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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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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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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2,617

작성
23.0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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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5화

DUMMY

길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정말 서로의 목숨을 맡기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제 다른 사람들도 블랙 필드에 대한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세리아가 내건 조건 중 하나인 마지막 남은 블랙 필드에 들어가기 위해선 길드를 만들고 그에 대한 시험에 통과해야만 블랙 필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무턱대고 길드만 만든 다고 해서 절대 들어갈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수빈이라고 합니다. 윤현성 씨 맞으십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내 정체를 물어보는 그는 아마 진작에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맞습니다.”

“혹시 길드를 만드셨습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그의 반색하는 웃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기뻐하는 눈치다.


“혹시 저희 길드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저희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현실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현성 씨가 원하는 무엇이든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의 콧대가 꺾일 줄 모르고 높아졌다. 아무래도 현실에서도 꽤 힘이 강한 쪽에 속한 사람인 듯했다.

내 인생을 송두리재 바꿔버렸던 황인석의 존재처럼 그의 웃음이 황인석과 겹쳐 보였다.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됐습니다.”


좋게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끈덕지게 따라붙는 자라 떨치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지 마시고···”

“원하는 걸 이뤄드린다고 하였습니까?”

“물론입니다··· 돈? 명예? 여자? 원하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뭐든 이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싸늘한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니 웃음조차도 놈에게 아깝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습니까?”

“······예?”


반응이 늦다. 그가 멍청한 표정으로 멍청하게 대답한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미친 세계를 얼른 끝내주기를 원합니다. 지금 당장.”


그제야 내 의중을 알아차린 그의 표정이 무슨 미친놈 보는듯한 표정이 되었다.


“들어가기 싫다면 말씀을 하셨어야죠. 제가 자존심 다 굽혀가면서까지 말하는데,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십니까?”


그가 두 눈을 부라리며 나를 째려보았다.


“계속 거절한 것은 접니다. 일방적으로 제안을 해온 건 바로 당신이고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그렇게 제가 만만해 보이십니까?”


덤덤하게 그의 눈빛을 받아낸다.

조용히 그를 응시하자 눈을 내리 까는 건 다름 아닌 그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세까지 죽은 건 아니었다. 그가 내게 바짝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현실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누구를 건드렸는지 확실하게 보여드릴 테니까요.”


끝까지 지고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좋다. 숨겨왔던 담력을 보여줄 차례다. 이런 녀석에게 꼬랑지까지 내리며 살 생각 따위는 이제 추호도 없다.


“좋습니다. 다만 저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손 든 것에 반응한 세리아가 붕 날아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PK란 개념도 존재합니까?”

[여러분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통상적인 PK는 불가합니다.]


녀석이 세리아의 말을 듣고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PK는 통상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모욕을 충분히 느꼈을 경우와 또한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PK가 아닌 이곳에서 영원히 추방당할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추방당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죽음입니다. 이곳에서도 필요치 않으니 이 어차피 망할 세상에서도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되겠지요.]


썩어 들어가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방금 전에 미소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세리아가 이곳에 있는 터라 큰 소리를 내지 못해 몹시 답답한 것처럼 보였다.


[도움이 되셨습니까?]

“충분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 대답을 듣고 그는 또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피차 서로 행동을 조심하자는 뜻입니다.”

“그렇군요··· 현성 씨의 뜻은 아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가 나를 지나치면서 서로 어깨를 강하게 부딪혔다. 일부로 그런 거라는 걸 안다.

잠깐 다시 불러 세울까 했지만, 정말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 참고 넘어갔다.


“잘 참았어요···”


조마조마한 눈으로 방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이하루가 미소 지었다.


“참긴요··· 못 참아서 이렇게 된 건데요.”

“아니요 그 정도면 잘 참은 거 아닌가요? 저였더라면 아마 뺨을 갈기는 걸로는 끝나지 않았을 거예요.”


처음 봤을 때 그녀의 인상이라면 지금 말을 믿지 않았을 테지만, 동생과 투닥거리는 걸 본 이상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길드는 정했나요?”


내 물음에 그녀가 고민하는 듯했다.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누군가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참··· 눈치도 없는지 도통 만들 생각을 안 하네요.”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의 의중을 눈치챘지만, 그건 좀 부담스러웠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아직 힘들다.


“에휴··· 그러게 말이야.”


또 옆에서 한숨 가득 섞인 말과 함께 머리를 배배 꼬았다.


“윤지혜 너까지···”


동생이었다. 토라진 모습으로 머리카락을 꼬는 동생을 보니 더욱 답답하다.

말리진 않겠다고 하긴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누구보다 이 일에 대한 위험성이 크다는 걸 안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겨 보기도 했고···


“동생이 그렇게 걱정되면 옆에서 지켜주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내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낸 이하루가 싱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 그건···”

“동생이 다른 길드로 들어가는 게 더욱 불안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요?”


이하루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치 빠른 동생 녀석은 같이 미소 지으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와 함께 박수까지 쳤다.


“맞아요! 내가 그렇게 걱정되면 나를 옆에서 챙겨주면 되는 거 아니야?”

“하아···”


한숨이 나왔다. 완전히 두 사람의 짝짜꿍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럴 때만 둘의 호흡이 기가 막혔다. 저번까지만 해도 서로 이빨을 드러내며 싸우던 사람들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나, 나도 그러면 대장 길드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


이민재가 숨 가쁘게 달려와 손을 들었다.


“아저씨도요?”

“그럼 그럼··· 내가 이래 봬도 스킬이 제국 창술을 들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 물론 C급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지형탐색도 들고 있어서 미지의 땅을 탐색하는 것도 좋지 않겠어?”


그는 자신의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창술을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는데, 그의 지형탐색이란 스킬,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스킬이다.


“한 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모두가 나를 원한다.

사실 피해 갈 수 없을 위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하루의 말도 일리가 있다. 동생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가장 옆에서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동생의 성장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고.

어쨌든 자기 몸 하나 지킬 정도만 돼도 안심이다.


“결정했습니다.”

“화끈한데 동상?”


이민재가 쾌재를 불렀다.


“길드를 등록하도록 하죠. 그리고 마지막 남은 블랙필드도 저희가 가져갈 겁니다.”


보란 듯이 세리아가 어딘가에서 튀어나왔다.


[좋은 선택입니다. 길드를 정하셨군요. 윤현성 씨를 필두로 만들어진 길드의 이름을 등록해 주시길 바랍니다.]


길드의 이름이라···


“뭐가 좋을 것 같나요? 모두 각자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나는 무적함대! 이게 좋을 것 같다 이 말이야.”


기각.

말로 알려주진 않았지만, 무조건 기각이었다. 역시 이민재··· 나잇값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명 센스하고는.

모두가 길드의 이름을 두고 고민한다. 나는 고민하는 척만 하면 된다. 길드장이 이래서 편하긴 하다.


“···여명.”


잔잔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든다. 동생의 목소리다. 그리고 여명이라는 말···


“굉장히 오랜만에 듣네. 여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라도 있습니까?]


뜻이라···

아버지가 했던 말이 있다.

누군가의 여명이 되어주라는 말이다. 예전에 동생이 갓난아기였을 때 일출을 보러 갔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때 아버지가 했던 말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동생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계속 몰랐을 것이다.


“희망의 빛입니다. 여명··· 어둠을 물리치고 밝게 떠오르는 출발을 알리는 여명입니다.”

[좋습니다. 좋은 뜻이로군요··· 축하드립니다. 여명(黎明) 길드로 등록되었습니다. 윤현성 씨가 본인을 포함한 길드원 최대 4명까지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네 명이라··· 운이 좋은 건지 의도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눈앞에 세 명이 보였다.


“일단 좋아요··· 여러분들께 묻겠습니다. 저와 함께 가실 겁니까? 저는 쉽게 가는 길은 잘 모릅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 될 거예요. 그래도 가시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습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 아이가! 나는 죽음까지 불사하고 너를 따라갔어! 우리의 시작은 좀 꼬였어도. 끝은 좋았잖아. 안 그러나?”

“민재 아저씨는 떨리는 두 다리 좀 멈추고 말씀해 주세요···”


내 말에 옆에 있던 여자 둘이 빵 터졌다.


“겁쟁이···”

“그러게요.”


서로 맞장구치며 비웃는 그들을 향해 똑같이 물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바라던 바야··· 어디 한번 방구석 게임 폐인의 실력을 좀 볼까?”


동생의 마지막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힌다.


“세리아···”

[부르셨습니까?]

“마지막 블랙 필드 우리가 정화하겠어.”

[아쉽지만 그렇게 단독으로 나오실 수 없습니다. 이미 블랙 필드 정화를 신청한 길드들이 여럿 나온 상태입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경쟁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못 박았다. 경쟁은 어쩔 때는 좋은 요소가 된다.

사기를 올려주고 지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은 곧 실적이 된다.


[하지만 아직 여러분들은 실력 검증도 마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블랙 필드에서 실력을 검증하겠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나?”


통할 리 없겠지···

솔직히 그냥 던진 말에 가까웠다.


[좋습니다. 윤현성 씨의 결과로 봤을 때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참가자 명단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블랙필드에 도착한 사람은 총 네 팀으로 구성됩니다.]


그가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이번 일에 성공할 시, 검은 수정의 힘은 여러분들의 슈트를 강화하는 일에 쓰이지 않을 겁니다.]


반발이 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부터 얼굴을 붉히며 뭐라 소리치는 옆 길드원이 보였다.


[여러분들이 정화에 성공하고 돌아오면 이곳에서 모이는 건 방해된다고 생각하여 수정의 힘으로 각자 길드의 개인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반발이 줄어든다.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아직도 날뛰고 있는 길드원을 길드장처럼 보이는 이가 잠재웠다.

그도 이번 일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협력이라··· 그닥 유쾌하지는 않군.’


바로 옆옆··· 비열한 표정으로 나와 신경전을 벌였던 놈이 날 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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