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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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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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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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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9화

DUMMY

우리는 거미의 흔적을 쫓기 위해 지하철 안을 살폈다.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피가 빨린 채로 말라비틀어져 미라가 되어 있었다.


“여기도 흔적은 남아있지 않아요. ”


마지막 플랫폼을 살펴본 이하루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플랫폼을 나왔다.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이하루의 말에 안 쪽을 바라보았다. 철로가 길쭉하게 이어져 어둠으로 끝이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거미줄이 쳐진 터라, 안쪽이 맞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죠. 독을 조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저길 들어가겠다고?”


이민재가 질겁하며 안색이 새파래졌다.


“들어가야 합니다.”

“끄응··· 알겠다. 대장이 가라면 가야지.”

“모두 대열을 맞춰 이동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전위는 제가 서겠습니다.”


저 어둠 속을 뚫고 들어갈 자신이 없다. 다만 내가 아니면 갈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선 것이다.

<불굴의 의지> 덕을 많이 보게 되는 터였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통로를 보고 있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걸 스킬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거미줄이 잔뜩 쳐진 지하철을 뚫고 들어갔다.


“조, 조심하세요! 매직 애로우!”


이하루의 마법이 거미의 배를 꿰뚫었다. 이제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이하루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녀는 거미들이 공격하면 방패를 세워 공격을 흘리는 것도 곧잘 습득했다.

여유가 없는 건 나였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거미가 죽을 작정하고 오는 탓에 조금씩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거미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숫자는 문제 되지 않았다.



“하루 씨! 아래입니다!”


이하루가 거미의 다리를 노렸다.

마법의 화살이 전장을 뚫고 거미 다리에 적중했다.

그대로 터져나간 다리 때문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전투 불능이 된 거미에게 달려들어 검을 찔러 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민재 또한 긴 창으로 거미들을 상대하며 적당히 거미들의 신경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주었다.


“끝도 없구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균열이 완전히 열리는데 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제 약 10분 정도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듣지 않았다.


“조금 더 분발해서 나아가도록 하죠. 전투는 방금처럼 적절하게 분산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미줄이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 연총 거미들의 거미줄은 우리가 아는 거미줄 보다 훨씬 내구성을 비롯한 모든 것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다행이라는 점은 거미들은 전투에 거미줄을 사용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거미줄을 사용하는 전투였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까다로웠을 것이다.


“화염탄입니다.”


화염탄을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적절한 순간에 투척했다.

역시 거미줄이라 그런지 불에 약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금 쉬었다 갈까요?”


동료들의 지친 숨소리.

피를 튀기는 전투 또한 물론 피곤하지만, 긴장을 바짝 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더 피곤하다.

뒤돌아서 그들을 향해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안색이 새파래진 그들의 표정을 보고 나서 늦었다는 걸 직감했다.


“위, 위에!”


바라보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대로 앞으로 굴렀다. 쾅-하는 진동에 몸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곧바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에 거미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하루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검은 연총 거미의 두꺼운 껍질을 뚫을 수 없었다.


“어, 어떻게 하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사실 나한테 물어본다고 한들 돌아가는 답은 같다.


“도망쳐야 합니다. 저거 못 잡습니다.”

“하, 하지만···”

“두 분은 도망가십시오. 뒤로 전력을 다해 도망가셔야 합니다.”

“그,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동상! 우리가 너를 버리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약간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여기서 개죽음당할 수는 없습니다. 두 분을 신경 쓰면서 싸우는 것보다 저 혼자 싸우는 게 오히려 움직임에 제약이 없습니다. 이걸 받아주시고 제가 신호하면 터트려 주시는 겁니다.”


이하루에게 화염탄을 넘겼다. 총 세 개를 구매했는데, 하나는 사용하고 두 개 중에 하나를 이하루에게 넘겼다.


“그냥 던지면 됩니다. 저도 끝까지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적당한 때에 뒤로 물러날 거니까 이따 뵙겠습니다.”


이하루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지금도 거미는 다가오고 있다.


“하루 씨! 우리 죽지 않습니다. 살려고 하는 거니 당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알겠어요.”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달리십쇼.”


내 말과 함께 둘이 뒤쪽으로 달려 나갔다. 거대한 몸집의 거미가 울자 살려두지 않겠다는 듯 상대적으로 작은 거미들이 도망가는 두 사람을 쫓았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한 번에 거미의 몸통을 가르고.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두 번에 거미의 목을 친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베어내자 뒤 쫓던 거미 세 마리를 쓰러트렸다.


“내 상대는 너잖아.”


검을 들어 녀석을 향해 겨누었다. 다시 한번 괴성이 지면을 울렸다.

몸집이 크면, 기동성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놈은 생각을 뛰어넘었다.

이미 터널을 뚫고 땅굴을 여러 만들어 놓은 터라. 굴 속으로 사라지면, 추격이 불가능했다.

뒤쪽에서 바람의 흐름이 느껴졌다.

곧바로 돌아섰지만, 거미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급히 검을 세워 공격을 막았다. 이걸 막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커헉···”


숨이 안 쉬어진다.

여기서 더 맞았다가는 정말 골로 간다.

아마 슈트가 충격을 흡수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일격에 죽었을 것이다.

일격이라··· 나한테는 일격이지만, 저 녀석 한테는 그저 앞발을 휘두른 것 뿐···

그런 차이가 있다. 나는 전력으로 임하고 녀석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짐승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마치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스킬 ‘베기(E)’를 사용합니다.]


숨을 참고 땅을 박찼다. 녀석은 한번 가볍게 뛰어오르는 것으로 내 공격을 간단하게 피했다.

엄청난 도약이다. 그대로 굴 속으로 들어가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난 이걸 원했다.”


화염탄의 버튼을 눌렀다. 초가 흐른다.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굴 안으로 던졌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불길이 연결된 굴밖으로 빠져나왔다.

불길이 가장 적은 곳.

그곳에 놈이 있다.


“하압!”


녀석이 튀어나오는 것을 예측했다.

그대로 뛰어올라 검을 박아 넣었다. 열기에 껍질이 타버려 그대로 껍질을 뚫고 파고들었다.

녀석이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발버둥 쳤다. 그대로 검을 뽑아 큰 몸집을 발판 삼아 뛰어내렸다.

바닥을 몇 바퀴 구른 후에 그대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거미가 화가 잔뜩 난 것인지 나를 뒤쫓았다. 문제없다. 이 정도 속도라면 따라 잡히기 전에 잡을 수 있다.


“지금입니다! 던져요!”


내 신호를 받은 이하루가 화염탄을 공중으로 던졌다. 맞추길 바랐던 것도 아니다. 딱 좋았다. 그대로 달리는 방향을 반대로 바꿨다. 본래 신체라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슈트의 힘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거미와 나 그리고 화염탄을 사이에 두었다.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시간이 흘렀다. 검은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대로 칼날의 면 부분으로 화염탄을 쳤다.


“가랏!”


상처 부위에 화염탄이 그대로 거미의 몸속을 파고들어 갔다.

고통스러운 울음이 한 번 더 이어졌고, 화염탄은 시간이 지나 상처에 강렬한 불꽃이 피워 올랐다.

거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세요!”


그대로 거미의 몸이 폭발했다. 잔해물들이 사방으로 튀며 끈적한 무언가가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 처치를 완료했습니다. 큐브로 귀환하시겠습니까?]


다시 한번 내가 전에 본 알림이 울렸다. 시간을 확인하자 남은 시간은 10초 남짓한 시간.

모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해내지 못할 성과였다.

우리는 큐브가 만들어준 문을 통해 귀환했다.


“대단합니다. 유일하게 퇴치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섯 개의 균열 그중에 막아낸 것은 하나입니다.”


쉴 새가 없었다. 안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균열에 실패하면···”

“재앙이 찾아옵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주변의 영역이 검게 침식하게 됩니다. 즉, 땅을 빼앗기게 된 것이지요. 그걸 블랙 필드라고 부릅니다.”

“다시 땅을 되찾을 수도 있는 겁니까?”

“여러분이 충분히 성장한다면 가능하겠습니다만, 아직 부족합니다.”


검은 대지가 펼쳐졌다. 도시의 색을 완전히 빼앗겨 버린 듯한 색이다.


“저곳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생명력을 빼앗겨 모두 죽습니다. 저곳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균열을 닫는데 계속 실패하시면 종국에는 이런 행성이 될 겁니다. 참고로 균열 제어에 실패한 곳들은 점차 영역을 넓혀 갈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저곳을 정화하는 게 좋습니다.”


우주의 시점에서 바라본 지구였다. 색이 사라진 지구는 시꺼멓게 죽은 색이었다.

잘 몰랐지만, 지금 저 모습을 확인하니 정말 무서운 일이라는 게 느껴졌다.


“여러분들이 파티를 꾸리시든, 혼자 계속 나아가시든 상관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의 균열을 막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녹색 괴물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껴 같이 마주 보았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을 읽은 게 아닐까 싶다.

실력만 충분하다면 앞으로 혼자 뛰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겪으니 그런 생각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검은색 대지는 점차 영역을 넓혀간다.


“절망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균열은 계속해서 생겨납니다. 실의 빠져있을 생각이라면, 죽는 게 나을 겁니다.”


녹색 괴물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럼에도 죽은 눈빛들이 살아나지는 않았다.

검게 변한 곳들을 살펴봤다.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은 동생의 학교가 근처에 있는 장소였다.


“괴물··· 저 영역이 저 학교까지 닿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최소 일주일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겁니다. 빠르다면 3일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왜 그러시죠?”

“저곳에 가야만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안 됩니다. 죽을 수도 있어요.”


녹색 괴물이 만류했다.

그렇다는 건 정말 위험하다는 뜻이 될 텐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가야만 한다.


“어쩔 수 없군요. 그렇게 뜻이 강하시다면, 같이 갈 사람들을 구해야 할 겁니다.”


저런 곳에 같이 가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내가 가겠다고 하는 건 순전히 내 욕심이다.

하지만···


“당신들···”


이하루와 이재민이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와 주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하지 않아요. 어차피 현성 씨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지하철에서 죽었을 거예요.”

“뭐, 나도 지킬 의리는 없다만, 너한테 빚을 지어 놓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사람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지금 웃고 있을까··· 너무 벙찐 나머지 내가 웃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파티는 정해진 것 같군요. 그렇다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균열을 막는 것보다 블랙 필드를 정화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점. 인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왼손의 손목시계가 은은하게 빛이 나며 괴물이 말한 블랙 필드로 진입하는 문이 열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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