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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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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82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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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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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007화

DUMMY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왔다. 골목길마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아직 밤이 꽤 쌀쌀하다. 집에 돌아오니 신발이 어머니 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동생 아직 안 들어왔어요?”

“같이 오는 거 아니었니?”

“먼저 들어간다라고 문자가 와서 운동 조금 더 하다 왔어요.”

“그러니? 애가 밤늦게 도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야···”

“냅두면 알아서 돌아오겠죠. 그 녀석도 이제 다 큰 성인인데,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알아서 잘 살지 않겠어요?”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내가 남한테 조언이라니, 동생은 나보다 더 나았다. 적어도 스스로 도망가지 않았으니까.

밝았던 녀석의 웃음이 사라진 것도 그날 이후였던 것 같다.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도 몇 번이나 문을 두들겨 주었는데, 동생의 관심을 무시했다.


“그런가··· 애는 어딜 간다고 하면 말이라도 좀 해주지. 밥 먹게 얼른 들어와.”


어머니와 밥을 먹고 방에 들어왔다. 동생에게 보낸 문자는 아직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오늘 일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다.


[트럭한테 치이면 바로 이세계 ㄱㄴ?]

[당장 가자 ㄱㄱ]

ː

ː

[이거 맞는 거냐? 와 근데 시발 움직이는 거 보니까 지리긴 하네··· 사람 맞나?]


각종 댓글이 오늘 일로 떠들썩했다.

환경 전문가들도 한국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토론을 나눌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익숙해져야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곤 하나. 어려울 것이다.

화면을 바라보던 핸드폰에 작은 메시지 창이 띄워졌다.


“이건···”


주소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 나한테 문자를 보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곧바로 겉옷만 챙기고 부리나케 준비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친구··· 예전 친구가 잠깐 만나자고 해서요.”


밖으로 나왔지만, 동생에게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도 최근 알게 된 것이고, 어떻게 놀고 있는지 어떤 친구들을 만나는지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 순간, 왼손에 착용하고 있었던 시계가 희미한 빛을 내었다.


[입력된 주소로 안내해 드릴까요?]


당연하다.

이런 기능이 숨겨져 있는 줄 몰랐는데, 다행이었다.

그 순간 그 빛이 왼팔을 타고 흘러 두 눈으로 흘러들었다.

화살표다··· 이걸 직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곧바로 그 화살표가 일러주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이 거기 멀뚱하게 서있으니까. 손님들이 이쪽으로 오질 않잖아.”

“···죄송합니다. 안에 찾으러 가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찾으러 온 사람?”


입구를 지키는 덩치 두 명이 서로를 마주보며 낄낄거렸다. 그러다 웃음을 뚝 멈추고 간사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런 놈 여기 없으니까. 돌아가도록 해. 아주 무서운 꼴 보기 전에 말이야.”


그들이 위협했지만 위협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스킬의 힘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쉽게 그들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너.”


그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진한 미소가 아무래도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네가 그 자리에 서있어서 지금 손님 두 명이나 놓쳤으니까. 두 명분 내놓고 가라.”

“죄송한데, 제가 돈도 없고 시간도 많이 없습니다.”


화살표가 강하게 진동하며 저 지하 입구를 가리켰다.


“이 새끼가! 어딜!”


그를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뒷덜미를 노리는 느낌에 고개를 앞으로 쭉 뺐다. 내가 그럴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녀석이 중심이 앞으로 빠졌다.

그대로 팔을 낚아채 녀석을 업어 바닥에 찍어 눌렀다. 침이 튀어나올 정도로 강한 충격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더 움직이지 않았다.


“혀, 형님! 너 이 자식 형님을 잘도 그렇게!”


가만히 섰다. 노려볼 뿐인데, 달려오던 것을 멈춘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미련 없이 돌아서 지하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을 올라오는 자들이 있었다.


“모두 저 새끼 안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


위쪽에서 들려온 소란에 지하에 있던 인원들이 계단을 올라왔다.

긴 숨을 뱉고 저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검사는 검이 없을 때도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길게 뻗은 공격을 짧게 급소를 가격했다. 힘이 가득 실린 공격은 아니었지만, 급소를 타격당했으니 움직임에 제약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올라오는 놈들 모두에게 한 방 먹여주고 나서 본 건물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저곳에.”


화살표가 강하게 떨렸다. 황금이라도 칠해놓은 듯한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무서운 표정으로 마네킹처럼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근처로 다가가자 살벌하게 노려보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좀 찾으러 왔습니다.”

“안에 도련님이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강제로 문을 열고라도 들어가야겠다고 한다면요?”

“반쯤 죽여서라도 돌려보내겠다.”


그가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날렸다. 옷자락이 펄럭거리며 큰 소리를 냈다.

몸을 뒤로 내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지만, 이미 움직임은 파악되었다.

다리를 뒤로 무르고 머리를 흔들었다. 마구잡이로 흔드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주먹을 피해냈다.


“이 자식이!”


그는 주먹을 도끼날처럼 내리찍었다. 떨어지지 말라고 보호하고 있던 난간이 주먹에 그만 휘어졌다.

그가 옆으로 슬쩍 빠진 나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난간이 반쯤 부서져 마치 날 뽑아달라는 듯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검 비슷한 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곧바로 품을 파고들었다.

녀석은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몸을 뒤로 뺐지만, 나는 그걸 노린 게 아니다.


“그런 쇠뭉치하나 있다고 나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린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네 녀석이 무기를 들었으니, 나도 어쩔 수 없구나.”


그가 손에 철로 된 너클을 끼웠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보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과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

묵직한 주먹이 내 품을 파고들었다. 직선으로 뻗는 스트레이트, 옆으로 살짝 피하고 후속타로 몸 안쪽 깊숙하게 들어오는 주먹에 어쩔 수가 없다.


“커헉!”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다. 하지만···


[스킬 ‘베기(E)’를 시전 합니다.]


액티브 스킬은 내가 어떤 공격에 맞아 무슨 궤적을 그리고 있더라도 공격을 적중시켰다.

까앙-!

몸을 기이하게 몸을 비틀어 순간 쇠뭉텅이가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궤적에 정통으로 당한 그가 눈을 뒤집고 쓰러졌다.


“후우··· 그러게 좀 비켜달라니까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는 도련님의 얼굴을 만나볼 시간이 되었다.


“···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거 그새 잊었냐?”


문이 열리는 즉시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활짝 열어보니 곤죽이 된 동생이 눈을 부라리면서 나를 보았다.


“······.”


서로 눈을 맞추고 동생을 그렇게 만든 도련님이라는 자를 보았다.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다 커서도 이 지랄 떨고 있는 걸 보면 참 한심하다.”

“뭐라고 이 개새끼가··· 가만 너··· 현성이구나! 윤현성!”


녀석이 나를 알아봤다.


“왜 그 있잖아! 나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 놈 애비하나 담갔다는 거 그게 저 녀석이야! 이런 곳에서 볼 줄은 몰랐다. 현성아! 왜 그때처럼 또 담가줘?”


술에 취한 그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껄떡거리며 웃었다.


“근데, 네가 지금 여기 왜 있냐? 황 실장한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황 실장··· 그 큰 덩치를 말하는 놈이라면 퍼질러 자고 있던데.”

“황 실장이 자고 있다고? 이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런 공격에 당하고도 일어설 힘이 남아있다니, 역시 위에 있던 녀석들과는 근본이 달랐다.


“이 새끼가···”


비몽사몽 한 정신에 공격을 맞출 수 있을 리 없었다.

고개를 비트는 것으로 주먹을 피했다. 이 역시 앞으로 쏠린 몸에 턱을 가격하기에 아주 좋았다.

그런 틈을 놓칠 수 없다. 그대로 무게를 실어 황 실장의 턱을 날렸다.


“일어나서 다시 재웠다.”

“···뭐 이 새끼가 어디서 우리 형님한테 반말을 지껄여!”


벙찐 녀석의 옆에 있던 놈이 찰랑거리는 술병을 잡고 앞으로 나왔다.

녀석이 망설임 없이 술병을 휘둘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일이 익숙한 듯했다.

하지만 이런 허점이 드러나는 공격에 당할 만큼 초보는 아니다.

그대로 허리를 비틀어 흘린 뒤, 바로 왼손의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허리를 피면서 힘의 흐름이 고스란히 주먹에 담겼다.

뻐억-!


“끄어어억!”


내 주먹을 맞은 녀석이 공중을 날아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꺄악!”


방에 있던 여자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래··· 너와 내가 다시 만난 것도 어쩌면 인연일 지도 모르지··· 이제 정말 끝장을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도장에서 이야기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놈의 얼굴을 만약 다시 본다고 한다면, 정말 분노가 치솟을 줄 알았는데, 스킬 때문인지 몰라도 차분하기만 하다.

하지만 내면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왜? 너도, 아비처럼 만들어줄까?”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녀석이 아버지를 들먹이는 순간 동생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여 그대로 턱을 갈겨버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비하지 못한 황인석이 자신이 먹던 접시에 얼굴을 처박았다.


“닥쳐···”


동생의 냉랭한 욕설과 함께 상당히 화가 났는지 기절한 녀석의 뺨을 때렸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는지 꽤나 큰 소리에도 몸만 잠시 움찔거릴 뿐 일어나질 않았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네···”


어색함에 어찌할 바 모르고 그냥 손을 흔들어 보였다.

동생이 옷을 털고 나를 한 번 째려본 후에 위로 올라갔다.

적당히 방을 한번 훑어본 후에 나도 동생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지상의 찬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말없이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색한 공기가 맴돈다.


“왜 그런 곳까지 간 거냐? 뭐 그렇게 놀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하지 마 네 새끼 면상에 주먹이라도 꽂고 싶은데 참고 있는 중이니까.”


이렇게까지 변했을 줄은 몰랐다.

3년 만의 첫 대화가 욕으로 시작하다니,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우리는 각자 입을 다물고 걷기만 했다.


“복수할 생각이었냐?”


동생은 아무 말 없이 걷는 속도를 높여 나를 앞서갔다.


“그런 짓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어.”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3년 동안 방구석에 처박혀서 안 나오던 새끼가···”


그 말이 맞다. 나는 비겁한 놈이었다. 동생은 끝까지 맞서 싸웠나? 솔직히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는 녀석에 대하여 아는 게 없었다.


“그래, 나 아무것도 모른다.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는 알 수 없어.”


녀석은 나를 남매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야 저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이해하는 척하지 마. 나와 엄마가 너 때문에 받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았어.”


동생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보였다.


“칠 거면 쳐, 대신 딱 한 번 만이니까. 제대로 조준해서 쳐라.”

“나쁜 놈.”


그대로 돌아서 달려가는 동생을 보고 잡을 수도 없는 나쁜 놈이 맞았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었다.


‘이해하는 척이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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