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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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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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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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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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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6

DUMMY

얼마의 소동이 있고, 두윤이는 책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과 주석도 포함되는데 방위를 점하고 거리까지 계산해야 했다. 당연히 대충 계산했지만 말이다. 붓을 놀리고 나니 정말 복잡한 그림이 되었다.


주상이는 휘둥그레 눈을 치떴다.


“너 보기보다 의외다. 어떻게 이런 걸 외우고 있었냐?”


“의외라니, 날 대체 뭐로 본 거야?”


“선녀님 이야기를 하기에 난 그냥 상상인 줄 알았지.”


“상상 아니라니까!”


두윤이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 광 할아버지가 알려준 심결을 외우자, 예전에 읽었던 진법책 내용이 고스란히 생각났던 것이다. 물론 이해는 안 갔지만 말이다.



주상이는 그림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진법일까? 솔직히 진법에는 나름 조예가 깊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완전 차원이 다르다.


“환상대진? 이건 누가 만든 기문진이야. 설마 선녀님께서 만드신 건 아니겠지?”


“아니야. 환영자라는 사람이 만든 거래. 누군지는 잘 몰라.”


환영자라는 말에 주상이는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기문진법을 공부했다면, 환영자란 이름 석 자가 가지는 의미를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난 잘 알아. 환영자는 백 년 전 황실의 대학자였어. 역리와 토목기관에 능하고 특히 기문진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했데. 그분의 저서나 자료는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난 이런 책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렇구나.”


두윤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윤아, 고마워! 이건 내게 꼭 필요한 책이야.”


주상이가 덥석 양손을 부여잡자, 두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할 거야. 무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그래, 열심히 해봐. 넌 머리가 좋잖아.”


“이제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알았어. 친구 덕분에 말이야.”


주상이는 양손을 더욱 굳게 잡았다.


“자, 곧 출발할 시간입니다. 어서 마차로 모여주세요.”


밖에서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마차에는 짐이 잔뜩 실려 있는데 아주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어서 타라. 곧 출발할 거다.”


표사의 외침에 두윤이는 짐마차에 올랐다.


“주상아 잘 있어.”


“그래, 너도 잘 갔다 와.”


“출발!”


앞 열 마차가 출발하고, 곧 두윤이가 탄 짐마차도 멀어지기 시작한다.


“무림대회 때 만나!”


이쪽을 돌아보며 열심히 손을 흔드는 녀석. 주상이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마차가 관도를 넘어 사라질 때까지 주상이는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천기수사 임사군은 오늘도 마왕의 집무실을 배회했다. 그의 손에는 서류가 잔뜩 들려 있었는데, 모두 허락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둘째가 또 사고를 쳤다고?”


아래층에서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습니다. 성도에서 패싸움을 벌였는데...”


“그래서 이겼데?”


“이기긴 이겼는데 문제가 좀 복잡합니다. 이연 도독의 아들을 두들겨 팼답니다.”


본의 아니게 말을 엿듣던 임사군은 실소를 머금었다. 이연 도독이라면, 북방 지역을 방어하는 군 최고 지휘관이다. 그런 자의 아들을 두들겨 팼다니,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무슨 일인가? 천기수사.”


생각에 잠겨 있는데, 마왕이 어느샌가 다가와 묻는다. 임사군은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결제가 필요해서 들렀습니다.”


“아이고 골치야!”


“긴히 의논할 사안도 있습니다.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둘째 녀석이 도독의 아들을 후두라 팬 일보다 중요한 사안인가?”


임사군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건 아닙니다만...”


“내일 하자고. 오늘만 날인가?”


“알겠습니다.”


마왕은 한숨을 팍팍 쉬며 집무실 문손잡이를 부여잡았다. 그러더니만.


“그냥 자네가 다 알아서 해! 난 머리 아파 죽겠으니까. 아이고, 두통이야!”


“음, 그리하겠습니다.”


임사군은 마왕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기찰검각(譏察檢閣), 구천마련의 금역으로 중원의 모든 정보가 모여드는 곳이다. 높다란 검각에는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전서구들이 구름 때처럼 몰려들었다.


천기수사 임사군은 수십 장의 전서구를 짜 맞췄다. 중요 정보는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조각조각 암호화되어 도착한다. 특별한 순서로 조립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아볼 수 없었으니.


임사군은 전서구로 도착한 내용을 확인하고 미간을 좁혔다. 곁으로 소리장도 나배반이 다가온다.


“책사께 확답을 받지 못해 내가 그리하라 일렀소이다.”


전서구의 내용인즉, 만독림에서 명을 기다린다는 보고다.


“만독노조가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오.”


나배반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걸터앉는다. 대기하고 있던 기찰영주가 차를 내오고.


“소문에는 신비고수가 남궁세가에도 신공절학을 전수했다는구려.”


임사군은 미간을 좁히며 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차를 음미하던 나배반이 기찰영주에게 묻는다.


“내가 알아보라고 한 일이 있을 텐데?”


기찰영주가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사문은 물론 그 배경조차 완벽하게 백지상태입니다.”


“처음 나타난 곳이 소림이라고 했는데 그 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임사군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오늘따라 찻물이 무척 쓰다. 나배반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신비고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아직 약관도 안 된 어린아이일 뿐이오.”


임사군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사황께서 신비고수에게 관심이 많으시군요.”


“당연한 것 아니오? 그동안의 행적을 보시오. 그를 설득만 할 수 있다면 구천마련은 천군만마를 얻게 될 터. 어쩌면 금령상단보다 더한 가치가 있소이다.”


임사군은 쓴웃음을 머금고 손에 들린 전서구를 내려다봤다. 전서구가 사황에게 직접 가지 않고 기찰검각으로 날아든 의미는 무엇일까? 노골적인 협박일 게다.


“허나, 마왕께서도 아셔야 할 일입니다. 신비고수에 관한 사안은 매우 중한 일이니까요.”


“아니오. 사황님께서 직접 고한다 하셨소. 책사께서는 검토만 해주시면 될 것이오.”


공범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임사군은 전서구를 내려놓고 찻잔을 집어 들었다. 찻물이 차갑게 식어있다.


“묘안이 있습니까?”


나배반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상체를 들이밀었다.


“놈이 반로환동의 고수가 아니라면 필경 강호초출일 것이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일 게 틀림없소. 이런 일에는 만독노조가 제격이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일리 있는 말이다. 강호는 무공 반, 경험 반이라 했다.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지녔다 해도 경험이 부족하면 노련한 상대에게 당하기 마련. 하물며 상대는 교활하고 잔인한 손속으로 유명한 만독노조다.


지닌바 무공 수위는 비루하지만, 독으로써 한때 천하를 공포에 몰아넣은 인물이다. 마련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독림의 전대 림주이기도 했다.


“무슨 독을 쓴다던가요?”


“마독삼을 골랐다고 하더이다.”


마독삼(魔毒蔘)


중원 최남단인 운남 지방에 서식하는 마독초의 뿌리다. 독성이 매우 강한데, 인삼이나 도라지와 생김새가 유사하다. 일단 중독이 되면, 구토, 설사와 함께 점점 몸속 장기가 파괴된다. 해독약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약을 먹는다고 단번에 해독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해약 복용이 늦으면 영구적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단전이 파괴되어, 종국에는 무공을 잃는 부작용도 있었다. 완전히 회복하려면 한 달은 지속해서 해약을 복용해야 하는 끔찍한 독초였으니. 특히 죄인을 고문하거나 자백을 받아낼 때,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에 한 달은 충분한 시간이외다.”


소리장도 나배반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진다. 임사군은 눈썹을 찌푸렸다.


“신병을 확보해서 이곳까지 오려면 한 달은 짧습니다.”


“그렇소. 비록 만독노조가 사황께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지만,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힘든 법. 하여, 사황대로 하여금 만독노조의 호위를 맡겼소이다. 문제는 만독림인데, 책사의 도움이 필요하오.”


나배반은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를 가리켰다.


“만독림에는 혈랑대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이제 아예 대놓고 명령 질이다.


“이미 그곳에는 무적철기대가 배치되었습니다.”


“그들만으로는 부족하오.”


임사군은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준비를 철저히 하셨군요.”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잖소. 그리 진행하라 하겠소. 아 참 그리고...”


나배반이 문을 나서기 전, 슬쩍 뒤를 돌아본다.


“마왕께는 보고하지 않는 편이 좋겠소. 무림대회 준비로 정신이 없으실 게요.”



임사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넓은 중원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네 생각은 어떠냐?”


기찰영주가 다가와 공손히 부복한다.


“감히 소인이 어찌 판단하겠습니까.”


“그렇지. 그게 정답이야. 돌다리도 한 번은 두드리라 했던가? 언제나 경계해야 할 것은 추측이 확신이 되는 것일 진데.”


임사군은 스산한 눈빛으로 날아오르는 전서구들을 응시했다.


“천무라, 재미있는 친구로군.”



마차가 시내로 들어서자, 두윤이는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이 정말 많은데 무슨 축제라도 열렸나 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 너머로 관복을 입은 관군들이 열을 맞춰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왕야가 형산에서 사냥대회를 개최했다더니 규모가 엄청나구먼!”


마부석에 앉은 표사가 혀를 내두른다. 이왕야는 황제의 종친으로 황실에서는 실세 중의 실세였으니.


“평소 사냥을 좋아한다더니 불교 성지에서까지 사냥놀음이군, 에라이!”


“형산이 유명한 산인가요?”


“유명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형산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신성한 산이야. 불교 종파의 대부분이 남악에서 기원했어. 그만큼 유명한 사찰도 많아서 불교의 성지로 불리지.”


“그럼 커요?”


“산이 크냐고?”


“네.”


표사가 쓴웃음을 머금는다. 중원오악(五岳) 중, 남악(南岳)으로 이름이 드높은 형산. 일흔 두 개의 봉우리가 끝없이 뻗어있으며, 수백 장 높이의 봉우리도 무려 스무 개에 달한다.


“어휴, 그렇게 큰 산에서 어떻게 할아버지 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두윤이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걱정대로 형산은 무지무지 컸다. 게다가 놀러 온 사람과 순례자, 관인들까지 모여 바글바글하다. 두윤이는 목에 걸고 있던 반쪽 패를 꺼내 들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편지에는 패가 길을 인도할 것이라 쓰여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인도한다는 거야!”


두윤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차버렸다.


“약도라도 그려놓던가. 할아버지는 정말 무관심해!”


고개를 들어 산봉우리를 살피니,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높다.


“그래도 멋지긴 하네. 우와 저 안개 봐!”


고즈넉하게 자리한 능선으로 거대한 폭포수처럼 안개가 흐르고 있다.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는데.


“힘들어 죽겠네. 할아버지고 뭐고 배고파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두윤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슬쩍 봇짐을 뒤적였는데.


“이를 어째! 먹을 걸 안 싸 오다니.”


물론 싸 가지고 왔다. 산을 오르며 주섬주섬 꺼내 먹었으니 저녁이 다 된 지금, 식량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애초에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면 소림이나 무당파처럼 집이 보일 것이라 믿었던 것이 실수다.


“그냥 다시 내려갈까?”


우거진 나뭇가지들이 하늘마저 가려 숲은 밤처럼 어둡다. 곧 해가 질 기세였는데.


“슬슬 배가 고픈데, 몰라! 가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두윤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기대감보다는 전적으로 산을 다시 내려간다는 것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좀 살려 주시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 산 숲에서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너무나 절박하고 구구절절한 목소리다.


‘무슨 일이지?’


두윤이는 얼른 숲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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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6 +1 18.08.10 3,019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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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2 +2 18.08.03 3,005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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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6 +2 18.07.25 3,039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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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여긴 너무 답답해요 -33 +3 18.07.20 3,149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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