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88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16 20:00
조회
24
추천
2
글자
10쪽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DUMMY

“정말이야? 진짜 아레스야?”


아레스는 환한 얼굴로 자신을 반기는 긴 갈색 머리의 젊은 여성 영주를 향해 어색하게 손인사를 했다.


“아⋯⋯ 안녕. 셀리나.”

“꺄아! 정말로 아레스다~”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는 셀리나를 보며 아레스와 카라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미 도망갈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아레스와 카라스는 눈짓으로 사인을 주고받았다.


‘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처리하는 척하면서 밖으로 유인한다.’

‘대충 처리하고 그대로 도망가시죠.’

‘좋아. 완벽하다.’


아레스와 카라스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재빨리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셀리나를 향해 소리쳤다.


“셀리나! 일단 저놈을 밖으로 유인해서⋯⋯”

“5분 줄게. 당장 해치우고 이리 와.”

“응?”

“영지민들 휘말리게 하면 안 돼. 알지?”

“어? 으응.”

“그럼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셀리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주성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레스와 카라스는 멍하니 셀리나가 사라진 영주성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헬레나가 다가와 카라스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 괴물부터 해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틀렸어⋯⋯.”

“에?”

“이제 다 틀렸다고. 은퇴 생활이고 이계인이고 다 틀렸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필이면 ‘바실리스코스’와 엮이다니. 그것도 ‘최강의 행정 보급관’ 셀리나 님이랑!”


헬레나는 깜짝 놀라 셀리나가 사라진 영주성 쪽을 바라보았다


“바실리스코스? 중앙의 7개 대가문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그 바실리스코스요?”

“아 하필이면⋯⋯”


절망한 표정을 짓던 카라스는 이내 고개를 들어 아레스를 째려보았다.


“이게 다 영주님 탓입니다! 왜 아니타로 오자고 해서!”


아레스는 억울하면서도 당황한 표정으로 해명했다.


“아니 나라고 이런 변방에 셀리나가 있을 줄 알았냐?”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나라고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냐? 그리고 너 말이 짧다?”

“짧긴 뭐가 짧아요! 짧은 건 영주님의 소중이지.”

“이 새끼가 진짜.”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아레스와 카라스의 눈싸움에 거대한 트윈 헤드 오우거가 끼어들었다.


“크아아악!”

“이런 건방진 놈들! 우리를 앞에 두고 농담이나 하고 있어?”

“크르르르.”

“가루로 만들어주마!”


트윈 헤드 오우거는 아레스에게 달려들어 나무 지팡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콰아앙!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엄청난 소리가 났고, 주위에 모래 연기가 자욱 해졌다.

갈리오를 비롯한 반란군들은 자세를 고쳐 잡고 전투 준비를 했다.


“이런 제길⋯⋯ 아무래도 오늘이 처자식을 보러 갈 날인가 보다. 모두 전투 준비!”

“젠장. 죽어라 싸우고 막아낸 대가가 결국 저런 괴물에게 죽는 거라니.”

“진작에 도망갔어야 했는데.”

“아니야. 이계인에게 붙었어야 해.”


반란군들은 절망과 후회가 뒤섞인 웅성거림에도 전의를 잃지 않았다.

카라스는 그런 반란군들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이 헬레나. 저놈들 재미있지 않냐?”

“제가 이래 봬도 교관 아닙니까? 죽음을 앞두고도 저렇게 사기를 유지할 수 있는 군대는 쉽게 양성할 수 없어요.”

“아마도 사지를 밥먹듯이 넘나든 놈들일 것 같다. 티어와 상관없이 저런 놈들은 제법 쓸모가 있어.”

“쓸모라니요?”

“영지의 병사는 말이야, 꼭 전장에서만 싸우는 것이 아냐. 의외로 무방비 상태에서 강력한 적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지.”

“아⋯⋯ 자원지 약탈⋯⋯”

“그렇지. 사실 자원지 약탈이야말로 전투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지.”


카라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반란군들을 눈여겨보았다.


“자원지를 채집하는 부대는 보통 낮은 티어의 병사들로 편성되는데, 약탈을 하는 군대는 정예병이잖아? 그런 일방적인 학살에서는 도망치지 않고 진영을 잘 잡고 있는 것이 중요해.”

“뒤를 잡히지 않고 훈련된 진영을 유지한다. 진법의 기본이지요.”

“그래.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잖아? 공포라는 건 생각보다 위력적이니까. 그런데 저 놈들을 봐봐.”

“공포에 질린 듯 하지만, 자세를 잡고 있어요. 진영도 잘 유지하고 있고요.”

“아 저건 영주님 오지랖이 아니라도 좀 아까운데?”


카라스와 헬레나가 자신들을 품평하는지도 모르고 트윈 헤드 오우거로 진격 준비를 마친 반란군들은 갈리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갈리오는 손이 부서져라 무기를 꼭 쥐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느꼈다.


“전군. 돌격⋯⋯”

“전부 꼼짝 마라!”


트윈 헤드 오우거가 일으킨 모래 바람 속에서 엄청난 괴성이 터져 나왔고, 천여 명의 반란군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소리에 갈리오는 깜짝 놀라 무기를 놓칠 뻔했다.

잠시 후 모래 바람이 사라졌고,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나무 지팡이를 맨손으로 잡고 있는 아레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셀리나가 네놈들이 휘말리면 안 된다고 했다. 뒤지고 싶지 않으면 전부 뒤로 물러나라.”

“크르륵?”

“뭐야 이놈은?”

“크흐르륵!”

“네놈 인간이 아닌 것이냐!”

“시끄러워 이 괴물 새끼야! 너 때문에 다 망했어!”


아레스는 손으로 잡고 있는 나무 지팡이를 당겼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가소롭다는 듯 손에 힘을 주었지만, 생각보다 아레스가 당기는 힘이 쌨다.


“큭?”

“뭐야?”

“뭐긴 뭐야! ‘선량한 변방의 영주가 빡쳤다’ 공격이지!”


아레스는 더욱 힘을 주어 나무 지팡이를 뒤로 던져 버렸고, 힘싸움을 하기 위해 나무 지팡이를 잡아당기고 있던 트윈 헤드 오우거는 아레스 앞으로 끌려와 버렸다.

아레스는 괴물의 말을 하는 오우거의 머리에 꽉 쥔 주먹을 날렸다.


“으랏챠!”


퍼서석!


마치 바게트빵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 하나가 부서지며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머리가 하나만 남은 오우거는 잠시 지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이 동생.”


오우거는 날아간 머리에게 말을 걸었지만,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네가 형이라며? 원래 둘째가 더 똑똑한 법이라면서.”


오우거는 여전히 대답 없는 자신의 왼쪽 머리를 만지려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것은 머리가 아닌 부서지고 남은 목뼈였다.


“그래⋯⋯ 내가 더 오래 살아남은 걸 보니, 내가 동생이 맞았나 보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우거는 피가 섞인 눈물을 흘리며 귀신과 같은 얼굴로 아레스를 응시했다.


“사지를 찢어주마. 네놈도, 파이어 볼을 막아낸 저 연놈들도, 이 영지에 있는 모든 인간들은 싸그리 찢어주겠다.”

“아 글쎄 영지민들 건드리면 어차피 전부 죽는다니까?”


오우거의 서슬 퍼런 선언에 영지민들은 모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바로 앞에서 그 엄청난 분노를 받아내고 있는 아레스는 여전히 여유가 넘쳐 보였다.

오우거는 손에 들린 나무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고, 오우거 바닥 주변으로 검붉은 색의 동그란 마법진이 새겨졌다.

그리고 이질적인 빛이 오우거를 감싸자, 그보다 이질적인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오오오오.”


퍼어엉!


그리고는 강렬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아레스에게 쏘아졌다.

아레스는 움찔하며 뛰어올랐고, 잠시 후 아레스가 있던 자리에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여 땅이 움푹 파였다.


“살다 살다 산 놈이 리치가 되는 걸 다 보네. 아니, 하나는 확실히 죽었으니 반만 리치인가?”


아레스가 날려 버렸던 머리 하나가 검붉은 뼈로 재생된 트윈 헤드 오우거는 리치 특유의 불타는 안광을 내뿜으며 나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주문도 없이 <아이스 볼트>가 날아갔다.

여러 개의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가 아레스를 노렸고, 아레스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아이스 볼트를 피했다.

아이스 볼트는 멈추지 않고 날아가 나무에 박혔고, 순식간에 나무를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영주님 저거 맞으면 바로 얼음조각상 되실 것 같은데요?”

“나도 봤어. 저건 좀 조심해야겠다.”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해요? ‘하프 리치 트윈 헤드 오우거’? 저런 건 중앙에서도 본 적 없는데요?”

“이거 맨 몸으로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카라스는 대인 전문이지 몬스터 전문이 아니다.

물론 아레스와는 달리 카라스는 원래 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하지 못할 건 없겠지만, 카라스가 날뛰면 뒷정리가 힘들다.

무엇보다 적어도 레벨 2개는 올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 아레스의 눈에 헬레나의 두 자루 검이 들어왔다.

스스로 열기를 일으키는 특수한 검, 분명 아티팩트일 가능성이 높았다.


“야 귀신 눈깔!”

“예?”

“그 시뻘건 칼. 하나만 내놔.”

“저는 하나만 들면 균형이 맞지 않는데요.”

“누가 가져간데? 잠깐 빌리자고.”

“이거 귀한 건데⋯⋯”

“그러니까 달라고!”


헬레나는 진심으로 아깝다는 듯 꼼지락거리다 검 하나를 던졌고, 오우거는 검을 향해 아까보다 더 많은 아이스 볼트를 날렸다.

이 장면을 본 헬레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귀한 거라니까요!”

“망가지면 나중에 하나 사 줄 테니 좀 닥쳐!”


아레스는 아이스 볼트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아이스 볼트보다 빠르게 검을 손에 넣었다.


‘이 감각. 역시 아티팩트였어.’


아레스는 검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을 알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무기 ‘아티팩트’.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빌려 쓰더라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아티팩트가 가지고 있는 자아를 지배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사용한다면, 아티팩트는 차원이 다른 병기가 된다.

바로 지금의 아레스처럼.


화르르르

화르륵!


성벽만큼이나 솟아오른 불기둥은 날아오던 아이스 볼트를 모두 녹여버렸다.

반란군과 오우거는 물론, 검의 주인이었던 헬레나까지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레스는 검 크기로 불길을 줄이고 카라스에게 물었다.


“시간 얼마나 남았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1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4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5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4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3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1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