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1,825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8.02 21:37
조회
3,005
추천
31
글자
11쪽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1

DUMMY

개방 합비 분타에서 발생한 비급 도난 사건은 구천마련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결론적으로 비급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났지만, 개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어쨌든, 천무가 아끼는 책이 분타 내에서 사라진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개방의 방주 취화자는 한달음에 분타로 달려가 사건의 전말을 접하고 크게 분노했다. 결국, 분타 내 개방 방도들을 모아놓고 드잡이질을 한 후에서야 천무의 책을 찾을 수 있었다. 범인은 구걸신개의 제자인 소걸륜의 짓으로 밝혀졌다.


천무의 봇짐을 몰래 훔쳐낸 개방 거지들이 실토한 것이다. 이 일로 소걸륜은 큰 벌을 받게 되었다. 무슨 벌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는데, 무공이 전폐 되어 파문을 당했다느니, 혹은 머나먼 세외 분타로 발령이 났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한편, 취화자는 개방의 장로들과 함께 봇짐을 찾아들고 남궁세가를 방문했다. 취화자는 가주 남궁문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유감의 뜻을 밝혔으며, 합비 분타 역시 그 규모를 상당 부분 축소하는 것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합비 분타의 존재가 내심 껄끄러웠던 남궁세가는 개방의 뜻을 받아들였고, 그간에 발생한 알력 싸움도 그치기로 약속했다. 본래 취화자는 천무를 직접 만나 사과를 하려 했다. 하지만 천무께서 놀러 나가시는 바람에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사건을 계기로 각 문파에서 천무를 만나려 남궁세가를 방문하기에 이른 것이다. 남궁세가 정문에는 매일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가주인 남궁문은 천무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일부 방문객은 그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었다.


세가가 소란스러워지자, 남궁세가의 실질적인 힘인 창궁검 남궁무가 폐관을 끝내고 나왔다. 방문객 접대에 부담을 느껴오던 남궁문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남궁무조차도 감당키 힘든 방문객이 존재했으니.


“문을 열어라! 안 그러면 박살을 내 버리겠다.”


줄기줄기 패도적인 기운을 발하며 대문 앞에 서 있는 흑의 무사들. 그 선두에서 흑의 노인이 삿대질을 해댄다.


“셋을 세겠다. 하나, 둘...”


“도제님! 제발 참으십시오. 당장 열겠습니다!”


이 다루기 까다로운 방문객 때문에 남궁무는 한동안 골치가 아팠는데.



창검각에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술잔을 따르는 남궁무의 손길이 미미하게 떨려 든다. 그가 언제 이런 술잔을 따라봤겠는가. 상대는 검성과 동급인 수라도제다. 게다가 성격이 괴팍하고 지랄 맞기까지 해서 검성보다 다루기 힘든 손님이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맞은편 자리에 각해선사와 무당파 장문인 도진진인이 앉아 있다는 것이다. 수라도제가 날뛰면 크게 도움은 안 될 테지만, 말릴 사람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됐는데.


“남궁세가의 술맛은 비리군. 다른 술 없나?”


수라도제의 잔소리에 남궁무는 울상을 지었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준비를 왜 못했어!?”


“아니 어르신, 저 그게...”


남궁무가 어쩔 줄을 몰라 하자, 각해선사와 도진진인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천무는 어디 있느냐. 나는 천무를 만나러 왔다.”


“곧 올 겁니다. 옳거니! 마침 저기 옵니다요.”


두윤이와 주상이가 수다를 떨면서 안으로 들어온다. 수라도제는 눈썹을 찡그렸다.


“넌 손님이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느냐. 꼭 부르러 가야 해?”


“누가 손님인데요?”


“나다!”


“할아버지는 정말 이상하셔요. 지금까지 사과도 안 하시고 무슨 손님 대접을 받으려고 그러세요?”


“뭐라, 저 주둥이!”


수라도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에 앉아있던 남궁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제 어르신! 제발 좀 참으십시오.”


“놔! 이거 안 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잔치가 난장판이 되려 하자, 참다못한 남궁문이 나선다.


“두윤아, 어르신께 그 무슨 무례냐. 하물며 도제께서는 너를 보러 오신 손님이다.”


“······.”


천무가 어깨를 움츠리자,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모두들 천무를 어려워하고 있는데, 남궁문은 아닌가 보다. 게다가 수라도제에게도 쫄지 않던 천무님께서 남궁문의 말 한마디에 고분고분해진다.


“어허! 어서 사과드려야지.”


남궁문이 조용히 다그치자, 두윤이는 슬쩍 예를 올렸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어험, 흠흠!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수라도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도 나빠요. 사과는 왜 안 하세요? 전날 사과하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뭐 그런 일이 있었다. 개방 분타에서 남궁세가의 가주에게 놈이라고 부른 일이 두고 하는 소리다. 수라도제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 가주, 내 전날의 결례는 사과하겠다. 됐나?”


천하의 수라도제가 사과를 하다니 놀랄 노자였는데. 남궁문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미 잊었습니다. 오히려 귀한 손님께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남궁세가의 가주로써 정식으로 도제께 사과드립니다.”


두 사람이 사과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두윤이는 뿌듯한 듯 환히 웃었다.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이제 서로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세요.”



잔치가 파할 무렵, 수라도제는 두윤이를 데리고 연무장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검성 놈에게는 그 무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해요.”


“클클클! 좋아, 아주 좋아!”


수라도제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두윤이 곁에 서 있던 주상이는 쓴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도제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던 것이다.


“내 오늘 너를 찾아 남궁세가에 온 이유는 몇 가지 물을 말이 있어서다.”


“뭔데요?”


수라도제가 커다란 도를 뽑아 든다.


“검이란 무엇이냐?”


두윤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글쎄요? 그냥 검이겠죠.”


“허면, 네 검은 무엇이냐?”


뭔가 말을 하려던 두윤이가 입을 닫는다. 주상이는 유심히 표정을 살폈다.


“검은 없어요. 제겐 필요치 않아요.”


“검이 필요 없다면, 무엇이 필요하더냐?”


두윤이는 품에서 화첩을 꺼내 들었다. 제일 마지막 장, 막내 선녀님이 그려져 있다.


“막내 선녀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이세요. 선녀님께서는 봉황의 깃털로 만든 부채를 가지고 계셔요. 부채를 이렇게 펼치면요, 안개와 바람을 불러오세요. 정말 멋지죠?”


녀석이 부채를 내젓는 흉내를 낸다. 그 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웠는데, 수라도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화첩의 그림 어디에도 부채라던가 안개를 불러오는 장면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원천이었군. 그래서 그런 거였어.”


수라도제는 손에 쥔 도를 내려다봤다.


“이 수라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인데...”


문득 도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이 모이고 있다는 뜻이다. 주상이는 뻗쳐오르는 수라강기에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섰다.


“어느 샌가부터 이 녀석이 나를 가두었구나.”


‘챙!’


맑은 소성과 함께 수라도가 두 동강으로 쪼개진다. 수라도제는 목숨처럼 아끼던 수라도를 뒤로 하고 두윤이에게 다가갔다.


“잘 들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전설을 믿지 마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


말을 끝으로 수라도제는 연무장을 떠났다.


“응? 방금 그게 무슨 소리야?”


두윤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주상이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양 주먹을 불끈 쥐고 말았다. 수라도제가 말한 전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몹시도 추운 겨울날.


정원의 연못은 꽁꽁 얼어붙었고, 전각 기와에도 소담스러운 눈이 쌓였다. 살을 에는 듯 매서운 바람에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점심이 지날 무렵, 시내에 나갔던 주상이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뛰어 들어온다.


“두윤아! 정말 기쁜 소식이야.”


따뜻한 침대 속에 웅크려 있던 두윤이는 이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오늘 아침 신기고서점에 갔는데 말이야!”


주상이는 숨이 차는지 가슴을 두드렸다. 내용인즉슨 제갈세가에서 명사를 초청해 역경(易經)에 대해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다. 유명 서원의 대학사가 온다는데,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단다.


“정말 대단한 일이지? 역경 강연은 함부로 들을 수 없다고. 난 꼭 참석할 거야.”


“응 그래. 잘 갔다 와.”


“같이 가자. 너도 강연을 듣고 싶어 했잖아.”


“내가 언제?”


주상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연은 보름 후라고! 서둘러야 해. 아참, 아버지께 허락 맡고 올게.”


주상이가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다. 두윤이는 멍한 표정으로 누워 있다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 문 닫고 나가!”


결국, 두윤이는 한숨을 푹푹 쉬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강연을 다녀오겠다고?”


“네, 아버지! 소자, 정말 듣고 싶은 강연입니다.”


남궁문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세가라면 먼 길이구나.”


“두윤이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녀석이 같이 간단다. 남궁문은 더욱 못 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네? 소자가 무슨 사고를 친다는 건지...”


물론 주상이는 어릴 적부터 무척 얌전한 아이다. 두윤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걸 남궁문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는데.


“전날, 개방 분타에서 있었던 일을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 저기 그 일은...”


“다른 문파에서 화첩을 잃어버린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지, 나는 지금도 궁금하구나.”


아버지의 말에 주상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당시 지나던 개방 사람들에게 천무가 비급을 잃어버렸다고 말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네 짓인 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너무 위험했어. 네 덕분에 두윤이가 수라도제와 대련을 해야 했고 무림에는 큰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죄송합니다. 소자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주상이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일은 두고두고 두윤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네가 화첩을 찾으려 그리 한 것은 잘 알고 있다. 허나, 내게 미리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게다.”


“······.”


크게 실망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상이, 남궁문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제갈세가에는 가도 좋다. 대신 제발 사고는 치지 말아라.”


“정말요? 가도 되나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남궁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기쁜지 한달음에 방을 나가버리는 주상이, 옆에 서 있던 여총관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도련님께서 아주 활기차지셨습니다. 보기 좋군요.”


“글쎄요.”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간 주상이,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닥친다. 남궁문은 다시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오늘부터 휴가입니다. 시간이 널널하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윤이의 무림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공부가 제일 싫어요 -55 +2 18.08.24 2,583 27 11쪽
54 공부가 제일 싫어요 -54 +3 18.08.22 2,703 31 12쪽
53 여기 무서워요 -53 +1 18.08.20 2,719 30 13쪽
52 여기 무서워요 -52 +2 18.08.19 2,754 25 14쪽
51 진짜 이해가 안 가요 -51 +2 18.08.17 2,881 28 11쪽
50 진짜 이해가 안 가요 -50 +4 18.08.15 2,955 30 15쪽
49 진짜 이해가 안 가요 -49 +3 18.08.13 2,943 28 13쪽
48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8 +3 18.08.12 2,837 32 13쪽
47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7 +2 18.08.11 2,814 32 14쪽
46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6 +1 18.08.10 3,019 28 11쪽
45 무림서원은 대단해요 -45 +2 18.08.08 2,989 29 12쪽
44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4 +2 18.08.06 2,966 30 12쪽
43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3 +1 18.08.05 2,933 29 15쪽
42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2 +2 18.08.03 3,005 29 14쪽
» 제갈세가에 놀러가요 -41 +3 18.08.02 3,006 31 11쪽
40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40 +4 18.08.01 2,963 37 13쪽
39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39 +3 18.07.30 3,114 30 13쪽
38 화첩을 잃어버렸어요 -38 +3 18.07.28 3,033 35 13쪽
37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7 +2 18.07.27 3,060 30 13쪽
36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6 +2 18.07.25 3,039 35 14쪽
35 고양이 도둑은 나빠요 -35 +3 18.07.23 3,113 35 14쪽
34 여긴 너무 답답해요 -34 +2 18.07.22 3,164 26 11쪽
33 여긴 너무 답답해요 -33 +3 18.07.20 3,149 39 13쪽
32 여긴 너무 답답해요 -32 +1 18.07.18 3,186 33 14쪽
31 정말 귀찮아요 -31 +3 18.07.16 3,225 31 13쪽
30 정말 귀찮아요 -30 +2 18.07.14 3,368 39 13쪽
29 정말 귀찮아요 -29 +2 18.07.13 3,544 33 14쪽
28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8 +4 18.07.11 3,367 40 13쪽
27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7 +2 18.07.09 3,346 30 13쪽
26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요 -26 +2 18.07.07 3,414 3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