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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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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3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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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5화

DUMMY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내 몸은 쓰레기였다. 일주일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운동을 죽어라 했다.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여전히 볼품없는 몸이었다. 옛날처럼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릴 거 같았다.


“너무 힘들게 운동하는 거 아니니?”


내 변화로 인해 우리 가족은 꽤 크게 변했다. 수척했던 어머니의 근심을 조금 덜어드리는 것으로 그늘졌던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


“······.”

“왔니?”


내 동생 또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것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처음엔 철천지 원수처럼 째려보던 것도 이젠 투명인간 취급했다.

대답도 안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어머니가 한숨을 푹 쉬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제가 쌓아올린 업인데요. 언젠가는 얽힌 줄을 풀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하나밖에 없는 오빠한테 저게 뭐하는 짓인지.”

“오빠다운 행동을 했어야 오빠라고 부를 수 있죠. 저 녀석이 저러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내일은 뭐하니? 오랜만에 엄마랑 쇼핑이라도 좀 할까?”


어머니가 잔뜩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죄송해요··· 몸이 조금 안 좋아질 것 같아서, 내일은 조금 쉬려고 했어요.”

“그, 그래 그렇구나 그러면 집에서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실망한 기색이 스쳤지만, 어머니는 크게 내색하지 않아했다.

과일을 먹던 포크를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기 전 뒤돌아보았다.


“쇼핑은 다음에 꼭 같이 가요. 어머니.”


잠시 스친 표정이 생각난다.


“그러도록 하자꾸나.”


내가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내일이 그 녹색 괴물과 약속한 시간이 된다. 다시 그 큐브 속 세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때를 언제인지 특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방에만 있을 예정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큐브를 손에 쥐었다. 여전히 무게 조차 느껴지지 않는 큐느는 조그마한 빛을 뿜고 있을 뿐이었다.


“내일인가···”


두려워 해야 정상이지만, 마음이 편하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만난 이하루 때문인 것 같다.

그녀는 남은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혹시나 두려움에 떨고 있진 않을 지 걱정됐다.

익숙해져야 살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도피처로 사용했던 것과 과거에 몸을 단련했던 것이 진가를 발휘하여 이길 수 있었다.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행운은 준비되 자에게 찾아온다. 준비 되지 않은 자는 행운이 찾아와도 그걸 주울 수 없다.


*


다음날 아침 8시가 되자마자 큐브에서 전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두번째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다른 세상에 발을 딛었다.

빛이 사라지고 시력이 점차 돌아왔다. 이걸 몇번만 반복하면 왠지 장님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라고 사람들은 처음보다 편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진 모습이었다.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역시 그녀는 아무래도 10만의 인파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만남은 정말 우연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반갑습니다. 다시 보니 좋군요.”


녹색 괴물이 등장했다. 그는 부유하며 10만의 인파 중심에 섰다.

그래야 올려다 보기 편하니까 말이다.


“오늘 만남을 가진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설명해주기 위해섭니다.”


녹색 괴물이 제 자리를 한 바퀴 쭉 돌았다.


“손을 든 것은 잠시 내려주십시오. 질문은 나중에 따로 받겠습니다.”


괴물의 정중한 부탁에 사람들은 들어올렸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대형 화면 속에 10만 명의 인파를 그대로 잡아주니 그걸 보면서 그녀를 찾으려 하였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는 걸 포기하고 괴물이 말하는 것에 집중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재앙의 핵심인 균열을 막으셔야 합니다.”

“균열···”


괴물의 말을 되뇌이며 생각했다.


“균열이란, 여러분들의 차원을 침공하는 몬스터들의 통로입니다. 그들은 균열을 통해 여러분들이 사는 곳을 파괴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그 균열을 막아낼 10만 명의 전사들이죠.”


괴물이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 열기를 띠며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이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장하고 성장해서 마지막 균열까지 막아내기를 바라죠···”


그의 표정이 뭔가 스쳐지나간 듯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제가 일일히 설명해줄 필요가 없겠군요. 여러분들의 도심 한복판에 균열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균열을 막아낼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10만 명의 인파다.

숫자로는 얼마 되지 않아 보여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정도다.

그런데, 정확하게 녹색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내가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큐브를 꺼냈다. 은은한 빛을 계속 내뿜고 있었다.


“윤현성 씨. 당신이 가주셔야 겠습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거절은 없습니다. 만에 하나 거절한다면 큐브는 당신이 필요없다는 걸 느끼고 당신의 목숨을 빼앗을 겁니다.”

“그렇군요···”


큐브라는 놈, 아주 악질이다.

발을 뒤로 무를 수도 없었고, 우리들에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모두 여기를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윤현성 씨를 통해 큐브가 어떻게 사용 되는 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큐브는 빛을 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상상하십시오.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 당신이 상상하는 무엇이든 큐브는 변할 겁니다.”


상상이라···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걷다가 아버지의 걸음을 멈춰세웠던 시계가 떠올랐다.

눈을 떴을 때 빛나던 큐브가 사라지고 그날 아버지의 걸음을 멈추었던 시계가 팔목에 저절로 채워져 있었다.


“여러분들도 이 처럼 여러분들의 상상하는 것으로 변화할 겁니다. 큐브는 앞으로 여러분들의 재앙과 함께할 무기입니다.”


신기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낡은 것하며 내 기억 속의 모습과 상당히 일치했다.

그 순간, 시계에서 일정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눈 앞에 화면을 띄웠다.

그걸 조금 더 자세하게 보니 이번 균열 퇴치에 관한 것이었다.


“입장인원 최대 1~3명이라고 적혀있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파티를 맺고 가실 건가요? 아니면 혼자 가실 생각입니까.”

“혼자 가겠습니다.”


아직은 혼자가 편했다. 그나마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던 그녀 생각이 스쳤지만, 딱히 도움될 것 같진 않았다.


“부디 당신의 선택이 옳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눈을 돌렸을 때 그의 아쉬운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괜한 객기 부리고 있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입장 인원수까지 정해졌다면, 이제 준비가 완료된 것입니다.”

“혹시 질문이 있는데, 해도 됩니까?”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해도 좋습니다.”

“혹시, 제 모습을 가릴 수는 없습니까? 얼굴이 드러난다면···”

“가능합니다. 바로 다음 그걸 설명해 드리려고 하였습니다. 전신 슈트 설정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여러가지를 조작하여 전신 슈트 항목을 선택하자 검은색 슈트가 내 전신을 감쌌다.

흔히 전대물에서 볼 수 있는 검은 쫄쫄이로 멋은 없지만 신축성과 옷의 질감으로 보아 꽤 괜찮아 보이는 방어구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신분을 숨길 수 있게 도와주는 가면까지 착용하고 나서야 끝이났다.


“이게 여러분들이 재앙에 대응할 수 있는 최종 방어구 입니다. 여러분들은 재앙을 물리치면서 이 슈트를 강화도 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지체할 시간이 없군요.”


그의 뜻을 알아듣고 출격이란 항목을 눌렀다. 눈앞에 문이 하나 생성되었다.


“들어가십시오. 재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연결될 겁니다.”


막상 문을 마주하니 두려운 마음이 일렀다. 그러나 지금 두려워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었다.

손잡이를 잡았다. 아버지의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부디 저를 지켜주세요. 아버지.

밝은 빛으로 걸어들어갔다. 실상은 죽음의 경계선 상으로 걸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빛이 물러가고 건물과 건물 사이. 허공에 금이 가면서 재앙의 시작을 알렸다.


* * *


이하루는 화면 속에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두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눈물 방울이 맺혔다.


‘제발···’


사람들도 숨죽여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내가 나가야 한다며 객기를 부리는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조용히 저 상황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균열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들이 보았던 괴물들이 등장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기괴현상에 모두 기겁하여 놀라 도망치기 일수였다.

하지만 검은 슈트를 입은 윤현성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이하루는 그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었다.

균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오크다. 이하루는 오크를 보고 탄식했다. 자신을 위해 죽을 각오로 싸웠던 오크가 하나가 아닌 셋이다.


‘제발··· 제발···’


* * *


셋이다.

빌어먹을 오크가 셋이었다.

그래도 겁내지 않는다.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승산은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들을 겁내하지 않는다. 마음을 달리 먹은 지 오래다.

오크와 정면을 마주섰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이 느껴졌다.

오크들이 우락부락한 근육을 내세워 앞으로 달려왔다.

거친 숨소리와 힘줄이 돋아난 오른팔을 보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오크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그대로 왼편으로 피했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두꺼운 오크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이 뚜렸하게 느껴졌다.

그대로 힘을 주어 밀어내자 오크의 목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이 감각이다.

일격에 동료가 쓰러지는 걸 보자 나머지 오크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망설여서는 안 된다. 1초를 60으로 나누어 쪼개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들에게 숨 쉴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나머지 둘 모두 달려들었다.

앞으로 치고 나오는 녀석을 가볍게 어깨를 쑤셔 넣어 밀어주고 옆에 있던 녀석에게 ‘베기’를 시전했다.

정확하게 목을 베고 지나갔다.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전의를 상실하고 뒤로 넘어졌다.


“그런 표정하면 안 되지 않나··· 재앙이라며.”


나를 두려운 눈으로 올려다보는 녀석이 발로 땅을 밀면서 거리를 벌렸다.

내가 걷는 속도가 훨씬 빨랐지만 말이다.

전의를 상실한 나머지도 같이 온 녀석들 곁으로 보내주었다.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 처치를 완료했습니다. 큐브로 귀환하시겠습니까?]


왼쪽 항목을 누르자, 큐브에서 나온 문과 같은 것이 생성되었다.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들렸다. 완전히 도망친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다 찍고 있었다.

아무렴. 역시 가면을 쓰고있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손잡이를 밀었다.

빛이 사라지고 눈을 뜨자 녹색 괴물이 나를 향해 박수쳤다.


“고생하셨습니다. 아주 완벽하더군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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