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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2,722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8.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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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1쪽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6

DUMMY

다음 날.


두윤이는 비몽사몽 간에 부스스 일어났다. 하룻밤 머물 방을 힘들게 구하긴 했는데, 간밤에 얼마나 시끄러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두윤아, 빨리 나와. 서원에 가려면 서둘러야 해!”


“아이, 조금만 더 누워있을래.”


방문이 벌컥 열린다.


“야! 다시 누우면 어떻게 해. 빨리 일어나.”


주상이의 재촉에 두윤이는 결국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서원은 벌써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하다. 두윤이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연신 전각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사람이 정말 많구나.”


“당연하지. 일반인은 서원에 잘 들어올 수 없거든. 학예회나 졸업시험 때만 개방되는 게 전부야.”


“우와, 이런 곳에 강이 있네?”


두윤이는 얼른 강 쪽으로 뛰어갔다. 제법 너른 강인데, 서원 중앙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다. 깊이는 어른 허리 정도나 될까? 강 주변으로는 키가 큰 버드나무와 느티나무가 늘어섰다. 그 사이로 보이는 목조다리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으니.


“이 강을 기준으로 무관과 문관이 나뉘어. 저기 보이는 황색 기와 건물들 있지? 저곳이 문관이야.”


주상이가 가리키는 방향, 햇볕에 반짝여 금빛으로 빛나는 전각들이 보인다. 과거 백운서원이라 불렸던 곳으로, 문(文)을 가르치는 문관(文館) 건물이다.


“그리고 이곳은 무관이야. 새로 중축한 건물도 많지만, 오래된 건 백 년도 넘었데.”


청색 기와가 영롱한 빛을 뽐내는 전각들, 문관 쪽 건물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무림맹에서 새로 지은 무관(武館) 건물이었다.


“진짜 넓구나!”


“그럼 무관부터 가보자. 거기가 제일 궁금하지? 이쪽이야.”


두 사람은 청색 기와가 빛나는 건물로 향했다.



서원 중앙을 흐르는 강을 기준으로 남쪽에 자리한 무관은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전각이 셀 수도 없이 늘어서 있고, 커다란 버드나무가 병풍처럼 주위를 둘렀다. 중앙에는 제법 넓은 연무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벌써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려와 있다.


사람들의 시선은 연무장 위로 집중되어 있으니. 열 살이나 됐을 법한 어린아이부터 청년까지, 수백 명에 달하는 학생이 진지한 태도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다.


“저들은 초급반 학생이야. 백의 무복을 입었지? 초급 무공을 배우는 사람이 입는 옷이야.”


“그럼, 저기 저 사람은?”


연무장 중앙에 서 있는 중년인, 멋들어진 검은색 무복을 입었다.


“저분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부님이셔.”


연무장 옆에는 시험 일정표가 붙어 있다. 초급반과 중급반 시험은 오늘이고, 내일이 진짜배기다. 바로 상급반과 고급반 학생들이 졸업시험을 치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돼?”


두윤이의 물음에 일정표를 꼼꼼히 살피던 주상이가 쓴웃음을 짓는다.


“성적이 나쁘면 당연히 졸업할 수 없겠지? 물론 상급반으로도 진학할 수 없어.”


무관이나 문관이나 모든 학생의 목표는 진학이었다. 졸업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다니던 반을 졸업하고 상급반으로 진학할 기회가 생겼다. 물론 탈락자들이 부지기수였지만, 상급반 졸업장만 따도 중소문파에서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시험에 탈락해도 학비만 꼬박꼬박 낸다면, 얼마든지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다. 최근에서야 나이 제한이 생겼는데, 초급반과 중급반의 경우 스물다섯이 넘으면 서원을 나가야 했다. 상급반의 경우는 서른 전에 나가는 것이 원칙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어?”


“무림서원에 입학하려면 입학시험을 치러야 해. 시험 결과에 따라 반 배정이 이루어져. 그런데 반에 따라서 들어가는 학비도 달라. 고급반은 엄청나게 비싸.”


“그럼, 제일 높은 반이 고급반이야?”


“응. 고급반 학생들은 무공수위가 일류고수에 버금갈 정도래.”


말을 이으며 주상이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여기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어. 가전 무공을 익혀야 했거든.”


“여긴 참 근사해. 이런 곳에서 무공을 배운다니 상상만으로도 신나. 주상아, 너는 어느 반에 편성될 것 같아?”


“글쎄, 난 중급반 아니면 상급반에 겨우 턱걸이할 것 같은데?”


“그럼 나는?”


두윤이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주상이는 실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몰라!”



점심 무렵,


드디어 졸업시험이 치러졌다. 오늘 시험에서 학생들은 그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낼 것이다. 물론 시험만 잘 본다고 졸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험성적 오 할에, 서원 생활을 얼마나 잘했나를 판단하는 생활점수 오 할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생활점수는 상벌점제도였는데, 판단은 각 반을 책임지는 단임 사부들이 내렸다.


“뭔가 엄청 복잡해 보여. 아무래도 난 여기서 얼마 못 버틸 것 같아.”


두윤이의 한 마디에 주상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초, 중급반의 졸업시험은 중앙 연무장에서 치러졌다. 지금은 황색 무복을 입은 학생들이 연무장 위로 오르고 있다. 초급반은 백의, 중급반 학생은 황의를 입었으니 헷갈릴 염려는 없었다.


시험과목은 아주 많다. 주상이는 열심히 설명했지만, 늘 그렇듯 두윤이는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집단 연무다. 수많은 학생이 오와 열을 갖추고 그동안 익혀온 무공을 뽐낸다.


절도 있고 통일된 움직임이 말 그대로 장관이다. 노력한 학생들을 향해 학부모와 관광 온 사람들마저 열렬한 박수를 보내준다.


“이제 대련시험이야.”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주상이가 외친다. 두윤이는 중앙 연무장 쪽을 바라봤다. 백의를 입은 학생 둘이 목검을 들고 대련을 펼친다. 호쾌한 동작과 날랜 몸놀림, 목검이 상대의 몸을 가를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언 듯 치열하게 보이지만, 약속 대련이다. 사전에 움직임을 정해두고 얼마나 정확하게 초식을 펼치는지 측정하는 시험이다.


곧 초급반 대련이 끝나자 황의를 입은 중급반 학생들이 입장한다. 바로 대련이 펼쳐졌는데 기세가 남다르다. 목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울리는데, 맞으면 엄청 아플 것 같다.


“저기 보이지? 저분들은 심사위원이야.”


연무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중앙 상석에 각양각색의 사람이 앉아 있다. 무복이나 승복, 개중에는 거지 옷까지 걸쳤는데, 대련은 안 보고 서로 담소를 나누느라 바쁘다.



무관 구경을 마치고, 주상이는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여긴 문관이야. 무관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시장통처럼 시끄러웠던 무관과는 다르게 이곳은 너무나 조용했다. 사람들도 많은 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지금은 시험시간이라서 그래. 떠들면 쫓겨나니까 조심해야 해.”


금빛으로 물든 전각 앞에 수많은 학생이 열과 오를 갖춘 채 앉아 있다. 서생 복장을 한 학생들은 바닥에 놓인 화선지에 붓을 놀리느라 바쁘다.


“저기 보이지? 저 맨 앞에.”


저 멀리, 커다란 종이에 문장이 쓰여 있다.


“저 글은 춘추에 나오는 글귀거든. 뜻을 풀이해서 논술을 써야 해. 몹시 어렵다고.”


“그래, 정말 어려워 보인다.”


두윤이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주상이가 설명을 해주는데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그도 그럴 것이, 문관의 졸업시험 과목은 살인적으로 많았다. 물론 머리가 아파져서 알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곳에서는 초급반이나 중급반 학생들이 모두 백의 서생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이 저마다 달랐는데, 관모 옆에 묶인 수술의 색이 백색이면 초급반, 황색이면 중급반이란다.


“저것 봐봐! 이번에는 시야. 저기 쓰여 있는 글귀를 해석해서 시를 지어야 해. 정말 흥미롭지?”


“······.”


주상이가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두윤이는 팔짱을 낀 채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날이 어슴푸레할 무렵, 지루한 문관 시험이 끝났다. 그런데 다 끝난 게 아닌가 보다.


“이제 곧 발표할 거야. 누가 일등을 했는지 정말 흥미진진해.”


주상이가 떠날 생각을 않는다. 내심 무관 쪽도 궁금했던 두윤이는 안절부절못했다.


“주상아, 우리 무관 쪽에도 가보자. 거기가 더 재미있을 거야.”


“오! 저 학생이 일등이래. 나이도 어린데 대단한걸. 조금 가까이서 봐야겠어. 시를 어떻게 썼는지 읽어봐야 하잖아.”


두윤이는 머리를 싸쥐었다.



시험 결과 발표가 끝날 즈음에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버렸다. 두윤이는 아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주상이를 졸랐다.


“주상아, 나 이제 상단에 가봐야 해.”


“상단? 아, 맞다. 넌 형산까지 가야 하잖아.”


“응.”


“내가 정신이 없었어. 미안해, 같이 가자!”


주상이의 환한 웃음에 두윤이는 마음이 풀어졌다.



악양 상단에 문의했더니, 내일 저녁에 남쪽으로 출발하는 마차가 있단다. 형산 쪽을 거쳐 갈 예정이고 중간에서 내리면 될 듯싶다.


“두윤아, 그래도 다행이야. 저녁에 출발한다잖아. 나머지 졸업시험도 구경할 수 있겠어.”


“그건 그래. 나 고급반 졸업시험을 꼭 보고 싶어. 일류고수의 대련이 어떨지 정말 궁금해.”


주상이는 쾌활하게 웃었다.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진짜 웃긴다.”


“왜?”


“넌 천무잖아. 일류고수가 비록 대단하다지만, 네가 궁금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글쎄, 난 말이야. 내가 왜 천무라고 불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불만스러워. 맨날 할아버지만 상대해서 그런지 영 재미없다고.”


주상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두 사람은 군것질을 하며 악양 시내를 걸었다. 꿀을 바른 경단을 핥아먹던 두윤이가 묻는다.


“그런데 무림맹도 악양에 있다며?”


“응, 여기서 좀 더 가야 해. 무림서원 반대편에 있어.”


“아저씨가 무림맹에 놀러 오라고 했던 거 기억나? 지금 한번 가볼까?”


주상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날 무림맹주 설무백은 일행을 무림맹에 초대했다.


“나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잖아. 내일 졸업식을 구경하는 데만도 여유가 없을 거야.”


“맞다! 내 정신 좀 봐.”


두윤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키득 웃었다. 주상이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댁을 찾고 나면 어떻게 할 거야?”


“글쎄? 그건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 어떻게 하지?”


주상은 잠시 머뭇거렸다.


“다시 돌아갈 생각이니? 태산으로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너무 오래 집을 비운 것 같아. 엄마도 보고 싶고 선녀님들도 어찌하고 계실지 궁금해.”


“선녀님들은 그냥 상상 속의 존재잖아. 두윤아, 그러지 말고 우리 집으로 와. 아버지께서도...”


말을 잇던 주상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두윤이가 푹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두윤아,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그냥...”


“괜찮아. 네가 그렇게 믿는다고 해도 난 아무렇지 않아.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믿고 있는걸.”


두윤이의 말이 날카로운 못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주상이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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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진짜 이해가 안 가요 -51 +2 18.08.17 2,888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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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진짜 이해가 안 가요 -49 +3 18.08.13 2,950 28 13쪽
48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8 +3 18.08.12 2,845 32 13쪽
47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7 +2 18.08.11 2,823 32 14쪽
»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6 +1 18.08.10 3,027 28 11쪽
45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5 +2 18.08.08 2,998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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