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90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23 19:00
조회
154
추천
2
글자
12쪽

018화

DUMMY

18화 마령의 숲(2)


안개가 걷히고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 뭐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걸음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주변에 뭔가 떠다니고 있어요···”


좌우로 살펴보니 도깨비불 같은 게 우리 주변을 배회하며 떠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령의 숲이니까. 숲의 영혼이지 않을까요?”

“여, 영혼! 귀, 귀신··· 이라는 소린가요?”

“귀신이랑은 조금 다른 개념이지 않을까요?”


이하루가 말을 떨며 덜컥 겁을 먹은 표정이 됐다. 아무래도 그녀는 귀신을 조금 많이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민재 씨 얼마나 더 가야 할 것 같습니까?”

“뭔가 이상한디··· 대장.”


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지도에 찍힌 곳을 계속 뺑뺑이도는 중이다.

안개를 걷어낸다고 해서 중앙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건데.

방향을 틀어보죠. 제대로 나있는 길이 아닌 수풀이 우거진 곳을 향했다.


“잠시만···”


이건 피냄새다. 그것도 아주 짙은 혈향이 코를 타고 뇌 속까지 파고들었다.

굉장히 불쾌한 냄새다. 다른 사람들도 냄새의 존재를 알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일행들보다 먼저 앞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곳곳에 불쾌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격렬한 전투를 치르기라도 했는지, 나무 기둥마다 파여있으며 땅이 까진 곳도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최종 승리자는 우리 쪽이 아닌 것 같았다. 싸늘한 시체 머리 아래쪽으로는 제대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다만 얼굴은 확인이 가능했다.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기에 좋지 않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행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던 나머지 둘의 눈동자가 떨렸다.


“네놈들은 버린 사람들이 맞나?”


그가 조금 충격인 듯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람의 짓일까요?”


이하루가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물었다.


“글세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난폭하고 짐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갈하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몬스터가 나온다고 이상할 것도 없는 곳이니 주의하면서 가도록 하죠.”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주변을 배회하던 푸른 불꽃들도 이제 더는 보이지 않았다. 시꺼먼 어둠뿐인 곳을 횃불을 만들어 그 불꽃 하나에 의지했다.


“무언가 옵니다!”


앞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거대한 존재감, 검을 급히 들어 그 존재감에서 가장 날 선 부분에 검을 가져다 댔다.

엄청난 파워다. 발이 공중으로 들썩 거릴 정도의 강력한 힘이 담겨있었다.

횃불이 일렁거리는 불빛사이로 드러난 하얀 뼈··· 사람이 아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정식 명칭은 잘 모르겠지만···


“데스 나이트···”

“데스나이트?”


이민재가 창을 들고 경계를 취했다.


“정식으로 붙은 명칭은 아닙니다만··· 이래서는 앞을 도저히 볼 수가 없군요.”

“현성 씨 저 화염탄이 몇 개 남아 있어요. 이걸로 숲에 불을 질러보는 게 어떨까요?”


이하루의 순수함에 가까운 말에 입이 쩍 벌어질 뻔했지만, 나쁘지 않을 방법 같기도 하다. 물론 거세진 불길을 어떻게 할 순 없겠지만···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검에 맞아 죽고 싶진 않았다.


“좋습니다. 한 번 해보도록 하죠?”

“미쳤어?”


윤지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우리 다 죽으면 어떡하려고!”

“자나 깨나 불에 타 죽든 저 검에 찔려 죽 든 뭐라도 하고 죽는 게 낫지. 부탁드립니다!”


이하루가 화염탄을 던졌다. 강하게 회전하며 그 순간 엄청난 불길과 함께 숲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열기와 불꽃의 힘에 어둠이 사라졌다. 하얀 해골에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가 이곳을 막고 서있던 중이다.

아마 뒤에 있던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들 또한 저 검에 명을 달리 한 것 같다.


“옵니다!”


확실히 밝았다. 밝으니 저 검에 대응할 수 있다. 이하루를 노리는 검을 쳐냈다. 엄청난 힘과 속도다.

따라붙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대응할 수 없었다.


“모두 뒤로···”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언제까지 그렇게 활약하게 둘 줄 알았어?”

“그건 나도 그래··· 오빠만 활약하는 걸 두고 볼 수만 없다고.”


이민재와 윤지혜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민재는 창을 윤지혜는 나와 같은 검을 들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긴장부터 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긴장해서 무라도 벨 수 있겠어?”

“그런 걱정은 여길 빠져나가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빠르다. 동생이 빠른 속도로 데스 나이트와 거리를 좁혔다.

데스 나이트는 윤지혜의 거리가 닿기 전에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쏟아지는 강풍에 윤지혜가 터무니없이 나가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달려 떨어지는 걸 받아냈다.


“조심해···”


데스 나이트가 땅을 한번 툭 가볍게 찼을 뿐인데, 내 바로 눈앞까지 한달음에 왔다. 동생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보내버리고 그와 검을 맞댔다.

그의 해골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거렸다. 더욱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던 팽팽한 힘겨루기가 조금씩 그의 승기로 굳혀지고 있었다.


“이래 봬도··· 검으로는 아버지 말고 져 본 적이 없단 말이야.”


검을 틀었다. 그대로 빗겨 흘려 몸을 회전시키며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마력의 칼날(C)’를 사용합니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푸른 마력의 불꽃과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던 상태이든지 상대를 정확하게 유도할 수 있는 공격 스킬이 맞물렸다.

그대로 흘려낸 공격에 반격하여 빈틈을 크게 베었다. 데스 나이트의 목이 떨어졌다. 너무 손쉽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굴러가던 해골의 텅 비어버린 눈동자에 붉은 안광이 다시 맺혔다.


“상당하군··· 너희들까지 지켜줄 힘은 없으니 어떻게 알아서 살아봐.”


둘은 내 말을 듣곤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표정으로 그대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통수치는 것도 아니고 저러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이제 우리는 우리만 신경 쓰면 된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이 정신 나간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불길이 모든 걸 집어삼키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불길은 숲을 빠르게 좀먹어갔다.

벌써 다 타버린 나무가 팍팍 쓰러지는 터라, 전투하면서도 신중해야 했다.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슈트에 열 내성이라도 붙어있는지 그렇게 열기가 뜨겁진 않았다. 하지만 불길이 직접 닿는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가겠습니다.”


윤지혜가 빠르게 접근하여 해골이 머리를 집어가려는 걸 발로 뻥 찼다.

해골의 반대편으로 날아간 해골이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좋았어!”


데스 나이트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가 분리된 데스 나이트는 아마 제 힘을 똑바로 쓸 수 없을 것 같다.

날카롭게 휘두르던 그가 난잡하게 허공을 휘적거리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이렇다면 승산은 있다.


“다시 가겠습니다. 검로는 제가 방해할 테니 공격이 가능한 사람은 데스 나이트를 직접 타격해!”


마구잡이 식으로 휘두른다고 해서 있던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나하나가 철퇴와 같은 힘이다. 마구 휘두르니 공격 방향을 읽기 어려웠지만, 눈으로 보고 반응할 수 있다.

몇 번 막아내다 보니 자신감도 붙는다. 윤지혜와 이민재의 공격을 힐끔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공격해 봐야 소용없을 겁니다. 이 놈에게 핵이 존재할 겁니다. 그 핵을 찾아 공격해야 합니다.”


다년간 게임으로 단련된 감을 무시할 순 없다. 분명 갑옷으로 가려진 곳에 핵이 존재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공격으로는 뚫을 수 없어···”


윤지혜가 소리쳤다. 갑주를 뚫을 만한 공격력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줘··· 아주 잠깐이면 된다!”


서로의 역할을 바꿨다. 뒤로 훌쩍 물러나 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숙련도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만큼 나의 집중력에 따라 스킬의 완성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킬 ‘마력의 칼날(C)’를 사용합니다.]


[전투에 대한 대단한 집념과 집중력으로 일시적으로 마력의 칼날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스킬의 관통력이 상승합니다.]


이거면 된다. 아니 확신한다.

검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와 핵을 정확히 찌른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대로 달려 나갔다.


“교체! 모두 뒤로 물러나!”

“모두들 힘내야 해요! 파이팅!”


난데없이 들려오는 응원, 하지만 그 응원은 전혀 무의미하지 않았다.


[천사들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기분 좋은 힘이 전신을 휘감습니다.]


굉장한 버프다.


동료들이 시간을 벌어주고 적당한 순간에 물러났다.

데스 나이트와 정확하게 마주 보았다. 심장··· 녀석의 심장 부근에 희미한 마력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푸른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검이 그대로 녀석의 갑주를 뚫고 들어갔다 무언가 건드는 느낌과 함께 놈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둔해졌다.


“······.”


데스나이트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사라진 위에 뼛가루가 고스란히 쌓여있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가 사용하던 검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건 제가 사용해도 될 것 같군요.”


[축하드립니다. ‘정체불명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인벤토리 기능, 이걸 현실에서 사용해 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능 중 하나였다. 어디에서나 꺼내 사용할 수 있고, 무게 제한 또한 없었다.


[사용조건 ‘???’ 해결하기.]


사용 조건이 걸려있는 무기라서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흠이다.

하지만 조건이 걸린 무기는 그만한 값을 한다는 게 정석이다. 이건 어떨지 모르겠지만.


“끄, 끝났어요··· 정말 죽을 뻔한 순간이에요. 현성 씨가 아니었다면, 저희 모두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건 아닙니다. 모두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관문으로 넘어갈 차례다. 어디가 끝일지 모른다. 우리가 붙잡았던 놈들도 뒤에서 멀찍이 지켜보다가 상황이 끝난 거을 알고 슬금슬금 걸어왔다.


“사, 사과하지··· 어떻게 그렇게 싸울 수 있는 거지?”


그가 비굴하게 웃으며 숙이고 들어왔다. 물론 사과를 받아주기는 싫었지만, 지금은 일단 일이 우선이다.


“가지···”


데스나이트가 죽고 길이 밝게 빛났다. 숲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이다.

그곳엔 그것보다 더욱 큼지막한 검은 수정이 어두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먼저 온 것 같은데요?”


인기척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흙바닥에 발자국도 찍혀있지 않은 걸로 보아 우리가 가장 먼저 왔다고 판단했다.


“이걸로 집에 갈 수 있겠군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흐른 기분이군요··· 주사기를 꽂고 움직이도록 하죠.”


수정의 힘을 뽑아내려던 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손을 뻗는 것을 주춤했다.

그 순간 정확히 수정에 화살이 튕겨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만약 좀 더 손을 내밀었다면, 손등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우리 말고 또 다른 손님이 있는 것 같군요···”


이 차원의 사람이 아니다. 큐브를 가진 자 가운데 우리가 수정을 가져가려는 걸 원하지 않는 듯했다.


“모두 전투준비. 이번에는 모두 자비를 베풀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세요. 일말의 자비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어둠 속에 숨어있던 그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검은 수정은 우리가 가져가야겠어.”

“누구 마음대로.”

“그렇다면 역시 죽이는 수밖에 없겠군!”


팽팽한 신경전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장내에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022화 23.02.27 142 3 12쪽
21 021화 23.02.26 147 2 12쪽
20 020화 23.02.24 148 2 12쪽
19 019화 23.02.24 145 2 12쪽
» 018화 23.02.23 155 2 12쪽
17 017화 23.02.22 168 2 12쪽
16 016화 23.02.21 190 2 12쪽
15 015화 23.02.20 199 2 12쪽
14 014화 23.02.19 223 4 12쪽
13 013화 23.02.18 220 4 12쪽
12 012화 23.02.17 241 3 12쪽
11 011화 23.02.16 258 3 12쪽
10 010화 23.02.15 269 4 12쪽
9 009화 23.02.14 293 3 12쪽
8 008화 23.02.13 337 4 12쪽
7 007화 23.02.12 359 5 12쪽
6 006화 +1 23.02.11 386 4 12쪽
5 005화 23.02.10 419 5 12쪽
4 004화 23.02.09 455 5 12쪽
3 003화 23.02.08 547 5 12쪽
2 002화 23.02.07 669 8 12쪽
1 001화 +1 23.02.06 968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