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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91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27 20:00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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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DUMMY

“앞으로 허브 질리도록 먹어야 하거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고기가 좋은데요.”

“사줄께.”

“소고기요.”

“사준다고.”

“++ 등급이죠?”

“⋯⋯.”


지금 투뿔 소고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레스는 무려 던전 기사를 뽑은 것이었다.

그것도 던전용 특성까지 장착한!

앞으로 헬레나 덕분에 10층까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상과 지하 10층, 특히 지하 10층인데 지금부터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던전을 이용한 영지 육성에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셀리나한테 알려주면, 이에 맞는 새로운 테크트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사준다 사줘. 배 터지게 먹여줄께.”

“어머 영주오빠! 원래 이런 남자였어?”

“뭐냐? 갑자기?”

“몰랐어요? 저 원래 소고기 앞에서는 한 없이 여자였는데요.”


매혹적이게 웃는 표정과는 달리 얼굴을 비롯해 성치 않은 곳이 없었다.

폭탄에 그을리고 바닥을 뒹굴며 깨지고 터져 군데군데 핏물이 흥건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에 약간의 미안한 감정이 일어났다.

아레스는 헬레나에게 다가가며 엄지 손가락을 물었다.


까드득


피가 흐르는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헬레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것도 주지.”

“뭐래 이 변태가. 좋은 분위기 다 망치고.”


헬레나는 아레스를 혐오의 눈길로 보며 질색했다.


“피! 아티스트 안될 꺼야?”

“아 맞다! 손 빨리 줘요.”


헬레나는 한 걸음에 달려와 아레스의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야릇한 표정으로 피를 쪽쪽 빨며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아레스는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가락을 빼려 했지만, 헬레나가 아레스의 손가락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발그레한 얼굴로 말하는 아레스가 귀여운지 풋하고 웃으며 손가락을 입에서 뺐다.


쪼옥


“얼굴이 왜 그러세요?”

“죽고 싶냐? 얼른 돌아갈 준비나 해.”


아레스는 고개를 휙 돌려 버렸고, 헬레나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아레스에게 따라붙었다.


“왜 그래요? 왜에?”

“저리 안 가?”

“겨우 손가락 좀 빨았다고 얼굴이 달아오르셨네요? 혹시 동정?”

“주⋯⋯ 죽어!”


결국 폭발한 아레스는 헬레나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헬레나는 능숙하게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레스의 손을 잡아 다시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우리 영주님 귀여운 구석이 있으셨네요?”


귀까지 빨갛게 물든 아레스는 폭주했고, 헬레나는 그런 아레스를 약 올리며 요리조리 도망 다녔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갈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순수한 호의는 돼지고기 까지라더니⋯⋯.”

“닥쳐! 너도 죽고 싶어?”


* * *


카이저 미믹이 죽은 이후, 보스룸 중앙에 차원의 균열이 발생했다.

던전에 입장했을 때와 다른 모습이었는데, 틈 사이로 영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다음번 입장할 때 자동으로 다른 층에서 시작하게 된다.”

“여기로 다시 올 수는 없나요?”

“일정 시간 안에 던전으로 다시 입장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입장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카이저 미믹이랑 싸우게 되나요?”

“보스룸의 보스는 항상 같은 녀석이 아냐.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랜덤으로 나오지.”

“그럼 더 강한 놈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일반적으로 더 높은 지상 층이거나, 더 깊은 지하층일수록 더 강해. 1F 카이저 미믹보다 10F 고블린이 더 강하다는 말이지.”

“몬스터의 종류에 상관없이, 층의 난이도에 따라 더 강하다는 거죠?”

“그래. 더 빠르거나 강하거나 더 교활하지.”


이미 카이저 미믹의 교활함을 경험한 헬레나는 그럴 수 있냐는 눈을 했다.

카이저 미믹은 공략 방법만 알고 있다면 그렇게 힘든 상대는 아니다.

진짜 교활한 녀석들을 만나면, 카이저 미믹은 그냥 귀여운 수준일 것이다.


“그러면 계속 1층만 공략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더 오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죠.”


갈리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육성.

모든 영주와 영지민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방법.

그러나 말 그대로 이상적인 방법일 뿐이다.


“같은 층을 입장할 수는 있지만, 공략에 성공한 인원이 한 명이라도 파티에 속했다면, 보스룸 공략 보상을 획득할 수 없어. 단순히 던전의 정수와 경험치만 획득할 수 있지.”

“치명적이군요. 갈수록 레벨을 올리기도 힘들 테고.”

“그래. 하향 평준화에는 용의 할 수 있지만, 빠른 성장에는 적합하지 않지.”


우리는 이계인과 상대해야 한다.

놈들은 당장 우리가 던전에 들어와 있는 지금 아니타를 습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빠르게 더 높고 깊은 층을 공략해야 한다.

던전을 공략하는 이유는 더 빨리 강해지기 위함이니까.


“우리의 목적은 이계인을 물리치고 안타라스를 수복하는 것이다. 이걸 잊으면 안 돼.”

“저⋯⋯ 아니타를 재건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것도 목적 중 하나지. 다만 모든 것은 이계인을 막는 과정 중 하나야.”


비록 아레스의 부하가 되었지만 갈리오는 여전히 아니타를 걱정했다.

가족은 모두 죽었지만, 평생을 알고 지낸 모두가 있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아레스도 아니타를 재건하는 것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셀리나의 영지이기 때문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셀리나의 안타라스 영지 육성 계획이기 때문이다.


* * *


던전에 입장하기 전 아니타 영지의 영주성.


“아니타는 채집에 집중할 거야.”

“설마⋯⋯ 셀리나가 ‘도시락’을 자처한다는 거야?”


셀리나가 세운 이론에는 주력 영지인 ‘본진’과 채집 영지인 ‘도시락’이 존재한다.

지금 셀리나의 말은,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대륙에서 제일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는 데 싫다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역할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난 다 버리고 왔다니까? 셀리나가 ‘본진’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금방 되찾을 거잖아?”

“⋯⋯ 그럴 생각 없어.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네가 더 강하잖아. 본진보다 강한 도시락이락이라니.”

“영주 개인의 힘과 영지의 병력이 가진 힘은 달라. ‘아레스 컨커러’는 내가 아는 최고의 군대를 가진 영주였어.”

“였지. 이젠 아니야.”

“그 이상이 될 수 있어. 나를 믿어.”


셀리나의 확신을 아레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셀리나는 자신을 확고하게 믿고 있는 것일까?

병력으로 지켜주던 ‘본진’이 무너지면, 자원’만’ 풍족한 ‘도시락’은 사방에 먹이로 노출된다.

이 전략을 만들어 낸 셀리나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셀리나라도 혼자서 이계인을 막을 수는 없다.

아니⋯⋯ 셀리나라면 가능하려나?

그렇다고 해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대체 왜?


“셀리나 바실리스코스는 이렇게 무모한 도박을 하지 않아.”

“맞아. 난 도박을 싫어해.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파고들어서 이론을 정립하잖아?”

“그런데 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어. 그리고 최상의 결과는 역시 아레스가 ‘본진’이 되는 거야.”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돌려봤길래 셀리나가 아닌 내가 본진이 되는 거야?”

“꿈에서 봤어.”

“꿈?”


다른 사람이 셀리나의 대답을 들었다면 ‘뭐지 이런 미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레스는 알고 있다.

셀리나의 가문인 ‘바실리스코스’의 선조, 7인의 고대인 중 하나인 <’예언자’ 엘리자베스 바실리스코스>.

오리지널 아티팩트 <다이어뎀>의 선택을 받은 올드 블러드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가진 예언자.

셀리나의 전술과 이론이 뛰어난 이유는, 바로 엘리자베스 바실리스코스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셀리나는 대륙에서 제일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예언자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는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신뢰가 깔려있다.


“무슨 꿈이었길래?”

“좋은 꿈.”

“악몽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는 악몽이 맞는데, 꿈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든.”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역시 이런 건 아레스밖에 할 수 없지?”

“⋯⋯.”


딱 한번.

컨커러 가문의 오리지널 아티팩트인 <칼릭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왔던 누군가의 기억.

셀리나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때 머릿속으로 들어왔던 그 ‘기억’을 말하는 것 같았다.

역시 예언자의 힘으로 알아낸 것일까?

그런 아레스의 복잡한 얼굴을 보던 헬레나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고민이 많은 것 같지만 걱정 마.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레스가 다 알아서 해줄 거잖아?”

“그 알아서 다 해줘야 하는 사람이 전데요?”

“그러니까 나만 믿으라니까?”

“나보고 다 알아서 하라면서 너만 믿으라니?”

“각성했지? ‘피의 맹세’.”

“!”


셀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레스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헬레나가 농후한 파탄미를 풍긴다면, 셀리나는 은은한 순정미가 흘러나온다.

온화한 미소와 맑고 또렷한 눈빛은 아직 혼란스러운 아레스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줬다.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아레스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순간 아레스는 셀리나를 껴안을 뻔했다.

살짝 올라오다 멈춘 팔의 감각을 느꼈는지, 셀리나는 아레스를 안고 킥킥 웃었다.


“어렸을 땐 자주 안아줬는데, 이젠 망설이는구나?”

“어렸을 적이잖아. 보통 다 큰 성인끼리는 이러지 않는다고.”

“깊은 관계라면 상관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더더욱 이러면 안 되지.”

“치⋯⋯.”


아레스를 놓아준 셀리나는 곧 자세를 바로 잡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아레스를 올라다 보며 절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셀리나 바실리스코스. 위대한 올드블러드의 후손인 아레스 컨커러 영주님에게 피의 맹세로 군신의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


아레스는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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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1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9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10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4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5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4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3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7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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