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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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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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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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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0화

DUMMY

우리는 블랙 필드 앞에 섰다. 도시가 색을 잃었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단 한발자국만 들여도 왠지 생명력이 흡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주는 블랙필드는 녹색 괴물이 말했던 것처럼 사실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요? 무리해서 올 필요가···”

“동생 학교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동생이 있었군요··· 많이 아끼시나봐요.”

“그럴리가요. 사이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일단 가족이니까요.”


이하루가 납득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족이 좋은 것이지···”

“정말 괜찮겠습니까? 민재 씨, 지금 발걸음을 돌리셔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퍽이나 그럴 거 같냐? 나는 너네들 죽어서 귀신이 되어 원한사기는 싫다. 죽어도 같이 죽는 거여. 내가 죽으면, 죽어서 너를 원망해 주겠으니까 걱정마라.”


이재민이 더는 말하지 말라는 듯 손바닥을 펼쳐 그만하라는 뜻을 내보였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는 해줄 말이 없었다.

우리는 블랙 필드로 입장하는 균열을 타고 들어갔다.

엄청나게 끔찍한 광경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보기보다 멀쩡한 곳이었다. 왠 풀이 가득한 자연이 나오는 바람에 우리 모두 떨떠름한 반응이 되었다.


“여기는··· 그냥 숲인데요?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균열에서 이어진 다른 차원이지 않을까요? 확신할 순 없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차원을 침공한 몬스터, 우리라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 못 할 이유는 없었다.

이하루가 신기한 듯 쪼그려 앉아 흔들거리는 풀잎을 만졌다.


“풀냄새도 나요. 이건 정말 환상이 아닌 것 같아요.”


풀잎이 발목을 간지럽혔다. 우리의 감각이 이곳이 환상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높고 낮은 언덕들이 눈에 들어온다.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숲에서 뭘 해야 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들리시나요?]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아무래도 헬멧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괴물?”

[잘 들리시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이쪽에서 연결이 안 되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습니다. 블랙 필드에 입장하신 것 같군요,]

“입장은 제대로 했습니다만··· 풀 밖에 없는 공간에서 뭘 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여러들을 서포팅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좋은 소식이었다. 다행히 목적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모두 괴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지 모두 좋아하는 중이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블랙 필드는 정말 위험합니다. 여러분들은 목숨을 걸고 블랙 필드의 침식을 막아주셔야 합니다.]


괴물이 우리 정신을 깨워주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이르다. 우리는 낯선 미지의 땅에 길 잃은 미아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다행인 것은 녹색 괴물이 우리를 안내해 준다는 점이다.


[북쪽으로 쭉 가다보면 거점지가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블랙 필드의 강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가 말해준 대로 북쪽을 향해 걸었다. 뒷말이 궁금하여 물었다.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블랙 필드는 다른 차원과 연결된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 차원의 힘을 자신의 차원으로 끌어오는 것이지요. 그 힘의 반응하여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의 틈에서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타 차원이라니, 들으면 들을 수록 믿기지 않는 말들이군요.”

[정말 믿을 수 없습니까?]


녹색 괴물이 말한다.

믿을 수 없을리가.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뭐하나 더 끼얹는다고 믿지 못할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건 현실이었고,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차원 전쟁이로군···”


꼴이 꼭 그렇게 느껴졌다. 미증유의 힘을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생각을 정리하며 조심스레 걸었다.

거점에 도착했다. 사람이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거점 중심에 검은 수정이 빛을 뿜고 있었다.


“검은 수정구가 떠있는데, 혹시 저게 블랙 필드를 유지하는 힘입니까?”

[그렇습니다. 타차원의 힘을 뺏어와 마력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중입니다.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 먼저 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더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일 테지.


“현성 씨··· 설마 저희 같은 사람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요?”


거점을 주시하던 이하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어쩔 수 없습니다.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한다만···

나 역시 사람을 죽이는 건 껄끄러웠다. 최대한 들키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게 이번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숨 죽여 지켜보는 것도 잠시 검은 수정의 낌새가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발동 되어 버릴 것 같이 검은빛을 발발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괴물!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답신을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들의 판단만으로 저들을 막아서야 했다.


“낌새가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저걸 제지해야 합니다.”

“동상 그게 가능하겠어···?”


검은 수정의 힘에 이민재가 두려워하는 낌새였다.


“앞서 말했든 민재 씨는 참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저걸 막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세를 낮춰 키가 큰 수풀과 높이를 같이했다. 수풀에 섞여들어가 그들의 캠프에 잠입했다.

아직까지는 들키지 않았다. 들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이하루의 숨소리가 극도로 긴장한 듯 불안정해 보였다.


“괜찮아요?”

“네,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힘겨운 미소와 함께 방패를 쥔 손에 힘을 주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등허리에 뜨뜨미지근하게 지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 그 느낌은 화끈한 열기로 돌변하며 엄청난 격통이 느껴졌다.


“끄아아악!”


몸을 굴렀다. 혹시나 몸에 불이 붙었나 확인하려고 했다. 다행히 몸에 불이 붙은 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빙 둘러보는 순간 뜨거운 상처와는 다르게 머리는 차갑게 식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둘러싼 열댓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포악하게 웃으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이미 저들의 함정에 걸린 것이다.

뭐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칼날을 빠짝 세워 더욱 천천히 다가왔다.


“현성 씨!”

“모두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상대들도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요.”


다행히 등허리에 마법이 관통할 정도로 강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슈트가 아니었다면, 살이 순식간에 지져져 끔찍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저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거 정말 어떡하죠···”

“일단 저희를 곧바로 저 세상으로 보낼 것 같지는 않군요···”

“어··· 저 녀석이 너를 보고 뭐라 말하는 거 같은데?”


어깨를 툭 치는 이민재의 손길에 눈이 따라갔다. 그들 중 모두 사나워 보이지만, 유독 사나워 보이는 인물이 우리에게 뭐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한 걸음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그가 천천히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우리의 거리가 세 발자국 남짓 했을 때, 나는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를 움직임으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곧바로 검을 뽑아 시선에 딱 걸리는 쪽으로 휘둘렀다. 검이 살짝 가로막히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은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둘을 해치웠다. 저들이 뭔가 당황하여 대비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동료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성 씨!”


그녀의 마법이 나를 스치며 앞에 있는 녀석을 꿰뚫었다.

쓰러져가고 있는 놈의 옆에 있던 녀석의 목을 그대로 꿰뚫었다.

푸욱- 잘 들어가는 검을 옆으로 힘을 주어 빼냈다.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쓰러졌다.

피융-!

순간 화살이 날아들어왔다. 화살은 우리가 입은 검은 슈트를 뚫지 못했다.

고통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바늘로 살갖을 쑤시는 고통이 느껴진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탓에 그 고통이 제대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대로 활을 든 녀석의 목을 가까이 다가가 베어버렸다.


“······.”


확실히 우두머리를 잃은 무리들은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다섯 명 그대로 우리보다 둘이 더 많았다.

변한 게 있다면 그들이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아니라, 이제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모두 힘을 내셔야 해요!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녀가 가진 능력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신기하다. 이렇게 말로 응원하는데 몸에 힘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힘을 발 밑으로 끌어모아 바닥을 박찼다. 땅이 뭉개지는 바람에 제대로 힘이 실린 공격을 아니었으나, 그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속도였다.


검이 녀석의 목을 스쳤다. 베기 스킬을 알맞은 순간에 사용하면 그 위력이 배가 된다.


[축하합니다.]

[스킬 ‘베기(E)’의 이해도가 대폭 상승하 하였습니다.]

[스킬 ‘베기(E)’의 랭크가 상승 되었습니다.]


베기가 랭크업 했다. 움직임이 더욱 기민해 지고 날카로워졌다. 희소식이라면 희소식 이었다.


[스킬 ‘베기(D)’를 사용합니다.]


고작 한 단계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 단계 올라섰다고 볼 수 없었다.

내 몸이 순간 쭉 미끄러지더니 이내 한 녀석을 베고 그 다음 녀석을 쫓았다.

겁에 질린 눈빛으로 도망가는 녀석까지 쓰러트리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민재 또한 창날에 걸쭉한 피를 묻힌 것으로보아 꽤 치열한 전투를 펼친 것 같다.


“끄, 끝났어요···”


그녀가 풀썩 주저앉았다.

자신의 얼굴에 피가 묻어있다는 것도 모른채 전투에 집중한 것 같았다.

그리고 전투의 후폭풍은 긴장이 풀리고 찾아왔다.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

손을 덜덜거리며 자꾸만 고개를 이러저리 정신 사납게 흔들었다.


“괜찮을 겁니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다.

떨림이 나까지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떠는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아 주었다.


“제,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저희를 죽이려 했습니다.”

“하,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세요! 하루 씨,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거예요···”


내 말에 조금씩 눈빛에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그녀가 단념한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아요?”

“···고마워요.”


아직 그녀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보였지만, 여기까지 무사힌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들리십니까? 통신이 잘 들리나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말한 적은 처리했습니다. 검은빛이 번쩍하더니 빛이 사라졌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합니까?”

[벌써 거기까지 오셨군요. 그렇다면 큐브 인벤토리에 주사기가 하나 존재할 겁니다. 그걸 거기게 꽂으시면 됩니다.]


그의 말대로 인벤토리에 정말 주사기가 존재하였고, 곧바로 꺼내들어 검은 수정에 꽂았다. 지긋지긋한 이 공간에서 나오고 싶었다.

주사기를 꽂은 순간 수정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졌어요.”


그녀가 신기한듯 검은빛이 감도는 주사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도 돌아갈 길이 생겼죠.”


내 앞 즉, 검은 수정이 있던 자리에 강력한 바람의 흐름이 느껴졌다.


“돌아가도록 하죠 피곤하네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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