.

소영이 이현을 쳐다본다.


"저기 있을까요?"


소영이 묻는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가보면 알겠지."


그리고 두 사람 다 약속한 것처럼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향해 낑낑거리며 기어가기 시작한다.







**






이현이 팔을 빼서 통로 끝의 문을 끼이익 하고 열자 안쪽의 푸른빛의 열린 공간이 보인다. 잠시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하고 팔꿈치로 끙끙대며 문을 비틀어 연 이현이 구멍 바깥으로 몸을 빼낸다. 바깥 바닥에 발이 닿자 방안을 둘러보다가 반대편 제단위에 서있는 우엉을 본다. 우엉 옆에 서있는 정한을 본 이현이 눈을 번쩍 뜬다.


"정한아!"


"이현씨!"


뒤에서 낑낑대며 환풍구를 빠져나온 소영이 우엉과 정한을 번갈아 쳐다보고 소리친다.

이현이 달려가는데 우엉이 휙 하고 손짓을 한다. 그러자 정한의 눈짓에 따라 이현과 우엉 사이에 순식간에 철 겹으로 된 문들이 빠르게 차례로 쿵쿵쿵 하고 떨어진다.

열다섯 개의 철문이 머리 위로 내리꽂히는 것을 피해서 열다섯 걸음 물러난 이현이 벽을 한가득 메운 문의 벽을 올려다본다. 검은색의 철판으로 되어있는 벽들에는 같은 색의 정교한 무늬가 빼곡히 그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현이 가만히 그 벽을 살펴본다. 정교하게 파인 무늬들 사이로는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흰 빛 무리들이 빠르게 무늬를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 이게 뭐예요?"


"... 어때. 아름답지?"


우엉이 말한다. 소영은 벽을 쳐다본다. 거대한 검은 돌은 마치 스스로 숨을 쉬는 것 같다. 소영은 저도 모르게 벽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자 이현이 재빨리 소영의 손을 잡는다. 벽면에 닿기 직전의 소영의 손가락 끝에서 웅 하는 진공 음이 울린다.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희들이 보는 빛들은 무늬들을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벽들 사이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니까. 뭐랄까.. 그래 마치 인간들 몸의 혈관처럼 말이야."


우엉이 말한다.


"열다섯 개의 벽에 36개의 함정들과 156개의 폭탄점들이 나뉘어져있지. 그리고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순간마다 수십 번씩 바뀌는 저 흰 빛들이고. 이 벽은 저 밖에 몰려있는 각시들도 뚫지 못해."


우엉이 마치 승리를 즐기듯이 잠시 멈춘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너희들의 소중한 이 인간친구가 해준 거라고."


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벽을 올려다본다. 우엉의 목소리가 벽을 통해 울리는 것을 마치자 이현이 고개를 든다. 소영은 눈앞의 벽 한 가득을 휙휙 지나가는 수백 개의 작고 빠른 흰 빛들 하나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영은 어딘가 머릿속 한구석이 무언가 중요한 걸 지나친 것처럼 찜찜하다. 소영은 이 수많은 빛 무리가 지나가는 회로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현이 벽 앞으로 한걸음 다가서면서 손가락을 길게 편다. 우엉은 할 테면 해보라는 태도로 이현을 쳐다본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양손을 펴서 손바닥을 벽에 쿵 갖다 댄다. 그러자 그 순간 이현의 손가락 끝으로 모여든 흰색 빛들이 윙 하고 빠르게 돌며 빛나더니 벽이 아래로 쿵 하고 내려간다.

소영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하게 뜨고 있는데 이현은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막아서는 벽마다 다르게 손바닥과 손가락 끝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빛의 점을 집어 쿵 쿵 벽들을 주저앉힌다.

열다섯 개의 벽들이 빠르게 쿵쿵쿵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꺼지고 나자 이현과 소영 두 사람은 바로 코앞의 계단위에 있는 우엉의 경악한 얼굴과 표정 없는 정한의 얼굴을 마주한다.


"뭐?! 뭐 어떻게...?"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너 정말 네가 원조라고 생각하는거야?"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우엉이 움찔한다.


"무슨 소리야?"


"열다섯 개의 벽. 시간파장의 감지회로와 시자철의 연결코드와 바깥으로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보안하는 수억 개의 회로들. 움직이는 회로들과 수천, 수만 겹의 빛나는 보안장치."


이현이 그런다. 그러자 소영의 눈이 깨달음과 함께 크게 떠진다.


"... 거북이벽!"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이제 기억났어?"


그리고 이현이 다시 우엉을 돌아보며 말한다.


"세종이 생각했고 장영실이 제일 처음 만든 별들로 만든 보안장치. 기억나 소영?“


이현이 소영을 향해 그런다.


"... 천상열차분야지도요?"


그러자 소영의 눈이 커진다.


"... 그게 거북이벽의 원조라고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자철의 가장 기본 구성 원리이자 시간여행자들이 지침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자물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안코드로 만든 시자철의 열쇠."


이현이 우엉을 보고 씩 웃는다.


"나는 이백년 뒤의 서울 한복판 지하에 거북이벽을 가지고 있거든. 그리고 걔가 네 벽보다 사백년은 더 젊어도, 기술력은 삼백년은 더 앞서있단 말이지."


우엉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당황한 얼굴로 이현을 노려본다. 이현이 고개를 기웃하며 웃는다.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해서 상황을 좀 반전시켜볼 수도 있는데.”


이현이 그런다. 우엉이 경악해서 쳐다보는 가운데 이현이 시자철을 돌리자 아까 이현에 의해 해체되어 바닥으로 꺼진 벽들이 쿵쿵쿵쿵 하고 다시 올라와 네 사람 주변을 둘러싼다. 빛나는 노란 벽들에 의해 사방이 막힌 우엉이 두려운 눈으로 사방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는데 이현이 씩 웃는다.


"우리 동대문역사공원역의 거북이벽에는 610만 5696개의 벽에 6823개의 함정들과 100281개의 폭탄 점들이 나뉘어져있지. 그리고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역시 순간마다 수십번씩 바뀌는 저 흰 빛들이고."


이현이 말한다.


"이 벽은 저 밖에 몰려있는 각시들을 포함해서 너도 뚫지 못해. 그리고 이 모든게 다 시자철의 주인이신 이 몸이 해낸거라고."


이현이 씩 웃는다.


"...어때. 이제 협상을 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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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6 21.09.10 49 2 10쪽
47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5 21.09.10 55 1 11쪽
46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4 21.09.09 57 1 11쪽
45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3 21.09.08 53 1 14쪽
44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2 21.09.07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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