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2,710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8.24 21:06
조회
2,589
추천
27
글자
11쪽

공부가 제일 싫어요 -55

DUMMY

열심히 붓을 놀리는 학생들, 그 사이로 임 사부가 오락가락한다. 그러다 슬쩍 발걸음을 멈추고 바로 옆 책상을 내려 보는데.

두윤이는 어깨를 움츠리며 붓을 쥐고 있는 왼손을 슬쩍 오른손으로 가렸다.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임 사부가 앞쪽으로 걸어가 버리고.


얼마 후, 임 사부는 답안 하나를 들어 보였다.


“그럼 점수 발표를 하겠습니다. 백점은 제갈은경 학생입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쌀쌀맞은 얼굴을 하고 있던 제갈은경이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짓는다. 임 사부는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답안 하나를 치켜들었다.


“장두윤 학생!”


“네.”


“학생은 글씨가 왜 이 모양입니까? 개발새발이라서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군요.”


“칫...”


임 사부는 답안을 들고 조용히 읽어 내렸다.


“기를 모아 내공을 축적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그런 거 없음’이라고 답했는데. 이게 무슨 뜻입니까?”


“그게 내공은 세상의 기랑... 그러니까 굳이 몸 안에서...”


더듬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두윤이.


“게다가 내공심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숨만 잘 쉬면 됨? 시험이 장난입니까?”


“사부님, 오해에요! 전 그렇게 배웠다고요. 숨쉬기 운동만 하면 저절로...”


“그럼, 그 이유를 상세히 적었어야 합니다. 장두윤 학생은 빵점입니다. 정말 창피하군요.”


두윤이가 울상을 지으며 책상에 이마를 처박는다.


“내일까지 답을 모두 외우도록 하세요.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다음 시간까지 숙제입니다. 하나라도 틀릴 시, 그에 상응하는 벌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렇게 오전 수업은 끝이 났다.




“주상아, 너 몇 개 맞았어?”


“나? 서너 문제는 틀린 것 같은데.”


주상이가 답안지를 들어 보이자, 두윤이는 울상을 지었다.


“큰일이야. 이거 어쩌지? 임 사부님은 내일까지 답을 모두 외우라고 했는데.”


“그럼, 저랑 바꾸시죠.”


책상 앞으로 다가온 제갈은경이 자신의 답안지를 흔들어 보인다.


“전 백점이니까 제 답안을 외우면 편할 거예요.”


“오, 역시 넌 머리가 좋구나. 그러면 되겠다.”


두윤이가 손뼉을 치자, 그녀의 가느다란 눈썹이 와락 찌푸려진다. 제갈은경은 탁하고 답안지를 잡아채 갔다.


“예의를 지켜주시죠. 아무리 나이가 같다지만 반말은 듣기 거북하군요.”


“응? 넌 친구들하고도 존댓말을 하니?”


“그건 아니지만, 전 당신과 친구 할 생각이 없답니다.”


“난 너랑 친구 하고 싶은데? 주상아, 너도 그렇지?”


주상이는 킥킥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윤이가 활짝 웃는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 그리고 전날 나 때문에 화가 난 거라면 지금 사과할게.”


천무께서 직접 사과하신단다. 제갈은경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물론 먼저 거짓말을 한 건 너였지만, 나도 네 수업 태도가 글러 먹었다고 놀렸으니까 비긴 거야. 그렇지?”


다른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본다.


“흥!”


제갈은경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버리자, 두윤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래?”


“너 때문이잖아. 무슨 사과가 그래?”


주상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문 쪽을 쳐다봤다.


“그런데, 쟤는 확실히 머리가 좋은 아이야.”


“그런 것 같아. 이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다 맞혔을까?”


“아니, 네 답안지를 가져갔잖아.”


자리에서 일어서던 설대연은 흠칫 몸을 굳혔다. 두윤이의 답안지? 이는 천무가 직접 작성한 답안이다. 천마에 버금가는 무공 실력을 지닌 고수. 그가 생각하는 무학의 기본 이치는 무엇일까?

절세의 비급까지는 아니겠지만, 세상에 그와 같은 답안이 존재는 할까? 설대연은 부리나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점심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깔깔대며 식당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학생들을 두윤이는 부러운 듯 쳐다봤다.


“아이참, 얘는 어딜 간 거야!”


숙소에 책을 가지러 간다던 주상이가 도통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식당에 혼자 들어가기는 싫다. 아직 어색했으니까.


“배고파 죽겠는데 어쩌지?”


숙소에 가볼까 하고 식당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얼마나 그윽하던지 발걸음이 절로 냄새를 따라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 고급반 학생들이 거주하는 전각 옆에 화려한 객잔이 보인다.


“우와! 저런 곳이 있었구나.”


얼른 달려가서 객잔 창문을 훔쳐보려는데, 창이 너무 높다. 발뒤꿈치를 들었는데도 말이다. 살금살금 문 쪽으로 다가가 내부를 살피니 한산하다. 곳곳에 놓인 탁자는 비어있고 점소이만 바쁘게 오간다.


그냥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한 점소이가 닭찜을 들고 앞을 지나친다. 까무러칠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 닭찜의 유혹은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으니.


‘맛있는 거! 포기할 수 없어.’


살짝 안으로 들어가니 조금 용기가 생긴다. 잠시 망설이던 두윤이는 문 쪽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앉고 보니 이게 또 어색하다. 매일 북적북적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지라.


“넌 누구냐?”


지나가던 점소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요?”


“그래,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저는 초급반 학생인데요?”


“그걸 누가 몰라서 묻냐?


문득, 주방 안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온다.


“지금 바빠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무림맹에서 곧 손님들이 도착한다는데 빨리빨리 움직여!”


“예!”


점소이가 와다닥 뛰어가 버린다. 입을 삐죽이던 두윤이는 맞은편 식탁에 놓인 닭찜을 바라봤다. 김이 폴폴 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닭의 자태, ‘어서 저를 먹어주세요’ 외치는 노릇노릇 풍성한 닭다리. 군침이 줄줄 흐른다.


“아저씨!”


바쁘게 오가던 점소이가 와락 인상을 찡그린다.


“너 아직도 안 갔냐?”


“가긴 어딜 가요. 절대 갈 수 없다고요!”


“그럼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냐?”


“그런 거 없고요. 아저씨, 빨리 저도 닭찜 주세요. 배고파 죽겠어요.”


점소이가 두려운 시선으로 주방 쪽을 돌아본다.


“에라이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알았다, 곧 내오마.”


“만세!”




군침을 너무 흘려서 입이 바싹바싹 마를 무렵, 드디어 요리가 나왔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닭찜, 옆자리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바로 뛰어들 요량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려는 순간.


“이건 뭐야?”


입구에서 비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들린다. 적색 무복을 입은 고급반 학생들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초급반 애들이 알짱거렸지?”


“크큭, 돈 많은 갑부 집 자식이라도 되는가 봐.”


‘쿵!’


고급스러운 검집이 식탁을 내려찍는다. 두윤이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신입생이냐?”


“저요?”


“저요? 어처구니가 없네.”


학생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검집을 들고 있던 녀석은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신입생인 것 같으니 한번은 봐주마. 그러니까 얼른 눈썹 휘날리게 도망치라고.”


“저기, 전 아직 음식에 손도 못 댔어요. 그냥 빨리 먹고 가면 안 될까요?”


“푸하하하! 재밌는 녀석이네.”


‘쾅!’


검집이 더 세게 내리꽂힌다. 점소이와 일부 손님들이 놀라 쳐다보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한다.


“네놈이 이곳 상황을 잘 모르나 본데. 넌 말이야, 이곳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그만 해라, 조무원.”


단아한 목소리에 은은한 내공이 실려 있다. 학생들이 입구 쪽을 돌아보더니 슬쩍 물러난다. 적색 무복을 입은 청년, 소매에 매화문양이 수놓아져 있다. 화산파의 주세황이다. 검집을 움켜쥐고 있던 조무원이 허리를 편다.


“신입생 교육 중이다. 잘난 무림대회 우승자님은 좀 빠지셔.”


주세황이 스산한 미소를 짓는다.


“교육은 오직 사부님만이 할 수 있다. 무관 규칙을 그새 잊은 거냐?”


“쓸데없는 일이 나서지 마라.”


“차기 무당파의 장문인으로 거론되는 분께서 나설 일도 아니지.”


조무원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검집을 들고 물러난다.


“주세황, 그래서 넌 틀렸다는 거야.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너의 근거 없는 친절함이 결국 네 발목을 잡을 거다.”


고급반 학생들이 물러나 버린다. 잠시 녀석을 쏘아보던 주세황이 맞은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인다.


“얼른 먹고 가라, 아이야.”


두윤이는 양 볼을 부풀렸다.


“저 꼬마라는 소리는 곧잘 들었는데요. 아이라는 소리는 또 처음 듣네요.”


“음?”


“전 아이가 아니에요. 꼬마는 더더욱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훗, 미안하다.”


사과하는 주세황의 모습은 더없이 정중했다.


“그런데요. 여기 선배님들은 너무 엄격하세요. 아까도 화를 내시는데 무서워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니까요.”


“그건 오해야. 저 녀석이 유별나서 그래.”


“오해가 아니었어요. 저번에도 식당에서 엉뚱한 자리에 앉았다고 친구들이 크게 혼났다니까요. 세상에, 화병 색깔로 앉을 자리를 정하다니 좀 치사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냥 자유롭게 먹으면 좋을 텐데.”


“글쎄다.”


주세황이 어색한 웃음을 발한다.


“그런데요. 선배가 누군지 알아요. 무림대회에서 우승한 주 선배죠?”


“그래.”


“정말 대단해요! 우승이라니, 제게는 꿈같은 일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주세황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식탁 위 음식을 가리켰다.


“열심히 하면 돼. 그리고 미안한데 내가 조금 바쁘거든? 음식도 식고 있잖아.”


“앗!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제가 너무 많이 떠들었죠?”


두윤이는 눈치를 보다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한입 베어 무니 꿀맛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겁다.


“왜, 맛이 없어? 여기 음식은 최고급이야.”


두윤이는 천천히 닭다리를 내려놓았다.


“맛은 있어요. 그런데 혼자 먹으려니까 심란해서 맛을 느낄 수가 없네요.”


“그건 무슨 소리야?”


“저 그냥 갈래요.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두윤이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상이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녀석이라면 충분히 식사도 거른 채 식당 앞에서 기다릴 게다.


“잠깐! 그냥 가면 안 될 텐데?”


“네?”


“여긴 학생 식당하고 달라. 외부에서 운영하는 객잔이라고.”


즉, 밥을 먹었으면 돈을 내야 한다는 소리다. 공짜로 먹여주는 무관 식당하고는 달랐다. 두윤이는 울상을 지었다.


“어떡해요. 저 돈 없어요.”


주세황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구나. 오늘은 내가 계산할 테니까 나중에 꼭 갚아라.”


“하핫! 선배님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두윤이는 후다닥 입구로 달려가다 말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꼭 갚을게요. 약속!”



부리나케 식당으로 달려가자, 주상이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너 어디 갔었어?”


“나? 그게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자. 이러다 밥 못 얻어먹어!”


주상이가 손을 잡아 이끈다. 역시 친구가 좋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윤이의 무림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공부가 제일 싫어요 -55 +2 18.08.24 2,590 27 11쪽
54 공부가 제일 싫어요 -54 +3 18.08.22 2,709 31 12쪽
53 여기 무서워요 -53 +1 18.08.20 2,725 30 13쪽
52 여기 무서워요 -52 +2 18.08.19 2,764 25 14쪽
51 진짜 이해가 안 가요 -51 +2 18.08.17 2,888 28 11쪽
50 진짜 이해가 안 가요 -50 +4 18.08.15 2,963 30 15쪽
49 진짜 이해가 안 가요 -49 +3 18.08.13 2,950 28 13쪽
48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8 +3 18.08.12 2,845 32 13쪽
47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7 +2 18.08.11 2,822 32 14쪽
46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6 +1 18.08.10 3,026 28 11쪽
45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5 +2 18.08.08 2,997 29 12쪽
44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4 +2 18.08.06 2,975 30 12쪽
43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3 +1 18.08.05 2,942 29 15쪽
42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2 +2 18.08.03 3,014 29 14쪽
41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1 +3 18.08.02 3,013 31 11쪽
40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40 +4 18.08.01 2,971 37 13쪽
39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39 +3 18.07.30 3,121 30 13쪽
38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38 +3 18.07.28 3,041 35 13쪽
37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7 +2 18.07.27 3,069 30 13쪽
36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6 +2 18.07.25 3,049 35 14쪽
35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5 +3 18.07.23 3,123 35 14쪽
34 여긴 너무 답답해요 -34 +2 18.07.22 3,172 26 11쪽
33 여긴 너무 답답해요 -33 +3 18.07.20 3,157 39 13쪽
32 여긴 너무 답답해요 -32 +1 18.07.18 3,193 33 14쪽
31 정말 귀찮아요 -31 +3 18.07.16 3,231 31 13쪽
30 정말 귀찮아요 -30 +2 18.07.14 3,376 39 13쪽
29 정말 귀찮아요 -29 +2 18.07.13 3,553 33 14쪽
28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8 +4 18.07.11 3,375 40 13쪽
27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7 +2 18.07.09 3,356 30 13쪽
26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6 +2 18.07.07 3,425 3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