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심장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 있을 수 있는 몬스터 최성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서준의 머릿속을 잠시나마 어지럽혔던 '거울 인간의 죽음'에 대한 커다란 모순은 꽤나 쉽게, 달리 허무하게 해결이 되었다.
몬스터 최성민의 말을 토대로 정리해 보면, 생명력이 공유인 만큼, 서로가 서로 간의 생명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존 생명력, 즉 본체가 죽음으로써 다가올 절대적인 죽음에 저항할 수 있는 약간의 생명력을 거울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따라서 본체가 죽어도 거울 인간은 자신의 몸에 오롯이 남아 있는 잔존 생명력을 이용해, 다시 말해 잉여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최대 일주일을 버텨낼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사용한 생명력 못지 않게 몸이 진흙탕처럼 녹아내리게 되었다.
남아 있는 생명력이 전부 고갈되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본체의 죽음이 불러온 인과율에 의해 거울 인간이라는 단지 인공적인 부산물에 불과할 뿐인 거짓된 생명체는, 더이상 이 세상에 고유한 존재로서 남아있을 수가 없다는 소리였음이다.
빛이 없으면 어둠 또한 나타나지 않듯, 실체가 없는 그림자는 응당 제 형태를 갖지 못하며, 형태를 갖지 못한 그림자는 어디까지나 '힘'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줄다리기를 이용해 서로가 서로를 녹여내는 빛과 어둠의 관계처럼, 결국 세계에게 거부당한 채 스스로 소멸해 버리고 만다.
'유有'를 원형으로, 단어 그대로 '무無의 영역'에서 만들어졌기에, 다시 '무無의 영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지하실에 갇힌 채 몬스터로 변이가 되고, 나아가 대검에 곤죽이 되도록 쑤셔지는 것도 모자라 Juggernaut에게 뜯어먹힌 진짜 유지현의 형상을 가진 거울 인간 유지현은,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남은 생명력이 고작해야 4일 정도에 불과했다.
이토록 늑대에게 집착하며 지하실로 갈 이유가 거울 인간 유지현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거울 인간 유지현이 진짜 유지현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어느 정돈 있겠지만, 이미 앞서 지하실에서 본 유지현을 맨 처음 입에 올렸던 이는 다름 아닌 한서준이었다.
비록 '사고'라는 단어로 그것의 죽음을 빙 돌려 비유하긴 했으나, 지금껏 봐온 거울 인간 유지현의 지능적인 행동으로 따져보면 그가 그러한 단어 속에 담긴 의미를 결코 알아채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Juggernaut에게 죽을 뻔한 한서준이 그들과 합류했을 때부터, 어쩌면 유지현은 한서준의 말을 토대로 미리 진짜 유지현이 죽었다는 결론을 내었을지도 모른단 것이었다.
헌데 이렇게 되면, 진짜의 죽음을 알고도 늑대에게, 다시 말해 지하실로 가기 위해 그가 그토록 분주히 움직였던 이유는 도저히 한서준의 머릿속에선 깔끔히 정리가 되질 않았다.
스스로를 '진짜'로 탈바꿈하기 위한 목적만 가지고 있다라고 보기엔 뭔가가 약간 다른, 그러니까 진짜의 심장을 취하는 것 이외의 어떠한 부수적인 목표가 있다고 밖엔 제대로 설명이 되질 않았던 탓이었다.
- 작가의말
2차 수정 완료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