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85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24 20:48
조회
147
추천
2
글자
12쪽

020화

DUMMY

텔레비전에 이번에 나온 균열을 막아낸 것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헬멧으로 정체를 가린 큐브를 가진 자들이 인터뷰와 함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큐브가 내 나타난 지 3개월이 되었다. 지금도 많이 당황하고 있지만, 변화에 맞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정부 정책도 무언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중이었고, 또한 팬클럽이 조금씩 생겨나기도 하면서 사람들도 이 미친 세상에 조금씩 적응했다.


“이번에도 막아냈네.”

“잘된 일이지, 사상자도 없으니까.”


나와 동생의 관계도 조금은 회복되었다. 정말 집 안에 분위기가 이렇게 화목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어우 세상이 어떻게 되련지, 마트 가서 장보기도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구나···”


어머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저녁 9시 이후로는 집밖으로 안 보내 주려고 하는 것을 가까스로 말릴 수 있었다.


“그래도 헌터들이 잘 막아주고 있으니까. 괜찮지요.”


이들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헌터였다. 우리들이 그렇게 불러달라는 것도 아니다. 어렸을 적에 판타지 소설에서 유행하던 명칭을 고스란히 쓴 것이다.

개념 자체가 애매했던 우리였는데, 차라리 헌터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헌터들 또한 그렇게 불리는 걸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죽고, 희생자가 생기고··· 아직 사람들이 큰 슬픔을 겪지 못해서 그렇단다···”


내가 지하철 역에서 거미들을 막았을 때 지하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의 죽음까지는 막지 못했다.

충분히 통감한다. 내 능력이 부족했고, 훨씬 더 강했더라면, 충분히 막았을 수도 있을 재앙이었다.


“그래도 저들의 노고를 무시할 수 없죠···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그렇긴 하다만···”


물론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못했다. 아무리 목숨 걸고 싸운다 하더라도 이들이 영상 속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은 인간을 벗어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에 두려움과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헌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 저 이만 방으로 들어가 볼게요.”

“벌써?”

“운 동다녀왔더니 조금 피곤해서요. 오늘은 일찍 좀 자야겠어요.”

“나도 들어가 볼게 엄마.”


내가 일어서자 동생도 거의 동시에 일어나 호흡을 맞췄다.


“얘들이···”


사과를 가져오던 것을 놔둔 어머니가 작게 한숨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오랜만에 모인 10만이 이제 조금 안 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각자 호출이 있었다. 나와 동생도 그 호출을 받고 나타난 것이다.

세리아의 부름은 아니었고, 요즘 실적이 좋은 한성우라는 자의 호출이었다.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어지간해서 거절하고 그러진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직접 이 자리에 부르게 된 것은, 다음 균열에 맞춰 저희 길드는 기자회견을 열 생각입니다. 그에 따른 여러분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기자회견이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어수선한 반응이었다.


“다들 진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범죄자 취급에 군인과 경찰을 대동하고 저희를 잡겠다고 하는 것을요··· 이 말엔 다들 동의하실 거라고 봅니다.”


잘생긴 놈이 하는 말이라 그런지, 설득력이 있었다.

아니 충분히 설득할 만한 구실이 있는 이유였다.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헌터를 잡으려 시도한 것은 세간에 큰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 일이 지금 한국뿐 아닌 세계 각지에 나타나고 있는 와중이라, 매스컴이 우리들한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입니다. 저희의 인권을 되찾고, 또한 저희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습니다! 한성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타고 타고 넘어가니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번졌다.

수많은 지지자를 입은 한성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가 무슨 그림을 그리려는지 몰라도, 우리에겐 나쁠 게 없기도 했다.


“흠··· 좋지 않군.”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와중에 아지트로 돌아왔다. 돌아온 직후 이민재의 차가운 음성이 내 귀를 스쳤다.


“왜요? 오히려 입지를 얻는 것은 중요한 거 아닙니까?”

“아니지. 이건 오히려 정치적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 입장이야.”

“정치적이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쪽 방향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혼란스러운 세계에 나타난 구원자.


“그래도 너무 망상이지 않을까요?”

“지금 같은 위기에 사람들은 구원자가 이 땅에 내려와 주길 바라는 마음이지. 뭐 우리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균열을 닫을 수 있다면 그걸로 일단 만족하지만, 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만 알아두라고.”

“그건 명심하겠습니다··· 어차피 군중들의 마음이 저 자한테 이미 기울어져 있는데, 그걸 뒤집을 순 없을 것 같네요. 이 일로 인해 좋든 나쁘든 결과를 얻을 텐데, 우리에게 불이익으로 찾아오지만 않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민재가 슬며시 웃으며 머리 뒤로 깍지를 끼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우리한테 불이익이 떨어지지 않는 것. 역시 대장은 머리가 좋구만, 내 뜻을 정확하게 이해했어.”


이하루를 비롯하여 모두 미소를 띠는 와중에 동생은 전혀 웃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눈치 보는 것을 알아차린 동생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무슨 일 까지는 아니고 그 사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 좀 신기해서.”


10만이라는 숫자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는 숫자였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극히 드물었다.

물론 남매끼리 만난 것이 더 희박한 확률이라 보았다.


“그래? 누군데.”

“우리 대학, 학생 회장인데, 성격도 좋고 돈도 많기로 유명해, 그리고 착하다곤 하는데, 왠지 다 연기라고 느껴져서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

“너한테도 접근을 했었어?”

“학생회인데, 말 섞을 기회는 있지. 그리고 저 사람 황인석 그 새끼랑 친구야.”


치를 떠는 이름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누군가와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녀석의 친구라니까 그리 곱게 보이진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황인석이라는 사람이 누군데, 그렇게 반응하는 거예요?”


옆에 있던 이하루가 놈에 대해 물었다.


“악연으로 얽힌 사이입니다. 제 성격이 삐뚤어지게 된 원인이 그 녀석한테 있다고 봐도 될 정도예요.”

“···아주 질 나쁜 사람인가 보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녀석에게 뭐라 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유명한 황석그룹의 손자니까요.”


내 이야기를 듣던 이하루가 상당히 놀란 눈이 되었다.


“정말인가요?”

“녀석과는 아직 얽혀있는 게 많긴 합니다. 일단 주제를 벗어나는 이야기니 자중하죠.”


굳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더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언제 기자회견이 열릴지가 가장 중요했다.


[안녕하십니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녹색의 괴물 생긴 건 고블린과 비슷하게 생긴 세리아가, 우리 아지트로 찾아왔다.


“이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음,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활동하기 편해지려면, 일단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에 흑막이 존재한다면···?”

[그건 개입하지 않습니다. 이건 반대하는 인원들도 있겠지만, 다수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은 아쉽지만 여러분들이 지셔야 하는 겁니다.]


세리아의 반응으로 보니 중립적인 그렇게 긍정적도 부정적도 아니었다. 중립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확실히 세리아 네 말도 일리가 있어, 그리고 저 녀석의 말도 일리가 있지. 지금 와서 고민해 봤자 늦은 일인데.”


호출이다. 시계가 반응하였다. 호출받은 신호에 아지트를 나를 부른 사람을 찾았다.

잘 나가는 길드들은 모두 각자 개인 공간이 생겼다. 성적이 좋지 않은 길드들은 폐쇄당하고 다른 길드로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우리 한테도 가입 신청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몇몇 존재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반갑습니다. 한성우라고 합니다.”


이미 수 백 명 되는 길드를 꾸리고 있는 한성우는 잘 나가는 길드 마스터였다.

길드원이 벌어다 주는 재화로 그의 길드는 우리 길드와 크기와 디테일에서 꽤 많은 차이가 났다.


“보시다시피 정리 전 이어서 길드가 많이 어수선합니다.”

“이런 가상공간에 정리할 게 뭐가 있다고··· 반갑습니다. 윤현성입니다.”

“하하, 역시 현성 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가 나와 뜻이 맞은 듯 굉장히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 뜻은 그냥 한 번 비꼬는 식으로 말한 것인데, 아무래도 내 말이 오해를 사게 한 것 같았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곳은 가상공간 현실이 아니죠.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이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확장시키려 합니다. 이미 세상은 저희들이 아니었다면, 망조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의 웃음이 불쾌하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멍청이가 아니라면 이쯤에서 눈치챈다.

이 녀석이 지금 우리들의 세계를 현실과 통합하려는 것이다.


“길드라는 걸 현실에서 운영하겠다?”

“그렇습니다. 눈치가 상당히 빠르시군요.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정신 나간 세계에 제가 인류의 구심점이 되어줄 겁니다.”

“정신 나갔군···”

“누군가는 비난하겠죠. 하지만 저는 그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윤현성 씨의 처음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리고 상처 입은 영혼··· 당신에게 완전히 꽂혔습니다. 자신의 죽음은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그런 용기, 우리는 그런 용기를 가진 자를 필요로 합니다.”

“거절합니다.”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듣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분 나쁜 미소로 나를 보았다.


“······.”

“왜 그렇게 웃지? 거절한다고 하면 나를 죽일 셈인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비인도적인 짓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역시 당신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당신에 대한 제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 진심에 응답해 줄 때가 있을 거라 봅니다.”

“절대 그럴 리 없으니 신경 끄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조언입니다.”


가라앉은 기분을 더는 끌어올릴 힘도 없었다. 영양가 없는 그의 대화에 지쳐버린 나머지 한숨이 나왔다.


“반대는 하지 않는 겁니까?”


밖을 나서려던 때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반대한다고 해도 생각을 접을 것 같지가 않아서, 제 입만 아플 뿐입니다.”


발걸음을 멈췄다.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랄 정도로 냉기가 가득 찼다.


“역시 더 마음에 듭니다. 그러면 기자회견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마음에 든다 말할수록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미소 짓는 걸 볼수록 보기 역해진다. 색안경 끼고 사람을 보면 안 되는 것일진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색을 단정 지어 버리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와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눠보니 끝까지 친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기분 더럽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022화 23.02.27 142 3 12쪽
21 021화 23.02.26 146 2 12쪽
» 020화 23.02.24 148 2 12쪽
19 019화 23.02.24 145 2 12쪽
18 018화 23.02.23 154 2 12쪽
17 017화 23.02.22 168 2 12쪽
16 016화 23.02.21 190 2 12쪽
15 015화 23.02.20 199 2 12쪽
14 014화 23.02.19 223 4 12쪽
13 013화 23.02.18 220 4 12쪽
12 012화 23.02.17 241 3 12쪽
11 011화 23.02.16 257 3 12쪽
10 010화 23.02.15 269 4 12쪽
9 009화 23.02.14 293 3 12쪽
8 008화 23.02.13 337 4 12쪽
7 007화 23.02.12 359 5 12쪽
6 006화 +1 23.02.11 386 4 12쪽
5 005화 23.02.10 419 5 12쪽
4 004화 23.02.09 455 5 12쪽
3 003화 23.02.08 547 5 12쪽
2 002화 23.02.07 669 8 12쪽
1 001화 +1 23.02.06 968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