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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47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9.06 19:54
조회
67
추천
1
글자
11쪽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1

DUMMY

제6장. 3만년을 거스른 사나이




***




소영은 자기네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는 모른다.

정한은 앞을 바라보며 소영이 앞의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어깨를 꽉 잡고 있다.


“이현씨는 어디 갔어요?”


소영이 소리친다. 그러자 정한이 이를 꽉 악문다.

온수들의 노란 탈들이 마치 어둠속에서 빛나는 노란 달무리처럼 일렁거리고 그 앞에 온수에게 입을 빌려준 여자의 시체는 부자연스럽게 꺾인 고개의 창백한 얼굴로 소영과 정한을 노려보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소영이 정한에게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이제 애쓸 필요 없어. 당신들한테는 이제 시간이 없거든.”


여자가 그런다. 그러자 정한이 팔을 붙잡고 있는 온수들의 팔을 다시금 흔들면서 이를 악무는데 그때 뒤쪽의 문이 콰쾅 하고 열린다.

열리다기보단 폭발해 쏟아지는 것 같은 벽의 문 조각들이 세 사람과 온수들의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는데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뚫고 뚜벅뚜벅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 서울 한복판 시청 앞 서울 도서관에 모인 수수께끼의 함과 도서관을 가득 채운 노란 탈들과 조선의 왕비라."


이현이 도서관 중앙을 관통하는 가운데층을 관통하는 난간을 잡고 올려다보면서 그런다. 층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온수의 노란 탈들이 고개를 숙이듯 이현을 내려다본다.


“이 건물은 옛 시청사 건물이라서 맨 위층에는 옛날 건물 벽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도 돼있어. 굉장히 친절하지 않아?”


이현이 우엉들을 저벅저벅 지나가면서 말한다. 소영과 정한은 반가워하는 얼굴과 한 대 치고싶어하는 얼굴이 섞인 표정으로 이현을 쳐다본다.


“다른 건 몰라도 조선의 왕비. 왕후. 거기에 최고의 권력자가 된 바로 그 여자라니. 너희들이 어디서 그런 영감을 얻는지는 몰라도 가끔은 칭찬해주고 싶을때가 있어."


이현이 우엉들을 향해 말한다. 그리고 그가 막 지나가던 우엉 한마리의 얼굴에 대고 씩 웃는다.


"... 대체 그 담력은 어디서 가지고 나온 건지.“


다시 한바퀴 쭉 돌아서 정한과 소영 옆에 다가온 이현이 왕비의 복장을 한 여자의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함 앞에 멈춰선다. 크기가 가로세로 너비가 각각 일 미터 정도쯤 되어 보이는 검은 함에는 자개무늬가 수없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그 위에는 흰 돌로 새겨 넣은 숫자 아홉 개가 달려있다.

그러자 함을 내려다본 이현이 씩 웃으면서 다시 여자를 쳐다본다.


“또 함이네. 이제 놀랍지도 않지.”


이현이 소영을 돌아보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우리는 무수한 상자를 열어보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워하고 찾아내는 거잖아. 그리고 상자만큼 우리가 많이 열어본 것들도 없지."


이현이 말한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 많은 것들을 넣어놓거든. 소중한 물건, 보관해야 하는 것들, 안에서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것이나 밖에서 다른 것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때에도 모두 상자 안에 우겨넣지. 상자는 열어 놓을 수도 있고 닫은 뒤 잊어버릴 수도 있고 이도저도 아니면 잠근 뒤 아무도 보지 못하고 아무도 꺼내지 못하게 꽁꽁 숨겨 놓을 수도 있으니까.“


이현이 여자를 보면서 함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 ... 그리고 다시는 상자 안에 든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는거야.”


그러자 여자의 시뻘건 눈이 함위에 얹은 이현의 손을 노려보며 천천히 턱을 움직여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똑똑하다면 아이야, 넌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겠구나.”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기웃한다.


“정말 너? 아니면 네가 그 사람인척 하는 여자?”


그러자 여자가 붉게 물든 흰자위를 보이며 이현을 내려다본다. 이현이 씩 웃는다.


“조선시대 여성의 몸으로 발 뒤에서 역사를 호령한 몇 안 되는 여인들. 그리고 네 얼굴은 정순왕후 김씨의 얼굴을 하고 있구나.“


이현이 그러더니 고개를 으쓱한다.


“미안한데 네가 흉내 내고 있는 그 사람 난 이미 만나보았거든. 그리고 물론 그 여자도 아주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말이야,”


이현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더니 여자를 돌아본다.


“너는 그냥 그 모습을 따라 한 거야. 깜박하면 속을 뻔 했지. 각시들과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조선의 왕가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너희가 간과한 게 있다면 너희는 시간 속에 살면서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보지 못 한다는 거야.“


“그 여자는 수렴청정으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조선의 역사에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여인이야. 그리고 역사가 그 사람을 보는 후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똑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한데다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여자라면,“


이현이 몸을 기울여서 여자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 조선의 시간을 찢어서 백성들을 괴롭히는 괴물들 따위와 손을 잡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자 여자의 눈동자가 가늘어지더니 마치 이현의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 쉬익 소리를 내며 이빨을 앞으로 쑥 내민다. 그러자 얼른 뒤로 물러난 이현이 씩 웃으면서 여자를 위아래로 내려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네가 그 여자를 만나보았다면 오히려 네가 놀라서 도망갔을 걸?”


그러자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온수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달려든다. 소영이 비명을 지르는데 그 순간 함 뒤로 얼른 돌아서 위의 번호판 위를 내리찍듯이 주먹으로 쾅 내리친 이현이 묶여있는 두 사람 사이로 달려들어 마치 럭비선수가 공을 잡아채듯 두 사람을 껴안고 뒤로 휙 넘어간다.

소영이 뭐라고 소리치는데 그 순간 달려드는 우엉 떼들의 뒤로 화악 하는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육각형의 함의 윗부분이 차례로 열리기 시작한다.


“저게 뭐예요?” 소영이 소리친다.


그러자 이현이 눈을 꽉 감은채로 소리친다.


“저 왕후 콜렉션을 좋아하는 우엉들이 이 도서관으로 오기 직전의 왕비의 모습을 생각해봤지.“


“문정왕후?“


정한이 그런다.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문정왕후의 모습을 한 온수가 했던 말 기억해? 천년의 세월을 들여서 감옥을 쌓고 자신의 가장 큰 적을 가둬두겠다고 했잖아.”


그러자 소영이 얼굴을 찡그린다.


“대체 뭔데 문정왕후가 천년을 들여서 가두고싶어 한건데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이제 알게 되겠지. 그건 바로....!“


이현이 빛이 뿜어져 나오는 함을 의미심장하게 가리킨다. 세 사람과 온수들의 시선이 모두 함에 집중되는데 갑자기 끼긱 하고 무언가 함안에서 걸리는 소리가 나더니 피시식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그러자 이현의 몸이 굳는다.


“... 원래 이렇게 되는 거예요? 저게 다 열린 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주춤 하고 두 사람을 잡고 있던 팔을 거두고 뒤를 돌아본다. 함은 마치 포장을 뜯다만 상자처럼 어정쩡하게 윗부분이 열리다 만 채로 굳어있다.


“... 그러게. 열리다 말았네.”


이현이 함을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소영이 얼굴을 찡그린다.


“... 안에서 뭐가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 그렇지.”


이현이 대답한다.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나와서 온수들을 쓸어버린다는게 애초의 내 멋진 계획이었는데...“


“... 그런데 상자가 멈췄지.“


정한이 이현의 말을 받아 대답한다. 그러자 이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자들 뒤에서 일어나는 온수들을 보면서 그런다.


“왜그러는거야?”


이현이 온수들을 돌아본다. 그러자 온수들 앞에 있는 정순왕후의 모습을 한 온수가 깔깔 웃는다.


“네가 이미 대답을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온수가 목을 뜨득 꺾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머리를 든다. 그러자 소영이 뒤에서 움찔 한다. 핏발이 선 눈의 여자의 얼굴은 어느새 문정왕후의 얼굴로 바뀌어 있다.


“짓는데 천년. 가두는데 만년.”


여자가 깔깔 웃는다.


“... 그리고 시간의 아이야, 너는 이번에도 시간이 부족하구나.”


그말에 이현의 표정이 굳는다.


“무슨 소릴 하는거예요?”


아차하는 표정의 정한을 보고 소영이 묻는다.


“짓는데 천년.“


정한이 중얼거린다.


“... 문정왕후의 생에는 1500년대야. 그리고 지금은 2012년이지.”


정한이 말한다.


그러자 이현이 정한을 보더니 반밖에 열리지 못한 함을 쳐다본다.


“.... 그리고 반밖에 안 지어진건 반밖에 열지 못하는거지.”


“대체 저 함 안에 뭘 가둬둔 건데요?”


소영이 묻는다.


그러자 문정왕후의 얼굴을 한 온수가 사박사박 걸어 나와서 이현의 앞에 선다.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이현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너는 500년이나 빨리 왔구나, 아이야.”


그러자 그 얼굴을 내려다보던 이현이 씩 웃는다.


“누가 시간이 없대?”


그러자 순간 뒤에서 정한의 표정이 굳는다. 문정왕후는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갸웃하며 이현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이현의 손목을 턱 잡는다.

여자의 얼굴과는 달리 손목이 으스러질 정도의 악력으로 손목을 잡은 온수가 상냥한 표정으로 이현을 올려다본다.


“어떻게? 너는 이제 못 도망간단다.”


그러자 이현도 지지 않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한다.


“글쎄, 네가 잡은 건 나밖에 없거든.”


그리고 이현이 시자철을 꺼내더니 뒤로 휙 던진다. 공중에 날아든 시자철을 정한이 턱 잡는 동시에 시자철의 빛이 정한과 소영의 몸을 쏴아 하고 비춘다.


“시간이 없다고 했지? 그럼 내가 시간을 줄게.”


이현이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그런다.


“이현!”


정한이 소리친다.


“네가 오백년을 감옥을 만드는데 썼다면 나머지 오백년 정도는 내가 채워주지.”


이현이 온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자철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이현의 몸으로 시자철이 비추기 시작한다. 아니 시자철의 빛이 비추기 보다는---


“뭐하는거예요?!”


이현의 몸에서 빛이 빨려들어 가듯이 시자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소영이 소리친다.


“이현!”


정한이 소리친다.


“그만둬!”


그러자 신기한 듯이 시자철의 빛을 쳐다보던 이현이 정한을 돌아보더니 씩 웃는다.


“징검다리 좋아해?”


“뭐?”


소영이 소리치면서 이현을 쳐다보는데 그 순간 마치 누군가 일시정지를 누른 것처럼 소영과 정한 앞의 시야의 전부가 정지한다. 달려들던 온수들과 이현을 향해 웃던 왕후의 미소마저도 마치 모두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멈추는데 시자철의 눈부신 빛만이 번쩍이며 두 사람을 집어삼킨다.


“이현!”


마지막 순간에 보인 것은 마치 그 시간 속에 멈춰진 것 같은 방의 풍경과 돌아선 이현의 까만 뒤통수다. 정한이 이를 악물고 소영이 이현에게 손을 뻗으려 하는 순간 시자철의 빛이 폭발하듯이 밝아지더니 눈부신 빛이 소영과 정한 두 사람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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