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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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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6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2.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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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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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3화

DUMMY

‘마, 말도 안 된다···’


검은 옷의 사제는 단신으로 이곳으로 쳐들어 온 그를 처음엔 비웃었으나, 지금은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어림잡아 수백이 신도, 그들은 죽음을 신 앞에 죽음을 불사한 군대나 다름없었다. 죽음을 불사한 광신도 열댓 명이 달라붙어도 쉽게 이길 수 없다.

죽음의 공포를 추월한 자이기 때문에 아니 그런 상식들은 필요 없었다.

머릿수만 해도··· 이걸 설명이 더 필요한가?


“웃기지 마라!”


저 녀석의 손에 죽어나간 신도들만 최소 수십이 넘는다.

이러면 힘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그 순간 강렬한 화염이 뒤덮었다. 일렬로 정갈하게 만든 불길이 열기를 토했다.


“후우···”


윤현성이 불길을 바라보았다. 저기를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길은 열린 상태다. 뛰어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건 미친 짓 이로군요···]

“미치지 않았다면, 여기서 죽었을 겁니다.”


세리아의 말처럼 이건 미친 짓이었다. 슈트의 기능과 힘을 믿어야 한다.

두려운 마음이 마음 한 구석에 싹을 틔웠다. 그게 곧 성장하려던 게, 스킬의 힘으로 싹이 나오려던 것을 잠재웠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발동 중입니다.]


굴하지 않는 의지다.

뜨거운 열기로도 막을 수 없다.

그대로 뻥 뚫린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날카로운 칼날을 바짝 세우고 그대로 거리를 좁혔다.

순식간에 당도한 윤현성은 그대로 검을 놈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깊숙이 들어간 칼날이 그의 몸을 뚫고 빠져나왔다.


“크크크··· 불완전한 힘까지 꺼내게 만들다니 절대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겠다···”


윤현성이 순간 압박감이 느껴져 내려다보자 털이 수북한 팔이 자신을 잡고 있었다.


“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무식한 힘으로 내던져지는 터라 바닥을 몇 바퀴나 굴러야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신도들이 모두 붉은 안광이 사라진 채 싸늘하게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2 페이즈 시작이라고 해야 하나?”


*


검은 소용돌이가 녀석의 중심에서 몰아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없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강한 의식입니다. 아무래도···]


그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강한 진동이 반복적으로 울렸다.

검은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털이 수북하여 두 발로 서있는 짐승이었다. 머리 쪽에 달린 두 개의 말려있는 뿔과 날 선 이빨이 보이는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죽여 버리겠다!”


내게 죽음을 선사하겠다는 말과 함께 주변이 울릴 정도로 길고 강하게 포효하였다.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땅이 울린다. 그런 위압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나한테 돌진했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길고 육중한 팔을 휘둘러 나를 낚아채려 하였다.


“······.”


몸을 굴러 피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잡힐 뻔했다.


“잘도 도망가는구나!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몬스터가 되어버린 인간이 입을 쩍 벌리며 내게 직접적으로 포효를 토해냈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당신을 속박합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발동 중입니다.]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스킬의 능력 덕분에 상태이상에 빠지지 않았지만, 몸을 웅크렸다. 그걸 보고 발걸음에 힘을 실어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큰 진동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펄쩍 뛰어올랐다.


“이, 이놈!”


놈의 눈알에 검을 박아 넣었다. 어차피 저 살가죽은 뚫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다. 죽이진 못하더라도 전투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지혜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상대의 시야를 뺏는 것이다.

한쪽엔 칼을 다른 한쪽엔 내가 빠져나갔을 때 바로 터지게끔 화염탄을 던져 놓았다.

폭발과 함께 그 여파에 밀려나 땅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크으··· 끄아아아아아아악!”


검까지 같이 튕겨져 나왔다. 칼날이 반쯤 부러졌는데, 그건 아무래도 저 눈알에 박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부러진 검으로 뭘 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

지금이 기회인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공격이 실패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죽여버리겠다!!!”


강력한 포효와 함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달려 나갔다.

반쯤 부러진 검쯤이야 어떻게든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검에서 푸른빛이 피워 올랐다.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포기하지 않는 당신의 의지. 그건 당신을 더욱 성장하게 만들 뿐입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노력으로 부러진 검에 당신의 의지가 깃들었습니다.]


[스킬 생성 ‘마력의 칼날(C)’이 생성되었습니다.]


아지랑이가 피워 오르던 검이 점차 모습을 갖춰나갔다.

그건 칼날이었다. 아주 날카롭고, 예기가 흘러넘치는 그런 칼날.

푸른 반원이 그려졌다. 그 반원을 따라 빨간 선혈이 생겨나더니 이내 괴물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됐다···”


정말 될 줄은 몰랐다. 혼자서 전 놈을 잡아낼 줄이야. 스스로 놀랐다.


[···대단합니다. 당신은 역대급 적성을 갖춘 적합자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대답하며 검은 수정 앞에 섰다. 큐브의 기능 중 하나인 인벤토리 기능을 사용하여 주사기를 꺼냈다.

한 번 해봤다고 이미 익숙해진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여 수정의 힘을 추출했다. 수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균열이 생성되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균열을 타고 큐브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나온 자리에 세리아가 공중에 떠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최초로 검은 균열을 연속으로 두 번 정화하게 된 인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떨떠름하게 인사했다.


[저는 다른 차원의 행성을 구제해 주기 위한 존재로써 수많은 행성과 차원의 파괴를 보아왔습니다. 가능성이 많았던 차원들도 자만심과 초심을 잃고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고 말았죠.]


그의 과거 이야기였다. 그가 우리를 왜 도와주게 됐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왜 저희를 도와주는 겁니까. 신의 명령이라든지 뭐 그런 건가요?”

[현성 씨는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신이 그렇게 자비롭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을뿐더러 신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자비롭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군요. 신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을 지켜보고 있죠. 다각도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현성 씨의 생각대로 신은 자비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과 현실을 즐길 뿐이죠.]


그의 말속에 살짝 분노와 치기가 담겨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원래 감정을 잘 담지 않던 자였는데,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들으니 신기하다.


“그렇습니까?”

[저희는 저희가 왜 태어났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저희의 종족들은 차원의 파멸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


내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선명하게 미소 지었다.


[아직은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성 씨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현성 씨가 갖고 있는 스킬 ‘불굴의 의지(B)’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카드입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 스킬 카드는 스스로 갖고 있었던 겁니다. 당신의 마음이 카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성 씨 당신의 마음은 강합니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죠.]


그가 붕 날아 내 앞에 섰다.


[그런 스킬 카드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킬은 스킬이 아닙니다. 당신이 가진 마음이지요.]


그의 말이 뭔가 내 마음을 울리게 한다. 스킬이 아닌 나의 마음이라··· 나를 판단하여도 너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닐까.

조금은 씁쓸해진다.


[자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요.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그 뒤로 내 하루의 시작은 많이 달라졌다. 근처 운동을 계속해서 돌았다. 스킬 탓인지 꺾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정말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달렸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이 넘도록 반복하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 블랙 필드를 공략하려 했는데, 세리아의 완강한 반대로 입장할 수 없었다.

이곳은 수정의 힘이 너무나 강력하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들어갔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그의 결심을 되돌릴 수 없었다.


“후우···”


운동장 가외 쪽에서 쉬고 있는 중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 자주 보던 학생이었다. 아마 육상부 출신으로 나의 경쟁 상대가 되어주던 친구였다.


“왜 그렇게까지 운동하는 거예요?”


나는 한 달 전과 다른 몸이 되었다. 3년 전 검도 하던 시점의 몸 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자신감도 붙고 마음가짐도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가끔 맹한 구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동생이 욕이란 욕은··· 다 먹어야 했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아저씨 저한테 관심 있죠? 그래서 그러는 거죠?”


갑자기 그런 결론이 나온다니, 그럴 수도 있는 건가?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그럴 리가요? 그리고 저 아저씨 아닙니다.”

“저보다 나이 훨씬 많아 보이는데, 아저씨 맞죠. 나이 속이면 안 돼요.”


그렇게 사람 면전에다가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었다.

그것도 참 부러운 능력···


“이제 스물셋입니다···”

“엥··· 거짓말하지 마요. 숫자 뒤집은 거 아니에요?”


내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뭔가 이야기를 더 끌면 그녀의 화법에 휘말릴 것 같아서, 그대로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같이 따라오는 그녀가 종달새처럼 쫑알쫑알 시끄럽게 귓가를 울렸다.


“···같이 가요! 아저씨도 뛰실 거죠? 그렇죠 뛰실 거죠?”


대답하지 않고 달린다. 옆에서 따라붙는 그녀가 금세 집중한 눈이 되었다.

짧게 자른 머리와 검게 그을린 피부가 그녀의 노력을 대신 말해주었다.

말이 좀 많은 걸 빼면 다 좋은 것 같다. 주말에 이렇게 나와 훈련하는 것을 보면 성실한 면은 타고난 것이다.

정확히 10km 우리가 뛴 거리다. 일부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죽어라 달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히려 치고 나갈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제가 이긴 거예요··· 맞죠?”

“그러네요··· 당신이 이긴 걸로 합시다.”


물론 더 뛸 수도 있었다. 슈트의 힘이 왠지 몸 안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힘을 보여주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니 그런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전력을 안 달렸죠?”


눈치도 정말 빠르다. 눈매를 좁혀오며 거리도 같이 좁히는 그녀가 고개를 대뜸 내밀었다.


“그럴 리가요. 전력을 다했습니다.”

“흐음··· 아닌 것 같은데. 뭐 그렇다고 해둘게요.”


그녀가 팔짱을 딱 끼며 고개를 획 돌렸다. 삐진 건가 싶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또 뛰러 오실 거죠?”

“뭐, 자주자주 뛰러 오지 않습니까··· 다른 일이 없다면 평소처럼 뛰러 나옵니다.”

“그래요? 그러면 제 그럴 때마다 제 연습 상대가 되어주세요.”


헤벌쭉 웃음 짓는 그녀의 미소가 당돌하다. 그 미소를 보니 덩달아 나도 웃게 된다.


“다음엔 그렇게 한 번 뛰어봐요.”


그녀는 알까. 내가 그녀를 의식하고 뛰고 있다는 걸.

하지만 그녀 또한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든다. 같이 뛴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서로 의식하게 되는 그런 경향이 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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