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갈망하다 (2)
다음 날 강찬혁은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탑에 도착했다.
강찬혁이 균열에서 보여 준 활약상은 매일 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강찬혁을 아는 사람들은 강찬혁의 활약을 절대 잊지 않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찬혁 각성자님. 저는 백람 길드에서 온······.”
“강찬혁 각성자님! 저번 균열에서 큰 활약하신 것을 잘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이번에 저희 에이전시와 계약에 대해서······.”
“강찬혁 각성자님, 저는 대한일보에서 나온 기자입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간단하게 인터뷰 가능하십니까?”
그렇게 강찬혁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제도 몇 번 경험해 봤던 일이기에 강찬혁은 어제보다 더 능숙하게 사람들을 상대했다.
“괜찮습니다. 아직 어디에도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는 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하나하나 쳐 내고 탑에 들어온 강찬혁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구보다 탑이 더 편하다니··· 종종 그런 소리를 하는 각성자들을 보면 미쳤나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네.”
강찬혁은 혀를 차며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몬스터랑 드잡이질 하는 게 편하단 생각이 들었다.
[3층에 오르겠습니까? 아니면 2층에 다시 도전하시겠습니까?]
“3층으로 간다.”
빛과 함께 사라진 강찬혁이 다시 나타난 곳은 어느 숲이었다.
[3층 미션 : 고블린 20마리를 처치하라.]
빛과 함께 나타나는 고블린들을 보며 강찬혁은 곧바로 검을 들어 올리며 화룡강천 스킬을 사용했다.
‘3층에서 중요한 건 고블린들이 흩어지기 전에 처리하는 것.’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무 위로 오르고 나뭇가지에 숨어서 기습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면 큰 위협이 된다.
그렇기에 고블린들이 나타나는 지금 이 순간을 노려서 곧바로 고블린들을 한 번에 처리하는 법.
이것이 3층을 가장 빠르고,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강찬혁은 이 공략법을 실행할 능력이 있었다.
그 결과 강찬혁의 검을 떠난 화룡강천은 고블린들을 덮쳤고 순식간에 20마리의 고블린은 물론 주위의 나무와 풀까지 모조리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3층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4층으로 올라가거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특성 ‘선택하는 자 (신화)’가 발동 됩니다.]
[100개 보상 항목이 나타납니다. 이 중 2가지의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보상이 별로네.”
100개 중 쓸 만한 보상은 5개.
그중 강찬혁이 선택할 만한 아이템은 희귀 등급의 창과 하급 마석 3개였다.
‘희귀 등급 무기. 게다가 창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으니 못 해도 100만 원은 받을 수 있겠고, 하급 마석은 개당 55만 원 정도 하니까 총 265만 원인가.’
칼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긋는 단순한 동작 한 번.
그 한 번으로 265만 원의 수익이 나온다는 점에서 강찬혁은 미소가 절로 나왔다.
“4층으로 간다.”
4층에서 만난 몬스터는 스켈레톤 20마리.
이번에도 화룡강천 스킬 한 번으로 처리하였다.
“오! 드디어 하나 떴구나!”
[스킬 레벨 상승권, 하급 마석 2개를 선택하셨습니다.]
스킬 레벨 상승권은 당연히 혼원경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했다.
“남들은 스킬 레벨 올리느라 죽어라 고생하는데, 이것 참···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편하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특성과 보상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강찬혁은 5층 도전은 포기하고 탑을 나왔다.
그 후 각성자 백화점에서 하급 마석과 희귀 등급의 창을 처분한 후 점심으로 오랜만에 외식을 생각했다.
동생의 암 치료로 막대한 빚이 생긴 이후로, 외식은 꿈도 꾸지 못했기에 외식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렇게 강찬혁이 백화점 근처에 있는 공원 밴치에 앉아서 점심 메뉴에 대해서 잔뜩 고민하고 있을 때.
“어? 이게 누구야. 내 친구 아니야?”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찬혁은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마석대가 살벌한 미소를 띄우며 강찬혁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여기서 혼자서 뭐 하는 거야? 친구.”
마석대는 강찬혁과 2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마치 소꿉친구를 만나듯 매우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강찬혁도 마석대의 호의를 읽고서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
“점심 메뉴를 고민 중이었습니다.”
“점심?”
“예. 외식은 정말로 오랜만에 하는 거라서······.”
“아, 그러고 보니 박거준. 그 쓰레기 놈이 다니는 회사에 돈 빌렸다고 했지?”
“예.”
“흠··· 오늘 탑에서 돈 좀 벌었나 봐?”
“운이 좋았죠.”
“그럼 따라와. 내가 아주 끝내주는 맛집을 소개해 줄 테니까.”
“맛집이요?”
“그래. 아, 고기 싫어하지 않지?”
“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있긴 있더라고. 비건이니 뭐니 하는 채식주의자들. 아주 배가 부른 놈들이지. 가자.”
“예.”
그리고 두 사람은 마석대의 추천 식당으로 향하며 좀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석대의 추천 식당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형, 동생의 관계가 되어 있었다.
강찬혁은 마석대의 일방적인 호감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응? 석대네.”
홀에 있는 아주머니가 그를 알아보자 마석대가 외쳤다.
“이모! 제육볶음 3인분! 돈까스 3인분! 내가 동생도 데려왔으니 맛있게 좀 부탁합니다!”
“오냐. 제육 3인분, 돈까스 3인분이요!”
주방에 주민이 전해지고 마석대와 강찬혁은 빈 자리에 앉았다.
“여기가 메뉴가 별로 없는데, 그만큼 메뉴 하나하나가 맛이 기가 막혀. 심지어 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각성자들 사이에 알려진 숨은 맛집 중 하나가 바로 여기야, 동생.”
“그렇군요.”
그리고 잠시 후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자 강찬혁은 돈까스부터 한 입 잘라 먹은 후 감탄했다.
“맛있네요.”
고기도 두꺼웠고 튀김옷도 바삭했다.
특히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제육볶음 또한 적당히 맵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어때? 동생. 맛있지?”
“예. 정말로 맛있네요, 형님.”
“흐흐흐. 그렇지. 내가 아무나 소개해 주는 곳이 아니라 이거야.”
그때 가게의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을 본 마석대가 손을 들며 말했다.
“어이! 아재! 또 만났네! 여기 와! 자리 있어!”
마석대의 반응에 강찬혁이 뒤를 돌아보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걸어오는 이현을 볼 수 있었다.
이현은 강찬혁의 옆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놈이랑 어울리지 말라니까. 미친놈 옆에 있다가 괜히 불똥 튄다고, 청년.”
“늦었어. 이미 우리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쯧. 다시 말하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해라, 청년. 그보다 이건 날 위해서 미리 시켜 놓은 건가?”
“그럴 리가 있겠냐? 아재가 여기 언제 올 줄 알고 내가 미리 주문해놔. 내 특성은 투기지 미래 예지가 아니라고.”
“···그건 그렇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은 돈까스와 제육볶음을 자신의 앞으로 가지고 온 이현은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마석대.”
“왜?”
“내가 분명 조용히 다니라고 했잖냐.”
“조용히 다니고 있다고! 이모! 여기 제육하고 돈까스 4인분씩 추가요!”
“···네가 사는 거지?”
“젊은 청년에게 얻어먹고 싶어?”
“너는 예외다. 네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냐?”
“내가 뭘 어쨌다고?”
“뭘? 마석대, 어젯밤에 너 뭐 했냐?”
“······.”
그러자 마석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밥을 먹었다.
그 모습에 이현은 한숨을 쉬며 옆에 있는 강찬혁에게 말했다.
“봤지? 저놈이 이런 놈이다. 그러니까 너도 괜히 친하게 지내지 마라. 저놈 옆에 있으면 무조건 불똥 튈 테니까.”
“에헤이! 그런 얘기하려고 온 거야? 아재.”
“그냥 밥 먹으려고 왔지. 오니까 네가 있었던 거고.”
***
그렇게 소란스러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세 사람은 함께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킨 후 공원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강찬혁은 자신이 마석대와 이현 사이에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이 또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석대와 친분도 미래를 생각하면 손해는 아니었고, 이현과의 친분은 말할 것도 없었다.
“크으. 역시 식후 커피 한 잔이 최고다.”
“그건 인정이지.”
두 사람은 태연하게 있었지만 강찬혁은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공원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계속 힐끗 쳐다보면서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다 마신 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간다. 아저씨랑 어울리느라 고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의 선물을 주마. 마석대 너랑도 관련돼 있으니 잘 들어.”
“서론이 길어, 아재.”
“쯧. 하여튼 미운 놈이라니까. 박거준이 소속된 회사 알지?”
“알죠.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강찬혁의 말에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무력 대응팀이 있는데. 거기에 소속된 이들 몇 명이 움직였다. 아마 너 때문이겠지.”
그러자 마석대가 미소 지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였어, 아재.”
“그렇겠지.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그렇지?”
강찬혁은 이현의 말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경고를 해 뒀으니, 너한텐 무언가 하지는 않을 확률이 높아.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특히 이놈 옆에 붙어 있지 마라. 이놈은 자기가 원해서 그놈들이랑 싸우려고 하지만 넌 아니잖아?”
“···더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숙일 때는 확실하게 숙이도록 해. 그래야 부러지지 않으니까. 마석대, 너는 시내에서 싸우지 말고. 뒤처리하기 귀찮으니까. 그럼 난 간다.”
손을 휘적거리며 이현이 자리를 떠나자 마석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재의 말이 틀리지 않네. 아직 동생은 덜 익었으니 조심해야 할 거야.”
“예.”
강찬혁이 잔뜩 긴장해 있는 것을 본 마석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 이 형님이 그놈들 시선을 잔뜩 끌어 줄 테니까.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마석대도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강찬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자신도 여유롭게 있을 수 없었다.
‘마나가 조금 더 회복되면 오늘 4층을 한 번 더 클리어한다.’
더 빠르게 강해져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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