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701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7 19:00
조회
241
추천
3
글자
12쪽

012화

DUMMY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혼자서?]


잠시 균열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순간 귓속에서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렸다.

순간 섬찟했지만, 악의도 없었고, 익히 들어 아는 목소리라서 비명 내지르는 건 피했다.


“그렇습니다.”

[이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래도 들어가시겠습니까? 제 판단으로 윤현성 씨는 귀중한 인적 자원입니다 당신의 목숨이 곧 이 차원을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일지도 모릅니다.]

“전 그런 거창한 놈이 아닙니다. 3년 간 집구석 처박혀 있다가 나온 놈이 무슨 열쇠는 열쇠입니까.”

[자신을 낮추지 말아 주십시오. 큐브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당신이 곧 특별한 존재라는 겁니다.]


녹색 괴물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보다 계속 괴물이라 부르기도 불편한데 진짜 이름은 없습니까?”

[괴물이라고 부르셨던 건 다름 아닌 윤현성 씨 본인입니다.]


무덤덤한 말투에 더 할 말이 사라졌다.


[하지만 제 진명을 묻는 것이라면, 제 이름은 세리아입니다.]


세리아···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생김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냥 괴물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괴물이라 불러도 괜찮은 듯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도 이름을 들었는데, 괴물이라 부를 순 없지요. 세리아.”

[감사합니다.]


약간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름을 불러줘서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진입하겠습니다.”


블랙필드의 진입했다. 빛무리가 다시 한번 몸을 감싸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여러 번 겪어봤다고 어느새 이런 감각도 익숙해졌다.

눈을 떠 주변부터 살폈다. 혹시나 이상한 곳에 떨어졌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렇게 이상한 곳은 아닌 듯했다.

일단 케케묵은 냄새와 재채기가 절로 나올 정도로 수북한 먼지까지 햇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은 이곳은 아무래도 지하실인 걸로 추측됐다.


[음··· 이곳은··· 아무래도 교단의 비밀 실험장인 것 같습니다.]


비밀 실험장?

말만 들어도 심각하게 안 좋은 곳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확실했다.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문을 열어보려 하였지만, 열리지 않았다. 대신 뭐라 이상한 말을 지껄였다.


[무슨 말인지 해석해 드릴까요?]


자동 번역 기능이라니.


“가능하겠어?”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군요.]

“음······”


조용히 혼잣말로 속삭이는데, 뭐라 시끄러운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입도 벌리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군요.]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다른 행동으로 넘어가야 움직이든 말든 할 텐데. 이런 곳에 갇혀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자 어둠에서 눈이 점차 익숙해졌다. 아직도 시야를 가리는 어둠 때문에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갇혀 있었다.

그들이 내게 무언가 말을 전했다. 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군요.]


일단 그들의 말에 따라주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안면을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밝아졌다. 그들의 표정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모든 걸 포기한 표정이었다.


“이거 혹시 제 말을 알아듣게 만들 수도 있습니까?”


언어 자체가 다르니 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불가능합니다.]

“단호하군요.”

[언어를 배운다면 가능하겠지만, 이곳은 다른 차원입니다. 이곳의 언어를 배우기에는 현성 씨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추천드리고 싶군요.]


살짝 놀란 목소리로 말하자 내 옆에 있던 자들이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내 소리에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 뒤로 말없이 가만히 있자, 굳게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열렸다.


[나오라고 합니다.]


눈치껏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맞춰 이동하였다. 그 순간 내 복장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공격하는 순간 내 행동이 보다 조금 빨랐다.

그의 검을 뺏어 그대로 목을 날렸다. 분리된 몸체가 스르륵 쓰러졌다. 그게 신호탄이 되어 상황이 묘한 흐름을 탔다.


[무슨 짓입니까?]

“먼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제가 죽었을 겁니다.”


길게 쭉 이어진 좁은 통로다. 이것만큼 안 좋은 게 있을까.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앞에 뭐가 가로막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았다.

통로를 막아놓은 문이 벌컥 열리면서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조심하십시오!]


활을 보자마자 자세를 낮춰 그대로 바닥을 미끄러졌다.

생각보다 매끈하게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벽 옆면을 탔다. 몇 걸음 이동한 것 만으로 기적이다.

정말 될 줄은 몰랐는데, 이게 됐다.

빼앗은 검으로 그대로 세 명의 목을 동시에 베었다. 그대로 아무 저항도 못하고 쓰러진 그들의 활과 화살을 챙기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뒤쪽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반란인가···]

“제가 한바탕 뒤집어 놨으니 그들 차례 아닙니까. 이런 시나리오가 원래 정상입니다.”


고성과 끔찍한 비명 그리고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좋습니다. 이대로 쭉 달려 나가십시오!]


그의 말대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슈트의 모든 힘을 끌어다 쓰는 기분이었다. 두 다리가 공중에 붕 뜬 체감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다리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곳은 지하 유적지인 것 같은데요?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곳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죽을 것 같은 순간이다. 이미 폐는 그 할당량을 다하여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심장 박동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이대로 달린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스킬이 있다. 불굴의 의지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나의 한계를 정해주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있다.


[다리가 끊어졌습니다.]


긴 회랑이 이어진 다리를 건너는 중에 멀리서 다리가 끊어진 것이 보였다.


[거리가 최소 20m 이상은 되는 거리입니다. 다른 길로 우회해야 합니다.]

“저기로 가면 블랙 필드를 정화할 수 있는 겁니까?”

[바로 앞에서 거대한 에너지 원을 발견! 90%의 확률로 정확할 겁니다.]


그렇다면 멈출 수 없다. 한계에 다다른 폐를 쥐어짰다.

타이밍을 잡는다. 지금! 아니 두 발자국 더 뒤다.


[자살 행위나 마찬가집니다!]

“이미 늦었어요!”


턱에 살짝 걸쳐 그대로 뛰었다. 누군가 뛰는 쪽을 향해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좋은 느낌이었다.

그대로 팔을 허우적거리며, 볼록하게 튀어나온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이에 돌이 빨려 들어가 듯 일정 부분까지 떨어졌을 때 아예 보이지 않았다.


“···성공했습니다.”

[정말 성공하실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하나 죄송한 말씀이 있습니다.]


이어진 문을 열고 통과했다.


“그게 뭡니까?”

[사실 20m가 아니라 그 두 배 정도 되는 거리를 뛰신 겁니다. 40m라고 하면 겁먹어서 못 뛰어내릴까 봐···]


세리아의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뒤돌아본다 한들 이미 문이 닫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거리를 뛰었다고?

슈트의 힘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남자 멀리뛰기 신기록이 8m인 것을 보면 이건 세계를 초월한 기록이었다.

물론 비공식이지만. 어쨌든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안내 부탁 드리겠습니다.”


사실 안내받을 것도 없었다. 원통형 계단을 쭉 오르고 올랐다. 지상 몇 층까지 계속 이어진 계단의 꼭대기에 다다랐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도대체 이곳이 어떤 곳이길래···


[강한 에너지 파동이 느껴집니다··· 조심하세요.]


강한 파동이라.

마력에 포인트를 투자한 탓에 그런 파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강한 파동에 굳게 잠긴 문을 걷어찼다. 강철로 된 문짝이 휘어지며 요란스럽게 열렸다.


“이건···”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흰 천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사람이 모두 검은 수정을 향해 참배를 들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검은 수정 바로 앞에 검은 옷을 입고 그들의 참배를 지도하는 자가 보였다.

딱 봐도 알 수 있다. 저 놈을 해치워야 이 일이 끝난다. 인정사정 볼 것도 없다. 곧바로 녀석을 향해 뛰어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의 존재를 의식한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 흉측한 안광이 나를 꿰뚫어 보았을 때 몸이 무거워졌다.


[저항하셔야 합니다··· 이 힘에 굴복한다면, 저들과 같아질 것입니다!]


알고 있다.

저건 단순한 안광이 아니다. 사람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계속 상기시켜 주는 뭣 같은 눈빛이었다.

내 과거의 환영이 자꾸만 현실과 겹쳐 보였다.


[저항하지 말라! 이는 곳 신의 뜻이다! 나는 오늘 신의 사자로서 이곳의 시작이 되리니! 네놈도 함께 하자꾸나!]


계속되는 두통에 세리아가 통역까지 곁들이자 이건 사람 미치는 고통이었다.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았다.

정신 지배를 강력하게 저항하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짙은 혈향과 함께 고통이 찾아오자 다행히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신은 강력한 상위 정신 지배 마법에도 버텨냈습니다.]


[능력치 ‘정신력’이 활성화됩니다. 정신력은 슈트의 능력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정신력은 스킬 ‘불굴의 의지(B)’와 능력치를 공유합니다.]


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공격을 버텨냈기 때문에 능력치가 추가되었다.


[어떻게··· 버텨내셨군요.]

“가까스로요···”

[그가 말합니다. 신도여 일어나라 신의 적대자인 저 악마를 무찔러라.]


붉은 안광에 정신을 지배당한 사람들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눈동자도 검은 옷의 신자와 똑같은 붉은 안광이었다.


“이건 좀 위험하겠는데요···”


수 백명의 적의가 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향한다.

그 눈빛에 당하니 살갖이 찌릿한 것이 느껴진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가 말투에서 망설이는 듯했다.


“어떡하긴요··· 살려면 해야죠···”


아직 사람을 베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해지려면 사람을 베어야 했고, 또 베어야 했다. 그게 수백수천일지라도, 넘어야만 하는 산이다.


[고작 단신으로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고? 어이없는 녀석이군!]


검을 쥔 손에 적당히 힘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스멀스멀 일어나던 인원들이 모조리 자리를 일어나 나한테 향한다.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속보로 다가오는 느낌이 마치 좀비를 연상하게 했다.


[이제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와서 이제라니, 그전부터 피할 수 없던 싸움이었다.

다가오는 그들에게 내가 먼저 달려 나갔다. 적당한 크기의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목이 베인 자가 쓰러졌다.

아직 사람을 베는 감촉이 역하기만 했다. 아무리 베어도 익숙하지 않을 것 같다.


‘약한 소리는 그만해. 이제 고작 하나일 뿐이다.’


이제 고작 하나다.

넘겨 베어야 할 산이 아직 수 백 명이나 남았다.

그 산 너머에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보란 듯이 뛰어넘을 뿐이다.

칼날이 날렵하게 쇄도하며 적들을 베어 넘긴다. 쓰러지는 적보다 다가오는 적이 훨씬 많다.


[이러다가는··· 끝도 없습니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구태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한다.

전의를 상실할 거 같으니까.


“화염탄 지금 당장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

[화염탄은 왜···]

“구매할 수 있는 겁니까?”

[가능합니다.]


그럼 됐다.

반격의 기회는 단 한 번이다. 지금 당장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을 화염탄에 쏟았다.


[그거 가지고 어떻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긴장된다.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생각 하니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022화 23.02.27 142 3 12쪽
21 021화 23.02.26 147 2 12쪽
20 020화 23.02.24 148 2 12쪽
19 019화 23.02.24 146 2 12쪽
18 018화 23.02.23 155 2 12쪽
17 017화 23.02.22 168 2 12쪽
16 016화 23.02.21 190 2 12쪽
15 015화 23.02.20 199 2 12쪽
14 014화 23.02.19 223 4 12쪽
13 013화 23.02.18 221 4 12쪽
» 012화 23.02.17 242 3 12쪽
11 011화 23.02.16 258 3 12쪽
10 010화 23.02.15 270 4 12쪽
9 009화 23.02.14 293 3 12쪽
8 008화 23.02.13 337 4 12쪽
7 007화 23.02.12 359 5 12쪽
6 006화 +1 23.02.11 387 4 12쪽
5 005화 23.02.10 420 5 12쪽
4 004화 23.02.09 456 5 12쪽
3 003화 23.02.08 548 5 12쪽
2 002화 23.02.07 669 8 12쪽
1 001화 +1 23.02.06 969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