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8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6 19:00
조회
257
추천
3
글자
12쪽

011화

DUMMY

[돌아오셨군요.]


노색 괴물이 내 앞으로 날아왔다.


[솔직하게 말해서 살아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슈트의 성능이 좋았습니다.”


살아 돌아올 줄 몰랐다니, 꽤 무서운 생각을 가진 괴물이었다.


[다행이군요. 블랙필드 너머 차원의 적들이 그렇게 강한 상대는 아니었던 것 같군요. 제 말이 맞습니까?]

“그 말 그대롭니다. 무장 수준도 저희보다 한참 아래였습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와 결속된 다른 차원들은 힘을 모으기 위해 다른 차원의 마력을 끌어와 사용합니다. 그래서 균열이 나타나는 거죠, 그것 때문에 여러분이 겪은 블랙필드 같은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말에 나를 포함한 일행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균열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차원에서 넘어오는 괴물들이 바로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몬스터입니다. 고블린, 오크 지금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오우거를 비롯한 각종 몬스터들이 이곳을 습격할 겁니다.]

“우리들이 강해질 방법은···”


녹색 괴물이 내 아래로 향했다.


[바로 저 검은 수정에서 뽑아낸 힘입니다. 이 힘을 여러분들의 체내로 흡수하게 되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슈트가 있다면 다르지요. 중화시켜 체네로 흡수되는 걸 도와줄 겁니다.]

“하지만 블랙필드가 꼭 생성되어야만 강화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균열을 정화하게 되면 힘이 자동적으로 흡수됩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그곳에서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검은 수정의 힘은 슈트의 힘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검은 액체가 가득 든 주사기를 흔들었다. 찰랑거리는 액체가 기분 나빴다.

심지어 불길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목숨을 취하고 얻어온 것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힘을 취하기 위해 위함이었으니, 털어버리는 게 앞으로가 좋을 것 같았다.


“이 힘은 현성 씨가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렴 제일 고생도 많이 했는데,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들의 말에 내가 다시 한번 동의를 구했다. 혹시나 다른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올 수도 있으니 물어본 것이다.


“그래그래, 우리는 어차피 한 팀 아니야?”

“······.”


이민재를 동료라고 인정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믿고 블랙 필드의 위험을 감수하며 따라와 주었다.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해보겠습니다.”


검은빛을 조금씩 슈트가 흡수하는 것이 느껴졌다.


[정체불명의 힘을 흡수하였습니다.]

[슈트가 비정상적인 힘을 감지합니다.]

[정체불명의 힘을 마력을 치환하는 과정에서 마력 손실률 10% 이상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당연하다. 이제 와서 거절할 것도 없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능력치를 설정할 수 있는 항목들이 나왔다.

근력과 반사신경 그리고 마력으로 이렇게 세 가지가 존재했다.


“마력은 제가 아는 마력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질적인 기운을 다루는 데 익숙해지실 겁니다. 그리고 마력의 최대량이 증가할 것일 고요.”


그렇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마력에 5포인트를 투자했다.


[전부 마력에 투자하셨군요.]

“근력과 반사신경은 제 본능을 믿겠습니다.”

[때로는 한 가지에 몰아주는 선택이 옳을 때도 있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큐브가 가진 시스템이 물어보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버튼을 눌렀다.

신비스러운 힘이 조금 느껴졌다. 이 공간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 즉 큐브의 공간은 마력 그 자체였다.

능력치를 배분하지 않았을 때는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그건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정말 블랙필드까지 정화하실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부디 다 막지 못한 블랙 필드까지 모두 막아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녹색 괴물이 말을 끝마치고 모습을 감췄다. 더 이상 우리도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만 저희도 헤어지는 걸로 하죠.”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직도 이곳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이곳에서의 한 시간이 우리 현실 세계와 10분 정도 지나갈 겁니다. 그리고 블랙 필드의 균열에서 다른 차원으로 들어갔을 때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 것까지 계산하시는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호기심으로 계산해 본 것뿐이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짧게 인사한 후 균열을 빠져나오니 익숙한 공간이었다. 적절한 순간에 어머니가 내 방문을 열고 곧장 들어왔다.


“뉴, 뉴스 봤니? 현성아? 아이고··· 우리 딸 이제 어떡한데···”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

“아니 그게 그러니까··· 잠깐 나와보거라.”


어머니가 다급하게 손짓하며 거실로 나갔다. 자칫 느긋해 보이면 안 되니 적당히 다급한 척 걸어 나오자 이번 일에 대한 뉴스 보도가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다.


“이것 좀 보렴··· 하필 우리 지혜가 다니는 학교에··· 세상이 망하는 건지 나 원 이게 무슨 일이라니···”


어머니가 세상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탄식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혜한테 아무런 일도 없을 거예요.”

“···나 왔어.”


말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온 동생이 우리를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보는 중이었다.


“엄마는 왜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인데?”

“아이고 내 딸··· 다친 곳은 없니? 아이고 너한테 큰일 났으면 어쩌나 싶었다니까!”

“난 괜찮아. 그 검은 뭐시기 때문에 학교도 난리가 아니야··· 덕분에 임시 휴강 때리고 내일부터는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하네.”


동생의 반응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호들갑이라도 떨어야 정상인 법이었다.

무덤덤한 동생의 표정에서 불현듯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동생도 그 큐브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침착할 수 없었다.


“나 잠시 오빠랑 마트 좀 다녀올게, 괜찮지?”


따라 나오라는 듯한 눈짓을 받았다.


“어머니 잠시 지혜랑 마트 좀 다녀올게요. 무거울 짐 들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혹시 오늘 필요한 거 있으세요?”

“너희들 저녁 먹고 싶은 거 사 와주겠니? 그래도 다행이구나 저런 곳 근처에 가지 않아서··· 딴 길로 새지 말고! 알겠지?”

“엄마! 우리도 참, 아기 아니라니까···”


동생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집에서 꽤 멀어졌어도 동생이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다가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너, 뭔가 나한테 할 말 없냐?”


동생의 눈빛에 그녀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순순히 내가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캐물었다.


“별로···”


동생이 비웃으면서 내 손목을 바라보았다. 아차 하는 마음에 급히 손목을 가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못 보던 시곈데. 그건 어디서 난 거야? 방구석에서 처박힌 오빠가 선물 받았을 리는 없고 훔친 것도 아니고··· 과연 어디서 손에 넣었을까?”


날카롭게 뜬 눈으로 나를 추궁했다. 그 모습이 범인을 취조하는 형사와 흡사했다.

동생의 반응은 이쯤 됐으니까 그냥 실토하라는 듯했다.


“너도 혹시 큐브 받았냐?”


동생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걸 보고 확신했다. 동생도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던 것이라는 걸.


“받았어.”

“······.”


동생이 팔을 내민 것을 보았다. 그녀의 팔목에는 팔찌를 차고 있었다.


“이거 기억나냐?”

“···너 그걸 아직도 들고 다니는 거야?”

“멍청아··· 큐브가 팔찌가 됐다고 생각은 안 해보냐?”

“그러니까 이해가 안 돼서 그렇지···”


몇 년 전 내가 선물해 줬던 팔찌다.

생일 선물을 사 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냥 대충 지하상가에서 골라온 것.

얼마 안 하는 팔찌였다. 아이스크림 두 개 정도 살 수 있는 거?


“너, 그 꼬라지 되고 내가 얼마나 널 원망했는 줄 알아? 나랑 엄마의 고통을 네가 알기나 하냐고.”


무덤덤하게 이야기 했지만, 동생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상처받은 상태였다.

물론 그걸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었다.

병 주고 약 주는 걸 하진 못해도 더 이상 병을 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날 네가 우리한테 휘둘렀던 무관심 나는 그걸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동생의 말이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가슴이 저릿했다.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꼭 그 이야기를 들어야만 내가 나아갈 수 있었다.


“미안하다···”

“···그게 미안하다고 끝날 일이야? 나는 절대 못 잊어··· 죽어서라도 널 원망할 거야.”


가족에게 그런 말을 듣는 기분 말로 설명 못할 정도로 비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싼 놈이었다.


“그 블랙필드 들어갔던 이유가 혹시 나 때문이냐···”


정말 묻고 싶은 건 그거였나.


“그래.”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동생의 학교가 위험에 처해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다면 내가 뭐 고맙다고 좋아해 줄 줄 알았어? 가식 떨지 마.”


날 선 말투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좋아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그냥··· 네가 죽으면 어머니가 슬퍼하니까. 그런 것뿐이야.”

“멍청아! 거기서 그딴 말이 나오냐? 진짜 정신이 어떻게 돼먹은 거 아니야? 내 눈 똑바로 보라고!”


호들갑에 처음으로 동생의 눈을 보았다. 계속 시선을 아래로 두니 표정을 본 적이 없었고, 동생이 울먹거리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내가 왜 이 팔찌를 선택했는데··· 웃기지도 않아? 나한테 제일 끔찍한 기억을 남긴 건 넌데, 내가 가장 그리워하고 있던 것도 바로 너라는 게··· 정말 웃기지도 않아··· 이 빌어먹을 오빠야.”


전자는 알고 있다. 그 당시 나한테도 그 기억은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하지만 동생이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건 몰랐다.

내가 방에 틀어박힌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한테 몹쓸 짓을 했다는 것···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선택이 우리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었고, 내 선택은 전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애초부터 어긋났기 때문에···


“하필 그게 떠오르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다고. 괜히 오해하지 말고 들어.”


동생이 볼멘소리를 했다.


“그래··· 오해하지 않아.”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지킬 수 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지켜야만 한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석양이 힘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왜인지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괜히 코가 간지러웠다.


“우냐··· 멍청이···”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그래도 그때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고 말 못 했다··· 뭐 내가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동생의 말 때문에 흐르던 눈물이 말라버렸다.


“그러고 보니 왜 그 녀석이랑 같이 클럽 간 거야?.”

“우리 학교 4학년 과대 선배. 내가 죽이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생각나더라.”

“일부러 문자 보냈냐?”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을 보니 기가 차 말도 안 나온다. 옛날부터 그쪽으로 머리가 비상하던 녀석이었다.


“야··· 내 감동 돌려내.”

“뭐래··· 감동받을 게 뭐가 있다고. 그거 알아 나 아직 너 용서한 거 아니다?”

“······.”

“할 말 없지?”


장난스럽게 웃는 동생을 뒤쫓았다.


“야! 너 거기 안 서!”


도망가는 동생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워 올랐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괜히 다시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022화 23.02.27 142 3 12쪽
21 021화 23.02.26 146 2 12쪽
20 020화 23.02.24 148 2 12쪽
19 019화 23.02.24 145 2 12쪽
18 018화 23.02.23 154 2 12쪽
17 017화 23.02.22 168 2 12쪽
16 016화 23.02.21 190 2 12쪽
15 015화 23.02.20 199 2 12쪽
14 014화 23.02.19 223 4 12쪽
13 013화 23.02.18 220 4 12쪽
12 012화 23.02.17 241 3 12쪽
» 011화 23.02.16 258 3 12쪽
10 010화 23.02.15 269 4 12쪽
9 009화 23.02.14 293 3 12쪽
8 008화 23.02.13 337 4 12쪽
7 007화 23.02.12 359 5 12쪽
6 006화 +1 23.02.11 386 4 12쪽
5 005화 23.02.10 419 5 12쪽
4 004화 23.02.09 455 5 12쪽
3 003화 23.02.08 547 5 12쪽
2 002화 23.02.07 669 8 12쪽
1 001화 +1 23.02.06 968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