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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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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2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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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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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7화

DUMMY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우리는 이민재의 스킬을 이용하여 그들의 눈을 피할 곳을 선택했다.


“저게 검은 수정이에요···”


수정의 크기는 굉장히 거대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수정들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비교되는 크기다.


“저러다가 먼저 채취하겠어요, 가서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잠시만···”


이하루가 전전긍긍하며 보챘다. 하지만 조금 이질적인 기운에 손을 들어 그녀를 잠시 세웠다.

조금 기운이 이상하다. 뭔가 께름칙한 기운이 느껴진다. 검은 수정 앞에 선 그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걸 눈치챈 동료들이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빛살을 가르며 그나마 어두운 숲을 밝혀주었던 햇빛도 이제 소용이 없다.

검은 먹구름에 가려 햇살이 들어올 틈조차 막혀버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들의 검은 눈동자가 더욱 검게 변하며 초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가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들킨 듯하다.


“아무래도 들킨 것 같군요···”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저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우리들의 존재를 이미 눈치챈 것이다.


“모두 나오지 마세요.”


수풀 속에 숨어있던 몸을 일으켰다. 하도 쭈그려 있더니 온몸이 찌뿌둥한 것이 느껴졌다. 지켜보던 언덕에서 훌쩍 뛰어내려 그들과 마주하였다.

초점 없는 눈동자와 마주하니 겁이 난다. 무엇에 조종당하고 있는지 몰라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바로 저 뒤에 있는 검은 수정의 힘인 듯했다.


“들리나?”


반응이 없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날 응시하며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살기 가득한 적의를 가득 품고 있었다.


“···죽인다.”


나와 시비가 붙었던 놈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달려들었다.

검을 들고 빠르게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허공을 날카롭게 가르며 첫 타를 헛친 그가 발목을 틀어 횡으로 그었다.

검을 뽑아 그대로 땅을 찍어 횡으로 그어지는 검로를 미리 차단했다. 막힌 것이 당황스러웠던 것인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려 하였지만 그럴 틈을 주진 않는다.

그대로 몸을 회전시킨 힘으로 뒷발로 그의 복부를 밀어찼다. 회전하는 힘과 그가 달려오던 힘이 맞물려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한 놈을 보내면 다른 한 놈이 달려들었다. 이번엔 창을 가진 놈이 긴 창대를 쭉 찔렀다.


“현성 씨!”


이하루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라 크게 위협이 되진 않았다.

이상하다. 전부터 느껴왔지만, 감각이 이상하다. 모든 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이라면 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킬 ‘마력의 칼날(C)’이 발동합니다.]


검에서 푸른빛이 샘솟았다. 그 무시무시한 푸른 광채가 놈이 들고 있던 창대를 반으로 잘랐다.

걸리는 느낌 없이 아주 매끈하게 잘라냈다. 그는 당황하였는지 반으로 잘린 창대를 번갈아 보았다.

이 스킬은 마력의 소모가 심하다. 아직 마력 스텟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마력이 소모하는 값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스킬을 사용할수록 익숙해지는 법이 중요하다. 역시 처음 사용했을 때와는 다르게 포인트가 줄어드는 것이 조금 줄어들었다.


“역시 숙련도가 존재하는 것 같군···”


좋은 경험이 됐다. 검에서 피워 오르던 푸른 불꽃이 꺼졌다.

놈들을 상대하는데 마력을 낭비할 수 없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동시에 달려들었다. 창대가 반으로 잘린 창대를 양손으로 잡아 마치 쌍수검처럼 사용하였다.

움직임이 둔하다. 그리고 빈틈이 매우 많이 보인다. 이대로 검을 찔러 넣는다면, 단번에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것은 서로 간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세리아도 그러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후우···”


짧은 숨을 토함과 동시에 검을 찔러오는 그의 팔을 순식간에 낚아채 그대로 반대로 들어 올려 땅에 매다 꽂았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그가 반으로 잘린 창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런 공격으로는 절대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

아직 팔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창을 피해는 움직임으로 놈의 팔을 자연스레 꺾였다.


“제발 그만하세요!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에요!”


이하루의 소리에 그들이 잠시 행동을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효과가 있다.


“하루 씨! 조금 더 소리쳐주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스킬이 생각났다. 처음 만났을 때말해주었던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스킬, 그 스킬이 어떤 스킬인지 감이 찾아왔다.

이번 일에 핵심이 그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계속 정신을 일깨워주는 말을 해주었다. 조금씩 풀려있던 눈동자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눈동자에 힘이 들어왔을 때 그간 당했던 고통이 한순간에 찾아오는 듯 고통이 가득한 비명이 숲 속을 울렸다.

시간이 지나고 나머지 둘은 내 눈앞에 무릎 꿇린 채 고개를 땅에 박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하겠다고?”

“······.”

“아까 숲 속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해보라고. 나를 죽인다고 했지?”

“그, 그건··· 홧김에···”


그가 비굴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홧김에라··· 절대 그렇지 않아 보였는데 믿어주겠어. 하지만 조건이 있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우리에게 협력해라.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는 조건이야.”


멍청한 제안이다.

그들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뒤통수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내 뒤통수를 친다면 명분이 생긴다. 직접 단죄할 수 있는 명분이. 그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모험은 감수할 수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그들이 힘 앞에 굴복하여 고개 숙이고 무릎 꿇는다 할지라도 이들의 마음까지 굴복시킬 순 없다.

사람은 간사하다. 한 순간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면,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라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게 사람인 법이다.


“좋다··· 협력하겠다. 너희들의 뒤통수를 치지 않겠어! 그게 조건이라면 너무 쉬운 것 같으니 정보를 주겠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좋아.”


그가 꽤 순종적인 척 연기를 앞세웠다. 물론 그게 연기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연기라고 확신한다.


“왜 다른 길드원들은 어디 가고 너희 둘만 남아있는 거지? 그 녀석들도 죽여버린 건가?”

“그렇지 않아··· 먼저 버림 당한 쪽은 우리들이다. 우리는 그 녀석들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쫓고 있었다고.”

“버림 당해?”


그의 얼굴을 쳐다보니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입 열지 마라. 우리도 당장 버리고 싶어 지니까. 그래서 너희들이 알아낸 것은?”

“세리아가 우리한테 정보를 주고 갔다. 이곳의 이름은 마령의 숲, 숲의 마령들이 사람들의 욕망을 증폭시킨다고 했어. 내가 너를 공격한 것 또한···”

“···나를 향한 증오심이다.”

“증오심까진 아니고, 그냥 싫어한다는 뭐 그 정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입 다물어.”


차갑게 쏘아붙이자 입을 꾹 닫아버린 그가 다시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마령의 숲이라··· 그래도 천사들의 합창이 있으니 정신 공격에는 정항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에요!”


쭈그려 앉아있던 이하루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웃어 보였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아무래도 이번 블랙 필드 또한 우리를 위한 판이 아닌가 싶군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동생의 눈치를 살폈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닌데, 고요하니 왠지 폭풍 오기 전날 밤과 같았다.


“윤지혜, 너는 무슨 스킬을 갖고 있어.”

“나, 패시브는 고양이의 눈? 그리고 액티브 스킬은 약점공격···”


동생의 스킬은 전형적인 암살에 치중된 스킬이었다.

빠른 기동성과 밤을 훤히 보는 눈, 그리고 액티브 스킬로 화룡점정을 찍는 약점공격까지. 완전히 암살자의 그릇이었다.

내가 제일 애매하다. 한쪽으로 특화된 역할군이 아니다. ‘불굴의 의지’나 ‘베기’ 그리고 공격 특화 스킬인 ‘마력의 칼날’ 이 세 가지 스킬 모두 특색 있는 스킬은 아니다.

이하루처럼 아군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민재처럼 지형을 밝혀 길잡이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애매모호한 역할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공격력이 부족하니 내가 대신 나서야 했다.


“지금 방법으로서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군요. 일단 저 검은 수정부터 어떤 건지 확인해 봅시다.”


휴식을 그만두고 자리를 정리한 뒤에 검은 수정의 앞에 섰다.


‘가지 마···’

‘살려줘···’

‘그만둬···’


여러 복합적인 소리가 동시에 귓불을 스쳤다.

굉장히 께름칙한 소리였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리에 이들의 목소리가 바로 마령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아무래도 저 검은 수정이 마령들을 붙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마령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푸른빛이 넘실거린다. 마력이 빠르게 소모된다.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을 뿜어냈다.

그대로 검은 수정의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그었다. 깔끔한 실선이 뒤늦게 그려져며 이내 검은 수정이 반으로 쪼개졌다.

방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그 여파에 부는 바람 소리가 사람의 비명과 비슷한 소리였다.


“끔찍하군요···”


검은 수정을 없앤 뒤로 주변을 갉아먹고 있던 먹구름이 사라졌다. 어둡던 숲길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이내 다른 다른 숲길이 나왔다.

이게 정답이었다. 다음 관문으로 향하기 위해서라면 욕심부리지 않고, 검은 수정을 깨부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숲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짙은 안개는 사람의 방향성을 상실한다.


“안개가 걷혔어요···”


자욱한 안개는 아니었지만, 정말이었다. 그리고 이재민이 소리쳤다.


“다음이 나온다! 어째 똑같은 지형만 반복되는 것 같더라니 새로운 지형이다.”


성공이었다. 검은 수정에 욕심을 가진 그들이 입을 쩍 벌리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껏 멍청하 표정이 올라온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따라올 거야?”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맹렬히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곳에 검은 수정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아마 우리보다 빨리 중앙으로 나아간 길드도 있을지 모른다.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노력했다. 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긴 하다.


“다들 앞으로 나아갈 준비는 되셨나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

“그럼요···”


대답하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웃음이 미소가 지어졌다.

두 사람 모두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비관적으론 이런 미쳐버리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친 세상에서 미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죽음을 재촉하기 마련이다.


“웃음이 나오냐 미친놈들···”


뒤쪽에서 즐기지 못한 자의 욕지거리가 들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어찌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는 넌?”


녀석에게 묻는다. 내 말을 들은 녀석이 순식간에 웃던 표정을 지웠다.


“우, 웃기는 내가 언제 웃었다고 그래!”

“그러면 뒤통수 칠 생각에 웃은 건가?”


내가 말하고도 웃음이 나온다. 꽤 재밌었다고 느꼈는데, 새파랗게 질리 놈의 표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야지. 웃지 마 인마.”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혼란이 있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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